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2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25화(22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25화
주혁이 넣어 준 귤을 우물우물 씹으며 지은은 그제야 자신이 어떻게 온전한 힘을 각성하게 되었는지 깨달았다. 어째서 비전투 계열 각성자일까, 어째서 다른 동료들처럼 싸우지 못할까 고민하던 자신은 이미 없었다.
“주혁 씨 말이 맞아요. 저는 푸드 트럭 사장님이니까요.”
“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능력을 가진.”
“그러니까, 이 능력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예요.”
주먹을 꽈악 쥐어 보이는 지은의 모습을 바라보는 주혁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신에 대해서 쭉 생각하던 가정이 있어요. 들어 보실래요?”
“신에 대한 가정 말씀입니까?”
“신은 애초에 대리자를 필요로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네?”
“이미 신은 그의 기운을 담은 던전을 인간계에 만들어 뒀어요. 그런 와중에 자신의 권능을 인간에게 맡길 필요가 정말 있을까요?”
“……그건!”
“애초에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아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지 못하는 신을 어떻게 전지전능하다고 하겠어요? 그렇게 생각해 보면 신이 창조의 권능을 그토록 원하는 게 납득이 돼요. 창조의 권능을 손에 넣은 신이 제일 먼저 인간계를 재창조하리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고요.”
“신조차 가지지 못한 권능을 인간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까?”
“네, 바로 그거예요. 신은 그토록 원하지만 가지지 못한 권능을 사용하는 인간들을 보면서 얼마나 분노했을까요. 그런 인간들을 상대하는데 정말로 같은 인간들에게 자신의 권능을 쥐어 주면서 대리자를 내세우려 할까요, 아니면 자신이 직접 인간들을 상대하려 할까요?”
“대리자도, 그림자도 모두 다 신의 계획에 불과한 허수아비라는 소리입니까?”
“네, 저는 무조건 그럴 거라 생각해요. 이미 인간들로 하여금 같은 인간들을 상대하는 건 무의미하단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까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가정이었다. 지난 생에선 끝까지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가 활개를 쳤다. 온전한 신의 권능을 휘둘러 인간들의 손으로 인간들을 죽이며 무너져 가는 세상을 마치 즐기는 듯 관망하지 않았나.
“그럼 지은 씨가 생각하는 신의 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
“직접 던전에 내려오겠죠. 신이 노리는 건 틀림없이 봉인된 정령왕들일 거예요. 그리고 아마 신이 직접 강림할 수 있는 대상은 바로 대리자.”
“그리고 그림자도 있겠군요.”
* * *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끈질기게 따라붙던 마나를 완전히 털어 낸 키드가 어둠이 가득 내려앉은 던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젠장! 젠자아아아앙!”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입술에 흐르는 비릿한 피를 닦아 낸 키드가 분을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동굴과도 같은 던전에 키드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또 실패라니! 내가 고작 그런 어린 X 하나에게…….”
완벽한 계획이었다. 신께서 직접 계시를 내려 주시지 않았나. 이번에야말로 방심하고 있을 창조의 대리자를 완전히 함정에 몰아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지은은 그런 자신의 계획을 전혀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철저히 깨부순 것도 모자라 엄청난 능력까지 각성해 버렸다.
“거슬리는 힘을 얻게 도와준 셈이구나!”
자신을 그림자로 만든 이후 신은 단 한 번도 그에게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마치 그림자에 불과한 그에게 계시를 내려 주는 것이 계획엔 없다는 듯 철저하게 자신의 대리자로 선택한 이태서, 그 빌어먹을 놈에게만 모든 힘을 쏟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키드는 자신이 대리자보다 더욱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위대하신 신께서 자신을 다시 굽어살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히려 감히 신의 의지를 거부하는 이태서를 버리고 당신의 대리자로 삼아 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신이 직접 내려 준 계시를 받았을 때, 키드는 드디어 신이 자신을 선택했다고 믿었다. 비록 그 계시가 이태서를 도와 온전한 창조의 대리자를 제물로 바치라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키드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당신의 대리자는 오직 저입니다.’
계시대로 이태서를 도와 창조의 대리자를 신에게 바치고, 그 뒤 타락의 기운에 온전히 잠식되어 대리자의 권능을 각성한 이태서의 능력을 흡수할 수만 있다면 신께서도 자신을 대리자로 인정하실 것이다. 지금까지 이태서의 밑에서자존심도 버려 가며 최대한 몸을 수그리고 살아왔던 지난날은 이 단 한 번의 완벽한 기회를 위해서였다.
“거의 다 이뤄졌었는데!”
이태서의 목을 졸랐던 감각이 아직도 손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분신을 통해서였지만 확실하게 맥박 치던 그 목을 꺾고 집어삼킬 수 있었는데, 또 창조의 대리자에 의해 저지당했다. 거기에 그녀가 사용한 정화의 무기에 의해 분신은 물론이고 본체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키드는 절망에 빠져 있었다. 신이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대리자인 이태서가 허무하게 지은의 손에 모든 권한을 잃었다. 사실상 지상에서 신과 버금가는 권한을 지닌 대리자를 허무하게 잃었음에도 신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키드는 그제야 만약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신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계승 직위인 대리자의 권한이 공석이 되었음에도 신은 그에게 계시를 내려 주지 않고 있었다.
“전지전능한 신이시여! 당신의 그림자에게 답해 주시길! 저를 어째서 당신의 대리자로 선택하지 않으십니까!”
울컥하고 차오르는 비릿한 피를 땅바닥에 거칠게 뱉어 낸 키드가 신의 기운이 가득 담겨 있는 자신의 피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중얼거렸다.
