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2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28화(22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28화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
부드러운 갈비살이 듬뿍 들어간 갈비탕의 반응은 오늘도 화끈했다. 넓적한 국그릇 가득 갈비탕을 받은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것을 보며 지은이 흐뭇하게 웃었다. 거기에 오늘의 후식으로 지은이 새롭게 준비한 슬러시도 인기가 아주 많았다.
5층의 계층 보스가 이그니스였던 만큼 5층 던전은 화속성이었다. 후끈후끈한 던전의 열기에 땀을 흘리면서도 먼저 갈비탕을 깨끗하게 비워 낸 토벌대들은 뭐에 홀린 것처럼 슬러시 기계 앞으로 모여들었다.
“와…… 나 이거 학교 앞 문방구에서 보고 처음 봐.”
“그런데 그건 이렇게 크진 않았는데.”
모양만 똑같을 뿐, 크기가 엄청나게 커진 슬러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었다.
오렌지 맛, 파인애플 맛, 포도 맛 음료수를 가득 넣은 슬러시 기계 앞에 영화관용 음료수 컵으로 슬러시를 나눠 주고 있는 지은의 모습에 모두가 감동했다.
“으으,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나도!”
후끈후끈한 던전에서 갈은 얼음이 잔뜩 들어간 슬러시를 먹는 것은 행복 그 자체였다. 급하게 들이켠 탓에 아이스크림 두통을 호소하면서도 토벌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지은 씨도 이제 식사하시죠.”
“아, 주혁 씨!”
“밥, 같이 먹는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해 놓은 주혁이 두 손 가득 식판과 갈비탕 그릇을 들고 와 지은을 재촉하며 말했다.
“경쟁이 너무 심했는데, 지은 씨 드실 거라고 하니까 다들 비켜 주더군요.”
“네? 세상에.”
식사 인원이 100명이었기에 배식조 앞에는 아직 줄이 긴 편이었다. 다른 사람들 먼저 식사를 마치고 자신은 나중에 할 예정이었던 지은은 배고프다며 재촉하는 주혁의 말에 결국 푸스스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밥 같이 먹어요, 우리.”
두툼한 크기의 왕갈빗대에서 신중하게 고기를 발라내는 주혁의 모습은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살코기를 쏘옥 발라내는 주혁을 보며 잘 익은 석박지 하나를 집어 들어 입에 가져간 지은은 아삭아삭하고 매콤새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 맛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양념을 뭘 쓴 걸까?’라며 고민하는 지은의 모습에 고기를 다 발라낸 주혁이 앞접시에 고기를 옮겨 담고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오징어 젓갈도 아주 맛있더군요.”
“어떻게 이런 맛이 나죠? 이건 연구해 볼 가치가 있어요.”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식재료가 제공되는 [오늘의 추천 요리]는 벌써 레벨이 10을 돌파했다. 패시브 스킬에 레벨이 있는 것도 신기했는데, 최상의 재료로 최상의 손맛을 손님에게 선물하라는 스킬 설명대로 레벨이 오를수록 진가가 발휘됐다.
메인 메뉴를 선택하기만 하면 메인 요리에 가장 보편적으로 선호되는 반찬의 재료들이 알아서 뚝딱하고 나오는 엄청난 스킬.
사실상 던전 안 자율 판매를 가능하게 해 주는 가장 사기적인 스킬이나 다름없었다. 식자재값의 폭등에도 전혀 상관없이 알아서 제공되는 최상의 식재료들이라니.
거기에 레벨이 올라간 덕인지 금방 만들기 어려운 김치나 젓갈 종류 등은 심지어 완제품으로 제공됐다. 파는 김치를 사 먹어 본 적 없었던 지은이었지만, 이 정도의 맛을 내는 김치는 외할머니와도 그 실력을 충분히 견줄 수 있었다.
“김치가 정말 맛있더군요. 지난번 토벌대에서도 지은 씨의 김치가 정말 인기가 많았죠.”
“김치 종류는 아무래도 각 집안의 김치 맛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거든요.”
