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1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11화(21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11화
“어디서 만날까, 우리?”
“……저희 집으로 오시죠.”
희대의 스캔들에 휘말린 지금. 국제결혼 반대. 신토불이(?)를 주장하는 헌터들이 청명 길드의 본청 건물 앞에 모여들어 집회를 열기까지 할 정도로 노아가 불러온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아를 만난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렇기에 지은은 노아에게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머리끝까지 밀려드는 짜증을 간신히 꾹꾹 눌러 참고 부탁했건만, 지은의 부탁을 들은 노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가 왜?”
“…….”
“원래 부탁할 게 있는 사람이 직접 찾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 네가 직접 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머물고 있는 호텔의 주소를 불러 주고는 전화를 뚝 끊어 버린 노아였다.
그리고 잠시 뒤 간신히 억누르고 있던 짜증을 터트리며 지은이 소리쳤다.
“금제도 걸려 있는 놈이 진짜아아아!”
* * *
<이게 맞는 건가 싶다, 주인.>
지은은 지금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까망이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노아를 만나기 전 지은은 생각했다.
‘이놈을 어떻게 조질까?’
금제가 걸려 있어서 자신을 위협할 수 없는 노아였다. 그렇기에 지은은 자신의 전용 무기인 프라이팬을 반드시 노아의 머리에 내리치고 말리라는 소망과 함께 변장을 한 채 노아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 잠입한 상태였다.
그것도 일반적인 손님이 아니라, 호텔의 직원으로.
일반 손님이 대놓고 호텔 프론트에 ‘안녕하세요, 저 노아를 만나러 왔는데요.’라고 묻는다면 ‘네, 그러시군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할 리 만무했기에, 지은은 직접 찾아오라 해 놓고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의 이름만 덩그러니 알려 준 노아 때문에 결국 유라의 권력을 이용하기로 했다.
주혁과 성진이 토벌을 나선 지금. 청명 길드의 길드장은 유라였다. 길드장 대리인으로서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라의 협조를 받아 호텔의 VVIP 구역에 출입할 수 있는 직원으로 잠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지은은 룸서비스를 핑계로 노아를 비롯한 미국의 학자들이 머물고 있는 층에 도착한 상태였다.
“음?”
국빈급 인사인 노아가 머물고 있는 층에는 삼엄한 경비가 세워져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가드들이 VVIP층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트레이를 드르륵 밀고 나타난 지은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을 보며 지은은 속에서 다시 천불이 터지는 것을 느꼈다.
‘하! 이것 봐라?’
월드 랭킹 1위가 뭐가 무서워서 자신이 머물고 있는 스위트룸에 경비를 이렇게 많이 세워 둔단 말인가. 이 모든 게 사실상 자신을 찾아올 지은을 엿 먹이기 위한 장치일 것이 분명했다. 한국 정부에 경비를 요청했던 만큼, 지금 이 층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의 헌터들이었다. 그들이 지은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노아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이실직고를 했던 덕에 유라가 이태서를 통해 넘겨준 아이템이 있었다.
[액세서리 : 왜곡의 안경]– 변장이 필요하신가요? 그렇다면 이 안경을 쓰세요!
다른 사람에게 본모습을 들키지 않게 변장할 수 있는 왜곡의 안경을 착용한 지은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가드들의 시선을 묵묵히 받아 내며 트레이를 끌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깐.”
자신을 불러 세우는 가드의 저지에 지은이 멈춰 섰다. 넓은 복도에서 가드가 의아한 얼굴로 지은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룸서비스 맞습니까?”
“네, VIP가 요청하신 룸서비스입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냥 남들의 이목을 피해서 노아를 직접 만나기 위한 꼼수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저희가 직접 전달하겠습니다.”
투철한 직업 정신! 귀찮은 일을 굳이 직접 하겠다며 호텔 직원복을 입고 있는 자신을 막아선 가드를 보며, 지은은 순간 ‘그런다고 수당이 더 나오진 않잖아요!’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 내야 했다.
“…….”
가드의 손에 트레이를 넘기면 한동안은 이 층에 올라올 적당한 이유를 만들기 힘들었다. 트레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지은이 손에 힘을 주는 순간이었다.
“배고파 죽겠는데, 왜 막고 있는 거야?”
굳게 닫혀 있던 스위트룸의 문이 활짝 열리며 가운 차림의 노아가 고개를 내밀었다. 신경질적인 그의 표정과 말투에 가드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거기, 빨리 안 가져와? 시킨 지가 언제인데 이렇게 늦는 거지?”
‘뭐 합니까? 빨리 가세요!’
가드에게 가로막힌 지은을 손으로 가리키며 노아가 다시 한번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런 노아의 말에 가드가 몸을 비키고는 빨리 가라는 듯 지은을 향해 손짓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놓칠 지은이 아니었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환하게 미소 지은 그녀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한식은 처음이시라 들었습니다. 요청하신 대로 코스 요리 식사 방법을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지은이 노아의 스위트룸 문을 닫고 들어가고 나서야 가드들은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타인의 마나를 억압하는 랭킹 1위 마법사의 기운을 견디기엔 무리였던 탓이었다.
“살 떨려서 미치겠군.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떨리는 기분이야.”
“그러게요. 정말 저희 같은 헌터들도 이러는데 서빙하는 저 직원분은 얼마나 힘드실지…… 어라?”
방금 전 신경질을 부리는 노아의 방으로 힘없이 끌려 들어가던 직원을 걱정하던 헌터가 이내 위화감을 느끼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방금 호텔 직원분은 헌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왜?”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멀쩡하게 걸어갈 수 있죠?”
