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1화(2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1화
“엑…….”
자신의 말에 마치 고장 난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린 지은을 보며 주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재밌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렇고, 생각이 그대로 얼굴로 표출되는 지은을 보고 있으면 꽤나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샌드위치의 재료가 얼마나 좋은지, 재료를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어필하면서도 결국엔 500원을 깎는 것도 모자라서 6천 원? 이라고 말했을 땐 얼마나 아까워했는지 지금의 반응을 보면 본인은 잘 모르는 것 같지만.
그런 감정을 숨기며 손에 닭 다리를 들고 당황한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은을 보며 주혁이 빙긋 미소 지었다.
“미안해요. 일단 먹고 하죠, 우리.”
아무래도 다리를 좋아하는 거 같아 주혁이 장난을 친 대가로 남은 다리를 지은에게 하나 더 밀어 주며 말했다.
그제야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와앙 한입 베어 무는 지은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주혁은 고개를 돌리고 표정을 관리하는 데 힘써야 했다.
지은은 지금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다. 그것과 별개로 오랜만에 먹는 치킨이 맛있어서 ‘다음에는 치킨을 팔아 볼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하느라 집중이 잘 안 되긴 했지만.
‘이 남자가 게이트석에 대해 말을 꺼냈다는 것은…….’
지은의 예상이 맞다면 어느 정도 지은의 스킬을 예상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역시 천상계 헌터는 달라도 다른 걸까.
주혁이 양보한 두 개의 닭 다리도 모자라 두 개의 닭 날개까지 먹어 버린 지은이 만족스러운 듯 티슈로 입을 닦았다.
“날개…… 저도 참 좋아하는데.”
“몰라요, 먼저 먹은 사람이 임자죠. 랭킹 1위가 그렇게 굼떠서 어디에 쓰겠어요?”
“네? 하하하하하.”
성진의 얼굴을 보고 기절까지 한 겁쟁이 같으면서도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는 될 대로 되라 하는 경향이 있는 지은의 말에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웃었다.
“그래요. 이것도 전쟁인데, 제가 너무 늦게 움직였네요.”
“중요한 건 먼저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제가.”
탁.
손에 묻은 기름기까지 닦아 낸 지은이 주혁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방금 전까지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내는 지은의 변화가 주혁에게는 너무나 신기했다.
‘지금은 또 분위기가 바뀌었군.’
자신이 랭킹 1위의 헌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먼저 찾아온 지은이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보이는 지은이 과연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져 주혁이 지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중요한 게 뭔지 상당히 궁금해지는군요.”
“저한테 게이트석을 주신 이유부터 말씀해 주세요.”
“음…… 지은 씨 스킬의 도움을 조금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제 스킬이요?”
손이 떨리는 걸 숨기기 위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지은이 짐짓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주혁을 바라보았다.
“레벨 1 튜토리얼을 진행하고 있는 각성자가.”
“…….”
“무려 던전 4층의 중심부에.”
“음…….”
“안전 영역이 설정된 트럭과 함께 요리를 판다니, 엄청난 스킬 아닌가요.”
던전 4층까지 토벌대를 꾸려서 가면 아무리 최단 거리로 직진한다고 해도 최소 5일은 걸린다.
중간중간 계속해서 출몰하는 몬스터들의 위협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이다 보니 잠을 자야 했다.
던전 안에서 숙영을 준비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숙영을 할 장소도 마땅치 않을뿐더러, 대규모의 몬스터 웨이브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선 철저한 경계가 필요했다.
그런 모든 과정을 거치고 레벨 1의 비전투 계열 각성자가 4층에 왔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저만 해도 혼자서 움직이는 데 4일이 걸렸습니다. 던전 출입 명부를 확인해 보니 지은 씨의 이름이 없더군요.”
“그…… 그런 것도 있어요?”
“네, 던전 안에서 초보자를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지은이 사건 사고 게시판에서 무수히 봤던 초보자나 비전투 계열 각성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예방책으로 길드 연합이 최근 들어 시작한 정책이었다.
파티를 맺은 헌터들은 등급에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던전 출입구에서 파티원 명부를 작성하고 나와야 했다.
초보자들이 들어가는 던전이야 깊어도 2층의 초입이 전부.
보통 초보자들이나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이 돈을 내고 의뢰하는 파티를 수락할 정도의 레벨이라면 사고가 나기 힘든 던전들이었다.
한마디로 게임으로 따지면 쩔을 해 주던 쩔러가 마음을 바꿔 먹지 않는 이상 저렙 던전에 의뢰를 받은 중급 헌터가 의뢰자를 보호하지 못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점을 간파해, 파티원 명부 작성 이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대형 길드들이 매달마다 돌아가며 조사한다.
본인이 어떤 길드에 속해 있든 간에 속해 있는 길드가 아닌다른 길드의 조사를 받게 하는 투명성까지 겸비한 보호 정책으로 불미스러운 사고가 벌써부터 많이 줄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었다.
매우 좋은 정책이었지만 지은의 발목을 잡는 정책이기도 했다.
지은은 던전 입구로 직접 들어가는 게 아닌, 스킬을 사용하여 정부 몰래 하루에도 몇 번씩 자유롭게 던전을 오가고 있었으니까.
“우. 와. 대. 단. 하. 다. 하! 하! 하!”
