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2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27화(22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27화
“언제 봐도 신기하지 않아?”
화속성 저항 옵션이 달린 장비들을 정비하고 있던 토벌대원들이 오늘도 어김없이 등장한 지은의 푸드 트럭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토벌대에는 지은의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사 먹어 본 사람들도 있었지만, 소문만 들었지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인 사람들도 많았다.
지은의 인벤토리에서 육수에 들어갈 무와 대파, 양파가 가득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진짜 믿기지가 않는구만.”
“내 말이! 이런 상위 던전에서 이렇게 편하게 늘어져 있을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어떤 몬스터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는 안전 영역. 그리고 그 중심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집중하며 야채를 썰고 있는 지은의 모습은 이미 토벌대원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된 지 오래였다.
갈비탕 고명으로 올릴 쪽파를 빠르게, 많이 썰어 낸 지은이 본격적인 식사 준비를 위해 고개를 쭉 빼고는 소리쳤다.
“오늘의 취사지원조 계신가요!”
“다들 우리 사장님이나 도와드리러 가자고!”
“요리 실력도 느는 것 같다니까?”
취사지원조는 토벌대 사람들 사이에 꽤 인기가 많았다. 특히 혼자 사는 젊은 헌터들이나 평소에 요리에 관심이 있었던 헌터들에겐 취사지원조는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는 지은의 요리 레시피를 배울 수 있는 기회나 다름없었다.
육수에 들어갈 야채들을 손질하는 조, 고기를 삶는 일에 자원한 취사지원조를 나눈 지은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의 저녁 식사 메뉴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갈비탕이었다. 거기에 특A+++급의 한우 갈비탕이라니. 무려 100인분이 넘는 갈비탕을 끓이기엔 푸드 트럭엔 도저히 자리가 나오지 않았기에, 지은이 또 특별히 부탁한 것은 바로 대형 화로를 만드는 일이었다.
“화로도 완성됐습니다!”
모두의 도움으로 갈비탕에 들어갈 고기를 삶을 충분한 크기의 화로가 만들어졌다. 거기에 오늘 불을 붙여 줄 담당은 바로 불의 정령사 하소연이었다.
갈비탕에 들어갈 고기의 잡내를 없애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그냥 끓는 물에 고기의 색이 바뀔 정도까지만 한 번 삶아 주면 됐다. 그런데 토벌대원들이 무려 100명이었고, 거기에 지친 토벌대원들이 먹어 치우는 양이 워낙 많아 커다란 급식용 국통 10개에 갈비를 쏟아부었다.
“일단 고기를 한 번 삶아야 하는데, 국통을 화로로 좀 옮겨 주실래요?”
오늘의 취사지원조로 자원한 사람들이 푸짐한 고기양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정도라면 커다란 갈빗대를 1인당 5조각은 먹을 수 있었다.
수도꼭지에 연결한 호스로 국통에 고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완성된 화로 위에 국통을 분주하게 나르는 사람들을 보며 하소연이 소리쳤다.
“지은아! 불 세기는 얼마나 크면 될까?”
“바로 끓어오를 정도로요!”
“오케이!”
지은의 지시에 곧바로 이그니스의 옆구리를 찌르며 하소연이 빨리 불을 붙이라며 재촉했다. 처음에는 ‘[고귀한 불의 정령왕이 주방에 불이나 붙여야겠느냐!]’라며 투덜대던 이그니스는 하소연의 재촉에 결국 지은이 원하는 대로 불의 세기를 조절해 주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가스레인지와는 차원이 다른 화력. 그러면서도 요리 도구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세심한 능력 조절이었다.
‘아악! 램지 고든에게 선물 받은 한정판 냄비가!’
이미 이그니스는 첫날에 지은이 아끼는 냄비를 흔적도 없이 불태워 버려 온갖 질타를 받았었다. 요리 도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지은의 표정이 너무나 울적하게 변했기에, 결국 100명의 ‘빨리 사과하시죠.’라는 시선에 못 이겨 정령왕임에도 체면을 구기고 사과를 해야 했던 경험도 있었다. 투덜대던 이그니스도 지은이 제공한 식사를 맛보고는 충실한 주방 보조가 된 지 오래였지만.
