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2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20화(22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20화
원래 1회 차에 자신이 사용했던 무기였다. 그 덕인지 몰라도 지은은 손에 알맞게 착 감겨 오는 손잡이의 감촉을 느끼며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기운들을 마주 보며 자세를 잡았다.
폭풍이 되어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 속에서 지은은 자신의 진정한 능력이 바로 [정화]임을 깨달았다. 신의 기운인 타락의 기운을 정화하는 것이야말로 창조의 대리자로서 가장 올바른 역할.
한 걸음, 한 걸음 지은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이태서를 잠식하고 있던 검은 기운이 마치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듯 줄어 들어갔다.
“바보 같은 사람.”
검은 기운이 모두 바람에 흩날려 사라지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이태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지은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런 지은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이태서가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지은 씨?”
이태서의 눈 색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지은은 자신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 이태서에게 씨익 미소 지었다. 그리고 검을 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피하지 말아요.”
서걱-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가로 베기.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검신이 이태서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피하지 말라는 말대로 가만히 서서 지은의 검을 오롯이 받아들인 이태서의 머리 위에서 스멀스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태서 씨.”
“……네, 지은 씨.”
“전에 우리가 했던 약속 기억해요?”
지은의 말에 이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연기가 모두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지금껏 자신을 괴롭히던 끔찍한 고통들이 씻은 듯이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 번도…….”
“…….”
“한 번도 잊은 적 없습니다.”
자신을 옥죄어 오던 신의 기운에서 해방된 이태서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이태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지은이 미소 짓고는 손을 건네며 말했다.
“같이 가요, 우리.”
“우리…….”
“이젠 함께할 수 있을 거예요.”
지은이 내민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태서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는 와락 지은을 끌어안았다. 순식간에 이태서의 품에 안긴 지은은 당황했지만, 이내 쉴 새 없이 떨리는 그의 몸을 느끼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태서 씨, 울어요?”
“……안 웁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잠긴 목소리에 지은은 피식 웃고는 검을 쥐지 않은 손을 들어 올려 이내 이태서의 등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잘했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그런 지은의 손길에 후, 하고 심호흡을 한 이태서가 자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냈다. 그렁그렁한 눈물 덕에 흐릿하던 시야가 맑아지면서 이태서는 저 멀리 구석에 처박힌 채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키드를 발견했다. 그가 이내 씨익 미소를 지으며 지은을 품에서 떼어 내고는 말했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끈끈이에 걸려 있군요.”
“아쉽지만 저건 분신일 거예요.”
“분신 말입니까?”
바닥에 널브러진 키드를 신경 쓰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쉽게도 저건 키드의 본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제압해 보면 알겠죠.”
그렇게 말하며 키드의 분신을 향해 돌아선 지은의 손에는 어느새 검이 아닌 활이 들려 있었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지은의 무기를 보며 이태서가 감탄하며 말했다.
“또 엄청난 것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대리자의 온전한 권능을 깨우친 지은의 의지대로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이 무기의 이름은 [집행자의 심판]. 인간을 유혹하고 세뇌하며 마침내 정신을 지배하는 타락의 기운을 정화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집행자인 창조의 대리자가 내리는 심판.
활시위에 바람의 화살을 메기며 지은은 목표를 조준했다. 온전히 눈을 떴다는 대리자의 권능의 비밀은 바로 ‘순수한 의지’였다.
결코 흔들리지 않으리라.
절대 무너지지 않으리라.
아무리 타락한 기운이 내면의 밑바닥을 비집고 들어와 흔들지라도, 정해 놓은 목표는 변함없을 테니.
“보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네가 모시는 신에게 전해, 키드.”
“…….”
“넌 전지전능하지 않다고.”
“불경하구나. 너희들 따위가 감히 그분을……!”
“그러니 가지지 못할 것을 탐내지 말라고 전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은 지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렬한 승리의 의지를 담은 정화의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퍼억!
발버둥 치며 소리치던 키드는 채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화살에 심장을 관통당하고는 이내 검은 가루가 되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키드의 분신이 있던 자리에 수북이 쌓인 가루들 사이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은 작은 인형이었다. 망설임 없이 그 인형을 집어 들려는 지은을 까망이가 급히 만류하며 소리쳤다.
<그게 뭔지 알고 만지려 하는 거냐, 주인!>
“중요한 물건이야.”
<뭐?>
“평범한 인형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중요한 물건이라도, 지금 당장은 만지지 않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이태서까지 만류했지만 지은은 그런 건 전혀 상관없다는 듯 바닥에 놓여 있는 작은 곰 인형을 망설임 없이 집어 들며 말했다.
“평범한 인형은 아니죠.”
“……위험합니다.”
“이건 데이비슨이 키드에게 능력을 흡수당했다는 증거니까요.”
<데이비슨이라면…….>
강령술은 이미 죽은 생명체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마법이었다. 죽은 자의 시체 외에도 강령을 하려는 대상이 지닌 물건을 통해서도 강령은 이루어진다.
“이미 일이 이렇게 됐으니 데이비슨, 그러니까 키드는 도망쳤겠네요. 노아가 바로 움직여 줬다면 모르겠지만요.”