한국인의 밥상에 빠져선 안 될 반찬이라 하면 당연히 김치였다.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김치말이국수, 김치전 등 김치로만 만든 음식이 한가득 밥상 위에 올라와도 ‘음, 오늘은 되게 먹을 게 많네.’라고 납득하는 것이 바로 한국인이었다.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는 지은 씨의 의지가 다 반영된 거겠죠.”
“그런가요?”
어느새 자연스럽게 다시 고기를 발라내기 시작한 주혁이었다. 이런 행동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지은은 별다른 생각 없이 주혁이 발라 준 고기를 국물에 푹 담갔다가 크게 한 입 넣고는 오물오물 씹기 시작했다.
“음! 누가 했는지 참 맛있네요.”
“재료가 좋아서가 아니고요?”
“……그건 부정할 수 없지만요.”
“장난입니다. 아무리 재료가 좋다고 해도 저 같은 주방의 연금술사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맛을 내지 못할 겁니다.”
“주방의 연금술사요? 주혁 씨, 연금술도 하세요?”
“네? 하하하! 아니요, 제 요리 실력을 보고 유라가 했던 말입니다. 용병 시절에는 돈이 별로 없었거든요.”
“우와, 용병 시절이요?”
주혁이 본격적인 3세대의 대표 랭커로 자리매김하기 전, 그러니까 청명 길드를 세우기 전의 주혁과 유라, 성진은 수많은 토벌전에 용병으로 참가했었다고 했다.
용병 생활을 할 때의 주혁에 대해서는 헌터 게시판을 조금만 뒤져 봐도 영웅의 업적 수준으로 나열되어 있으니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내용을 직접 당사자에게 듣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였다.
곧바로 반응하는 지은의 모습에 피식 미소 지은 주혁이었다. 눈을 반짝이며 젓가락을 꼭 쥔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은의 모습은 마치 재밌는 옛날이야기를 해 달라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해 보였다.
“궁금하십니까?”
“네! 궁금해요!”
“이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저희들끼리만의 이야기인데…….”
“해 줘요! 저 정말 궁금하단 말이에요!”
발까지 동동 구르며 이야기를 해 달라고 보채는 지은을 보며 눈을 감고 고민을 하는 척해 보였다. 그런 모습에 더 애가 탔는지 지은은 이내 열심히 주혁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네? 조금만 해 줘요. 진짜 궁금했단 말이에요.”
“흠,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대신.”
“대신?”
“오늘은 다 드셔야 합니다.”
갈비탕 그릇을 가리키며 말하는 주혁의 모습에 지은은 넓적한 국그릇 가득 쌓여 있는 고기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그동안 자신만 보면 더 먹이지 못해 안달이던 청명 길드원들 덕분에 식사량이 늘은 지은이었지만, 아직 국그릇의 바닥을 보이는 완식의 경지에는 한 번도 도달해 본 적 없었다. 대번에 지은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건 너무 많은데요.”
이렇게 많은 고기까지 다 먹으며 국물과 밥을 비워 낼 자신이 없었던 지은이 울상을 지었다. 그런 지은의 모습이 푸하하 웃음을 터트린 주혁이 타협안을 제시하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대신 국물까지 다 드시라고는 안 하겠습니다.”
“좋아요, 그 정도라면 도전해 볼 만하겠죠.”
“약속입니다.”
워낙 적게 먹는 지은이라 밥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남기기 일쑤였던 지은의 용기에 박수를 친 주혁이 이윽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용병 시절에는 저랑 성진이가 같이 살았습니다. 옥상에 딸려 있는 옥탑방이었죠.”
“와, 진짜요?”
“방도 하나밖에 없어서 그 덩치 큰 녀석이랑 매트릭스 두 개만 놓고 살았죠. 돈도 없었고요.”
“우와…….”
“남자 둘이서 같이 사는데 둘 다 뭐 요리를 할 줄 알았겠습니까. 매일 시켜 먹거나, 아니면 라면이나 끓여 먹고 살았죠.”
그렇게 말하며 예전 기억을 떠올렸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주혁이 더 이야기를 이어 가라는 지은의 재촉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말씀드렸다시피 돈도 없고, 할 줄 아는 요리도 없었는데 그런 저희를 구해 줬던 게 바로 유라였죠.”
“오…… 역시 유라 언니. 요리 잘하잖아요.”
