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1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16화(21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16화
일을 한번 크게 키워 보자는 노아의 말이 영 믿음직스럽지 않았던 지은이었다. 다만 전혀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기에 지은은 결국 노아의 말대로 길드에 이야기를 했다.
맛있게 아침밥을 먹던 유라가 숟가락을 떨어트릴 정도로 놀랄 이유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뭐…… 뭐라고, 지은아?”
“저, 노아랑 만나서 식사하기로 했어요.”
갑작스러운 지은의 폭탄 발언에 떨어트린 숟가락을 다시 주워 올린 유라가 정말로 당황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갑자기 왜?”
“사실은요…….”
자초지종을 들은 유라가 새로운 숟가락을 가져다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지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런 이유로 키드의 반응을 확인해 보려고요. 데이비슨이 노아와 과연 접촉을 할지 떠보기 위한 것도 있고요.”
“아…… 그렇구나.”
납득이 되었다는 듯 새로운 숟가락으로 콩나물국을 떠먹던 유라가 숟가락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상황 설명을 마무리하고 그제야 밥 한 숟가락을 뜨려던 지은이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유라를 바라보았다.
“그렇구나는 무슨!”
“네?”
“아니, 그 X친놈이 알아서 해결하게 냅두면 되지. 뭐 하러 그런 놈이랑 점심을 같이 먹어?”
자신을 쏘아보며 하는 유라의 모습에 당황한 지은이 덩달아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니, 대놓고 우리 길드에 통보를 했어?’라고 중얼거리던 유라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여보세요.”
“뭐야, 아침부터.”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무심한 목소리에 전화를 건 상대가 이태서임을 알게 된 지은이 유라의 눈치를 봤다. 사실 노아를 만나러 가는데 도움을 준 유라에게 신신당부를 들었던 지은이었다.
‘노아, 그놈이 너한테 뭔가를 요구하면 일단 받아들이지 말고 나한테 상의해야 해. 알겠지?’
그런 유라의 신신당부를 어겼기에 주눅이 든 지은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뭔가에 화가 난 듯한 유라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노아, 이 X친놈이 우리 지은이를 꼬시려 하고 있다니까?”
“저를 꼬드겨요?”
“……그 사실을 송주혁도 알고?”
여기서 주혁의 이름은 갑자기 왜 나오는 걸까. 남운도 아니고 주혁의 이름이 나온 것에 대해 지은이 의아함을 가지던 찰나, 그건 자신도 모른다는 유라의 대답에 이태서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송주혁이 모르면 남운도 모르고 있겠네.”
“저, 일단 저랑 노아가 만났다는 사실은 두 사람도 알고 있을 텐데요.”
“아는데 안 돌아온대?”
“돌아오면 안 되죠! 키드를 여기에 저랑 노아가 묶어 두면 해방의 날개 길드를 일망타진할 확률이 높아질 텐데요!”
“……이런 상태면 별로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안 그래?”
지은의 어찌 보면 합리적인 이야기에 잠시 말이 없던 이태서가 유라에게 동의를 구한다는 듯 말했다. 자신을 힐긋 바라보는 유라의 눈빛에 두 손을 내저은 지은이 이때다 싶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노아가 저를 꼬시려 하다니요. 이미 그건 다 해결됐어요.”
“해결이 됐다니?”
“저를 계속해서 펜타곤 길드로 영입하려고 했는데요. 제가 딱 잘라서 거절했어요. 그냥 우리 서로 돕고 사는 사이가 되자고요.”
“서로 돕고 사는 사이?”
“노아가 확실히 제멋대로에 싸가지도 없고 재수도 없지만요. 그래도 그 능력만큼은 알아줘야 하잖아요. 월드 랭킹 1위에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강한 헌터고요.”
“그래서?”
“앞으로 저희는 던전 공략에 집중을 해야 하고, 던전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쓰다간 그 속도가 늦어질 수 있어요. 노아가 약속한 대로 우리에게 협조만 잘해 준다면…….”
“무슨 협조?”
“아, 그게…….”
계속해서 말을 이으려던 지은이 입을 꾹 다물었다. 생각해 보니 왜 자신이 노아와의 점심 한 끼로 이렇게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을 하다 말고 태도를 바꿔 자신을 노려보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유라가 당황한 듯 말했다.
“지은아, 지금 언니를 그렇게 노려보는 거야?”
“네!”
“세상에…….”
“언니는 저한테 걱정이 너무 많아요! 노아가 저를 꼬시려고 하다뇨! 다 서로 이야기해 보고 저도 노아가 제안한 방법이 꽤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결정한 일이란 말이에요!”
“지…… 지은아?”
“노아가 자기밖에 모르고 재수 없고 싸가지 없긴 하지만, 그래도 막상 그렇게 사리분별도 못 하는 무개념은 아닌데요! 저도 저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단 말이에요!”
안 그래도 자신을 호위한다는 명목 하에 많은 간섭을 하고 있던 유라에게 알게 모르게 쌓여 가던 지은의 불만이 폭발했다.
항상 밖을 나갈 때면 호위 팀의 이중 삼중 호위를 받으면서 파우치 속에는 항상 까망이가 대기 중이고, 그것도 모자라 이태서의 수호 마법이 걸린 각종 액세서리로 중무장을 하고 다녔던 지은이었다.