그림자라는 이명답게 정말이지 좀처럼 양지로 나오지 않는 키드였다. 미국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켜 펜타곤 길드를 비롯한 미국 정부가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대범하게 데이비슨의 모습을 하고 한국에 들어와 이태서의 개화에 맞춰 대범하게 자신을 잡으려고 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 자리에까지 강령술을 이용한 분신을 보낼 정도로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였다.
“정말이지, 지독한 인간.”
필시 사연이 있는 물건일터. 작은 곰 인형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지은이 말했다.
“돌아가죠. 일단 유라 언니가 많이 놀랐을 거예요.”
“유라가?”
“여기로 끌려올 때 유라 언니랑 같이 있었거든요. 아, 그러고 보니 이게 다 이태서 씨가 임시 집에 덫을 놓은 탓이었죠?”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말하는 지은의 모습에 정말로 당황했는지 이태서가 손까지 내저으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지은 씨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는 알죠. 그런데.”
“…….”
“유라 언니는 모르겠죠?”
그렇기 말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지은의 모습에 이태서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도대체 어떤 말로 유라에게 잘못을 고해 바쳐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애초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부터 문제였다.
“그럼 전 이만.”
[방문 판매] 스킬을 써서 유라에게 이동하려던 지은의 손을 다급하게 붙잡으며 이태서가 애원하듯 소리쳤다.“우리라면서요?”
“…….”
“같이 가자면서요!”
항상 자신을 능글맞게 대하던 이태서가 절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며 지은은 왜 그동안 이태서가 그녀를 그렇게 놀렸는지 깨달았다.
‘재밌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지은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런 대꾸 없는 지은의 모습에 더 애가 탄 이태서가 안절부절못하는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까망이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원래 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거늘. 쯧쯧쯧.>
* * *
“으음…….”
난데없이 청명 길드로부터 직통 연락을 받았던 노아는 집 안에 설치된 마법진을 검사해 달라는 유라의 다급한 요청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데이비슨이 강령술에 걸렸을 거란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했던 데이비슨이 자취를 감춰 버린 것이었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키드를 붙잡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강령술에 걸린 대상은 강령술사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소환되기도, 소환 해제되기도 하는 인형과 같은 존재.
사실상 데이비슨이 자취를 감췄으니 한국에 키드가 들어와 있는 것은 확실했지만,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유라에게서 지은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노아는 심장이 덜컹하는 기분을 느꼈다. 왜 지은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말에 그런 기분을 느낀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조차 완전히 키드에게 놀아난 지금.
다급한 마음에 유라가 불러 준 주소로 이동했던 노아는 이태서가 설치했다는 마법진의 분석을 마치고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유라에게 고개를 돌린 노아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지금으로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은데.”
“…….”
“애초에 이게 네 말대로 수호 마법진이 맞는지도 모르겠군. 처음 보는 형태야.”
노아의 말에 유라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벌써 지은이 행방불명된 지 2시간이 넘게 흘렀는데, 노아의 입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으니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믿었는데. 이태서를 믿었던 만큼 배신감이 더욱 크게 불타올랐다. 애초에 이태서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일을 벌였는지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라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건 주혁도 성진도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지은의 보호자 역할이었던 자신이 지은을 지켜 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침묵하는 유라를 보며 노아가 뭐라 말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언니!”
납치되었다던 지은이 별안간 유라의 앞에 나타났다. 익숙한 목소리에 홱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들었던 유라는 이내 자신을 와락 끌어안은 지은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지…… 지은아?”
“언니! 안 다쳤어요? 괜찮아요?”
“아니…… 나는, 나는 괜찮은데 너는? 너는 어때 지은아? 어떻게 된 거야? 정말 지은이 맞아?”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에 안긴 지은을 더듬거리던 유라가 이내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감격적인 재회였다. 몇 번이고 지은의 등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다.’ 라고 되뇌는 유라를 바라보던 노아가 흠칫 몸을 굳히고는 마나를 다급하게 끌어 올렸다.
“누가 온다.”
그런 노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등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태서였다.
“다 오해야!”
다급한 목소리로 외친 이태서는 도착하자마자 노아의 구속 마법에 의해 꼼짝없이 온몸이 묶인 신세가 돼 버리고 말았다.
“너, 이 X자식!”
구속 마법에 묶여 바닥에 무릎을 꿇은 이태서를 보며 유라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지은을 살며시 밀어내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바로 가죽 장갑을 장비하고 형형한 눈빛을 한 채로 유라가 이태서의 멱살을 한 손으로 잡아 올렸다. 이태서가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일단 제발 내 말을 들어 줘!”
“입 닥쳐. 죽여 버리기 전에.”
“…….”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X친놈아!”
퍼억!
깔끔한 동작과 함께 인간의 몸에서 나면 안 될 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다.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유라의 훅이 이태서의 명치에 정확히 꽂힌 것이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할 정도의 위력. 단 한 방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기절해 버린 이태서를 보며 온몸에 소름이 돋은 노아가 중얼거렸다.
“근접전을 허용한 마법사의 최후는 정말 끔찍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