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2화(2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2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으로 살려 달라고 말하는 지은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던 주혁이 멈칫했다.
“제가 무서우십니까?”
“속이려고 한 게 아니라요. 믿으실진 모르겠는데, 저 아직 레벨 1이란 말이에요…….”
“클래스별로 진행되는 퀘스트만 깨도 레벨은 오를 텐데 어째서…….”
패시브 스킬인 [바퀴가 가는 대로] 스킬의 효과인 랜덤 던전 입장을 아직 포기 할 수 없었던 지은이었다.
레벨이 오른다면 던전을 지정해서 들어갈 수 있겠지만, 행운 스탯이 0인 덕분인지, 아직 인기 던전이나 저렙 던전에 들어가질 못했으니 레벨을 올린다 해도, 앞으로의 영업이 망할 것임은 당연했기에 레벨을 올리지 않은 것이었다. 지은이 레벨이 아직 1이라는 사실에 당황한 주혁이 이제는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라도 할 것처럼 지은이 가지런히 무릎을 꿇으려 하자 빠르게 제지했다.
“아니, 안 죽여요. 지은 씨, 왜 저를 그런 무서운 사람으로 만들어요?”
“진짜죠? 속였다고 죽이려고 일어난 거 아니죠?”
“세상에…….”
지은의 말을 들어 보니 자신이 스킬에 대해 이미 짐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나름대로 고민하고 완벽히 자신을 속이고 처치 곤란한 게이트석만 넘기고 훌쩍 도망칠 생각이었던 건가 싶어 주혁은 자꾸만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일단 진정해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차라도 대접하려고 일어난 거니까.”
“그렇다면 저는 차보다는 커피요. 블랙으로.”
“……방금까지 살려달라고 빌었던 사람 맞아요?”
“안 죽인다고 하셨잖아요.”
“물론 그렇죠.”
자신이 오해했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정신을 차렸는지 당돌하게도 블랙커피를 주문하는 지은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며 주혁은 생각했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재미있다고.
“5층 던전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라는 던전이에요.”
“불의 정령왕이라면 화염 속성 필드겠군요.”
주혁이 직접 타 온 블랙커피를 예쁜 컵에 담아 자신의 앞에 내려놓자, 지은이 슬쩍 손을 뻗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정확한 위치는 몰라도, 미개척 구역에 화염 속성 필드의 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군요. 감사합니다.”
“어…….”
주혁의 말에 커피 잔을 손에 들고 있던 지은의 표정이 또 재미있게 변했다.
정말로 본인은 모르는 것 같은데 지금 지은의 표정은 누가 봐도 ‘이걸 말을 해야 하나, 숨겨야 하나?’ 하며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지은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진 주혁이 짐짓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5층의 던전 중에 그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긴 알았지만…… 정확한 위치를 모르니 아쉽군요.”
“어…….”
“그래도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게요…….”
“넓은 5층 던전을 하염없이 돌다 보면 만날 수 있겠죠. 하아…… 언제 가 볼 수 있으려나.”
“……그니까요, 그게! 저번에 우리 만났던 곳!”
‘거기가 왜요?’ 하며 순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주혁을 향해 한숨을 쉰 지은이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리아드네의 천칭 오른쪽 구역이에요.”
“오른쪽 구역이요?”
“네, 믿으셔도 돼요. 확실하니까.”
“지은 씨의 스킬로 맵의 정보나…… 위치 같은 것도 표시가 되나요?”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스킬로 알아낸 건 아니라는 소리였다. 뭔가 숨기는 게 더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이상 알아내려고 건드렸다간 앞으로 제시할 제안을 거절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마침 아리아드네 천칭의 모든 영역확보가 끝났거든요.”
“그게 왜요?”
“이제 다음 던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소리인데, 오른쪽 구역에 어떤 던전이 있는지 알게 되었으니 토벌전을 준비하는데 한결 수월해지겠군요.”
토벌전.
해당 구역의 던전 보스를 잡기 전까진 한 번 들어선 던전에서 나갈 수 없다.
또 던전 보스를 쓰러트린다 해도 얼마나 넓을지 모를 던전의 구역을 전부 확보해야만 다음 던전으로 진입할 수 있다.
새로운 던전을 확보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일이다. 보스 클리어까지 며칠이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알 수 없고 던전의 보스가 어디에 있을지조차 짐작할 수 없는 불확실성.
그런 모든 것을 감내해서라도 미개척 던전을 확보하기 위해 토벌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진 지은이였다.
“위험하지 않아요?”
“어떤 게요?”
“굳이 미개척 던전을 토벌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레벨을 올리고 더 좋은 아이템을 얻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인가요?”
“으음…….”
던전 개척은 오로지 헌터들의 권한이었다. 정부에서 통제할 수 없는 헌터들만의 영역이 바로 던전인 것이다.
그럼 더더욱 마음 편하게 개척된 던전에서만 나오는 재화들로 부를 쌓을 수 있을 텐데,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꾸준히 던전을 개척해 나가는 본질적인 이유.
“새로운 층이 열리고 일정한 기간 내에 절반의 영역을 확보하거나 각 층의 보스를 잡지 못하면 균열이 일어납니다.”
“아…….”
“고레벨의 몬스터들이 균열을 타고 던전 밖으로 쏟아질 수도 있다는 소리죠.”
20년 전에 일어났던 균열 던전.
1층의 몬스터들이었지만 그때 당시 각성자들의 수는 적었고, 레벨도 낮았다.
각성자들과 군대와 함께 간신히 균열을 닫는 덴 성공했지만 그 희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 뒤로 균열 던전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고위급 헌터들이 길드를 조직하고 토벌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를 알게 된 지은이 탄성을 내뱉었다.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신 거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그래서 말인데요, 지은 씨.”
