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0화(2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0화
사람들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직접적으로 주혁의 사무실이 어디냐고 물어본 지은을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것도 잠시, 이내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답게 금세 지은에게서 관심을 거두고 사람들이 각자 갈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혹시 길드장실이 적혀 있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로비 벽면에 붙어 있는 건물 안내도를 살펴보던 지은은 갑자기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화들짝 뒤를 돌아보았다.
“길드장실은 왜 찾는 거지?”
“으아아악!”
깜짝 놀란 지은이 들고 있던 치킨 봉지를 휘둘렀지만 미리 예상했다는 듯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던 남자가 여유롭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내 목소리가 그렇게 무서웠나?”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귓가에 선명히 울렸던 낮은 허스키한 목소리에 등골이 오싹했다.
그리고 지은은 이내 한참을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키가 큰 남자의 덩치와 얼굴을 보고는 무서운 건 목소리뿐만이 아니었구나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2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키에, 로비로 들어오기 전에 마주쳤던 가드들보다도 더 큰 덩치.
울퉁불퉁한 팔근육들이 남자가 입고 있는 옷이 불쌍할 정도로 튀어나와 있었다. 왼쪽 이마부터 대각선으로 얼굴 전체에 나 있는 커다란 흉터가 그런 압도적인 덩치의 남자를 더욱 무서워 보이게 하는데 톡톡히 일조했다.
자신을 한참 내려다보는 남자의 얼굴은 지은이 헌터 게시판에서 몇 번이나 봤던 얼굴이었다.
청명 길드 부길드장이자, 로컬 랭킹 5위, 월드 랭킹 12위의 천상계 헌터 김성진.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던 지은은 성진이 갑자기 손을 들어 올리고 자신의 가슴 밑에 손을 대는 것을 보고는 못 볼 걸 봤다는 듯 한 걸음 더 남자와 거리를 벌렸다.
팔을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왜 가슴 근육까지 살아 숨 쉬듯 꿈틀대는지 모를 일이었다.
“키는 이 정도랬으니 일단 맞는 듯하고.”
“네?”
“혹시 이름이 민지은인가?”
“네 그런데요……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
“나이는 스무 살? 스물한 살? 그것보단 더 어려 보이긴 하는데.”
“스…… 스물한 살이요.”
“키도 맞고, 나이도 맞고, 이름도 맞고, 남은 건 하나군.”
“뭐…… 뭐가 또 남았는데요?
가까이 다가오니까 더 무섭다. 완전 무섭다.
헌터 게시판 댓글 중에 어떻게 저 피지컬과 얼굴을 보고 김성진이 길드의 참모라고 생각 할 수 있냐고 묻는 댓글이 생각났다.
그 아래에 있던 댓글은 더 가관이었다.
[New!] 원래 참모는 두뇌파 아니냐? [김성진_jpg]근데 김성진은 어디서 나온 혼종임?
참모는 맞는데 육체파도 아니고 근육파임…… 차마 두뇌파라는 말이 안 나오는 피지컬;;; 탱커포지션이라 앞에서 공격을 다 받아내면서 그 현장에서 바로바로 오더를 내릴 수 있는 근육파 참모는 너무 사기 캐릭 아니냐?
┗ 난 가끔 인터넷에서 김성진 사진 마주치면 눈 깔잖아 무서워서…
┗ 뭐가 무서워 우리 성진이 지금 해맑게 웃고 있잖아
┗ ?????????????
┗ 같은 사진 보는 거 맞냐? 표정 썩었는데
┗ 평소엔 저것보다 더 썩었어 이 정도면 행복한 상태임ㅇㅇ
그 아래에 있던 댓글은 더 가관이었다.
┗ 김성진은 인생 편하겠네 토벌전 공략 막혀도 몸으로 뚫고 나갈 듯
┗ 원래 몸이 좋으면 머리가 아플 일이 없어ㅋㅋ
┗ 아 이건 인정이지.
사진으로 봤을 때에도 위협적으로 느껴지던 거대한 근육들과 험상궂은 얼굴의 주인 앞에서 지은은 자신이 무척이나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있잖아, 민지은 씨.”
