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0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08화(20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08화
“확실히 길드가 많네요.”
길드 연합의 깃발 아래 모여 있는 길드들은 엄청 많았다. 빅쓰리인 태백, 청명, 아리아를 제외하더라도 여러 길드들에서도 저마다 자신들의 간판들을 이번 토벌대에 참가시켰다. 단 한 명이라도 토벌대에 자신의 길드원을 넣기 위한 치열한 물밑 작업이 펼쳐졌다.
출정식 인파 속에는 지은과 유라, 이태서도 함께였다. 바람에 나부끼는 청명 길드의 깃발 아래에 자리 잡은 일행은 서로 다른 얼굴로 출정식을 진행하는 토벌대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유례없는 길드 연합의 전 길드가 참가한 토벌전. 그동안 위험한 토벌전을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었던 건 빅쓰리 길드였다. 다른 길드들은 그런 여건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얼마 없는 길드의 간판들을 토벌전에 참가시키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5층의 시대가 열린 지금. 길드로서도, 랭커 본인으로서도 5층 토벌대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 이번 토벌대에 참가하고자 하는 열의가 강했다.
물론 기존의 토벌전을 진행하던 빅쓰리 길드의 조직력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이번 토벌전을 위해 100명의 헌터들이 조별로 오랜 기간 연습을 해 왔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토벌대를 바라보던 지은이 말했다.
“평소에는 토벌에 관심 없던 다른 길드들까지 다 참가하니까 뭔가 감회가 새롭네요.”
“다 한자리씩 차지하려고 하는 거지 뭐.”
그래도 지은은 저 토벌대가 무사히 토벌을 마치고 나온다면, 다른 길드들도 토벌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저마다의 욕심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니까.
하지만 이제 정말로 저마다의 자존심을 앞세우며 대립만 반복하기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에 있냐.”
“내 임무도 지은 씨의 호위이니까.”
“그래도 이런 날에는 적어도 너네 길드 쪽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청명 길드의 깃발 아래 떡하니 서 있는 태백 길드의 부길드장 이태서의 모습은 정말이지 이질적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낀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이태서의 모습을 찍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우리까지 사진 찍히잖아. 빨리 다른 데로 가!”
“난 지은 씨의 호위야. 지금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더 사진이 찍힐걸. 그냥 앞만 보고 있어. 난 지금 탐지 마법을 펼쳐 놓은 상태라서 바빠. 너랑은 다르게.”
틀린 게 하나도 없는 말에 유라는 결국 이태서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을 포기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정면을 응시했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저번의 그 침입자가 나타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사람이 많을수록 오히려 빈틈이 많이 생기는 법이다.
호위 대상인 지은은 여느 때처럼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 듯 이어지는 토벌대의 행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라 역시 혹시라도 생길 습격에 대비해 마나를 끌어 올렸다.
‘[합류하셨나요?]’
‘[그렇다. 주인이 말해 준 시간보다 더 빨리 모였군. 확실히 이 인간들은 조금 다르다.]’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지은은 지금 드루이얼과 직접 교감을 하고 있는 중이라 매우 바쁜 상태였다.
주혁과 남운, 성진과 한그루.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던전에 들어간 이태백까지. 국보급 전력 아니랄까 봐 이 다섯 명의 템포는 매우 빨랐다.
지은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 고작 하루 만에 집결지였던 [여왕개미의 둥지] 던전에 들어선 다섯 명은 드루이얼을 오히려 기다리다가 합류해 이동 중이었다.
‘[구도자가 너에게 감사를 전해 달라고 했다.]’
‘[주혁 씨가요?]’
‘[선물 잘 받았다고, 감사히 먹겠다고 하더군.]’
‘[아…….]’
토벌대의 보급을 위해 설치한 분점은 총 6개였다. 7개까지 분점을 설치할 수 있었음에도 지은이 하나를 따로 빼놓은 것은 토벌대가 아닌 별동대를 위한 보급 때문이었다.
청소 작업 투입 당일 아침. 주혁의 전화를 받았던 지은은 금방 해치우고 오겠다며 말하는 주혁에게 선물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 놨었다.
‘선물이요?’
‘네, 주혁 씨가 좋아하는 거예요.’
‘정말 궁금하군요. 선물이 기대되니까 빨리 가야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빨리 갈 줄이야. 피식 웃은 지은이 드루이얼에게 말했다.
‘[맛있게 잘 먹었냐고 물어봐 주세요.]’
‘[뭐?]’
‘[같이 있는 거 아니에요?]’
‘[……나는 전령 새가 아니다만.]’
툴툴거리는 어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러면서도 잠시 말이 없는 걸 보니 주혁에게 제대로 전달을 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귀찮다는 듯한 드루이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왜요?]’
‘[한 번 주인의 말을 전달해 주니까 이 인간들이 계속 나에게 뭘 전해 달라고 시키지 않느냐!]’
‘[그럼 편한 마음으로 전달해 주시면 되겠네요.]’
‘[…….]’
당당한 지은의 요구에 말문이 막힌 듯 한숨을 내쉰 드루이얼은 결국 모두의 감사 인사를 지은에게 다 전해 줘야 했다.
오랜만의 BLT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었다는 주혁의 감사 인사도, 보고 싶다며 별다른 일은 없냐며 걱정하는 듯한 남운의 안부 인사도, 항상 잘 자고 잘 쉬고 잘 운동해야 한다는 성진의 잔소리도, 자신의 누나인 한설아는 출발했냐는 한그루의 물음도, 귀찮긴 하겠지만 적적할 때 찾아온다면 차 한 잔은 줄 수 있다는 이태백의 말까지 전해 들은 지은은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는 것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 눈이다.”
