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2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22화(22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22화
<예전 생각이 나네. 그대로다, 주인.>
[지배자의 심판]의 상세 아이템 정보를 같이 확인했는지 까망이가 그립다는 듯 말을 툭 내뱉었다. 그 반응에 지은이 고개를 홱 돌리고는 말했다.“예전이랑 그대로라면, 이 마지막 옵션이 뭐였는지 기억해?”
<아니.>
“응?”
<예전이랑 그대로라고 했잖아?>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하는 까망이의 대답에 맥이 탁, 하고 풀리는 것을 느끼며 지은이 이마를 짚었다. 결국 드러나지 않은 액티브 옵션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한숨을 내쉰 지은이 털썩 소파에 드러누우며 말했다.
“뭔가 되게 중요한 옵션인 것 같은데.”
다른 것들과 다르게 유일한 액티브 옵션이었다. 직감적으로 ‘이건 필살기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1회 차의 자신도 결국 이 옵션을 완전히 해방하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한숨을 내쉰 지은이 지그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일단 한숨 자야겠어. 내일부턴 서울 전체를 돌아다닐 거야.”
<서울 전체를?>
“키드는 균열을 심을 수 있다고 했어. 한국에 키드가 들어왔다면 분명 S호텔 때처럼 균열을 서울 곳곳에 심어 놨을 거야. 그 매개체를 찾아야 해.”
지은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대부분의 길드 주요 전력이 각각 5층 토벌대와 특공조로 빠진 지금, 상위 균열의 등장이었다. 균열을 일으키고 혼란한 시가지를 무대로 삼아 키드가 빼앗은 강령술에 당한 희생자들이 민간인들에게 무분별한 테러를 일으킨다면, 여론은 이런 상황에서 특공조의 임무를 가지고 던전에 들어간 주혁 일행들에게 비난을 퍼부을 것은 분명했다.
노출이 되어선 안 됐기에 드루이얼의 권능을 빌려 가면서까지 비밀리에 투입시켰던 한국의 최대 전력들. 그들의 존재가 있어 균열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지상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그런 그들이 만약 지상의 혼란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된다면 대참사야.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을 불태우려다가 잘 막고 있다고 생각했던 본진이 폭파되는 거잖아.”
그런 일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비록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에 기생하고 있는 벼룩과 빈대들이 언제 밖으로 기어 나올지 모른다 할지라도, 본진이나 마찬가지인 서울이 흔들린다면 사실상 의미를 잃은 전쟁이 될 터였다.
<대리자의 권능으로 타락의 기운을 직접 탐지하며 돌아다닐 생각이구나.>
“그래, 맞아.”
지금도 아직 집안 곳곳에 이태서가 설치한 마법진들에서 흘러나온 타락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온전한 대리자의 권능을 각성한 지금에 와서 보면 어떻게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막을 수 있는 혼란이라면 최대한 막아야겠지.”
신의 대리자였던 이태서의 타락의 기운을 모두 정화했으니, 신이 지상에 내세울 대리자를 잃은 지금이 바로 대대적인 반격의 타이밍이었다.
“지상의 안전을 확보하고 난 다음에는, 던전에 갈 거야.”
<갑자기 던전에? 어디로…….>
“주혁 씨한테 갈 거야.”
<뭐?>
갑작스러운 지은의 참전 선언에 당황한 까망이가 펄쩍 뛰어올랐다.
아무리 대리자의 권능을 각성했다고 하더라도 지은은 비전투 계열 각성자. 그건 지난 생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지금 주혁 일행이 싸우는 대상은 몬스터가 아닌 인간.
인간과 인간이 몬스터가 가득한 던전 안에서 서로 뒤엉켜 싸우는 그 아비규환의 전투 속에 스스로 걸어들어 가겠다는 말을 하는 지은의 얼굴엔 결연한 각오가 서려 있었다.
그런 지은의 표정을 확인한 까망이는 결국 한숨을 내쉬면서 더 반대를 하는 것을 멈추고 그녀의 머리맡에 털썩 엎드려 눈을 감았다. 그것이 까망이 나름의 지지 표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은은 편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 * *
“세상에…….”
이른 아침. 짹짹 거리는 참새들의 소리와 함께 거실로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뜬 지은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12시간을 넘게 잔거야?”
일부러 소파에서 잠을 잤던 지은이었다. 한숨 자겠다는 게 이런 뜻이 아니었는데. 분명 눈만 조금 붙이고 일어나 분점에 보낼 음식들을 만들려고 했던 계획이 완전히 무너진 셈이였다.
거기에 오늘부터는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키드가 심어 놓았을 균열의 징조를 탐색할 생각이었던 지은은, 마찬가지로 소파에 대자로 드러누워 잠을 자고 있는 까망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늦었다, 늦었어.”
양치질을 하면서 냉장고를 연 지은이 준비해 뒀던 햄버거 재료들을 한가득 주방에 꺼내 놓았다. 부스럭대는 소리에 마찬가지로 잠에서 깬 까망이가 하품을 크게 하고는 말했다.
<아침부터 뭘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냐, 주인.>
“미쳤어. 지금이 어느 시기인데 이렇게 잠이나 자고…….”
치약을 퉤 하고 싱크대에 뱉어 낸 지은이 머리를 질끈 묶으며 자신을 자책했다. 키드는 물론이고 강령술에 걸린 데이비슨이나 제임스에 대한 위협은 아직 해결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오래 자다니.
긴장감이 풀어진 탓일까, 자신을 자책하는 지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까망이가 귀를 쫑긋 하더니 피식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음…… 누가 온 것 같은데.>
“응?”
