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2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23화(22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23화
멀쩡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려는 듯 유라에게 배운 복싱 스텝을 밟는 지은의 모습에 주혁이 피식 미소 짓고는 박수를 쳤다. 그 반응에 뿌듯함을 느끼던 지은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주혁이 잠시 세수를 좀 하겠다며 화장실로 들어간 뒤였다.
“아, 맞다. 나 지금 화내고 있었는데.”
화를 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간 상황이었다. 마침 세수를 마치고 상쾌한 표정으로 나오는 주혁의 얼굴을 돌아본 지은은 맥이 탁 하고 풀리는 것을 느끼고는 말했다.
“배 안 고파요?”
“……네?”
“뛰어왔다면서요. 배고프지 않아요?”
“고픕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지은의 눈치를 살살 보던 주혁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배를 움켜쥐었다. 그 모습에 지은이 피식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밥해 줄게요. 그동안 샤워라도 하고 계세요. 땀 많이 흘렸던데.”
지은의 손에 떠밀려 다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 주혁은 심하게 당황했다.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어떻게 샤워를 한단 말인가.
“그, 그럼…… 감사히 쓰겠습니다.”
“천천히 씻고 나와요. 해 놓은 게 없어서 시간이 조금 걸릴 거예요. 수건은 수납장 안에 있어요.”
그런 주혁의 당황스러운 심정도 모른 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지은이었다. ‘땀 냄새가 심했나?’라고 중얼거리며 자신의 냄새를 맡아 보던 주혁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금세 앞치마를 두른 채 김치냉장고에서 김치 한 포기를 꺼내 쫑쫑 썰고 있는 지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까망이가 중얼거렸다.
<무심하기도 하지.>
* * *
분점에 보낼 햄버거 재료들을 멀찍이 밀어 두고 지은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던전 안에서 보내 준 샌드위치나, 김밥 종류들만 먹었을 주혁을 생각해 보면 그래도 오랜만에 따뜻한 밥과 국을 해 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먹기 좋은 크기로 쫑쫑 썰어 낸 김치에 설탕을 조금 넣어 신맛을 잡아 주고 냄비에 들기름을 살짝 두른 지은이 양파 반 개를 썰어 함께 달달 볶아 주기 시작했다.
김치와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볶아 준 후 미리 생수병에 넣어 둔 쌀뜨물을 콸콸 부었다. 매일 같이 밥을 먹는 유라가 있다 보니 국을 끓이기 위해 쌀뜨물을 따로 준비해 놓은 게 이렇게 쓰일 줄이야.
잘 볶아진 김치와 양파가 잠길 정도로 쌀뜨물을 붓고 거기에 고춧가루, 국간장을 넣고 다진 마늘을 크게 숟가락으로 떠서 넣고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것을 기다리며 지은이 커다란 두부를 꺼냈다.
탕탕탕!
김치찌개에 들어가기 좋을 크기로 두부를 썰어 내고 나머지 두부 반절은 간단한 들기름 두부 구이를 만들 생각이었다.
보글보글 국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거기에 두부 반 모와 함께 참치 캔 하나를 따서 넣고 대파와 청양고추 조금까지 넣어 끓이면 김치찌개는 금방 완성이었다.
약불로 불을 줄여 뭉근하게 끓여 내는 동안 프라이팬에 들기름과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넙적하게 잘라 낸 두부에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려 밑간을 했다.
<음, 고소한 냄새.>
“두부 구이는 처음 보지? 할머니가 자주 해 주시던 건데.”
<고소한 냄새가 난다. 맛있을 거 같다.>
양면이 모두 노릇노릇하고 고소한 냄새가 날 때까지 뒤집어 가며 두부를 부쳐 주면 간단한 두부 구이도 금세 완성이었다.
<주인, 색깔이 예쁘다.>
“그럼. 누가 만든 건데.”
들기름을 넣고 겉면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두부는 그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거기에 간장과 고춧가루, 참기름까지 살짝 넣어 준 양념장까지 곁들인다면 아침에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반찬으로는 제격이었다.
