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1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13화(21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13화
진심이 담긴 지은의 말에 생각을 정리하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던 노아가 털썩 침대에 누우며 중얼거렸다.
“나는 모르겠다.”
“모르겠다고요?”
방금 전까지 그렇게 설명을 했는데, 결정을 회피하려는 듯한 노아의 행동에 지은이 인상을 찡그리며 베개를 퍽 내려쳤다. 그 덕분에 누워 있던 자세 그대로 고막 테러를 당한 노아가 괴로워하며 베개를 끌어안고는 발버둥을 치며 소리쳤다.
“아! 나도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할 거 아니야!”
“…….”
찌릿 째려보는 지은의 시선을 애써 피하려는 듯 노아가 베개를 반으로 접어 얼굴을 가린 채로 말했다.
“그러면 증명해 보던가.”
“증명이요?”
“너랑 함께 가면 지난 과거보다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걸 증명해 보라고.”
확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승낙이나 다름없는 말에 지은이 미소를 지었다. 손을 뻗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베개를 똑바로 펴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노아와 눈이 마주친 지은이 미소 지은 채 말했다.
“그럼 말한 대로 증명해 보죠.”
“증명을 한다고? 어떻게?”
“더 나아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증거들을 보여 드릴게요.”
그렇게 말한 지은이 노아를 향해 일어나 보라는 듯 손짓했다. 그 손짓에 홀린 듯 몸을 일으킨 노아의 손을 덥석 잡은 그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일단 저를 굳이 미국에 데려가지 않아도 될 이유부터 알려 드릴게요.”
“뭐…… 뭐야. 어디 가게?”
당황한 노아의 표정과는 달리 노아에게 보여 줄 새로운 것들이 기대되는 지은의 표정은 해맑기 그지없었다.
“나갈 거야? 나갈 거냐고!”
“한국 던전 들어가 본 적 없죠? 우리, 던전으로 가 볼까요?”
“던전? 지금 던전엘 간다고? 왜?”
“보여 줄게 있으니까요!”
“그런 게 어디 있어! 난 아직 밥도 안 먹었어! 저 룸서비스 진짜로 내가 먹으려고 시킨 거란 말이다!”
이미 다섯 시간이나 지난 탓에 차갑게 식어 버린 음식들을 확인한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지은의 손에 이끌려 거실로 나온 노아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이거 봐. 난 지금 배가 고파. 그러니까 밥을 먹을 때까진 아무데도 가지 않겠어.”
“흠…….”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프다는 노아의 항변에 지은의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바로 이동하려 했는데, 시간은 이미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태.
중요한 건 지금 지은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애초에 밥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은 본인이 아니라 노아였다.
“[열려라 신비의 문!].”
노아의 항변을 깔끔하게 무시한 지은이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거실에 문이 짠, 하고 나타났다. 직감적으로 저 문으로 꼼짝없이 끌려갈 운명이라는 것을 느낀 노아의 최후의 저항이 시작됐다.
“안 돼! 나 못 가. 난 여기 관광하러 왔어. 한국의 던전 같은 거 알고 싶지도 않다고! 내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어? 국제 문제! 그걸로 번질 수 있어. 잘 생각해 봐. 신중하게.”
“국제 문제는 무슨.”
“나, 이거 너희 정부에 정식으로 항의할 거야! 두고 봐. 진짜로 한다?”
“방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양국의 발전과 우호 증진입니다. 하지만 저는 먼저 민지은 씨를 만나고 싶군요.”
“어…….”
“여기가 지은 씨의 나라입니까?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습니다.”
“…….”
“제 열렬한 구애를 매몰차게 거절하길래, 제가 직접 찾아왔습니다.”
“하…….”
“그 열렬한 구애, 제가 받아 주겠다고요. 그러니까 가죠!”
“야! 잠깐만! 나 옷은 입어야 할 거 아니야!”
자신이 기자들 앞에서 내뱉었던 말을 그대로 기억하고 줄줄 읊는 모습에 할 말이 사라진 노아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운 차림을 지적하며 소리쳤지만, ‘인벤토리에 던전용 장비가 있을 거 아니에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지은의 손에 이끌려 결국 노아는 편안한 스위트룸에서 강제로 던전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 * *
“진짜…… X나 싫다.”
