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1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12화(21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12화
“흐음…….”
침대에 누워 꿀잠을 자고 있는 노아와 시계를 번갈아 바라보던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절반이나 되는 정령왕의 봉인이 풀린 지금. 까망이는 창조의 권능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능력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1회 차의 기억을 노아에게 보여 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는 노아의 기억 탐방이었다. 세 시간이 훌쩍 넘도록 미동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아를 낑낑대며 침대로 옮겨 줬던 지은은 그 이후로도 두 시간째 노아의 곁에 앉아 있었다.
“오늘 일어나는 거 맞아?”
<그러게. 나도 당황스럽다.>
길어 봤자 한 시간 정도로 예상했는데, 무려 다섯 시간째 1회 차의 기억 속에 빠져들어 있는 노아의 모습에 당황한 것은 까망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자신의 뜻을 굽힐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게 무슨 말이야?”
<1회 차와 똑같은 행동을 하려고 했던 게지.>
“똑같은 행동? 그게 너 또한 한낱 인간이라고 말했던 거랑 관련이 있어?”
지은의 물음에 까망이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에서 마치 정말로 얘는 안 되겠다는 진심이 느껴져 지은이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이었다.
<잘 생각해 봐라, 주인.>
“응?”
<얘는 진짜 안 될 녀석이야.>
“왜. 뭔데? 뭔데 그래?”
<이 녀석은 진짜 자기가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놈이다.>
“…….”
<세상이 끝날 때까지 자신이 더 큰 힘을 가지지 못해 세상이 망했다고 생각했던 놈이다.>
“세상에…….”
까망이의 설명에 지은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누워 있는 노아를 바라보았다. 때맞춰 정신을 차렸는지 천천히 눈을 뜨던 노아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가 한심한 표정으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노아를 향해 말했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뭐…… 뭐야. 여긴 어디야?”
“어디긴요. 당신 침대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직 기억 속에서 헤매는 듯했던 노아는 지은이 조용히 프라이팬을 들어 올리고 나서야 정신을 완전히 차렸다. 다급히 손으로 머리를 방어했던 노아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지은과 까망이의 모습을 보며 허! 하고 헛웃음을 짓고는 손을 내리며 말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
“나 쫄은 거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은이 성큼 다가오자 침대맡으로 바짝 몸을 붙이고는 경계 태세를 갖추는 노아였다. 그런 노아를 보며 프라이팬을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지은이 말했다.
“그래서, 뭘 좀 보고 오셨나요?”
“……그래.”
“어때요. 아직도 금제만 풀어 준다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너는 분명히 강한 인간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결국 한낱 인간에 불과해.>
“과거에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잘 보고 오셨죠?”
한낱 인간이라는 까망이의 신랄한 비판에 노아의 눈썹이 꿈틀댔다. 하지만 그런 반응과는 달리 순순히 시선을 내리까는 모습을 보니 방금의 기억 탐방으로 제대로 예절이 주입된 것 같았다.
“……내가 본 게 정말로 이미 일어난 일이라는 건가?”
“네, 이번에도 자존심 부리다간 큰코다칠 수 있어요. 당신이 깔봤던 바로 그 키드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신에게요.”
“……원하는 게 뭐야?”
인정하긴 싫지만, 정말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기억. 지은 역시 노아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이미 겪어 봤기에 알 수 있었다. 애써 부정하려 해 봐도 여전히 1회 차의 감정이 머릿속에 휘몰아치고 있을 터였다.
“원하는 거요?”
“……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나더러 믿으라고 하고 있는데, 그게 또 믿음이 간단 말이지. 신과 정령의 싸움이라니! 그것도 우리 인간들을 앞세워서?”
“……인간들을 앞세웠다, 라고.”
“지금까지 인간들의 편인 위대한 정령들께선 도대체 뭘 하고 계셨지? 직접 관여하지도 않는 주제에 인간들을 앞세워 자신들의 영역 싸움을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내가 가진 능력으로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 나는 판국에!”
비수처럼 날아드는 비아냥거림에 인상을 찌푸린 지은을 보며 코웃음을 친 노아가 말했다.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고? 결국에 끝이 정해지지 않은 이 세계에 살고 있는 건 바로 그 한낱 인간들이야. 애초에 우리가 신과 정령을 바랐던 적이 있었나? 이 세계의 종말을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정하는 신과 정령 따윈 필요 없다. 우리 인간들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해야 해!”
궤변이었다. 애초에 신도 정령도 바란 적 없으니 주어진 힘으로 운명을 인간들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노아의 말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명확한 적이 있는 지금, 같은 뜻을 가진 존재들끼리 힘을 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노아는 지금 정령의 편에도, 신의 편에도 서지 않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애초에 끝이 나는 싸움이긴 한가?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너는 알고 있나?”
“어떤 끝이 기다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가다간 당신이 봤던 끝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죠.”
“……그게 인간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왜 패배가 정해져 있는 운명을 당신 마음대로 결정해요? 그러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걸 분명히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은 채 도리어 정해져 있는 패배를 받아들이겠다는 노아의 말에 지은이 화가 나 소리쳤다.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한바탕 쏟아부은 뒤 숨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조용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적막을 먼저 깬 것은 지은 쪽이었다. 한숨과 함께 지은이 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결국 어느 쪽에도 서지 않겠다는 건가요.”
“그래, 정령이고 신이고 알 바 아니다. 나는 오로지 인간의 편이다.”
“적어도 어느 쪽이 우리 편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으면서도요?”