“자주 고장 나는 거 같은데…….”
“네? 뭐라고요?”
“아닙니다. 그래서 지은 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혹시 원하는 던전에 자유롭게 입장하실 수 있는 스킬이 있습니까?”
중요한 질문이었다.
청명 길드에 오기 전 수없이 생각했던 예상 질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오자 지은이 가지런히 모은 손을 꽉 말아 쥐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미리 생각해 둔 지은의 답은 바로.
“그럴 리가요.”
일단 잡아떼고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은은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게 절대 아니었다.
원하는 던전에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는 스킬이 지금 당장은 없는 게 맞았으니까.
레벨을 2로 올려서 패시브 레벨이 올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으니, 지금 당장은 ‘원하는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스킬은 없는 게 맞았다.
“흐음, 그래요. 그럼 랜덤인 거였군요.”
“제가 어떻게 4층을 지정해서 갔겠어요? 저도 얼마나 놀랐는데.”
“그러면 그 이후에도 던전 안에서 샌드위치는 많이 팔았습니까?”
“아니요, 신기하게 3층의 미개척 지역만 골라서 들어가는 바람에 어제 겨우 손님 한 분을 받았어요.”
“아, 저 말고 다른 손님도 있었군요.”
“네, 어제 처음으로 2층에 갔었거든요. 한 달 동안 너무 힘들어서 진짜 한동안 좀 쉬어야 하나,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딱!”
그렇게 말하며 어제 메뉴가 돈가스였는데 너무 맛있었을 거라는 둥, 손님이 순식간에 돈가스 덮밥을 다 먹고 추가 주문을 했는데 폐점 시간이 다 되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둥.
그런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 시작하는 지은의 반응이 또 새로웠다.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한 사람에게서 나올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건 돌려 드릴게요.”
그렇게 말한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주혁이 건넸던 게이트석이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주혁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지은이 건넨 게이트석을 받아들었다.
“지은 씨, 던전 안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알고 계시죠?”
“음…… 음식을 파는 사람은 저뿐이더라고요.”
“바꿔 말하면 지은 씨는 지금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계신 겁니다.”
“네?”
“던전 안에서 맛도, 냄새도 다 느껴지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으니까요. 엄청난 일이죠.”
주혁의 말대로였다.
전투 계열 헌터로 각성해서 레벨 업을 해 기력과 마나, 스탯의 보조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사람이기에 움직이기 위해선 반드시 음식을 먹어야 했다.
포션과 회복 스킬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음식에 대한 정신적인 갈증.
던전 안에서 쓰레기 맛이 나는 포션과 말린 육포와 물 따위로 허기를 채우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헌터들은 수없이 몸으로 체험해 왔다.
그건 레벨이 낮은 각성자들보다 3층과 4층 던전을 도는 고위급 헌터들에게 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말인데요, 지은 씨.”
“네.“
“지은 씨의 그 던전에 입장하는 스킬.”
“…….”
“성장형 패시브 스킬은 아닙니까?”
“그게 무슨…… 말씀인지 저는 잘…….”
“아, 쉽게 설명하자면.”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닌 거 같다.
잘 속여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사실은 인간을 벗어난 존재인 랭킹 1위 천상계 헌터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레벨을 올리면 스킬의 범위나 내용이 바뀌는 종류의 스킬은아니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
“…….”
“스킬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각성자의 레벨에 따라서 적용 범위가 늘어나는 스킬은 저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건…….”
망했다. 철저하게 망해 버렸다.
속여서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지은의 오판이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지은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냉철하게 자신을 분석해 놓고 있었다.
“그리고 게이트석을 돌려주신 것 말인데요.”
“네?”
“제가 이 게이트석을 왜 드렸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말하며 웃는 주혁의 시선을 차마 마주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시선을 피하면 완전히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라고 자백하는 꼴이라 지은은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를 하며 주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5층.”
“네?”
“5층의 미개척 던전에 가 보신 적 있습니까?”
“무슨 말씀을…… 하하하.”
지은의 머릿속에 비상경보가 울려 퍼졌다.
어디까지 알아보고 처음부터 자신에게 이 게이트석을 줬던 것일까, 이 남자는.
처음 자신의 푸드 트럭을 4층 중심부에서 만난 순간 이미 모든 걸 예상하고 게이트석을 주었다는 말이었다.
게이트석은 일반인이 팔기도, 처리하기도 힘든 물건이었다. 주혁은 게이트석은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한 지은이 언제든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기다린 것이다. 혹은 지은이 먼저 찾아오지 않으면 주혁이 직접 찾아갈 핑계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주혁의 말대로 지은은 5층의 미개척 던전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사방에 불길이 치솟아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던전이었다.
지나다니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화염을 일으키는 불의 정령들이 모든 것을 태우고 있는 5층의 미개척 던전.
여기까지 알고 있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지은이였기에 갑작스러운 주혁의 말에 당황한 나머지 딸꾹질이 멈추지 않았다.
연신 주혁의 말을 부정하며 손을 내젓는 지은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은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5층에 다녀오셨군요.”
분위기가 바뀌었다. 랭킹 1위가 내뿜는 알 수 없는 기운에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지은은 지금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러면 제가 드릴 말씀은…….”
“살…… 살려 주세요.”
“네?”
“딱 한 번밖에 못 가 봤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살려 주시면 안 될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