“네?”
“제안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커피와 함께 가져왔던 서류철을 다시 집어 든 주혁이 지은의 앞에 서류철을 활짝 펼치며 말했다.
“저희 길드에서 일해 보실 생각, 있으신가요?”
갑작스런 주혁의 길드 영입 제안에 눈이 휘둥그레진 지은이 주혁이 내민 서류를 빤히 바라보았다.
길드 가입 계약서.
제목만 달랑 적혀 있는 계약서였다.
물론 이 상황 자체는 주혁을 만나러 오기 전에 가장 이상적인 결과로 지은이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안이 벙벙해진 지은이 아무것도 하얀 종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주혁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저를 길드에 영입하실 생각이세요?”
“물론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장소가 장소인지라 바로 영입 제안은 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덧붙인 주혁이 양복 가슴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제가 원하는 건 하나입니다. 대규모 토벌전이나 던전 안정화 작업에서 저희 길드원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 주시는 것.”
“네에?”
“그것만 해 주신다면 저희는 지은 씨가 원하시는 모든 걸 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주혁이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영입 계약 서류에 만년필로 직접 글씨를 쓰려는 듯 허리를 숙였다.
“길드 가입 계약서, 처음 보시나요?”
“네…….”
“영광이군요.”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인 주혁이 종이에 글을 거침없이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만년필이 움직이며 글씨가 쓰이는 소리가 조용한 방에 울려 퍼졌다.
가. [갑] 민지은은 [을] 청명 길드에 소속되어 다음과 같은 계약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
1. [갑]은 [을]이 주체가 되는 토벌전, 던전 안정화 작업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던전 안에서 식사를 제공한다.
2. [갑]은 [을]에 소속된 길드원으로서 다른 길드에 중복으로 가입할 수 없다.
3. 식단 선정은 오로지 [갑]의 권리이며 [을]은 1번 사항을 제외하고는 [갑]에게 어떠한 추가적인 권리 요청을 할 수 없다.
4. [을]은 비전투 계열 각성자인 [갑]을 위해 길드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갑]을 던전 안에서도, 밖에서도 지킬 의무를 지닌다.
“확인해 보시죠.”
주혁이 직접 자필로 작성한 내용을 확인한 지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지은이 던전 안에서 유일하게 요리가 가능한 사람이란 것을 감안해도, 지금 주혁이 제시한 제안이라면 전혀 지은은 손해 볼 것이 없다. 오히려 제정신이냐고 묻고 싶은 건 지은 쪽이었다.
“이건 그냥 저희 쪽에서 제안 드리는 기본 사항입니다. 추가적인 요청 사항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밑에 적어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한 주역이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물론 절대 갑님께서 어떤 걸 적든 받아들이겠지만요.”
무려 대형 길드를 상대로 지은이 갑이 되었다.
“진짜로 진심이세요?”
“저, 이래 봬도 청명 길드장입니다. 길드 영입을 주제로 허튼소리는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운데.”
“아, 가장 중요한 걸 깜빡했군요. 죄송합니다. 다시 계약서를 좀…….”
가장 중요한 걸 깜빡했다며 다시 계약서를 넘겨준 지은이 주혁이 뭘 적는지 확인하고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나. 계약 기간
[갑]은 [을]과 계약한 날을 기점으로 청명 길드와 5년 계약을 체결한다.계약을 파기할 권리는 오로지 [갑]에게 있으며 [을]은 [갑]이 원할 때 언제든 계약을 종료하는 것에 동의한다.
계약 기간 만료 이후 다시 계약을 진행할 때에는 [갑]의 요청에 따라 계약 기간을 정한다.
다만, 계약 기간 동안에는 청명 길드가 아닌 다른 길드와 이중 계약을 할 수 없음을 명시한다.
“아무래도 제가 욕심이 나서 그만, 길드 이전까지 양보는 못 하겠네요.”
“네…… 네…… 그렇죠. 배신은 죽음으로 갚아야죠.”
“네? 하하하. 가끔씩 이상한 데에서 극단적이군요, 지은 씨는.”
“중요한 문제니까요?”
“자, 그럼 저희가 제시할 조건은 여기까지입니다, 지은 씨.”
얼떨떨하게 다시 주혁이 건넨 계약서를 받아 든 지은이 품에 서류철을 꼭 껴안은 채 주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충분히 많이 생각해 보시고 [갑]으로서 요청 사항을 작성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너무 놀라서 아무런 생각도 안 드는데…… 막 분위기 타서 썼는데 놓친 게 있으면 아깝잖아요.”
“집에 가져가셔서 천천히 생각해 보시고 언제든 길드에 가입하실 생각이 드신다면, 그때 찾아와 주시면 됩니다.”
당황한 와중에도 요청 사항을 가득 적을 생각인지 놓친 게 있으면 아깝다는 말을 하는 지은을 보며 주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이상한 데에서 당돌한 기색이 있었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곰곰이 생각을 정리 중인 것 같은 지은을 보며 씨익 미소 지은 주혁이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지은 씨.”
“네?”
“계약금은 한 100억 정도면 만족하실까요?”
”네에??”
100억.
상상도 안 가는 금액에 지은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100억이라니? 지금 이 남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아, 역시 지은 씨의 역할에 비해 너무 적은가요? 그럼 150억?”
“아니요! 그럴 리가요!”
더 나아가 너무 적냐며 올린 금액이 무려 50억이다.
합계 150억의 계약금을 상상한 지은이 손사래를 치며 소리쳤다.
“나중에! 나중에 다시 알려 주세요! 지금 제가 맨정신에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액수거든요?”
“이건 그냥 계약금이고, 당연히 출장 오실 때마다 따로 옵션비도 드릴 건데요?”
“으아아!! 돈 이야기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