“문제는 그 당시의 저희는 겨우 고등학생이었다는 거죠. 좋은 집안의 아가씨나 다름없었던 유라도 요리를 아주 못했습니다.”
주혁과 성진은 물론이고 유라 역시 고등학생 때부터 헌터 생활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어린 나이의 각성자들까지 던전과 균열 공략에 매달려야 했던 그 당시의 국내 사정은 잔인했지만, 주혁은 그 시절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곤 했다.
지은은 문득 처참했던 그 시절을 이겨 낸 세 명이 당당하게 한국을 빛내고 있는 랭커가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엄청 고생했겠네요.”
그때 당시만 해도 아직 길드의 영향력이 센터에 비해 적을 때였고, 헌터들의 범죄에 지친 국민들의 여론에 정부의 통제를 강하게 받던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미성년자인 헌터들까지 최전선에서 던전 공략과 균열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렇게 남자 둘이서 청승을 떨면서 살고 있는 게 얼마나 보기 힘들었는지 매일같이 학교가 끝나면 요리 재료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와서 요리를 해 줬는데…… 사실 지금 유라가 요리를 조금 하는 건 다 저희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푸흡!”
당당하게 ‘새까맣게 타 버린 제육볶음을 먹고 자란 몸입니다. 임상 실험의 피실험체였죠.’라고 덧붙이는 주혁의 말에 지은이 급하게 입을 막았지만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고 있어?”
“그러게요. 지은이가 이렇게 웃는 거 흔하지 않은데.”
이미 전투적인 식사를 마치고 슬러시를 손에 들고 다가온 나운과 하소연이 그런 지은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자를 끌고 와 자리에 합석했다.
“그냥 옛날이야기를 조금 하고 있었습니다. 용병을 뛰던 시절이죠. 지은 씨가 궁금해하시길래.”
“아, 교복 입고 용병 뛰던 그 시절?”
“교복을 입고 용병을 뛰었다고요?”
“어, 지금도 그렇지만 장비는 엄청 비쌌거든. 그런데 얘네가 무슨 돈이 있었겠어.”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 나운이 슬러시를 쪼옥 빨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완전 애기애기했는데, 그땐.”
“성진 오빠도요?”
“음…… 정정할게. 유라랑 주혁이 말하는 거야. 실력이 출중해서 3층 토벌도 가능한 고등학생들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정말로 교복을 입고 올 줄은 몰랐으니까.”
차마 190을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성진이 귀엽다고는 할 수 없었는지 말을 정정한 나운이 ‘그때가 그립네.’라며 추억에 잠겨 들었다.
“나 원래는 태백 길드였거든. 엄청 돈도 잘 벌고 잘나가던 헌터였어. 그치? 길드장 씨?”
“부정할 수 없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우와!”
무려 나운이 태백 길드 소속이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지은이 눈을 반짝였다.
그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그 시절의 헌터들의 뒷이야기를 이렇게 들을 수 있을 줄이야. 지은은 물론이고 취준생 시절 랭커들을 동경하며 열심히 덕질을 했던 하소연 역시 금방 지은과 똑같은 표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교복에 운동화 신고 그 당시 제일 깊은 던전이었던 3층 토벌대에 용병으로 떡하니 왔다고 자기소개를 하는데, 얼마나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웠는지.”
“그래서 나운 누나가 저희에게 장비를 사 주셨죠.”
“맞아.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거 지금에서야 말하는데 내 개인 사비였다?”
“알고 있었습니다. 길드 보유 장비라고 바득바득 우기면서도 저희에게 방어구를 사 주셨죠.”
“어휴, 알고 있었어? 그때 내가 너희에게 그 장비를 주는 게 아니었는데.”
“왜요? 무슨 일이 났나요?”
“그게 인연이 되어서 그 당시에도 제일 잘나가던 길드의 방패조 팀장이었던 내가 아무것도 없었던 청명 길드에 스카우트되었잖아.”
“인재는 놓치지 않는 편입니다.”
나운에게 그렇게 말하며 지은을 바라본 주혁이 씨익 웃어 보이고는 이어 말했다.
“여기 있는 지은 씨도 덕분에 길드에 가입시킬 수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