지은이 문을 열고 도착한 곳은 이미 5층 토벌대가 보급을 받고 떠난 두 번째 분점이었다. 2층의 아스라다 호수의 바로 앞에 있는 [아스라다 협곡 상류] 던전.
지상과는 다르게 환한 낮이었지만, 협곡의 특성상 빼곡하게 솟아오른 나무들에 햇빛이 가려져 주변은 어두컴컴했다.
“사람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커다란 도마뱀 몬스터를 손짓 한 번만으로 구속해 지은의 앞에 빈사 상태로 만들어 가져다 바치며 푸념하고 있는 노아는 지금 순백의 가운을 입은 상태 그대로였다.
“인벤토리에 장비가 없을 줄 상상이나 했나요, 제가.”
“그거 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야. 나는 애초에 보여 줘야 하는 입장이라고. 그래서 항상 던전 입장 전에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한 대만 때리면 되게 만들어 주실 순 없나요? 월드 랭킹 1위가 그 정도 힘 조절도 안 돼요?”
“아! 사람이 말하던 중이었잖아!”
“그쵸? 이 정도는 누워서 떡 먹는 것처럼 쉽게 해 줄 수 있죠?”
“당연하지!”
랭킹 1위를 언급하며 자존심을 살살 긁자 곧바로 우쭐거리던 노아가 다음에 잡아다 바친 도마뱀은 머리를 살짝 프라이팬으로 내리치는 것만으로도 처치 알림이 떠올랐다.
“역시 랭킹 1위는 다르네요.”
“그럼. 이 정도의 세밀한 마나 컨트롤이 얼마나 어려운…… 잠깐.”
“쯧.”
“내가 왜 네 레벨 업을 돕고 있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칭찬을 하면서 막타만 치며 몬스터를 잡아 편하게 꿀을 빨려던 지은은 예상보다 빠르게 노아가 정신을 차렸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며 혀를 쯧 하고 찼다.
지금은 파티원인 하소연과 남운이 저마다 토벌대와 키드 추격조로 나뉘었기에 정상적으로 파티 유지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200이 넘는 레벨을 보유하고 있는 노아와는 애초에 파티를 맺어 사냥을 한다고 해도 경험치나 재화가 들어오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버스 승차 방지였다.
그렇지만 지은은 시스템이 딱 잘라 안 된다고 정해 놓은 규칙의 틈을 찾은 상태였다.
일단 노아를 아르바이트생으로 지정한다. 분점 안에선 푸드 트럭의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고, 거기에 안전 영역까지 보장받는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지정된 노아는 안전 영역 안에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조금 이용할 생각이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지정되고 나서야 상위 균열에서 자신이 왜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안전 영역 밖으로 튕겨져 나갔는지 이해한 노아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이런 꼼수가 있었구나.’라며 말도 안 된다는 듯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던 노아는 이내 억울하다는 듯 빼곡한 나무들을 둘러보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1. 안전 영역 안에선 아르바이트생은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2. 안전 영역 안에 몬스터는 들어올 수 없다.
3. 노아는 마법사다. 몬스터를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
4. 마법을 사용해 안전 영역 안으로 몬스터를 이동시키면 몬스터는 어떻게 될까?
퍼억!
바로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었다. 몬스터는 노아의 마법에 온몸이 구속된 상태로 안전 영역 안으로 강제로 끌려 들어왔다. 그리고 안전 영역의 결계인 붉은 선에 몸이 닿자마자 곧바로 몬스터는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그 몬스터는 노아가 미리 옮겨 온 커다란 바위에 그대로 부딪혀 빈사 상태에 이른다.
사실상 몬스터는 노아의 스킬이 아니라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로 인해 빈사 상태에 이른 것이라는 지은의 생각대로, 그렇게 기절한 몬스터를 처치한 경험치는 고스란히 지은에게 들어왔다.
그저 의자를 펴 놓고 앉아 있다가, 노아가 배달해 준 몬스터의 머리를 프라이팬으로 한 대만 툭 때려도 이미 기절이나 빈사 상태에 놓인 몬스터는 쉽게 가루가 되었다.