“지상의 대리자를 잃은 당신께 제가 감히 말씀을 드립니다. 부디 저를 이용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시길! 저의 모든 것을 당신께 바칩니다!”
뱉어 낸 피에서 검은 기운이 키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반응하듯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키드는 자신의 온몸에 퍼져 있는 마나가 그 검은 기운에 반응해 꿈틀대는 것을 느끼며 손을 뻗어 바닥에 빠르게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제물 의식.
그 제물로 바쳐질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크흐흐흐흐.”
마법진 하나하나를 땅바닥에 새길 때마다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이 함께 따라온다. 처음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 한 번 신에게 바쳐지기로 했던 제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신의 품에 안겨져야 했으니, 이제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감히 당신의 권한을 지상에서 대리조차 할 수 없었던 그림자에 불과할지라도! 제 모든 의지를 당신께 바칩니다! 그러니 직접 저들을 벌하시고 저를 기억해 주시길!”
붉은 피가 온몸에서 빠져나간다. 마나와 함께 생명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마지막 마법진을 완성한 키드가 큰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완성된 제물 의식 마법진에서 번쩍하고 붉은빛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모든 것을 바친 지금 드디어 신이 자신의 기도에 응답한 것이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야 자신의 충실한 신심을 신께서 알아주셨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든 키드의 귓가에 신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림자인가.]“아아…… 전능하신 신이시여. 저를…… 저의 모든 것을 당신께 바칩…….”
[어차피 회수하려 했던 소모품에 불과했지만, 너의 의지는 꽤 쓸 만하구나.]“그게 무슨…… 크허억!”
검게 물든 심장이 키드의 몸에서 쑤욱 빠져나왔다. 소울 마나가 들어 있는 심장이 빠져나가자 키드의 몸이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자신을 ‘소모품’이라 부르는 신의 마지막 음성을 믿을 수 없었던 키드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너는 애초에 나를 담을 그릇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거늘.]“말…… 말도 안…….”
미처 말을 끝내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키드의 마지막 목소리가 동굴 안에 작은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붉게 빛나던 마법진은 이내 키드의 심장을 집어삼키고 이내 사라졌다.
찰나의 순간 빛을 잃은 곳에 새롭게 태어난 것은 그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주인을 잃은 그림자는 그 주인과 마찬가지로 사라질 뿐이었다.
* * *
“예상대로 유동 인구가 많이 몰리는 지역에 설치를 해 놓았네요.”
새롭게 각성한 뒤 얻게 된 신화급 무기 [집행자의 심판]의 패시브 옵션인 기운 감지의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온 지은은, 타락의 기운을 찾기 위해 정신을 집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에서 코앞인 거리에 위치한 대형 상가 옥상에서 검은 구체를 찾아낸 상태였다.
목걸이 형태로 외형을 변형시켜 놓은 [집행자의 심판]에서 새하얀 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며 주혁이 감탄을 내뱉었다. 저 평범해 보이는 목걸이가 사실은 대리자의 전용 무기, 그것도 신화급 무기라니.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기운이 느껴지진 않는 걸 보니 상위 균열급은 아닌 것 같아요.”
“크기가 작다고 해도 전례 없이 많은 균열이 한꺼번에 발생한다면 혼란은 가중되겠죠. 생각보다 키드의 권능이 그렇게 강하지 않을 것일 수도 있고요.”
“제가 쉽게 탐지하지 못하게 할 목적일 수도 있겠죠?”
파사삭.
그렇게 말한 지은이 손을 들어 올렸다. 손바닥 위에서 일어난 작은 바람에 마치 구슬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검은 기운이 흩어지는 것을 보며 주혁이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런 식으로 1회 차에서도 지은 씨가 균열을 찾을 수 있었던 거군요.”
“아마 이런 원리였을 것 같아요. 기운 감지를 통해 지상의 균열을 찾고, 타락의 기운을 정화했겠죠.”
“그래도 이런 식이라면 지은 씨 혼자서 균열을 막는 것은 무리입니다.”
아무리 좁은 서울이라고 할지라도 지은 혼자서 이렇게 숨겨진 타락의 기운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점은 지은 역시 충분히 알고 있었다. 고민을 하던 지은이 주혁에게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말을 꺼냈다.
“혹시 1회 차의 저한테 막 필살기 같은 게 있었나요?”
“필살기요?”
“사실은 [집행자의 심판]에 유일하게 아직 미발현된 액티브 옵션이 있어요. 이게 아무리 생각해도 제 필살기 같은데 도저히 모르겠어요.”
“까망이도 모른다고 했습니까?”
“네, 1회 차의 저도 이 액티브 옵션은 발동하지 못했다고 해요.”
“으음…… 최대한 생각해 보겠습니다.”
까망이조차 모르는 옵션을 주혁이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지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주혁의 도움을 받아서 오늘 하루 동안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정말로 균열의 모체가 되는 타락의 기운이 도심 곳곳에 심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방치할 순 없었다.
“적어도 저 말고도 이 기운 감지를 다른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텐데요.”
그렇게만 된다면 사실상 키드에 의한 인위적인 균열의 위협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텐데.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푸념을 늘어놓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정신을 집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똑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를 찾아낸 지은이 말했다.
“생각보다 멀리 있네요. 여러 개고요. 진짜 징그럽게도 많이 심어 둔 모양이에요.”
“지금 키드의 기운도 탐지가 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힘을 쓴 게 아닐까요.”
“진짜 본체를 잡아서 프라이팬으로 뚝배기를 사정없이 깨 버리고 싶네요.”
“…….”
“안 그래요?”
격한 발언도 잠시, 이내 해맑은 표정으로 내려 베기와 올려 베기 동작을 반복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주혁은 자신은 절대로 지은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