습격을 받았던 이후로 한층 더 두터워진 밀착 호위는 지은도 동의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빈틈을 보여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넌지시 이야기했음에도 유라는 이태서까지 불러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완강하게 지은의 의견을 묵살하기 일쑤였다.
“지금 키드에게 휘둘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빨리 새로운 정령왕의 봉인을 풀지 않으면……!”
“……지은아!”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격한 반응에 당황했던 유라가 말을 하다 말고 휘청이는 지은의 모습에 깜짝 놀라 일어나 손을 뻗었다.
속절없이 감겨 오는 눈, 희미해지는 시야 너머로 그 모습을 확인한 지은은 채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화를 내려는 게 아니었…….”
* * *
“으음…….”
눈을 뜬 지은은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정신 탓에 몽롱함을 느끼며 고개를 저은 지은은 마침 방문 밖에서 들리는 유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 정신이 돌아오진 않았는데 의사 말로는 과로래.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고 푹 쉬면 낫는다네.”
‘과로…….’
물론 최근 들어 지은은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었다. 매일같이 100명분의 식사를 분점에 보급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음식을 만들었고, 똑같은 메뉴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과로로 쓰러질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레벨 업을 하면서 오른 스탯들은 확실히 예전과 다른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들어 줬다.
‘내가 유라 언니에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화를 냈던 것 같은데…….’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직전,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유라의 얼굴이 떠올라 지은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짜증이 밀려왔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은 분명 자신을 걱정해 주는 유라에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짜증을 냈고 소리를 치기까지 했다.
“아무튼 요즘 무리를 했던 건 사실이니까. 그러니까 만나기로 했던 건 다음으로 미뤄.”
시간을 보니 노아와 약속했던 한 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유라가 전화를 하고 있는 상대가 노아라는 것을 대화 내용으로 짐작한 지은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가만히 누워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의식을 잃었던 탓에 충분히 잠을 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지은은 지금 자신의 몸 상태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루면 안 돼요.”
방문을 열고 나온 지은이 대뜸 내뱉은 말에 유라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지은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은 유라가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지금 노아를 만나러 나가겠다는 거야?”
“네, 키드가 지금 한국에 있어요. 그러니까 최대한 키드를 유인해 내야 해요.”
“다 좋은데 오늘은 그만 하자고, 지은아. 네 몸 상태를 먼저 걱정해야…….”
“언니! 같은 말을 왜 계속 반복하게 하는 거예요!”
이러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지은의 입에서 나온 것은 날이 잔뜩 선 목소리였다. 아차 싶었는지 입을 다문 지은과 유라 사이에서 숨죽일 듯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너, 지금 이상해.”
먼저 둘 사이의 고요한 적막을 깬 것은 유라였다.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내려놓은 유라가 반항적인 눈빛을 하고 있는 지은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너 지금 너무 이상하다고, 지은아!”
“제가 뭘요!”
도리어 소리를 지르며 반박하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유라가 멈칫 몸을 굳혔다. 단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던 지은이 왜 이렇게까지 날이 선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걸까. 지금의 지은은 유라가 보기에 매우 이상했다.
지은이 쓰러지고 나서 곧바로 찾아왔던 이태서는 지은의 기력이 많이 쇠한 상태라며 회복 마법을 걸어 주고 당분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밖에 다른 특이 사항이 없느냐는 물음에는 전혀 아무런 이상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던 이태서였다.
그렇지만 유라는 직감적으로 지금 지은의 상태가 매우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바라보는 지은의 눈에서 언뜻 살기까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기척 감지 스킬이 발동될 정도로, 지금 그녀는 자신이 알던 지은과 겉모습만 동일할 뿐이었다.
“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제가 뭘요?”
“까망이는 어디 갔어?”
“……몰라요.”
“뭐라고?”
“모른다고요!”
지은이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강렬한 기운을 가진 마나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유라는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안정한 마나를 두 손을 들어 쳐 내고는 이어질 마나 폭발에서 보호하기 위해 지은을 끌어안았다.
강렬한 빛과 함께 품에 안긴 지은의 체온을 느끼며 유라가 급히 자신의 몸 곳곳에 마나를 일으켰다. 신체 강화형인 유라의 몸이 마나를 품은 채 단단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넘실대던 마나가 유라의 등 뒤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콰아아앙!
예상보다 더욱 강렬한 마나의 폭발에 유라의 몸이 거실 한구석에 날아가 처박혔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지은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기 위해 눈을 떴던 유라는 자신의 품이 너무나 허전한 것을 느끼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은아?”
폭발로 인한 뿌연 먼지 속에서 유라는 지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게 무슨…….”
그러다가 유라는 문득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깨닫고는 두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방금은 마법사가 아닌 유라도 확연히 느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마나의 이동이 있었다. 아마 지은의 것으로 생각되는 마나가 집 안에서 폭발을 일으켰고, 지은은 그 폭발과 함께 자취를 감춘 상황.
유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다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수호 마법이…….”
폭발의 흔적으로 지은의 방은 물론이고 부엌과 거실까지 쑥대밭이 되었음에도 당연히 마나를 감지했어야 할 수호 마법이 전혀 발동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