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3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29화(23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29화
“하하! 그렇지! 지은이 영입은 최고의 선택이었지.”
“어휴, 언니까지…….”
나운까지 그런 주혁의 말을 거들고 나서자 정말로 부끄러웠는지 지은이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런 지은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어?”
“지은 씨,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손에 하트를 그리며 지나가는 청명 길드원들의 주접이 이어졌다. 첫 토벌 때부터 변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는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데 어떡해요…….”
* * *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토벌대원들은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카드 게임을 하거나 장비를 정비하는 시간을 보냈다. 불침번이나 경계가 필요하지 않은 안전 영역 안에서의 한가로운 시간이었다. 완벽한 식사와 편안한 휴식이 보장된 엄청난 복지는 곧 토벌대 전원의 사기가 한층 올라가는 결과를 낳았다.
“보기 좋네요.”
강행군이나 다름없는 일정에도 모두의 얼굴엔 여유가 흘러넘쳤다. 이런 식으로만 계속해서 토벌이 진행된다면 어쩌면 최단 기간 내로 6층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키드는 어떻게 된 걸까요?”
지은의 질문에 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숨 쉬는 것처럼 느껴지던 키드의 기운은 얼마 전부터 뚝 소식이 끊겼다.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은 씨의 공격에 키드가 치명상을 입은 게 아닐까요.”
“아마 그럴 거예요.”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조차 키드는 본체를 드러내지 않는 조심성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날 지은은 정화의 화살을 쐈고, 키드의 분신에 담겨 있던 모든 타락의 기운을 정화했다.
“키드의 능력의 기반은 타락의 기운이에요. 분신을 꿰뚫으면서 모든 기운을 정화했으니 틀림없이 키드도 많은 힘을 잃었을 것이 분명해요.”
“분신이 아니라 본체였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키드가 몸을 사리면 사릴수록 계획을 빨리빨리 진행할 수 있을 테니까요.”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키드가 죽거나 한 건 아닙니다. 확실히 그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어떤 존재로든요.”
구도자의 능력이 아니라 랭커로서의 주혁의 직감이었다. 키드가 흔적도 없이 잠적해 있는 사이 지은은 머릿속으로 세워 뒀던 수많은 계획을 동시에 진행하기 시작했다. 해방의 날개를 깃털 하나 남김없이 꺾어 놓았고, 서울 전역에 심어져 있던 균열의 씨앗들을 모두 정화했다.
“맞아요. 아직 방심하면 안 되죠. 아직 강령에 대한 건 해결하지 못했는데요.”
‘도대체 어디로 숨은 거지?’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지은을 주혁이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눈치챈 지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노아를 남겨 놓은 건 주혁 씨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잖아요.”
“……척화비를 세우던 지은 씨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개화를 받아들이니 그저 당황했을 뿐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잖아요.”
미국으로 귀국하겠다는 노아를 설득해 한국에 남긴 것은 바로 지은이었다. 국제 연구 포럼에 참가했던 데이비슨을 비롯해 명목상의 호위인 펜타곤 길드원들 5명까지 행방불명된 상황이었다.
데이비슨 역시 은퇴했다고는 하나 미국의 1세대 랭커. 거기에 펜타곤 길드원들까지 없어진 상황은 노아의 말대로 ‘귀찮은 일’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쉽게 처리될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의 귀중한 전력들이 한국에서 행방불명이 되었으니, 미국에 사건을 조사할 권한을 달라.]곧바로 미국에서 자세한 조사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불붙은 헌터 종주국 간의 자존심 대결. 미국의 입장에선 지금까지 흔들린 적 없는 미국의 아성을 짓밟고 올라서고 있는 한국의 콧대를 꺾을 기회였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국의 치안 문제를 대놓고 비판하기까지 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미국의 역사인 데이비슨과 그 호위들이 한번에 행방불명이 된 동안 한국은 무엇을 했나.] [한국에 고귀한 자국의 헌터와 학자들을 보낸 다른 나라들 역시 긴장해야 할 것. 한국은 안전하지 않다.]국제 연구 포럼은 당연히 중지되었다. 대놓고 한국을 걸고넘어지며 이번 기회에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미국의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국제 연구 포럼에 참가한 헌터들과 학자들은 매우 귀중한 인재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제 연구 포럼은 중지되었을 뿐이지 막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엄청난 외교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포럼에 참가한 나라들은 미국과 한국의 앞으로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자존심 전쟁이자 외교 전쟁으로 발발한 이 상황에서 선뜻 어디 쪽에 힘을 실어야 할지 간을 보는 중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자국에서 드디어 개최하게 된 국제 연구 포럼이 아주 중요한 상황이었다. 대외적으로 헌터 종주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 끝에 유치한 이 전 세계적 행사를 반드시 성공리에 마무리해야 했다.