두부를 부치면서 양념장을 만들고, 거기에 찌개의 간도 보면서 밥까지 떠 담는 지은의 모습에 까망이가 감탄하는 사이. 그릇에 예쁘게 두부를 담고 가운데에 양념장 그릇까지 올려 플레이팅을 마친 지은이 냉장고를 열어 계란을 꺼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반찬보다 인기가 많았던 건 다름 아닌 간단한 계란프라이였다. 계란프라이에 케첩만 있어도 밥 두 공기는 거뜬히 먹어 치우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계란프라이는 인기 메뉴였다.
김치와 함께 김, 계란프라이, 두부구이까지 척척 식탁에 차려졌다. 다 씻었는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옷을 입고 나온 주혁이 고소한 들기름 냄새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냄새가 납니다.”
“벌써 씻었어요?”
“네, 제집도 아니고요. 민폐일까 봐…….”
“민폐는 무슨요. 여기도 사실 따지고 보면 주혁 씨 집 아니에요?”
본가가 위험하니 안전을 위해 집을 제공해 준 것은 주혁이었다. 이렇게 넓고 좋은 아파트를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주혁에게 조금 남아 있었던 화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 밥상의 반찬들이 너무 부실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급하게 차린다고 차려 봤는데, 영 마음에 들진 않네요. 아침이 이렇게 부실해서야.”
“이게 부실하다고요?”
“반찬이 10개도 안 되잖아요. 외할머니가 손님한테 이렇게 밥을 대접하는 걸 보셨으면 엄청 뭐라고 하셨을 거예요. 아마 반찬값 아껴서 부자 될 거냐고 그러셨을걸요.”
“네? 하하하하!”
모자란 것보다 남는 게 낫다며 항상 누군가에게 식사를 대접할 때마다 ‘많이!’를 외쳤던 지은이 누구를 닮았나 했더니, 반찬 10개 이하는 취급도 하지 않으셨다던 외할머니를 닮았던 게 분명했다.
어서 와서 식사를 하라는 지은의 손짓에 식탁 앞에 앉은 주혁이 뿌듯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들며 말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이러려고 온 건 아닌데.”
“왔으니까 일단 밥이나 먹고 이야기하시죠. 아직 화가 다 풀린 거 아니거든요.”
“남운도 레벨 업을 해야 했고, 스승님도 복수를 하셔야 했고, 성진이는 오랜만의 실전이라 몸을 풀어야 했고, 한그루도 나름대로 복수를 해야 하는 사정이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빠져 준 것뿐이고요.”
“네, 아주 잘하셨어요.”
“잘했다고 칭찬하는 말투가 아닌데요?”
“씻는 동안 변명거리만 생각한 거예요? 일단 이거 먹어 봐요. 방금 부쳐서 맛있으니까.”
양념장을 콕콕 찍은 두부구이를 주혁의 밥 위에 올려 주며 지은이 그만 변명하라는 듯 손사래를 치고는 찌개를 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릇하게 익은 두부를 한 입에 와앙 밀어 넣은 주혁은 입 안에서 터져 나오는 고소함의 향연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엄지를 척하고 치켜세웠다.
그 반응을 보며 알맞게 뭉근하게 끓여진 찌개까지 듬뿍 떠서 놓아준 지은이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아까 저한테 했던 말. 무슨 의미예요?”
“네? 어떤 말을 말씀하시는지.”
“저보고 온전한 각성을 했는데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었냐고 했잖아요. 몸이 아프다거나 뭐 그런 증상이 원래 있는 거예요?”
“크흡! 콜록 콜록!”
<켁켁!>
지은의 말에 찌개를 떠먹던 주혁이 사례가 걸렸는지 고개를 돌리고 연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까망이까지 때맞춰 같은 반응을 보였다.
다급히 주혁과 까망이에게 물을 건넨 지은이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었나요? 매워요? 까망아, 양념장이 매워?’라고 묻자 손사래를 치며 물 한 컵을 모두 비워 낸 주혁이 말했다.
“아뇨, 그냥 사례가 걸렸습니다. 오랜만에 국물을 먹어서 그런가 봅니다. 찌개는 정말 맛있습니다.”