지은이 알려 주는 대로 끓어오른 고기의 색이 변하자마자 불이 꺼졌다. 곧바로 고기를 한 번 삶아 낸 물을 비워 내며 알맞게 데쳐진 고기들을 따로 분리하는 토벌대원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지은이 육수에 들어갈 채소들을 손질하는 팀에 합류했다.
껍질을 잘 깐 무와 함께 큼직큼직 자른 대파와 반절로 자른 양파들이 육수통 안에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미리 말해 둔 대로 한 번 삶아 낸 고기들을 나누어 넣고 통후추와 맛술을 뿌린 뒤, 재료가 충분히 담길 정도로 물을 넣고 한 시간만 끓여 주면 육수는 완성이었다. 나운과 의자에 앉아 미리 불려 놓을 당면 포장을 벗겨 내던 지은이 말했다.
“제가 제안하긴 했지만, 몰아치는 일정인데도 토벌대의 분위기가 좋아서 다행이에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지.”
“네?”
“단기간에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둔 토벌대가 지금껏 없었잖아. 던전 공략의 최전선에서 역사를 써 나가고 있는 거니까.”
“아…….”
“그리고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 준 게 바로 지은이 너고.”
“에이, 저는 그냥 지원만 하는 거죠.”
“……얘가 진짜 뭘 모르네? 우리는 지금까지 전투만을 해 왔어.”
“전투요?”
“그래, 전투. 그저 단 한 번의 공략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목숨을 건 전투. 항상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던전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그런데 저 사람들을 봐.”
그렇게 말한 나운이 텐트를 설치하고 있는 토벌대원들을 가리켰다.
“갈비탕이라니. 진짜 기대되는데.”
“난 오늘 두 그릇 먹을 거야.”
“많이 먹고 내일도 힘내야지 않겠어?”
저마다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오늘의 저녁 메뉴에 대해 떠들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서 다음 던전 공략에 대한 두려움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보이지 않았다.
“저 사람들에게서 두려움이 보여?”
“…….”
“우리는 이제 결과를 알 수 없는 전투를 하는 게 아니야. 더 나은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미래가 보이는 전쟁을 하게 된 거야. 그리고 저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는 거고.”
“미래가 보이는 전쟁…….”
“그래, 설령 내가 잘못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는 진짜 전쟁.”
던전을 공략하지 못하면 돌아가지 못한다. 한 번 진입한 던전이 다시 열리는 건 오직 보스의 토벌 또는 공략대 전원이 사망했을 때뿐.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을 집어삼켜 놓고도 그 던전에 대한 정보조차 알 수 없었던 과거와는 다르다.
그것은 오직 던전을 자유롭게 들락날락할 수 있는 지은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덕분이었다.
“거기에 전쟁의 기본은 보급이야. 주혁이나 성진이, 유라 같은 상위 랭커들도 보급 없이는 이 던전에서 버티지 못해. 그래서 던전 공략이 어려웠고, 상위 랭커들조차 목숨을 걸어야 했어.”
“…….”
“그런데 지은이 네가 지금까지의 공략을 모두 바꾼 거야. 다 네 덕이라고.”
그렇게 말하고는 장하다는 듯 지은의 머리를 쓰다듬은 나운이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러니까 넌 대단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좀 가져.”
“고마워요, 언니.”
“그래, 그럼 이 당면들은 물에 불려 놓으면 되나?”
“제가 들도록 하죠.”
“와악! 깜짝이야!”
뒤편에서 불쑥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지은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면을 가득 넣어 둔 급식용 반찬통 여러 개를 한 번에 들어 올린 주혁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주혁 씨? 오늘은 못 올 거라고 하셨잖아요.”
