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1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09화(21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09화
협조를 구한다는 지은의 부탁에 돌아온 노아의 대답은 매몰찬 거절이었다.
“거절하지.”
“거절한다고요?”
“내가 너를 도와준다면 나는 무슨 이득을 볼 수 있는 거지?”
“…….”
“내게 득 될 것이 아무것도 없잖아? 제임스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엔 놀라긴 했어. 그렇다고는 하지만, 제임스가 너를 노린다면 그 역시 무슨 이유가 있겠지.”
“뭐라고요?”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제임스가 관 뚜껑을 열고 뛰쳐나온 좀비가 되었다고 해도, 미국에 피해가 가는 것이 있나?”
“그건…….”
노아의 말에 별다른 반박을 떠올리지 못한 지은이 말을 멈췄다. 노아의 말대로였다. 제임스는 죽지 않았지만, 죽은 상태나 다름없었다. 월드 랭킹에서도 이름이 이미 지워진 헌터를 살아 있다고 표현할 순 없었으니까.
“네가 원하는 것은 우리 노인네의 능력이겠지?”
“네, 맞아요.”
노아가 우리 노인네라고 지칭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단 한 명뿐인 사령술사, 데이비슨이었다.
사령술. 죽은 시체의 몸에 혼을 집어넣어 인형으로 만드는 저주받은 권능이었지만, 쓰러트린 몬스터를 아군의 충실한 종으로 만들어 물량전을 비롯해 지속전을 펼칠 수 있었다.
그 능력을 가진 데이비슨은 미국의 1세대 랭커이자, 전대 펜타곤 길드의 길드장이었다.
“이미 나이 들어서 기력도 온전치 않은 노인네야. 학자의 삶을 살고 있는 그 노인네의 능력을 빌리기 위해서 내가 직접 부탁까지 해야 하겠나?”
“…….”
“나도 헌터이기 전에 이 사회의 구성원이야. 전대의 영웅들에겐 그에 맞는 격식을 차리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기본 소양이지. 그러니 그의 능력을 빌리기 위해선 나 정도는 움직여 줘야 한다고.”
대답을 하지 않자 답답했는지 속사포로 말을 내뱉는 노아의 목소리를 지은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물론 속으로는 언제부터 그렇게 다른 헌터들에게 격식을 차렸고 존중을 했는지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금은 그저 가만히 숙이고 참아야 할 때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달리 불끈 쥐어지는 주먹은 어쩔 수 없었다. 핸드폰을 귀에서 살짝 뗀 채로 주먹을 쥐어 보이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데이비슨의 존재에 대해 알려 준 까망이가 조용히 속삭였다.
<왜. 그 건방진 미국 놈이 뭐라고 하길래?>
일단 까망이에게 대답하는 것을 손짓으로 대신한 채 지은이 스피커를 막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튼 첫 만남부터 별로 마음에 안 들었던 노아답게 깐죽대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너희 한국만 바쁜 거 같아? 우리도 바빠. 키드, 그 빌어먹을 토종 미국인을 미국이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고.”
지금 키드를 잡기 위해 가장 혈안이 된 나라는 미국이었다. 전 국가적 0급 사범이 된 키드의 국적이 미국이었기 때문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키드와 그 본거지인 해방의 날개를 처단하기 위해 수많은 미국 길드들이 대거 투입된 상태였다.
“뭘 원하는데요.”
“그렇게 나오셔야지.”
계속해서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노아였지만 그래도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오만하고 방자한 월드 랭킹 1위가 이렇게까지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리며 거절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지은에게 원하는 것이 없었다면 애초에 전화를 걸어오지도 않았을 터였다.
“저번에 너희들이 나에게 건 금제를 풀어.”
죄를 저지른 헌터나 각성자의 마나에 절대 풀 수 없는 제약을 거는 금제 마법. 마법사인 노아에게 소울 마나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행해진 금제는 치욕이나 다름없었다. 그 금제의 여파로 노아는 지은을 비롯한 한국의 헌터들에게 그 어떤 공격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금제를 풀면 저희에게 복수라도 할 셈인가요?”
