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2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19화(22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19화
‘지금이야!’
지은은 지금이 바로 이 공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목걸이를 던진 곳으로 땅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낙법.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목걸이를 낚아챈 지은은 지금껏 무언가에 막혀 차오르지 않던 마나가 급격히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흐으읍!”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여행자처럼, 끊임없이 차오르는 갈증을 해소하려는 듯 새하얀 빛에 온몸이 휘감긴 지은은 자신의 몸에 차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채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그것은 다름 아닌 창조의 기운이었다.
1회 차의 지은이 이태서에게 걸어 둔 안배. 지금의 자신은 기억조차 못 하던, 아직 이태서가 신과 계약을 맺기 전에 안전장치로 심어 뒀던 순수한 창조의 기운.
그 사실을 깨달은 지은은 순식간에 차오르는 마나와 함께 자신의 몸이 이 기운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이 멍청한 남자가!”
동시에 이태서가 자신을 위해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그녀가 가슴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지금까지 이태서가 신의 기운에 잠식되지 않게끔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 지은의 안배 덕분이었다.
신이 탐내던 창조의 기운을 품은 채 신의 대리자로 계약한 모순의 존재. 창조의 기운과 타락의 기운으로 나눠진 영혼의 무게 추의 균형을 이태서는 포기한 것이었다.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렸음에도 자신에겐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말을 할 수 없었던 상태가 맞을 터. 이미 신의 직접 개입과 함께 타락의 기운이 그를 잠식하기 시작했을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태서가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곤 자신의 영혼에 있는 온전한 창조의 기운을 신에게 뺏기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뿐이었다.
신은 이제 직접 지상에 개입하기 위해 자신의 대리자를 온전히 취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신이 개입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태서는 그렇게 자신이 품고 있던 가장 완전한 1회 차의 창조의 기운을 지은에게 돌려주는 것을 택했다. 자신의 마나를 담아 만든 수호 목걸이에 담아서.
그 순간부터 이태서는 철저하게 신의 손에 농락당하고 있었을 터다. 말을 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고 전해 주고 싶어도 전할 방법이 없는 신의 대리자로 잠식되어 가면서.
언제고 지은이 알아채 주길 바라며 자신이 가장 원하는 지은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선물 받았다고 말했던 기운을 돌려주었던 것이다.
“정신 차리라고 했던가요! 내 답은 이거예요!”
키드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아무런 미동조차 없이 점차 타락의 기운에 온몸이 잠식되어 가는 이태서를 바라보며 지은이 소리쳤다. 마나가 차오르자마자 지은이 사용한 스킬은 [열려라 신비의 문!]도 아니고, [방문 판매]도 아니었다.
‘제발…… 제발 내 짐작이 맞기를!’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확실하진 않은 도박이나 다름없는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연이어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로 나타났다.
푸드 트럭이 소환됨과 동시에 안전 영역이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닿지 않았던 까망이가 푸드 트럭의 운전석 문을 열고 뛰쳐나오며 소리쳤다.
<주이이인!>
품 안에 뛰어드는 까망이를 받아 든 지은이 방금까지 이태서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키드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이태서에 대한 키드의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은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방법을 떠올리고 실행에 옮겼다.
키드의 진짜 능력이 다른 사람의 능력을 ‘흡수’하는 것이라면. 거기에 1회 차에 이미 자신의 능력을 흡수하기 위해 죽은 지은의 몸을 집어삼켰던 키드라면.
‘반드시 낚싯줄에 걸릴 줄 알았지.’
지난 회차에서 창조의 대리자의 기운을 흡수하지 못한 건 자신이 이미 죽었기 때문이고, 그와 달리 살아 있는 이태서에게선 온전한 신의 대리자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을 것처럼 운을 띄웠다. 대리자의 직위가 계승된다는 사실은 이미 키드도 알고 있었으니 함정을 파는 일은 더욱 쉬웠다.
다만 키드가 몰랐던 것은 대리자의 직위는 직접 계약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
지은도, 이태서도 각각 까망이와 신과 직접 접촉해 계약을 했다. 애초에 키드가 이태서의 대리자의 기운을 흡수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태서에 대한 열등감에 휘말린 키드라면, 그의 온전한 기운을 흡수하는 것도 모자라 대리자의 직위까지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 여길 터였다.
눈앞의 먹잇감인 자신보다는 이태서를 먼저 물어뜯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거기에 더해 지은은 또 하나의 도박을 했다.
신이 인간계에 직접 개입한 공간은 바로 던전. 그만큼 던전은 신의 기운이 가장 많이 담긴 곳이었다.
그리고 이태서는 지금 신의 대리자의 기운이 개화하기 직전이었다. 그런 이태서가 만들어 낸 장소는 신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나 마찬가지였다.
S호텔에서 상위 균열이 발생했을 때부터 지은이 가지고 있던 하나의 가정.
‘어쩌면, 신의 기운이 담긴 공간 그 자체가 바로 던전일 수 있다.’
던전과 동기화가 완료되고 쏟아져 나오던 몬스터들을 떠올리며 지은은 계속해서 생각했다.