지은의 속셈을 알아챈 노아가 안 할 거라며 잠깐 반항해 봤지만, 노아의 맨발에는 어느새 지은의 운동화가 신겨져 있었다.
“그 운동화 뺏기고 싶어요?”
“…….”
“진흙에 맨발로 있고 싶으면 뭐 마음대로 해요.”
“진짜 치사하다.”
“그것도 다 제 장비거든요? 사이즈도 안 맞아서 지금 구겨 신고 있으면서 불만을 이야기할 처지예요?”
“……애초에 네가 여기에 끌고 들어오지 않았으면 되는 거 아니야?”
“……한 마디만 더 하면 의자도 압수.”
편안한 캠핑 의자에 앉아 있던 노아가 몸을 움찔했다. 의자도, 신발도 다 지은의 것이었다. 노아는 습기가 가득해 진흙투성이인 땅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체념하고 지은에게 몬스터를 바치는 작업을 계속해야 했다.
“레벨 업했어요!”
29레벨에서 레벨 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레벨이 10단위로 오를 때마다 스킬은 물론이고 스탯 상승 폭이 가장 컸기에, 30레벨이 된 지은이 환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결국 네가 레벨 업을 하려고 나를 이용했구나.”
“이용이라뇨. 같이 힘을 합치는 거죠.”
“……내가 얻는 이득은 뭐지?”
뻔뻔한 지은의 말에 황당했는지 손을 앞으로 쭉 뻗으며 손을 까딱거리는 노아를 보며 지은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배고프다고 했잖아요. 한국식 꼬치구이를 던전에서 먹어 보고 싶지 않아요?”
“…….”
“분명 특별한 경험일걸요?”
그렇게 말하며 미리 피워 둔 모닥불에 척척 나뭇가지를 세우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노아가 못 말린다는 듯 피식 웃어 보였다.
“그래, 어디 한번 또 보여 줘 봐. 미국에서는 햄버거였고, 한국에서는 꼬치구이라.”
이미 노아가 오기 전 토벌대의 예상 속도에 맞춰 엄청난 양의 음식을 만들었던 지은이었다. 잠을 자는 것도 줄이면서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음식을 만들었던 지은의 숙련도 레벨은 쭉쭉 상승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사람들에게 음식을 공급했기에 가산점이 붙었는지 숙련도는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올랐다.
애초에 지은은 노아를 만나서 던전에 들어올 생각이었다. 비록 생각보다 시간이 늦었지만, 던전에서 노아에게 뭔가를 먹이긴 해야 할 것 같아 만들어 뒀던 모둠 꼬치. 순살 닭다리살과 함께 새우, 은행, 파가 조화롭게 꽂혀 있는 알찬 구성의 모둠 꼬치였다.
염통 꼬치는 물론이고, 구우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 닭 껍질 꼬치에 찍어 먹거나 발라 먹을 수 있는 매콤한 양념소스와 데리야끼소스가 지은의 인벤토리에서 척척 나오기 시작했다.
굵은 나뭇가지로 만든 지지대 위에 석쇠를 올리자 그 위에 다양한 종류의 꼬치가 올라갔다. 타닥타닥 타는 장작불 소리와 함께 직화 꼬치구이의 냄새가 금세 안전 영역 안에 풍기기 시작했다.
“레벨 업을 도와준 보답이에요.”
“냄새가 아주 좋군.”
멀찍이 떨어져 있던 노아가 어느새 의자와 함께 불 앞에 바짝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자글자글하는 소리가 함께하는 직화 모둠 꼬치의 비주얼과 냄새는 환상적이었다. 이런 걸 경험해 본 적이 없는 토종 미국인 노아는 그 황홀한 광경을 턱을 괸 채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노력할게요. 레벨이 오르고, 제 클래스의 숙련 레벨이 오르면 이런 분점을 더욱 많이 설치할 수 있을 거예요.”
“…….”
“미국의 던전에도 이런 분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같이 힘내 보자고요. 어때요? 나쁘지 않은 제안이죠?”
그렇게 말하며 꼬치를 건네는 지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아가 피식 웃으며 꼬치를 받아 들고는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입 안에서 팡하고 터지는 새우와 닭고기의 육즙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거 좋은 제안이군.”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