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1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18화(21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18화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태서와 눈이 마주친 지은은 붉게 물들어 있던 그의 오른쪽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색이 옅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정신을 차리라는 이태서의 말과 함께 몸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거울 속에는 아직도 키드에게 먹힌 자신의 몸에서 나온 붉은 선혈이 흥건했지만, 이태서의 등장으로 지은은 그것이 마법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가 뭐라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던 순간이었다.
“너에게 이 공간을 허락한 적 없을 텐데, 키드.”
지은의 입에서 말이 나오는 것보다 이태서의 차가운 목소리가 먼저 튀어나왔다. 어느새 이태서의 손짓 한 번에 멀리 물러나 있던 키드가 이죽이며 답했다.
“내가 왜 네 공간에 허락을 받고 들어와야 하지?”
“건방지군.”
“같은 신을 모시는 입장끼리 너무 섭섭하게 굴지 말라고.”
자신을 향해 몸을 일으킨 이태서를 보면서도 키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비열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이태서가 정말로 신의 대리자로서 능력을 개화했다면 명백한 하극상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거기에 너와 나는 그중에서도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게 특별한 존재 아니겠어?”
“특별한 존재라…….”
“그분이 직접 선택하시고! 저 빌어먹을 창조의 대리자가 꼬아 놓은 인과율에 간섭할 기회를 얻은 나 역시 너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입장 아니겠나!”
그렇게 말하고는 키드가 큰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태서 역시 알고 있다는 듯 그저 키드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지금 도망치셔야 합니다.’
이태서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본인이 키드의 시선을 끄는 동안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라는 듯한 이태서의 단호한 목소리에도 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마나가 부족해.’
지은은 이 상황을 벗어날 확실한 스킬을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열려라 신비의 문!], 그리고 또 하나는 [방문 판매]였다.
그러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나조차 아직 모이지 않고 있었다. 클래스 전용 장비를 차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폭발로 인해 한 번 바닥을 보인 마나는 다시 차오르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렸다.
게다가 타락의 기운이 사방을 압박하고 있었던 탓에 지은은 지금 온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였다. 언질을 줬음에도 지은이 곧바로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이태서가 다시 한번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당신에게 준 것 중 딱 하나.’
‘…….’
‘오직 당신의 기운만을 담은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그 순간 이어지던 이태서의 말이 뚝 하고 끊겼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본 지은은 그의 눈이 다시 완연한 붉은색으로 물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이태서가 신의 대리자로 완전히 잠식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렇게 된다면 지은은 이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을 터였다. 1회 차의 끔찍한 결말이 지은을 기다리고 있을 것은 분명했다.
‘생각해야 해…….’
침착하게 생각을 하던 지은은 문득 목에 엉켜 있는 수호 마법이 새겨진 목걸이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목걸이!’
백금색의 마나가 정제되어 담겨 있는 수호 아티팩트. 본래 이태서의 마나는 원래 백금색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태서의 소울 마나가 두 개로 나뉘어져 있고, 그 색이 각각 백금색과 검은색이라는 사실까지 생각이 뻗친 지은이 은은하게 빛나는 목걸이를 움켜쥐려던 순간이었다.
“지금도 봐!”
“……으윽!”
목걸이를 움켜쥐려던 지은은 순식간에 다가와 자신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키드의 우악스러운 손에 얼굴을 구겼다. 고통에 찬 목소리에 황홀하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떤 키드의 손에 더욱더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제물로 바쳐야 할 창조의 대리자를 두고도 넌 뭘 망설이고 있지?”
“…….”
“어차피 대리자의 직위는 계승되기에 이 여자를 신께 바쳐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너의 말대로라면…….”
키드의 말에 지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리자의 직위가 계승된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는 키드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내가 한번 먹어 봐도 되지 않겠어?”
머리채를 휘어잡은 손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완전히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의 공간에 갇혀 버린 지금. 마나도, 대리자의 권능도 발휘되지 않는 이 공간에서 지은은 그저 키드에게 하나의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제발 정신 차려, 이태서!”
“하하하하하! 더 크게 울부짖어 봐라, 대리자여!”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지은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키드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신 차려. 여기서 절대 말리면 안 돼!’
지은은 너무나 분한 이 상황에서 일부러 소리를 지르며 패닉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제발! 제발 정신 차려, 이태서! 나를 살려 주란 말이야!”
“소용없어. 너도, 그리고 저 녀석도. 이 자리에서 나한테 먹힐 거거든.”
“뭐?”
“너를 먹으면 창조의 정령은 대리자를 새로 찾아야 하니 인간계에 간섭할 수 없겠지? 그런 의미의 대리자니까.”
키드의 말에 지은은 순간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자신은 물론이고 이태서를 집어삼키겠다는 말에서 지독한 광기와 함께 이태서에 대한 키드의 자격지심을 느꼈다.
“……이이익! 이거 놔!”
“보다시피 그리고 우리의 대리자께선 불경하게도, 신께 거스르는 행동을 하며 살고 있었다. 감히!”
