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1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14화(21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14화
“이제 더는 못 먹겠다.”
수북이 쌓인 꼬치들. 정말로 배가 고팠는지 앉은 자리에서 30개가 넘는 꼬치들을 먹어 치운 노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배를 탕탕 두드렸다.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금방 질리는 것 같아. 한국식 꼬치구이도 별거 없는 거 같군.”
“…….”
구워 주는 족족 맛있다며 먹어 놓고 배가 차고 나니 헛소리를 하는 노아였다. 얄미운 마음에 입가심을 하라고 주려던 콜라를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지은이 나무 꼬치를 집어 들어 노아에게 겨냥하며 말했다.
“음식에 대한 모욕은 참지 않죠.”
“취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나무 꼬치가 자신의 미간을 꿰뚫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아가 다급히 고개를 숙여 보이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빠른 예절 주입이 완료된 노아의 모습에 지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나쁘지 않죠.”
“……그래, 네 말대로 이런 분점이 우리 미국 던전에도 설치된다면 정말 좋겠어.”
“그쪽도 많이 열악한가 봐요?”
“우리 쪽은 더 해. 애초에 다들 자기 이익들만 쫓는 놈들이라서 너희 한국처럼 위험한 도전을 하지 않으려 하지, 다들.”
“그렇군요.”
“너희 한국인들이 이상한 거야. 이 작은 나라에서 랭커들이 쏟아지는 것도 이상한데, 그 랭커들이 다들 열정적으로 던전 공략에 참가하잖아. 정말이지 부러워.”
한국인의 종족 특성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던전 공략 진행도. 세계의 그 어떤 나라보다 던전 공략에 진심을 다하며 그 공략 속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노아의 씁쓸한 대답에 지은은 문득 1회 차의 자신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생각해 보았다.
전 세계의 던전에 흩어져 있었을 1회 차의 봉인된 정령왕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들은 균열이 생기든 말든, 던전 공략을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었을 터였다.
이러니까 모든 힘을 사용해 남긴 안배 중 가장 가장 첫 번째는 다름 아닌 봉인된 정령왕들을 한국의 던전에 몰아 놓는 것이었다.
“이 정도 약속이라면 열렬한 구애에 대한 대답은 됐나요?”
“충분하지.”
강제로 지은을 데려갈 생각이 가득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금제가 걸려 있는 지금은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그 이유만이 아니고 지금은 지은이 먼저 나서서 절충안을 제안해 줬을 뿐만 아니라, 애초 그녀를 강제하고 싶은 생각이 노아에겐 전혀 없었다.
“넌 정말 특이하군.”
“네?”
“비전투 계열 각성자가 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따박 따박 도발하는 것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어.”
“도발하는 것을 알면서도 걸린 거예요?”
“뭐 별거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당하고 나선 크게 후회했지만.”
“후회해요?”
“……아니.”
잠깐 생각하던 노아가 고개를 저었다. 지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아가 씨익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만약 너를 강제로 데려왔다면, 이런 즐거움은 누리지 못했겠지.”
“오…….”
떨떠름한 지은의 얼굴을 무시한 채 노아가 말을 이었다.
“물론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아. 인간의 운명은 인간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 좌우되는 삶을 위해서 살고 있는 게 아니잖아.”
“그렇죠.”
“그래도 지금은 적어도 같은 편을 도와야 한다는 것 정도는 확실히 이해했어. 그리고 네가 있으니까 시간은 조금 걸릴지 몰라도 분명 더욱더 나아질 거란 것도 이젠 믿어.”
타닥타닥. 마른 장작에 불이 옮겨붙는 소리와 함께 진지한 노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크게 느껴지는 것은 그 말에 담긴 진심이 컸기 때문일까.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진지한 모습에 지은이 대견하다는 듯 노아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말했다.
“생각보다 생각이 깊었네요?”
“……잠깐. 그런데 너 몇 살이야?”
“갑자기 나이는 왜요?”
“내가 분명 너보다 한참 나이가 많을 텐데, 왜 나를 동생 대하듯 하지?”
“한국에 있다고 갑자기 유교맨이 되셨나. 다른 사람들한테 다 반말하다가 이제 와서 왜 나이를 따지고 그래요?”
“뭔가 기분이 이상하잖아. 분명 내가 나이가 많은데 왜…….”
“됐고 이제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이나 이야기해요. 제임스를 잡을 방법이 있을 거 아니에요.”
“제임스고 자시고 이건 심각한 문제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진지하게 좀 가나 했더니, 이 나이만 많은 초딩이 진짜!”
* * *
한밤중의 던전 나들이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애초에 선대의 손을 빌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왔으니 분명 제임스를 잡거나, 그 능력에 대해 알아낼 자신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대로 노아는 제임스가 강령술에 걸린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강령술에 걸렸다…… 그러면 지금 제임스는 확실히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겠네요.”
“맞아.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봐야 해.”
“세 가지나 돼요?”
“강령술에 걸린 것은 확실해. 다만 이게 조금 애매한 게, 애초에 강령술에 걸린 상태로 살아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제야.”
“그게 무슨 차이인데요?”
“이해가 안 돼?”
“설명을 이상하게 하니까 그렇죠.”
“내가 무슨 설명을 이상하게 했다는 거야.”
“그러니까, 강령술에 제임스가 걸렸던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언제 강령술에 걸렸냐가 중요하다는 소리 맞나요?”
“그래,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답이 없는 건 애초에 죽어 있었던 놈이 강령술을 당한 채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었다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큰 문제라는 거지.”
노아의 설명을 들은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만약 제임스가 키드에게 죽고 나서 강령술에 걸린 것이 아니라, 애초에 죽은 채 강령술에 걸려 있던 상태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게 분명했다.