“…….”
명확한 적이 있는 지금, 같은 뜻을 가진 존재들끼리 힘을 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문 노아를 향해 지은이 서늘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던 당신은 지난 과거에서 원하던 바를 이뤘나요?”
“하,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한 노아가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돌렸다. 다른 존재의 도움 따윈 없이 인간들만으로 모든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함. 그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졌기에, 이상에 물들어 있는 그는 현실을 보고도 외면하기 바빴다.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요?”
“이번엔 너도 있잖아!”
“네, 저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있었을 때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어요.”
“…….”
“공동의 적이 나타난다면 당신의 뜻대로 인간들이 한데 모여서 싸울 수 있을 거라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안 된다면 내 능력으로 강제로라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인간들 스스로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던 건 노아 당신이에요! 그런데 이제 와서 당신의 능력으로 강제로라도 인간들을 묶어 놓겠다는 말은 모순이에요! 궤변이라고요!”
지은의 외침에 노아가 몸을 움찔했다. 그런 노아에게 바짝 다가서며 지은이 기세를 몰아 소리쳤다.
“노아,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해요! 당신이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아요. 상대방의 마나를 통제하는 권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마법사로서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다 안다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인간들의 대표가 될 수는 없어요.”
“…….”
“그 힘으로 당신이 모두의 위에 설 순 없을 거예요! 금제가 걸려 있으니까! 예전처럼 당신이 똑같은 파멸의 길로 다른 사람들을 억지로 끌고 갈 순 없을 거란 말이에요!”
“뭐?”
“그러니까 다 같이 힘내서 이겨 보자고요! 당신도 결국엔 전부를 구하지 못했으니까!”
“그렇다면, 나에게 금제를 건 것은…… 설마 미리 예상했던 거였나?”
이번에도 역시 노아가 쉽게 협조해 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지은은 이미 알고 있었다. 분명 1회 차의 자신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을 테고, 틀림없이 안배를 남겨 두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안배가 바로 노아에게 금제를 안겨 준 것이었다. 제멋대로 자신이 인간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노아를 억지로라도 끌고 갈 수 있는 안배.
하지만 지은은 그 안배를 이용해 억지로 노아를 끌고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금제를 이용할 생각 따윈 없어요!”
“……정말인가? 왜지? 금제에 걸린 나를 억지로 협박한다면 네 뜻대로 할 수 있을 텐데?”
“우리가 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우리는 싸우는 게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하는 동료니까요!”
“…….”
그제야 말뜻을 알아차린 노아가 멍한 표정으로 지은을 빤히 바라보았다.
1회 차의 기억으로 인해 이미 자신이 뜻을 굽히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지은이 금제에 대해서 언급했다. 금제를 걸어서라도 자신들에게 어떤 위협도 가할 수 없도록 만들었던 그 행동은 사실은 힘을 합치기 위함이었다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복잡한 표정이 된 노아를 향해 지은이 하고 싶었던 말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하나 예언할까요.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마나 폭주가 시작될 거예요. 종말론이 돌며 다들 불안에 떨겠죠. 절망적인 현실을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을 애타게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고요.”
“…….”
“그게 신이 가장 바라는 점이에요. 인간계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신에게 명분이 생길 거라고요.”
“신이 인간계에 개입할 명분…….”
“지난 과거에도 일어났던 일 아닌가요?”
지은의 말대로였다. 1회 차에서 창조의 대리자인 지은이 세상을 떠난 이후 상황은 계속 절망적으로 변해갔다.
절대 인간계에 직접 관여할 수 없었던 신은, 하루가 다르게 피폐해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을 찾는 인간들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직접 인간계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쟁취해 냈다.
“신의 군대가 쳐들어오겠죠. 던전이라는 이름의 지하가 아니라, 하늘에서.”
“…….”
“그리고 세상은 어떻게 됐죠? 당신의 예상대로 인간들은 공통된 적을 향해 단합되었나요?”
“아니.”
방금까지 확인했던 과거의 기억들이 노아의 머릿속을 어지러이 휘젓기 시작했다. 지성을 가진 신의 군대 앞에 인간들은 끊임없이 회유당했고, 편을 갈라 서로가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신이 지상에 강림한 이후, 정신 공격에 감염된 인간들은 스스로 지상을 재창조하는 일에 앞장서는 신의 사자로 전락했다.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정말로 그땐 끝이에요. 다행히도 지금은 신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았어요. 창조의 권능을 모조리 빼앗겼던 그때와는 다르게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남아 있으니까요.”
남은 정령왕은 셋. 거기에 드루이얼의 능력으로 던전 안을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기회까지 생겼다. 까망이의 힘이 점차 돌아옴에 따라 나날이 발전하는 지은의 능력은 던전 개척에 최적화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 랭킹 1위인 노아를 확실하게 같은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의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해 다른 나라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거라고 지은은 믿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죠.”
원하는 게 뭐냐며 소리치던 노아의 말에 이제는 대답할 차례였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우리 인간들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끔 노력해 봐요.”
“…….”
“저 빌어먹을 던전의 끝을 봐야 하거든요, 저는.”
“나보고 지상을 담당해 달라는 건가?”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잖아요, 당신.”
“…….”
“대단한 월드 랭킹 1위의 능력을 보여 줘요. 당신이 말했잖아요, 노아. 능력조차 없는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는 게 가장 화가 난다고.”
“……그래.”
“그러니 쓸데없는 혼란에 다른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보자고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