신의 기운이 담긴 던전의 힘이 지상으로 표출되는 것이 균열이라면, 그런 신의 기운을 자유롭게 부릴 수 있는 대리자가 만들어 낸 공간 역시 던전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지은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태서가 아직 완벽하게 신의 대리자의 기운을 개화한 게 아닌 지금. 바로 지금이 유일하게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물론 지은이 이런 확실하지 않은 도박을 한 것은 그런 이유뿐만은 아니었다.
‘나에겐 이제 이태서 씨도 소중해.’
그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신에게 서서히 잠식되어 가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이태서가 보여 줬던 모든 모습이 다 자신을 속여 넘기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당신이 선물해 준 기적이라.’
‘…….’
‘뺏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이태서와 나눴던 대화. 지은은 그때 이태서가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의 뜻을 깨달았다.
‘약속해 주시길. 제가 더 이상 당신이 선물해 준 기적 뒤에 숨어 있지 못할 때가 온다면, 그땐 제게서 다시 이 기운을 회수해 주시길.’
어린 자신이 원했던 세계에 이제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자신은 없어도 좋다는 이태서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이태서의 말에 지은은 분명 그가 원하던 평화로운 세계를 선물하겠다고 말했었다.
타락의 기운에 잠식되어 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얼마나 괴롭고 외로울까.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그저 꼿꼿이 두 다리로 선 채로 신의 기운에 맞서 싸우고 있는 듯한 이태서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지은의 예상대로 이태서에게 마법을 퍼붓고 있던 키드는 이미 안전 영역 밖으로 튕겨져 나간 지 오래였다. 레벨 30이 되어 반경 300m의 커다란 범위를 가지게 된 [이거 방탄 트럭이야!] 덕분에 이 공간 전체가 사실상 지은의 안전 영역이 된 상태였다.
“크으윽!”
광기로 뒤덮여 있던 키드의 붉은 눈동자에 치욕과 함께 당혹한 기색이 스쳤다. 그림자와 대리자의 격의 차이는 명확했다. 목을 직접 움켜쥐었음에도 이태서의 몸에 아무런 타격을 가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이 그렇게 치욕적일 수 없었는데, 지금은 공간을 채우고도 남는 지은의 안전 영역 범위 때문에 막다른 벽에 완전히 몸이 끼인 채로 꼼짝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지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자신의 모습에 키드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주인! 주인과의 연결이 끊겨서 내가 얼마나…….>
“설명할 시간이 없어! 이태서 씨를 정화해야 해!”
<뭐? 이미 개화 직전인 신의 대리자를 무슨 수로 정화한다는거냐, 주인!>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어서 이 공간을 벗어나야 한다는 까망이의 다급한 외침에도 지은은 그저 검은 기운에 온몸이 뒤덮인 이태서를 바라볼 뿐이었다.
<주인! 제발!>
까망이의 간절한 외침에도 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손에 쥔 것은 온전한 창조의 기운이 담긴 목걸이이자, 1회 차의 자신이 이태서에게 넘겨줬던 안배.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지은이 바로잡길 바라는 이태서의 의지였다.
온전히 창조의 기운을 회수했음에도 은은하게 빛나는 목걸이에 남아 있는 이태서의 마나를 느끼며, 지은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
“이미 약속했는걸. 반드시 원하던 세계를 내가 보여 주겠다고.”
수없이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더 이상 포기하지 않겠다고,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지 않겠다고. 그렇기에 지은은 절대로 이 자리에서 이태서를 두고 빠져나갈 수 없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몇 번이고 되뇌었던 말.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수많은 과거 속에서 쓰러진 지금의 동료들을 떠올리며 간절히 바라고 바라 왔던 다짐.
“내가…… 내가 강해져야 해!”
강해져야 했다.
자신을 믿고 싸워 주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사아아아-
고요한 공간 속에 서서히 일렁이는 바람. 그 바람이 어느새 거대한 순백의 폭풍이 되어 휘몰아친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
모두를 지켜 내고 싶어.
강해지고 싶어!
<이건…….>
강렬한 바람이 검은 기운을 몰아내며 정화하기 시작했다. 맹렬하게 타오르듯 피어오르던 검은 기운들이 지은의 몸을 중심으로 불어오는 거대한 폭풍과도 같은 바람에 흩날리며 점차 그 색을 잃어 갔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구석에 처박힌 키드도, 까망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정화의 폭풍 속에서 눈을 감고 서 있던 지은을 그저 할 말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젠 도망치지 않아.”
천천히 눈을 뜬 지은의 눈에 맺혀 있는 건 눈물이 아니었다. 강해지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지금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었다.
그 다짐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과 동시에, 지은은 허공에 두 손을 천천히 뻗고 이내 꽈악 쥐었다. 그런 지은의 손에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며 이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순백의 검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공간 속에서 새하얀 빛과 함께 등장한 순백의 검. 검의 손잡이를 잡고 망설임 없이 검날을 뽑아낸 지은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아아…….>
전율에 온몸을 떠는 까망이의 탄식과 함께 커다란 시스템 알림이 울려 퍼졌다.
[잠들어 있던 대리자의 온전한 권능이 눈을 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