“아니, 피차 할 일 많은데 그럴 생각은 없어.”
지은의 물음에 곧바로 답한 노아가 말했다.
“내 자존심의 문제야.”
“바로 확답드릴 순 없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요.”
“하, 거래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군. 지금 급한 건 그쪽 아닌가?”
노아의 말대로였다. 지금 급한 것은 제임스에게 한 번 기습을 당했던 지은이었다. 더군다나 한국의 랭커들이 대거 이탈한 지금 상황에서 노아의 도움 없이는 의심 가는 정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일단 협조해 주시면 금제를 푸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지은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더욱더 강경하게 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애초에 내 도움 요청을 거절하면 금제는 영영 풀 방법도 없을 텐데, 서로 배짱부리지 말고 일단 협조해 주면 생각해 볼게.’라는 뜻이 담긴 지은의 대답에 노아가 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재밌어! 넌 정말 처음부터 재미있었어.”
“저는 지금 재미없는데요. 대답이나 하세요. 저를 도와줄 건가요?”
“그럼 다른 조건을 걸지.”
“다른 조건이요?”
“금제를 푸는 것이 너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라면, 네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하려 하는데.”
“그게 뭔데요?”
“내가 처음으로 너에게 했던 제안.”
“그게 뭐였…… 아!”
처음으로 노아가 자신에게 했던 제안을 떠올린 지은이 말을 멈췄다. 펜타곤 길드에 들어온다면 노아와 똑같은 마스터의 자격으로 대우하고 원하는 모든 것을 해 주겠다던 그 제안을 지금 노아는 다시 지은에게 하고 있었다.
“미국으로 와. 너의 능력은 그 작은 땅에 머물러 있기 아쉬우니까.”
“진심이에요?”
“난 인재를 영입할 때 한 번도 거짓을 말해 본 적이 없어.”
정말로 노아가 복수나 자존심 때문에 자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말이 없자 자신의 제안에 흔들린다고 생각했는지 목소리를 살짝 높인 노아가 말했다.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게 해 줄게. 우리 길드로 와. 앞으로도 너의 요청이라면 내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 주겠다.”
“금제를 푸는 쪽이 낫겠네요.”
“뭐?”
“어차피 저희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서요. 공증된 자리에서 확실한 마법 계약서를 쓰고 금제를 푸는 쪽이 낫겠어요.”
“허…….”
지은이 진심을 담은 두 번째 영입 시도를 또 매몰차게 거절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는지 노아는 허탈한 한숨과 함께 말을 잃었다.
잠깐의 정적이 지나간 뒤 먼저 입을 연 것은 노아였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그럼 데이비슨을 한국으로 보내 준다는 말이겠죠?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좋은 거래였다, 라고 생각하며 지은이 말했다. 유일한 사령술사인 데이비슨이 한국에 들어온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제임스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였다. 첫 침입 이후 제임스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는 지은에게 노아가 말했다.
“너희 한국이 이번에 두 번째 5층 토벌전을 시작했지? 그게 오늘이었나?”
“네, 맞아요.”
“그 작은 나라의 어디에서 그런 인재들이 솟구치는지 모르겠군. 우리는 아직 4층에 머물러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곧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학회가 있지? 배우신 분들이 던전의 비밀을 풀기 위해 의미 없는 탁상공론을 하는 재미없는 자리 말이야.”
노아의 말대로 한국에서 곧 열릴 국제 헌터 연구 포럼. 학자의 삶을 살고 있다는 데이비슨이 이 포럼에 참가하지 않을 리 없었다. 이미 그쪽에서도 포럼에 참가하기 위한 준비를 끝내 놨을 것은 분명했다. 귀찮은 입국 수속 허가를 정부에 요청하지 않아도 된 것이 다행이었다.
“그럼 그때 오시면 저랑 만날 수 있게 미리 이야기만 전해 줘요.”
“뭐 알겠어. 그럼 그때 보자고.”
“네?”
