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1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17화(21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17화
“여기는 어디지?”
눈을 떴을 때 지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자신의 모습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지만, 사방을 둘러싼 것이 바로 거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분명히…….”
평정심을 찾은 지은은 방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눈을 뜨자마자 지은은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유라에게 짜증을 내고 소리를 높여 화를 낼 정도로 갑작스레 조절이 되지 않는 것은 비단 감정뿐만이 아니었다.
“분명 내 마나였어.”
마나가 쑤욱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떠올랐던 새하얀 마나 구체. 그것은 틀림없이 통제를 벗어난 자신의 마나였다. 그렇다고 해서 마나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폭주 증상까지는 아니었지만, 각성한 이래 처음으로 발생한 사고였다.
그런 상황에서조차 자신을 먼저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졌던 유라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별다른 방어구를 장비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통제를 벗어난 마나의 폭발을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직격으로 맞았을 유라가 너무나 걱정됐다. 제발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끈적한 땀으로 가득한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해 보이며 자신이 이곳에 들어온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던 지은의 귓가에 들려오는 구두 소리.
뚜벅, 뚜벅.
묵직한 발걸음 소리에 지은은 순간 흠칫 몸이 굳는 것을 느끼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틀림없이 어디선가 들어 본 소리였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장면들이 저절로 머릿속에 재생되기 시작했다. 온몸이 덜덜 떨려 오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는 떨림 속에서 힘겹게 눈을 뜬 지은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새파래진 안색으로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뭐야!”
온 사방이 거울로 이루어진 공간 속, 쓰러져 있는 자신이 보였다. 바로 양옆에서도, 바닥에서도, 하늘에서도 눈을 감은 채 축 늘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멀쩡히 여기 살아 있는 데도 미동조차 없이 쓰러져 있는 자신이 가득한 공간이 주는 위화감은 엄청났다.
그리고 문제의 구두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가까워져 오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지은은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또 보네.”
이윽고 구두 소리가 멈추고, 지은은 자신의 앞에 멈춰선 남자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내려다보는 시선과 올려다보는 시선이 허공에서 만나 마주치는 순간.
“키드…….”
새파래진 안색으로 지은은 자신을 내려다보며 씨익 웃고 있는 키드를 바라보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키드가 자신에게 말을 건 순간, 거울 속 자신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 키드의 모습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두려워하고 있네?”
“…….”
“지난번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잖아?”
“당신,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압박을 겨우 견뎌 내며 지은이 힘겹게 말을 내뱉는 모습을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키드가 그녀의 앞에 똑같이 한쪽 무릎을 꿇고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어떻게든 앉은 상태로 뒷걸음질 치기 위해 발악하는 지은의 모습에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어 보인 키드가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만히 있어.”
“……!!”
“살아 있는 상태의 대리자를 흡수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서 말이야. 자칫 내가 힘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잖아?”
“그게 무슨…….”
지은은 키드의 말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마치 그녀를 흡수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살아 있는 상태’의 ‘대리자를’ 흡수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자신의 볼에 손을 올리는 키드의 말에 지은이 눈을 굴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많이 아프진 않을 거야.”
“아…….”
“이미 한 번 먹혀 봤잖아?”
키드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지은은 거울 속 자신의 그림자에서 솟아오른 커다란 마수의 입이 쩌억 하고 벌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림자 마수의 커다란 입에서 번뜩이는 수많은 날카로운 이빨이 쓰러져 있는 자신의 몸을 덮치는 끔찍한 광경.
콰직! 우드득. 콰직!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붉은 피가 사방에 마치 빗방울처럼 흩뿌려진다. 거울 속 자신이 키드의 그림자에 집어삼켜지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며 지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두려워할 것 없어.”
“…….”
“아픈 건 금방 잊히기 마련이니까.”
볼을 끈적하게 쓰다듬는 손가락 감촉에 지은은 가까스로 손을 들어 키드의 손을 쳐냈다. 마나를 사용해 대리자의 권능을 일으키려 노력해 봤지만, 이미 통제를 벗어난 마나가 응답하는 일은 없었다.
“창조의 대리자가 이렇게 내 앞에서 덜덜 떨고 있다니.”
죽음.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죽음이었다. 1회 차의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서일까. 지금까지 ‘아, 나는 이미 한 번 죽었구나.’라고 여기기만 했을 뿐 지금까지 그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지은이 기억하고 있는 죽음이 아니었으니까. 죽기 전에 이태서와 대화를 나눴었구나, 하고 보고 온 것이 다였다.