자신에게 발길질을 하는 지은을 한 손으로 뿌리친 키드가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나 세게 내팽개쳤는지, 수없이 많은 거울의 틈에 처박힌 지은의 몸이 충격에 바르르 떨렸다.
“신의 대리자라는 위대한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으으윽…….”
“신께 반대되는 마음을 품고! 지금도 신의 은총을 거부하려 애쓰고 있는 꼴이 우습지 않나?”
그렇게 말하며 잠식에 빠져들고 있는 이태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 키드가 별안간 이태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도!”
“…….”
“어째서 신께서는 신실한 그분의 그림자인 나를 두고 고작 이런 인간을 대리자로 세웠단 말이냐! 왜! 대체 왜!”
콰아아아앙!
절규에 가까운 키드의 외침과 함께 거울에 드리워진 수많은 그림자들 사이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일어난 그 엄청난 폭발 속에 휘말리기 직전, 재빨리 몸을 피한 지은이 소리쳤다.
“그렇게 대리자의 직위가 탐나?”
“……뭐?”
“잘 생각해 봐.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다?”
“이미 한 번 죽었던 나와는 다르게 말이야! 절반의 힘도 채 이끌어 내지 못하는 나와는 달라!”
지은은 지금 상황에선 목걸이에 있는 마나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전한 자신의 기운이 담긴 목걸이 장식을 깨트린다면 마나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터. 그러기 위해선 키드의 관심을 이태서에게 돌려야 했다.
지은의 의도대로 키드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잠식에 빠진 이태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고개를 내밀지 않아도 수많은 거울들로 그 모습을 확인한 지은이 마치 키드를 유혹하듯 말했다.
“지난 삶에서 넌 나의 기운을 흡수하지 못했던 거겠지!”
“……!!”
“이미 내가 죽어 버린 상태였으니까!”
“그 말은…….”
“너와는 급이 다른 대리자의 온전한 권능을 가진 채로 이태서는 살아 있잖아?”
그 말에 키트의 몸이 움찔 떨렸다. 이미 죽어 버린 자신을 흡수했음에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거란 지은의 예상은 적중했다.
온전한 기운을 가지고 잠식에 빠져 있는 이태서를 바라보는 키드의 눈에 열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태서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다가가는 키드의 모습을 확인한 지은이 바닥에 목걸이를 내리치며 다급하게 중얼거렸다.
“깨져라…… 빨리 깨지란 말이야!”
그러나 아무리 세게 내려쳐 봤자, 마나를 싣지 않은 일반적인 충격으로는 아티팩트에 실금조차 내지 못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지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분노에 찬 키드의 마나 폭발 속에서도 아무런 생채기조차 나지 않는 거울들이었다.
“하하하하하! 빌어먹을! 온전한 대리자의 힘이라!”
폭주하는 자신의 마나가 일으킨 폭발 속에서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이태서의 공간을 보며 키드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네놈이 뭔데 나와 급을 나눈다는 것이냐! 신의 뜻을 충실히 수행하고 마침내 신께서 재창조할 세계의 주인이 될 것은 바로 나인 것을!”
목이 찢어져라 소리치는 키드의 모습에서 지은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키드는 미쳤다. 그는 정말로 창조의 기운을 얻은 신이 재창조할 인간계를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광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신이 내린 직위는 고작 그림자. 신의 온전한 권능을 부릴 수 있는 대리자와 현격한 급의 차이가 나는, 그저 대리자가 부릴 수 있는 체스 말에 불과했다.
그 사실이 키드는 견딜 수 없이 치욕스러웠다. 감히 새로운 세계의 주인이 될 자신을 버러지만도 못하게 능멸하며 낮추어 보는 이태서에게 쌓아 뒀던 분노.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감히 대항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에 대한 자격지심. 멍청하게도 고작 반쪽도 채 되지 않는 창조의 기운을 가진 지은에게 넘어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신의 대리자의 자격을 거부하는 이태서.
지금도 감히 신의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는 듯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태서의 앞에 선 키드가 그의 목을 쥐어뜯을 듯 움켜쥐었다.
“크으으…….”
곧바로 신의 권능이 온몸을 옥죄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키드는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이를 악물고 견디며 이태서의 목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창조의 대리자가 계승된다면! 신의 대리자 역시 마찬가지겠지!”
퍼어어엉!
이태서에 대한 거대한 자격지심이 불러일으킨 마나 폭주와 함께, 감히 그림자의 위치에서 대리자의 권능을 탐내는 그를 저지하려는 검은 기운이 날뛰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그 사이에서 지은은 손에 쥐고 있던 목걸이를 거대한 마나 폭발 한가운데를 향해 힘껏 던졌다. 온몸이 검은 기운에 휩싸인 이태서와, 그런 이태서를 흡수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는 키드의 정신이 팔린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쩌저적!
아무리 내리쳐도 금조차 가지 않던 목걸이의 장식이 이태서와 키드의 기운이 부딪치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며, 한 줄기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