띵- 동.
이제 막 해가 뜬 아침. 누가 올 사람이 있다고 하는 걸까 싶어 고개를 들자마자 울리는 초인종 소리.
머리를 묶던 자세 그대로 인터폰을 확인한 지은의 표정이 경악에 물들었다. 선명한 화질로 보이는 얼굴이 처음 보는 투구로 가려져 있었다.
“누구세요?”
당황한 지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갑옷은 물론이고 손에는 창까지 들려 있는 게 마치 던전에서 장비를 갖춰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문득 투구 쓴 사람이 쥔 은색 창이 낯익다는 것을 느낀 지은이 애써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에이, 설마.”
창은 흔한 무기니까 같은 재료를 써서 색이 비슷할 수도 있겠지. 지금쯤 드루이얼과 함께 해방의 날개 길드를 치고 있을 주혁이 자신의 아파트 현관 앞에 서 있을 리는 만무했다.
애써 고개를 저으며 아닐 거라고 생각하던 지은은 이내 투구를 벗은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입을 떡 벌려야 했다.
“……주혁 씨가 왜 여기서 나와?”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는 남자는 정말로 주혁이었다.
“지은 씨, 괜찮으십니까?”
아니, 지금 이 남자가 어떻게 자신의 집 앞에 서 있는 걸까. 너무 놀란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현관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진짜 주혁 씨예요?”
“네,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키드가 한국에 들어와 있는 게 느껴져서…….”
“늦은 게 아닌…… 아니 어떻게? 일단 들어오실래요?”
문이 열리고 들어온 주혁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던 지은이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해방의 날개 길드는 어떻게 하고 지금 여기에 있어요!”
“그런 놈들을 처리하는데 저는 없어도 충분합니다.”
“세상에, 땀 봐…… 잠시만요.”
후다닥 방으로 들어간 지은이 황급히 수건을 가져와 주혁의 앞에 섰다. 중무장을 하고 있는 주혁의 머리는 온통 땀으로 절어 있었다.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 주는 지은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주혁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달려온 보람이 있군요.”
“달려왔다고요?”
“네, 오랜만에 열심히 뛴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지은의 손에서 수건을 넘겨받은 주혁이 환하게 웃었다. 이동 거리와 그에 따라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 봤을 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말이었다.
“하룻밤 만에 뛰어온 거라고요?”
“네, 뭐 한그루의 버프를 받긴 했는데. 다행입니다. 늦지 않은 것 같아서.”
놀란 지은의 반응과는 달리 ‘요즘 유산소 운동을 안 했더니 예상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주혁을 향해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너무 가까이 지내서 잠시 잊고 살았는데 주혁이 로컬 랭킹 1위에 월드 랭킹 2위에 빛나는 어마어마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실감이 났다.
“사실 지은 씨가 노아를 만난다고 했을 때부터 뛰어왔습니다.”
“…….”
“대놓고 지은 씨를 영입하겠다고 생떼를 부리던 건방진 녀석 아닙니까. 지은 씨를 뺏길 순 없죠. 저 들어가도 될까요?”
“어…… 네, 그럼요.”
지은의 허락을 받고는 그제야 집 안에 들어온 주혁이 툭툭 자신의 갑옷을 건드려 장비를 해제했다. 하얀 티 한 장에 청바지를 입은 상태로 변신한 주혁이 지은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별다른 문제는 없었습니까? 키드가 나타났다거나…….”
“지금 주혁 씨가 제 앞에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은데요.”
지은이 주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분명 해방의 날개 길드의 잔당들을 치는 게 먼저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구도자의 능력이 발동된 것이 이렇게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저는 괜찮다고 했잖아요!”
지은의 원망하는 눈빛을 애써 피하며 헛기침을 하던 주혁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까망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변명하듯 말했다.
“사실 지은 씨는 모르겠지만, 저는 까망이와 따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뭐라고?>
뜬금없는 말에 자신은 관련 없는 일이라며 완강히 고개를 젓는 까망이의 머리를 애써 쓰다듬으며 주혁이 하하하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까망이에게 ‘협조 좀 해 주시죠.’라고 중얼거리고, 그제야 까망이가 ‘안 먹히는 것 같은데? 알아서 해결해라.’라고 말하는 것까지 똑똑히 들은 지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 하는 거예요. 지금.”
“음…… 안 먹히는군요.”
“저는 안전한 상태고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주혁 씨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주혁이 정색을 했다. 대번 지은의 말을 자른 주혁의 낮은 목소리에 까망이가 그의 품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주혁이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을 느낀 지은이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다 해결했어요. 걱정 안 해도 돼요.”
“온전한 대리자의 권능을 각성하신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뒤늦게 도착한 주혁이 자신이 완전히 각성했다는 사실에 대해 말하자 지은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괜찮으십니까?”
“네? 뭐가요?”
“온전한 각성을 하셨는데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습니까? 몸이 아프시다거나…….”
“아뇨? 멀쩡한데요?”
혹시 몰라 몸을 움직여 보며 아픈 곳이 있나 자체 진단에 들어간 지은의 모습을 바라보던 주혁이 그녀의 시선을 피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각성을 하게 되면 원래 몸이 아파요? 아닌데. 처음 대리자의 권능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도 그런 건 없었는데.”
“음…… 아닙니다. 그냥 지은 씨가 걱정되어서 해 본 말입니다. 워낙 체력이 약하시니.”
“저도 이제 스탯이 많이 올랐거든요? 예전처럼 픽픽 쓰러지는 개복치가 아니에요! 완전 쌩쌩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