“어?”
그제야 굳게 닫힌 방문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린 가드들의 얼굴에 수많은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닫힌 문은 열릴 리 없었다.
* * *
트레이를 끌고 들어선 지은이 착용하고 있던 안경을 벗자마자 노아가 배를 잡고 큰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웃겨요?”
“너무 웃긴데?”
그렇게 말하며 얄밉게도 계속해서 웃고 있는 노아를 가만히 노려보던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스윽 하고 프라이팬을 꺼내 들었다. 그제야 자신을 노려보는 지은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노아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내 장난이 너무 심했나?”
“당신, 금제가 걸려 있는데 배짱도 좋네요?”
어떤 방식으로도 지은을 비롯해 함께 파병을 갔던 일행들을 건드리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 노아가 그녀가 들고 있는 프라이팬을 보며 슬슬 뒷걸음을 쳤다.
“일단 그건 내려놓지그래? 나 좀 무서운데.”
“딱 세 대만 맞죠, 우리.”
“밖에 사람 부른다? 봤지? 가드들 많았던 거?”
“뚫고 갈 수 있으면 뚫고 가 보던가요.”
당당하게 문을 막고 선 지은을 본 노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월드 랭킹 1위인 자신이 비전투 계열 각성자에게 프라이팬으로 맞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굴욕적이었지만, 지금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체념한 듯 지은의 앞에 다가온 노아가 양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난 연약한 마법사야. 맞아 본 적도 없어서 맷집도 엄청 약하다고.”
“……그래서요?”
“한 대로 줄여 주면 안 될까?”
처량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노아를 보며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요청을 받아들여 준 것으로 이해한 노아가 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빨리 한 대 때려!”
“맞을 부위가 잘못됐어요.”
“……응?”
무슨 소리인가 싶어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떴던 노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고 있는 프라이팬의 모습이었다.
까아앙!
언제 들어도 경쾌한 타격음이 스위트룸 안에 울려 퍼졌다.
바닥에 처참하게 쓰러진 노아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머리를 감싸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지은이 중얼거렸다
“우리 한국에는 말을 안 듣는 사람의 뚝배기를 깨는 전통이 있답니다.”
“……나 죽어!”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해요, 노아.”
지금까지의 한을 모두 풀어내는 한 방 이후 물리 치료가 완료된 노아는 순순히 지은에게 소파를 내주고 자신이 바닥에 앉는 것을 택했다. 맷집이 약하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연신 맞은 부위를 문지르며 지은의 눈치를 보고 있는 노아를 보며 그녀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내가 왜 당신에게 연락을 한지 알아요, 노아?”
“제임스가 강령술에 걸렸을 확률이 높아서 도움을 청하려던 것이 아닌가?”
“그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위험해서예요.”
“뭐?”
지은의 말에 노아가 기가 찬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월드 랭킹 1위인 자신을 누가 감히 위협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지은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해 보였다. 결국 그 이유를 들어 보자는 듯 지은의 앞으로 바짝 다가가 앉은 노아가 말했다.
“내가 위험하다고?”
“그래요. 지금 상황에서 키드가 제일 먼저 노리고 있는 건 제가 아니라 바로 노아 당신이에요.”
“뭐? 키드? 푸하하하!”
노아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고작 키드가 감히 자신을 노린다? 오히려 노아가 가장 바라고 있는 것 중 하나였다. 자신이 있는 미국에서 감히 설치고 다니는 지하의 쥐새끼를 언제든 밟아 죽일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농담하지 마, 내가 아무리 너희에게 당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작 키드 따위에게 위험에 빠질 리 없으니까.”
“…….”
“뭐 너희 쪽은 그 녀석의 능력이 조금 무서울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거든. 아, 이거 나를 걱정해 준 건가?”
살짝 감동인데? 라고 말하며 능글맞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노아를 보며 지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강한 자들의 자신감은 문제였다. 지금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가 없는데, 자신의 힘을 너무나 믿고 있기에 일어나는 문제였다.
“이야기를 하자면 조금 긴데요.”
“음?”
“지금부터 제가 보여 주는 기억들을 믿어 줘야 해요. 우리가 누구랑 싸우고 있는지.”
“…….”
“당신이 고작 키드 따위라고 말하는 그자가 어떤 존재인지 당신도 알아야 해요. 거만하고 오만하기까지 하면서 재수 없는 당신도 결국엔 우리와 함께 싸워야 할 동료가 되어 주어야 하니까요.”
“무슨 말이야?”
“나와, 까망아.”
지은의 부름에 파우치에서 까망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단숨에 까망이가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챈 노아가 얼굴을 굳혔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지만.>
“…….”
타인의 마나에 간섭해 그 통제권을 뺏어 올 수 있는 통제권자. 노아는 각성한 이래 처음으로 자신이 마나의 통제권을 잃었다는 사실에 몸을 움찔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몸을 느끼며 눈을 데구루루 굴린 노아는 어느새 공중에 떠오른 까망이가 자신의 이마에 앞발을 딛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주인이 너의 힘 역시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에 그 뜻을 따르겠다.>
“이게 무슨…….”
<떠올려라. 자신의 힘에 취해 어리석은 꿈을 꾸었던 인간아.>
“…….”
<신은 물론이고, 우리의 존재조차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오만한 인간아.>
그렇게 말한 까망이가 노아의 이마를 부드럽게 밀었다. 그와 동시에 온몸에 힘이 탁, 풀린 듯 뒤로 넘어간 노아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노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까망이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너 또한 한낱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