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1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10화(21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10화
국제 헌터 연구 포럼.
전 세계별로 다른 몬스터들의 유형과 그 성질, 그리고 각국마다 조금씩 상이한 공략 방법 등을 공유하는 매우 의미 있는 포럼이었다.
이 포럼을 개최한다는 것은 곧 주최국이 전 세계적으로 강대국으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늘 치열한 유치 경쟁이 펼쳐지곤 했다.
국제 헌터 연구 포럼을 자칭 배우신 분들께서 의미 없는 탁상공론을 하는 재미없는 자리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던 대상이 한국에 입국하는 현장을 생중계로 본 지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 진짜 왔어…….”
지금껏 단 한 번도 미국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최정상 헌터 노아. 그의 첫 방문 국가가 한국이라는 사실은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또 다른 충격을 안겨 주기 충분했다.
[시작된 미국과 한국의 신경전?] [황제가 직접 나섰다.] [제후국이 될 것인가, 황제의 제국을 위협할 또 다른 제국이 될 것인가?] [드디어 입국한 노아. 환호하는 기자들을 향한 백만 불짜리 미소.]“우웩.”
연이어 올라오는 노아에 대한 찬양 기사들. 물론 월드 랭킹 1위인 노아의 방한은 놀라운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 실체를 아는 지은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백만 불짜리라는 노아의 미소를 직접 보니 속이 메스껍기까지 했다.
“아침에 밥을 먹는 게 아니었어.”
속이 더부룩해진 탓에 배를 쓸어내리는 지은과는 달리, 무념무상한 표정으로 소파에서 뒹굴 거리던 까망이가 말했다.
<저놈이 정말 무슨 꿍꿍이일지 궁금하구나.>
“나도 진짜 모르겠네.”
<정말로 주인을 스카우트하려고 마음먹고 온 것 아닌가 싶은데.>
“절대! 절대로 안 가.”
<나도 양식보단 주인이 해 주는 한식이 더 맛있다.>
지은이 만든 음식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먹긴 했지만, 그래도 쌀밥에 따뜻한 국, 그리고 다양한 반찬들 앞에선 더욱 열정적으로 자신 몫의 식사를 하는 까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은 뭐냐, 주인?>
“글쎄…… 김치찌개를 만들까?”
<돼지고기를 숭숭 썰어 넣은 김치찌개?>
“바로 그거지.”
<나는 언제든 환영이다, 주인.>
의식의 흐름대로 점심 메뉴가 금세 뚝딱 정해졌다. 손가락을 접으며 김치찌개에 들어갈 재료가 집에 있는지 생각하던 지은의 눈에 환하게 웃으며 공항에 마련된 기자 회견대에 앉는 노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푸엣취!>
“계속 재채기를 하네? 괜찮아?”
<나는 괜찮다, 주인. 일단 저 미국 놈이 뭐라고 하는지 계속 보자꾸나.>
“무슨 소리를 할까 두렵네.”
의미심장한 저 미소가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살짝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 지은이 자신의 팔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얼마 없는 관계로 기자 회견은 짧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기자분들은 발언을 하시기 전 손을 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과연 노아가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할까, 혹시 자신과 전화를 통해 나눴던 대화들을 발설하는 건 아닐까. 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노아라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차고 넘쳤기에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 지은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노아. 헌터 일보의 주현경 기자입니다! 황제의 역사적인 첫 해외 방문입니다. 그 방문의 첫 행선지가 한국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통역 마법을 통해 기자의 질문을 모두 이해한 노아가 씨익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 또 연이어 카메라 플래시가 요란스럽게 터져 나왔다.
“한국은 이제 세계적인 헌터 종주국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나라가 되었습니다. 대현자로 불리는 헌터 이태백을 비롯해, 저를 턱 끝까지 쫓아온 송주혁이 있는 나라 아닙니까? 흔히 하는 립 서비스가 아니라, 이제 미국은 한국과 지금까지 쌓아왔던 굳건한 동맹 관계를 더욱 단단히 다져야 할 때입니다.”
노아의 말에 기자 회견장 일대에 큰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그동안 노아가 했던 발언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항상 자신이 세계 최강이며, 자신이 있는 펜타곤 길드와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단언하던 노아의 입에서 다른 나라의 헌터들을 인정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최초였다.
“그렇다면 이번 방한은 양국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확인하려는 목적이란 말씀이신가요?”
“물론입니다.”
지은은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나 깔끔한 대답을 이어 나가는 노아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원래 저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 것일까.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이번 방한에 맞추어 미국 정부에서 노아에게 입조심 좀 하라고 신신당부한 걸까? 아니, 애초에 그런다고 저 노아가 그 부탁을 들어줄 리 만무했다.
<에에…… 푸엣취!>
“물 좀 갖다줄까?”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왜 이렇게 코가 간지러운지 모르겠다냥.>
아침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해서 재채기를 하는 까망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예전 말투가 튀어나올 정도로 괴로워하는 까망이를 위해 따뜻한 물을 가지러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말씀해 주신 뉘앙스로는 다른 이유가 있으신 것처럼 들리는데요.”
“저도 각성한 이후 처음으로 다른 나라에 왔는데, 개인적인 이유가 없겠습니까? 당연히 관광 목적도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놀고 갈 겁니다.”
명목상 포럼에 참가하는 것으로 방한했지만 최선을 다해 놀겠다는 노아의 너스레에 기자 회견장의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곳에는 제가 꼭 만날 사람이 있어서요.”
“만날 사람이라면, 혹시 송주혁 헌터인가요?”