뭐라 더 따지기 전에 뚝 하고 끊어진 통화.
뚜뚜뚜 하는 소리만 나는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잘못 들었겠지.”
<왜. 잘 풀린 거 아니었어?>
“국제 헌터 연구 포럼에 데이비슨이 참가하러 한국에 올 거야. 근데 노아가 방금 나보고 그때 보자고 했는데, 설마 아니겠지?”
<…….>
“정말 재수 없는 밥맛…… 아니지, 신성한 밥에 비유하기는 너무 격이 낮아. 그냥 재수 없는 사람이긴 한데, 그래도 월드랭킹 1위이자 미국의 간판이잖아. 그런 랭커가 어떻게 다른 나라에 자유롭게 오겠어.”
각 국가의 간판급 랭커들은 걸어 다니는 핵미사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그 나라 안에선 자유로울지 몰라도 다른 나라와 얽히게 되면 여러 제약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는데, 월드 랭킹 상위권 랭커들의 경우엔 해외여행조차 마음대로 다닐 수 없었다.
그 정도 수준의 랭커가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속한 국가의 허가가 필요했고, 방문하고자 하는 나라의 허가 역시 필요했다. 이게 다 무법 시절에 범죄를 저지르고 다른 나라로 도망친 헌터들이 도망친 나라에서도 범죄를 일으켜 심각한 국제 문제를 야기했기 때문이었다.
최소 반년 전에는 신청해야 수많은 검토 끝에도 겨우 허가가 날까 말까 한데, 하물며 월드 랭킹 1위인 노아가 이렇게 갑자기 다른 나라에 방문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근데 나는 왜 그 녀석이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하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구나.>
“나도 알아. 나도 느끼고 있다고.”
그렇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행운 능력치가 절대 10에서 오르지 않고 있는 지은의 경우, 불안한 예감은 결국 현실이 될 것 같았다.
“그냥 대놓고 거리를 돌아다녀서 제임스를 우리가 때려잡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혼자서 돌아다닐 순 있고?>
“…….”
오늘따라 자신의 말에 태클을 거는 까망이의 실력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아무런 할 말이 없어진 지은은 보급으로 토벌대에게 보내 줄 음식을 만들기로 했다. 그 전에 분점의 또 다른 역할인 던전 안 CCTV 영상을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지은의 슬픈 예감은 정말로 현실이 되어 가는 듯했다.
노아와 전화를 한 뒤 다섯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퇴근한 유라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뒤 TV를 틀어 놓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고 있던 지은은 화면 아래에 지나가는 뉴스 속보를 확인하고는 기겁을 해야 했다.
“저게……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정말 맞아요, 언니?”
“어…… 그런가 봐. 별일이네. 노아가 우리나라에 다 오고.”
“아아악!”
뉴스 속보로 지나가고 있는 내용은 다름 아닌 월드 랭킹 1위인 노아가 이번 국제 연구 포럼에 미국 대표 자격으로 참가한다는 내용이었다.
본인 입으로 배우신 분들이 의미 없는 탁상공론을 하는 재미없는 자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왜 갑자기 그런 재미없는 자리에 무려 대표의 자격으로 오겠다고 하는지 지은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난 데이비슨만 원했다고!’
차마 유라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었기에 소리를 칠 수도 없었다. 마음속으로만 소리친 지은이 먹던 오징어 다리를 신경질적으로 그릇 위에 던지고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기 시작했다.
곧바로 보던 드라마가 아닌 뉴스 속보로 이어진 TV에선 노아의 이례적인 한국 방문 요청을 오늘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승인했다는 말을 전하는 앵커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타들어 가는 속을 맥주로 진화시키려는 듯 단숨에 잔을 비워 나가는 지은을 보며 유라가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은아, 왜 그렇게 급하게 술을 마셔. 숙취가 두렵지 않아?”
숙취보다는 다른 것이 두려운 지은이었다.
저 재수 없는 인성 파탄자의 그때 보자는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아 지은은 유라의 만류에도 계속해서 술을 들이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