토벌대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모두의 염원이 담긴 것처럼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하늘에서 새하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리는 눈 아래에서 지은은 두 손을 꼭 모아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했다.
* * *
유라가 출근하고 난 뒤의 집에서 지은은 거실 소파에 누워 한참 동안 핸드폰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쯤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 좀처럼 오지 않는 연락에 지은이 답답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순간.
우우웅, 하고 기가 막힌 타이밍에 핸드폰이 울렸다.
<녀석이냐?>
지은과 마찬가지로 소파에 늘어져 있던 까망이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런 까망이의 물음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거리곤 심호흡을 한 번 몰아쉰 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어눌한 한국어로 고함을 치는 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들려왔다.
전화를 건 상대는 다름 아닌 노아였다.
지은을 펜타곤 길드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려다 오히려 지은과 주혁에게 호되게 당했던 노아는, 어느 정도 예절 주입이 되었는지 다짜고짜 소리를 치긴 했지만 착실한 한국어로 말을 이어 갔다.
“네가 갑자기 연락해 제임스의 묘를 파헤치라고 했을 땐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가 했는데.”
“잠시만요. 제가 언제 제임스 씨의 묘를 파라고 했어요?”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얘기를 하고 있는 노아를 다급하게 저지한 지은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다시 말해 봐요. 제가 뭐라고 부탁을 했었죠?”
“제임스의 묘를 파 보라고.”
“……제임스가 죽지 않았다고만 했잖아요, 전?”
통화 너머로도 지은이 살짝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노아가 큰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주혁에게 당하고만 살더니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할 줄이야.
“끊을게요.”
“아니, 아니. 내가 미안하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는데요?”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네가 하는 말이니 그래도 한 번 확인을 해 봤어. 제임스의 묘를 직접 파헤쳐 봤지.”
“세상에…….”
“물론 유가족의 동의를 얻었어. 제임스의 시신이 누군가에게 이용된 것 같다는 말로 간신히 유가족을 설득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뿐이야.”
침입자가 나타난 지 열흘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지금까지 노아에게서 연락이 없었던 것은 유가족의 동의를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탓이었다. 당연한 수순이였다. 누가 죽은 남편의, 아버지의 묘를 파헤치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까.
거기에 원 소속이 미군이였기에, 제임스의 시신은 미군의 국립묘지에 안장된 상태였다. 그 삼엄한 경계를 뚫고 시신을 빼돌리는 게 가능할 거란 생각을 일반인들은 보통 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자칫 험한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일에 노아가 직접 나섰다고 했다.
“결과는요.”
“네 말대로야. 제임스의 시신은…… 없었어. 지금 확인하고 담배 한 대 피우는 중이야.”
육중한 관의 뚜껑을 열었을 때, 노아는 그 안에 당연히 있어야 할 제임스의 시신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과는 달리 비가 많이 내리고 있는지 스피커 너머로 추적추적 빗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는 나랑도 오래 알고 지냈던 친구야. 인생의 형일 뿐만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랭커다.”
“…….”
처음 지은이 제임스가 죽지 않았을 거란 말을 하며 조사를 부탁했을 때 노아가 했던 말이었다. 지금 그 말을 그대로 똑같이 하는 노아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미국의 모든 랭커들은 물론이고 길드들까지 발밑에 거느린 채 미국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노아였다. 그런 그조차 지금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 듯한 소리만이 들려왔다.
“너는 어떻게 제임스가 죽지 않았을 거라고 단정하고 이런 부탁을 한 거지?”
군데군데 영어로 욕설이 섞인 것을 듣자 하니, 지금 노아는 상당히 화가 나 있는 상태인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먼 한국 땅에 단신으로 찾아왔던 제임스였다.
노아는 제임스가 인솔한 지은의 일행에 의해 끝이 보이지 않았던 상위 균열 속에서 살아서 돌아왔지만, 그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노아를 맞이했다.
“분명 키드에게 가슴이 뚫렸던 건 나도 똑똑히 확인했어.”
아무도 제임스의 마지막을 지켜봐 준 사람은 없었다. CCTV 영상으로 확인한 제임스의 마지막은 키드의 그림자에서 솟아오른 거대 가시에 심장이 정확히 관통당하고 바닥에 볼품없이 내팽개쳐졌음에도, 한참을 바닥을 짚으며 일어나려 했던 모습이었다. 마치 여기서 죽을 순 없다는 듯 처절한 그의 마지막 발버둥을 직접 확인했던 노아였다.
“대답해. 제임스는 사령이 된 건가?”
“……그것까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어요.”
“너는 제임스를 봤어? 제임스를 봤구나!”
“네, 저는 제임스 씨를 봤어요. 저를 암살하러 저희 집에 침입했었거든요.”
“……너를 암살?”
“이미 제임스 씨가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이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된 것 같으니 말할게요. 제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은 두 가지예요.”
“말해 봐라.”
“첫째는 제임스 씨의 능력이에요. 제임스 씨는 분명 탱커였죠?”
“그래, 맞다. 그는 미국의 방패. 수없이 빌어먹을 던전 안에서 함께 싸웠던 믿을 수 있는 탱커다.”
“그런 탱커가 호위 팀의 경계를 뚫고 결계 마법이 가득한 집에 아무런 기척도 없이 숨어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불가능하지. 그는 마법사도 암살자도 아니니까.”
“두 번째 의문점이에요. 암살자도 아닌 제임스 씨가 저에게 암기를 던졌어요. 그것도 능력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순수한 그의 완력만으로요.”
“뭐?”
“이상하지 않나요? 그래서 협조를 구하고 싶어요. 지금 한국은 상당히 바쁜 상태거든요.”
“협조를 구한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