전 세계적인 라이벌 팬덤을 가지고 있는 노아와 송주혁. 현시대를 대표하는 하이 랭커들의 관계성은 그 존재만으로도 수많은 가십거리를 낳기 충분했다. 기자들의 기대감이 섞인 표정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던 노아가 마침내 입을 뗐다.
“방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양국의 발전과 우호 증진입니다. 하지만 저는 먼저 민지은 씨를 만나고 싶군요.”
“네?”
“뭐?”
물을 가지고 돌아오던 지은은 자신이 들은 것이 맞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저 X친 노아 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잘못 들었을 거라 애써 생각하며 고개를 젓던 지은은 이내 환한 미소를 짓는 노아의 모습을 보며 결국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이곳이 민지은 씨의 나라입니까?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습니다.”
“민지은 씨라면…….”
“제 열렬한 구애를 매몰차게 거절하길래, 제가 직접 찾아왔습니다.”
쨍그랑!
바닥에 떨어진 머그컵이 와장창 깨져 나가는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까망이가 지은을 보호하기 위해 기운을 불어넣은 덕에 깨진 컵 파편에 그녀가 다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주인! 괜찮나?>
어찌나 놀랐는지 코를 간질이던 재채기 기운이 쑥 들어간 까망이가 다급하게 지은을 불렀지만, 지은의 시선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노아의 뒷모습에 고정된 상태였다.
노아의 예상치 못한 폭탄 발언에 그나마 격식을 유지하고 있던 기자 회견장은 난리가 났다.
“열렬한 구애라뇨! 노아! 민지은 씨와 사적으로 아는 사이입니까?”
“민지은 씨와 무슨 사이시죠!”
엄청난 특종을 놓칠 수 없다는 심정을 담은 기자들의 처절한 외침이 생중계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지은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노아, 이 미친놈이 진짜아아아아!!”
* * *
노아의 폭탄 발언 이후 헌터 게시판은 물론이고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SNS를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노아의 열렬한 구애를 매몰차게 거절한 여자가 되어 버린 지은은, 지금 극도의 스트레스로 유일한 안식처인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 상태였다.
이곳저곳에서 걸려 오는 전화 때문에 핸드폰도 꺼놓은 지은의 입에서 한숨과 함께 욕설이 흘러나왔다.
“진짜 미친놈…….”
하필 저 미친놈의 폭주를 막아 줄 주혁도 던전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물론 노아라면 이미 그런 것까지 다 알아보고 자신을 엿 먹이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을 터였다.
침대에 누워 노아를 저주하고 있는 지은 대신에 컴퓨터 앞에 앉아 헌터 게시판의 최신 글들을 계속해서 정독하고 있던 까망이가 말했다.
<주인, 단숨에 인기 스타 됐다.>
“인기 스타아?”
<월드 랭킹 1위의 입맛도, 마음도 사로잡은 푸드 트럭 사장님이라고…….>
“아아아악!”
단순히 자신을 골탕 먹이기 위한 발언이었겠지만, 그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덮고 있던 이불을 뻥뻥 발로 차며 노아의 이름을 부르며 괴로워하는 지은을 측은하게 바라보던 까망이가 말했다.
<그러니 나는 애초에 반대했지 않았나, 주인.>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린 상태가 된 지은을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은 자신이 연락을 하지 않으면 노아는 절대 먼저 연락을 해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지금쯤 언제쯤 연락이 오려나 기대하며 웃고 있을 노아를 생각하니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 같았지만, 지금 제임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다.
“지은아! 부탁했던 핸드폰!”
퇴근을 하고 돌아온 유라가 핸드폰을 건네는 모습을 보니 지은은 노아에게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애초에 노아가 관심을 표하던 사람은 유라인데, 절대로 노아에게만큼은 유라를 넘길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다시 가슴속에 활활 불타올랐다.
“생중계 봤는데 진짜 X친놈 같아. 저거, 너 영입하려다가 개쪽 당한 거 분풀이하는 거 맞지?”
“그러니까요. 당분간 어디 나가지도 못 하겠어요.”
“조만간 길드에 쳐들어 올 기세던데, 절대 안 만날 거지?”
“…….”
“안 만날 거지? 진짜 X친놈이라 뭘 할지 몰라서 걱정돼서 그래.”
진심을 담아 걱정하는 유라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힘겹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당연히 안 만날 거라고 차마 거짓말을 내뱉진 못하는 지은이었다. 그런 지은의 머리를 쓰다듬은 유라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더러운 건 피해 가랬어.”
“네…… 피해 가야죠.”
그런데 피할 수 없으면 어떡하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은 이제 너무 구시대적 아닌가요? 피할 수 없어서 치명상을 입을 것 같은데요? 라고 차마 묻지는 못하는 지은이었다.
그런 지은의 심정을 알 리 없는 유라가 쉬라며 방에서 나간 뒤, 지은은 새로 개통한 핸드폰을 들어 올리고는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미리 적어 뒀던 번호를 하나하나 누르는 지은의 손이 살짝 떨렸다. 그 떨림이 두려움의 떨림이 아닌 빡침의 절정에 이른 떨림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까망이가 열려 있는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오우! 먼저 전화를 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는걸?”
통화음이 채 세 번도 가지 않았는데 기다렸다는 듯 받아 놓고 너스레를 떠는 노아의 목소리를 들은 지은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디예요, 지금.”
“어디긴, 네 마음속이지. 어땠어, 내 깜짝 서프라이즈는?”
“진짜 망하기 싫으면 그 입 닥쳐요.”
“…….”
저주 포션을 먹었을 때의 기분을 느끼며 간신히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욕설을 집어삼킨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노아도 지은의 낮은 목소리에서 본능적으로 더 장난을 치면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일단 만나죠,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