“네? 네? 저 왜요?”
“혹시 푸드 트럭도 하나?”
“히익!”
성진이 허리를 숙이자 커다란 흉터가 있는 얼굴이 지은의 시야에 더 선명하게 들어왔다. 푸드 트럭을 언급하면서 미간을 살짝 찡그린 탓에 안 그래도 험상궂게 생긴 얼굴이 한층 더 험악해졌다.
그저 얼굴과 허리를 숙였을 뿐인데 자신의 발밑까지 그림자가 지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확인한 지은의 눈앞이 아득해졌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독감에 심하게 앓아누운 몸이었다. 게다가 핸드폰 지도를 보며 한참 동안 청명 길드 본청을 찾느라 헤매서 많이 힘든 상태였다.
매우 나빠진 몸 상태에, 매우 무서운 사람이 놀래킨 것도 모자라 자신의 자세한 신상정보를 알고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푸드 트럭을 언급하기까지.
순간적으로 과부화된 머리와 함께, 눈앞이 새카매졌다.
깨꼬닥 기절해 뒤로 넘어가려는 지은을 본 성진이 매우 당황한 얼굴로 커다란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어? 아가씨, 왜 그래? 어? 내가 뭘 했다고!”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직원들과 길드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부길드장이 또 한 명을 보내 버렸네.”
“아니, 자기 덩치랑 얼굴을 생각해야지. 저렇게 작은 아가씨가 제정신으로 버티고 서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직원들과 길드원들이 자신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것도 모르고 완전히 기절해 축 늘어진 지은을 부축해 너무나 가볍게 안아 든 성진이 당황한 목소리로 연신 지은을 깨우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봐요, 지은 씨. 정신 차려요.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기절을 해, 기절을? 지은 씨!”
팔에 힘을 줘 지은의 몸을 흔들 때마다 지은의 몸은 이러다 튕겨져 나가는 게 아닐까 걱정해야 할 정도로 한참을 흔들려야 했다.
* * *
“그래서.”
“아니, 난 그냥 1층에 밥 먹으려고 내려갔을 뿐이라니까.”
“어떻게 하면 이렇게 사람이 기절을 해서 실려 오는데? 자세히 설명을 해 봐.”
아, 답답해 미치겠네! 하며 가슴을 자신의 주먹으로 팍 치는 모습이 영락없이 인류를 한참 벗어난 영장류의 느낌이다.
고릴라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상대에게 위협을 하지만 지금 성진은 억울함을 토로 중이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었다.
“1층에 내려갔는데, 한 손에 치킨을 사 들고 ‘송주혁 씨 사무실 어딘지 아시는 분?’ 하고 광고하고 있는 이 아가씨가 보이잖아.”
“그래서 협박했어?”
“아이씨, 말은 똑바로 들어라. 방금 전에 네가 찾아오라는 사람이라는 감이 딱 와 가지고, 난 그냥 친절하게 길드장실을 왜 찾냐고 처음에 물어봤을 뿐이야.”
“그 얼굴로 뒤에서 갑자기 말이지.”
“내 얼굴이 원래 이런 걸 어쩌라는 거야. 그리고 그냥 키 좀 가늠해 보고 나이랑 이름 물어봤지. 근데 네가 말한 지은 씨라는 여자랑 똑같은 거야.”
“그래, 그래서.”
“새어 나가면 안 되는 이야기니까 조심스럽게 귓속말로 혹시 푸드 트럭도 하냐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갑자기 픽 쓰러져 버리더라니까?”
성진은 매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가 뭘 잘못했는데? 하며 주혁에게 따지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빌려 간 돈을 갚으라고 협박하는 것으로 오해할 게 분명한 성진의 모습을 보며 모든 걸 납득한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잘못했어.”
“아니, 그니까 뭘!”
“너는 좀 거울을 보고 너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어. 이러니 내가 길드 회담에 널 보내질 못하겠다.”
“왜. 다른 길드 애들이 또 뭐라 하는데?”