이미 죽은 사람이 강령술로 인해 살아난 것도 모자라 버젓이 활동하며 로컬 랭킹에도 표시가 되고 있었다는 뜻이니까.
“그건 정말 소름 끼치는데요.”
“만약에 정말로 죽은 사람이 이미 강령술로 활동을 하고 있었고, 랭킹에까지 표시가 되고 있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헌터들을 의심해야 하는걸까.”
노아의 말대로였다. 당장 살아 있는 사람과 이미 죽어 있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이 말도 안 되는 강령술을 과연 누가 펼치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했다.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 최악의 경우였다.
“그래도 자신 있게 한국으로 넘어온 것을 보면 뭔가 알아낸 게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노아를 본 지은의 추궁에 그가 피식 웃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연히 알아낸 게 있지.”
“그게 뭔데요?”
“일단 제임스를 잡아야 해.”
“네?”
“제임스가 너를 노리고 있다며?”
“그게요. 조금 애매해요.”
정말로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첫 침입 이후 제임스는 단 한 번도 지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직접 미끼가 되어 볼 심산으로 대놓고 혼자서 집 밖을 배회하거나, 장을 보거나, 길드에 출퇴근까지 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까지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의 사정을 모두 듣고 난 노아가 감을 잡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는데 나타나지 않는다라. 그럼 내 짐작이 맞는 것 같은데.”
“세 가지 수가 있다면서요, 첫째, 죽은 상태에서 강령술에 걸린 채 활동했었다. 둘째, 키드에게 죽고 나서 강령술에 걸렸다. 마지막 셋째는 뭔데요?”
“마지막 셋째는 바로…….”
금방 말해 줄 것처럼 하다가 말을 자르는 노아였다. 마치 스스로 더 생각을 해 보라는 듯 손짓을 하는 노아의 표정이 얄미워 지은이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뭐 강령술사 본인이 제임스라던가?”
“정답.”
“네? 진짜요?”
그냥 한번 넘겨짚어 본 거였는데 잘했다는 듯 박수를 치며 정답이라 말하는 노아의 모습에 놀란 지은이 눈을 크게 떴다. 시체를 일으키는 저주받은 능력은 전 세계에 단 한 명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제임스가 강령술사 본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일까.
“두 번째 강령술사가 나타났을 수도 있지.”
“강령술사가 본인의 죽음을 이용해서, 본인이 다시 살아나 활동을 한다…….”
“일단 제임스 그 녀석이 너를 제대로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부터 뭔가 이상했어.”
지은 역시 마찬가지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점이었다. 분명 처음부터 자신을 노리고 침입했던 게 맞다면, 능력조차 사용하지 않고 그저 평범한 암기를 던질 리가 없었다.
“강제로 능력이 개화된 거지.”
“그게 가능해요?”
“마법은 원래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법이야.”
누가 마법사 아니랄까봐, 이태백과 이태서가 했던 말을 똑같이 내뱉는 노아를 보면서 지은은 마법사들 사이에선 저게 영업 멘트라도 되는 건가? 하고 생각해야 했다.
“너도 정령의 대리자라며. 너도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잖아.”
“……아!”
“그러니까 네 설명대로라면 키드 그놈의 뒤에 신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며? 신의 입장에선 기껏 골라 놓은 본인의 대리자인 이태서는 이미 너의 계획에 빠져서 완전 버리는 패가 됐고.”
“그러면 키드에게도 저와 비슷한 종류의 능력이 계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인간들을 내세워서 편하게 전쟁을 하려 했는데, 그게불가능해진 상황이잖아. 나 같아도 선수 교체를 하겠다.”
“선수 교체…….”
“최근에 이태서에게 뭐 특이 사항 없어?”
“음…… 아뇨, 변한 건 없는 거 같은데요. 만약 그런 게 있다면 본인이 저에게 직접 말을 했겠죠.”
“이태서가 변한 것이 없더라도 키드는 확실히 변했을 거야. 내 입으로 말하기 재수 없지만, 나 과거에 지금의 키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누군가한테 죽었던 것 같거든.”
생각보다 과거에서 많은 것을 보고 왔는지, 키드에게 죽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노아의 얼굴에는 짜증이 한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지은의 말대로 어쩌면 키드가 상당히 귀찮은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지은과 까망이의 도움이 없었다면, 황당하게도 자신이 보고 왔던 1회 차처럼 키드에게 자신의 능력이…… 까지 생각하던 노아가 몸을 흠칫 떨었다.
“잠깐. 잠깐만.”
“네? 갑자기 왜 그래요?”
“이래서 문제를 놓고 토의를 하는 게 중요해. 정말 중요한 걸 놓칠 뻔했어. 이걸 보고 왔으니 천만다행이지!”
엄청난 것을 깨달았는지 놀란 표정이 된 노아를 보며 지은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졌다. 대답을 재촉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 ‘그래, 그러면 말이 되겠다.’ 라거나 ‘그러면 이미 강령술에 걸려 있는 상태라는 건가?’라며 중얼거리던 노아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지은의 옆에 나란히 앉으며 소리쳤다.
“과거의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그건…… 저도 모르죠.”
“내 능력을 완전히 흡수당해서 죽었어.”
“능력을 흡수당했다고요?”
“그래! 이 빌어먹을 녀석이 내 능력을 모조리 흡수해 버렸다고.”
노아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챈 지은은 소리 없는 경악에 빠졌다. 다른 사람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그런 능력을 지금의 키드가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강령술사의 능력을 흡수했을 수도 있다는…….”
“빌어먹을. 어떻게 내가 이걸 몰랐지. 같이 비행기도 타고 왔는데.”
같은 결론에 도달한 지은과 노아가 동시에 이번 사건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입에 담았다.
“데이비슨이 이미…….”
“당했을 확률이 높지. 젠장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