<나도다, 주인.>
“으음…… 그건 다행인데.”
“지은 씨가 해 주시는 음식은 항상 맛있습니다. 이 간단한 계란프라이도 지은 씨가 해 주신 것하고 제가 직접 해 먹는 거하고 맛이 달라요.”
<맞다. 주인이 해 주는 음식은 언제나 옳다.>
“에이, 그럴 리가. 그냥 소금만 조금 뿌린 건데요?”
“정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완벽한 반숙 계란프라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나도다, 주인.>
그렇게 말하고는 계란프라이를 공략하는 주혁과 까망이를 빤히 바라보던 지은은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나 곧 지금 주혁이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은근히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선을 오직 밥그릇과 국그릇에만 두고 있는 주혁과 마찬가지인 까망이까지.
‘뭔가 있는데…….’
너무나 수상한 반응에 지은의 머릿속에 작은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뭔가 자신의 온전한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은 주혁과 까망이의 반응에 지은이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을 하기 위해 입을 떼던 순간이었다.
“저 같은 경우엔 꼬박 일주일을 앓아누웠었습니다.”
“네?”
“처음 각성을 했을 때도 그랬고, 어느 정도 일정 경지에 올랐을 때도 그랬죠.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아마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걸 각성열이라고 부릅니다.”
“각성열이요?”
긱성열이라니,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였다. 까망이도 알고 있었던 사실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주혁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내가 있는데 각성열은 무슨. 우리 주인은 그런 거 모를 거다.>
“아, 역시 대단합니다. 그럼 지은 씨는 아무 문제없겠군요.”
<그럼! 아무 문제없지.>
“다행이네요. 저는 처음 등급을 올렸을 때 엄청 아팠는데요. 그래서 여쭤본 거였습니다. 온전한 권능을 각성했다는 건 어찌 보면 저 같은 헌터들 입장에선 벽을 부수고 한 단계 더 진화한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아…… 그래서?”
“네, 그래서입니다.”
“전 뭐 보시다시피 건강해요.”
“다행입니다.”
미소를 지어 보인 주혁이 까망이를 힐긋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잠시 교환한 둘은 이어지는 지은의 말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흠칫 몸을 굳혔다.
“그런데 제가 대리자로서 온전한 권능을 각성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아셨어요?”
지금 지은이 새로이 각성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었던 이태서와 키드뿐이었다. 지금 막 던전에서 뛰어온 주혁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뭔가 이상했다.
그런 지은의 물음에 주혁이 조심스레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아! 그게 말이죠…….”
<대리자와 구도자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 주인의 힘이 강해지면 주인을 지키는 구도자의 힘도 강해지는 법이다. 안 그래?>
“네,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어쩐지 뛰어오는데 별로 힘이 들지 않더군요.”
“아까는 유산소 운동을 요즘 안 했더니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회복 속도가 한결 빨라졌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물 좀 더 드실래요?”
주혁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어 있는 잔을 가리키며 지은이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주혁이 자신이 직접 따라 마시겠다며 일어나는 것을 손을 들어 제지한 지은이 주혁의 컵을 들고 정수기에 가기 위해 일어나는 동안 주혁의 옆구리를 쿡 찌른 까망이가 입을 가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는.>
“……죄송합니다.”
<주인 촉이 이런 쪽으로는 얼마나 좋은데. 연기라도 똑바로 해야지.>
“얼음도 넣어 줄까요?”
뒤를 돌아보며 말하는 지은의 모습에 언제 속닥였냐는 듯 반찬을 입에 밀어 넣던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이 피식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천천히 먹어요. 부족하면 더 해 줄게요.”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그런데 주혁 씨는 겨울에도 얼음물을 마셔요?”
“네?”
“이상하다, 겨울 내내 주혁 씨가 차가운 음료를 먹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얼죽아 회원인 성진과 유라와는 달리 항상 길드장실에서 따뜻한 커피나 차를 즐기던 주혁이었다.
얼음물을 가득 담아 온 지은이 주혁의 앞에 탁! 소리가 나도록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뛰어오느라 속이 많이 탔나 봐요?”
“…….”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로 속이 많이 타고 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