“고작해야 잔당들일 뿐인걸요. 거기에 스승님이 직접 거신 마나 수갑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5층 토벌대와 동시에 시작한 해방의 날개 소탕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거침없는 속도로 전진해 마침내 해방의 날개 길드와 전면전을 시작한 특공조는 너무나 쉽게 골칫거리였던 일당들을 소탕했다.
아내와 딸의 복수를 완벽히 마무리할 기회를 잡은 이태백의 마법, 거기에 그 마법의 효과를 몇 배로 증폭시켜 주는 한그루와, 버프를 받아 대인전에 능숙할 수밖에 없는 대한제일검 남운.
거기에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든 공격을 반사하는 돌격형 탱커 성진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했지만, 해방의 날개 길드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재앙은 바로 [방문 판매] 스킬로 주혁을 다시 합류시켜 준 지은이었다.
주혁이 등장하자마자 무기를 던지고 항복하는 헌터들도 많았다. 간신히 도망친 몇 명의 랭커들까지 추적한 끝에 오늘 드디어 해방의 날개 길드원들을 전원 소탕할 수 있었다.
“키드의 팔다리를 잘랐습니다. 다 지은 씨 덕분이군요.”
전 세계적 골칫거리였던 범죄 길드 집단을 일거에 소탕한 덕분에 지금 일행들의 위명은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중이었다. 줄줄이 마법 수갑을 찬 일당들을 각성자 전문 교도소에 인계하는 이태백의 사진은 ‘다시 활동을 시작한 대현자’라는 이름으로 마탑을 들썩이게 했다.
“나운 씨는 바쁘시지 않습니까?”
“응? 으흠, 그럼 나는 정찰조에 합류를 해 볼까.”
주혁의 입가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한 나운이 헛기침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지은 씨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언니, 저랑 더 놀아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지금은 일단 가 봐야 할 것 같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시 부르라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숙영지 쪽으로 걸어가는 나운의 뒷모습을 보며 지은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정찰조에 다시 합류를 한다고 했는데, 지금 나운은 자신의 텐트로 걸어가고 있었다.
“제가 도와드릴 일 없습니까?”
잠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주혁이 곧바로 그런 지은의 상념을 깨트렸다. 육수가 완성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고, 때맞춰 취반기에 넣어 둔 밥이 완성되었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밥통 좀 같이 꺼내요, 우리. 아, 김치도 썰어야 하고, 깍두기도 썰어야 해요.”
“할 일이 많군요?”
“그래서 안 도와줄 거예요?”
“그럴 리가요. 정말 좋군요.”
“우엑. 할 일이 많은 게 좋다니. 정말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네요, 주혁 씨는.”
“지은 씨를 도울 수 있는 일이 많으니까요.”
“음, 그러면 당면도 물에 담가 놔야 해요. 아직 갈비탕은 끓이지도 못했고…….”
“전 급한 일이 있어서 가 봐야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지은 씨.”
“아! 뭐예요 진짜! 진짜 갈 거예요?”
“그럼 열심히 일한 보상으로 저도 갈비탕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습니까?”
“언제는 안 먹고 간 사람처럼 말을 해요? 같이 먹어요, 오늘도.”
“급한 일은 원래 성진이랑 유라의 몫이죠. 저는 이렇게 현장에 있어야 하는 위치라서.”
“유라 언니 야근 좀 그만 시켜요. 집에 들어오질 않아요, 언니가.”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매고 지은과 티격태격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웃으며 김치를 써는 주혁의 모습을 보며 토벌대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렇게 주방에서 지은에게 등짝을 맞아 가며 김치를 썰고 있는 남자가 정말 청명 길드의 길드장인 송주혁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항상 공식 석상에서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이 할 말만 하는 냉철한 카리스마를 가진 로컬 랭킹 1위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이미지가 점점 푼수가 되어 가는 것도 모른 채 지은에게 자른 김치를 검사받고 있는 주혁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운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던전 공략도 지은이 덕분에 바뀌고, 우리 차갑디 차갑던 송주혁이도 지은이 덕분에 바뀌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