“평화 협상 아니었냐고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 친구야. 넌 머리는 잘 쓰면서 왜 그 머리로 널 객관적으로 보질 못해?”
“나같이 착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런 말을 해? 너, 그 말 아주 실례였어.”
“알겠으니까 나가. 나한테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데 네 얼굴 보고 또 기절할라.”
“너, 방금 그 말 오늘의 두 번째 실례였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꽤나 걱정됐는지 목을 쭉 빼서 소파에 누운 지은을 한 번 바라본 성진이 뒤통수를 긁으며 길드장실에서 나갔다.
냉철하고 정확한 분석으로 보스 토벌전에서 판을 설계하고 공수 진형까지 하나하나 설정하며 보스방까지 최단기간으로 길을 뚫는 성진이었지만, 자기 객관화는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렇게 사고가 나 버렸다.
조심스럽게 의자에서 일어난 주혁이 도통 정신을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은을 선채로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4층의 중심부에서 만난 것이 어떤 운명의 장난일지, 고작 레벨 1. 전투 계열 헌터도 아닌 비전투 계열 각성자가 푸드 트럭에서 샌드위치를 팔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 이름, 기억하고 있었나 보네.”
남들은 아무리 얼굴을 가려도 손에 든 검만 보고도 제 정체를 알아채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검을 내려놓으라며 자신을 꾸짖던 지은의 모습을 떠올린 주혁이 입가를 가리고 웃어 보였다.
“으으음…….”
마침 지은이 정신을 차리고 깨어나려는 듯해 빠르게 맞은편 소파에 앉아 이미 진작 확인이 끝난 서류를 괜히 소리 내어 넘기자 지은이 눈을 떴다.
“으악, 잘못했어요!”
눈을 뜬 지은은 자신의 몸이 눕혀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소리를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분명 푸드 트럭도 하냐며 눈을 번뜩이던 몬스터 같은 성진과 눈이 마주친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는 도통 기억나질 않았다.
“와, 나 기절한 거였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리는 지은의 모습에 짐짓 진지하게 일하는 척 연기하던 주혁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성진이 녀석 얼굴이 좀 험악하긴 하죠?”
“어! 송주혁 씨!”
“치킨은 잘 전달 받았습니다. 푸드 트럭 운영만 하시는 줄 알았더니 직접 배달도 하시나 봐요?”
“길드장실에 들어갈 방법을 생각하다가 그만…… 대한민국에 치킨 안 시켜 먹는 사람 없잖아요. 혹시 치킨 싫어하세요?”
“그럴 리가요. 엄청 좋아합니다.”
“그…… 김성진 씨는 지금 없죠?”
“제가 내보냈습니다.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저도 그 녀석이랑 20년째 친구지만 어두운 데서 볼 때마다 놀라거든요.”
주혁의 말에 지은이 그게 뭐냐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놀란 걸 넘어 기절까지 했던 지은이 아무리 그래도 친구에게 말이 너무 심한 게 아니냐며 주혁을 타박했다.
본인은 말보다 행동으로 직접 옮겨 놀라서 기절까지 해 놓고선 말이다.
“아, 배 아파. 찢어질 거 같아…….”
“다 웃었어요?”
“네, 이제 더는 못 웃어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저를 찾아오신 이유에 대해서 들어 볼까 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주혁이 본체만체하던 서류 뭉치를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 전에 점심으로 사 오신 치킨이나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해 볼까요, 우리.”
치킨 다 식으면 아깝잖아요.
그렇게 덧붙인 주혁의 말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점심시간이니 이왕 사 온 치킨이나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던 참이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직은 따뜻한 닭 다리를 막 베어 물려는 찰나였다.
“제가 처음에 드린 게이트석 때문에 찾아오신 건가요?”
“쿨럭.”
찾아온 이유에 대해선 아직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쉽게 이유를 간파당해 버린 지은은 닭 다리를 베어 물려다 말고 크게 기침을 해야 했다.
저기요, 송주혁 씨. 일단 치킨은 먹고 이야기하자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