그러나 지금 지은은 눈앞에 수없이 펼쳐진 끔찍한 자신의 마지막 모습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혼자 남아 쓸쓸하게 죽어 갔던 자신의 마지막이 이렇게 끔찍하리라곤 상상해 본 적 없었다.
“신께선 모든 것을 알고 계셨지.”
바들바들 떨고 있는 지은의 턱을 그러잡은 키드의 손등에 힘줄이 돋아났다. 우악스러운 그 손짓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써 봤지만 헛수고였다.
“이미 모든 권능을 소모한 네가, 그 능력으로 뭘 하려 했는지 말이야.”
“설마…….”
이미 신이 지은이 심어 둔 안배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가소롭다는 눈빛을 보내는 키드를 향해 지은은 말도 안 된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이 정도로까지 신을 몰아넣을 수 있다니. 창조의 권능은 역시 대단해.”
“어떻게…….”
이미 신이 지은의 안배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애초에 자신은 이미 신의 정신 지배에서 벗어났다.
1회 차의 지은을 괴롭혔던 그 끔찍한 정신 지배. 그것을 자신의 정신세계에서 산산조각 내고, 신의 허물을 벗겨 냈었는데 이제 와서 키드의 공간에 이렇게 속절없이 끌려오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기에 충격은 더욱더 컸다.
“적당히 해, 키드.”
그리고 그런 지은의 의구심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한 남자의 목소리에 의해 풀렸다. 적당히 하라며 키드를 제지한 그 목소리의 주인은 지은이 익히 아는 자였다.
“그림자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하! X발. 고귀하신 신의 대리자께서 납시셨군!”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며 키드가 지은의 턱을 그러잡고 있던 손을 떨쳐냈다. 그 탓에 고개가 홱 하고 꺾인 지은은 자신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이내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이태서 씨…….”
완전히 자신의 편으로 돌려놓은 줄 알았던 신의 대리자, 이태서가 검은 기운에 잠식된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자신의 이름을 지은이 불렀음에도 이태서의 눈은 공허했다. 검은 기운에 잠식되어 몬스터처럼 붉은색 눈동자를 띠는 이태서를 올려다보며 지은이 말했다.
“언제부터!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상태였죠?”
“…….”
“견디고 있다고,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요! 견디기 어려우면 내가 도와줄 거라고 그렇게…….”
“…….”
“믿었는데…….”
그렇게 말한 지은이 고개를 푹 숙였다. 신의 대리자로서 각성한 지 꽤 오래되어 보이는 이태서의 모습을 본 순간 지은은 마음 한편이 무너져 내리는 듯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서야 이해가 갔다. 애초에 이 모든 것이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이태서와 키드의 합작이었다. 당장 눈앞에 상대해야 할 것은 그림자 따위가 아니었다
그림자는 그림자. 본체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절대로 스스로 태어날 수 없고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 그럼에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 그림자를 유지할 본체가 이미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 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눈앞에 표적인 그림자인 키드를 던져 주고, 그 그림자에 정신이 팔린 사이 바로 자신의 뒤에서 자신의 대리자인 이태서를 조종하며 벗어날 수 없는 덫을 놓았다.
“그래서 이태서 씨 당신이 직접 수호 결계를 쳤던 거였어…….”
형준과 준형의 수호 결계가 처져 있는 지은의 본가. 그 수호 결계는 이미 파훼되었던 것이었다. 그 때문에 지은은 아무런 의심 없이 옮긴 쉘터에서 이태서의 도움을 받았다.
공간의 지배자이자 대마법사라는 이명을 앞세워 더 높은 수준이라는 명목하에 설치되었던 마법진들이 사실은 언제든 지은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덫이나 다름없던 것이었다.
지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의 공간 위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공간의 마법사인 이태서의 이중 장치로 인해 그 기운을 감지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서서히 타락의 기운에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그제야 지은은 자신의 마나가 왜 통제에서 벗어나 폭발했는지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잠식되어 가던 주인을 지키기 위한 폭발인 셈이었다. 만약 조금만 더 빨리 지은의 마나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결정했다면 이 공간에 끌려오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다만 최근 들어 많아진 업무와 급격한 감정의 소모는 물론이고 처음 겪는 마나의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아 먼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이태서에게 완벽한 타이밍을 직접 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쓰러진 지은을 이태서에게 진료 시킨 유라였다.
배신감은 물론이고 이태서가 신의 기운에 완전히 타락했다는 사실을 그동안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허탈함에 빠져 지은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 지은의 눈빛을 그대로 받으며 양쪽 무릎을 꿇어앉은 이태서가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정신 차리시길. 이번에도 이쪽이 이기게 할 생각입니까, 민지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