노아를 이용해 자국의 행방불명된 헌터들을 찾겠다는 미국의 압박을 벗겨 낼 수 있는 카드로 선택된 것이 다름 아닌 지은이었다.
왜 여기서 ‘헌터도 아닌 지은을 끌어들인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한국은 ‘유일한 상위 균열의 해결사’로 우뚝 서 있는 지은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정치인들 머리 굴리는 것 하나는 인정해 줘야 합니다.”
자국에서 일어난 일에 외국의 압박을 받을 수 없다는 정론과 함께 미국의 요청을 쳐 내며 한국은 지은의 협력이 무조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곧바로 외교부 장관이 직접 청명 길드를 방문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해방의 날개 길드를 모두 소탕한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는 완곡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결국 청명 길드로 직접 찾아온 장관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주혁에게 말했다.
‘민지은 씨를 이용해 노아에게 협조를 구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뭐라고요?’
‘노아가 입국했을 때 민지은 씨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알고 계시겠죠?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부디 노아를 설득해서 미국과 공조를 하는 것으로…….’
‘지은 씨를 지금 국제 외교 분쟁에 이용하겠다는 말을 이렇게 뻔뻔스럽게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주혁의 단호한 거절에 외교부 장관은 그날 아무런 성과도 없이 결국 돌아가야 했다. 청명 길드를 통해서 지은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순 없겠다는 판단하에 결국 정부는 지은과 직접 접촉했다.
“지금에서야 이야기하지만, 지은 씨가 정부의 제안을 수락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정부의 부탁을 수락하게 된다면 또 마음대로 지은을 필요할 때마다 해외 파병 등으로 마음껏 부릴 계획이라며 말렸던 주혁이었다. 그렇지만 지은을 설득한 것은 정론이었다.
“어쩔 수 없잖아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의 대외적 이미지를 올리는데 기여해 달라고 그렇게 부탁하는데.”
오직 단 한마디. ‘국가가 당신의 도움을 원하고 있습니다.’라는 장관의 절절한 부탁에 마음을 돌린 지은이었다.
물론 아무런 보상 없이 순순히 부탁을 들어준 것은 아니었다. 국가에 엄청난 위험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어떤 것도 자신을 강제할 순 없다는 각서는 물론이고, 헌터들의 자유와 권리를 규정할 법안을 개정하겠다는 다짐 또한 받아 냈다.
그 후 지은은 합동 조사본부의 본부장으로 취임식까지 마쳤다. 헌터도 아닌 지은을 앞에 내세우는 상황에서 노아가 이죽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에게 정부의 말을 듣는 허울뿐인 황제라고 하더니. 너네도 별다를 거 없잖아?’
‘같은지 다른지는 끝까지 보고 판단하세요.’
‘뭐?’
‘원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지은의 취임식에서 이죽댔던 노아를 향해 지은이 쏘아붙였던 것을 떠올리며 주혁이 주먹을 쥐었다.
지은이 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왔다고 해도, 결국 국민들의 안위와 국가의 위상을 무기로 삼아 자신들을 휘두르는 것은 어느 나라나 똑같은 상황이었다.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목줄을 벗어 던질 수 있을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지은이 제공한 슬러시로 진화하던 주혁이 하품을 하는 지은의 모습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은 씨도 휴식이 필요하실 텐데. 조사본부 일에 던전 토벌에, 몸이 남아나질 않겠습니다.”
“일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일해 둬야죠.”
공조라고는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힘 싸움에서 이긴 것은 한국이었다. 노아는 지은의 지시대로 지금 현장에서 구르고 있는 중이었다.
기 싸움에서 한 번 밀린 미국은 결국 원래 목표였던 데이비슨을 포함한 다른 헌터들의 명예라도 챙기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보여 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더라도 이런 점은 우리가 더 나아 보이는데.’
노아의 말대로였다. 이미 사망했을 확률이 높은 데이비슨과 다른 헌터들의 시신이라도 건져 귀환시켜 그들의 명예를 지켜 주겠다는 선전은 실제로 많은 헌터들의 미국 유입을 불러일으킨 정책 중 하나였다.
“재수 없는 놈 같으니. 그 녀석이 꼭 필요합니까?”
노아의 능글능글한 말과 행동에 짜증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지 주혁의 중얼거림에 지은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그 꼴 안 보려고 전국을 뒤지게 해 놨잖아요. 적어도 노아가 가진 영향력을 우린 최대한 이용해야 해요.”
합동 조사본부의 본부장으로 취임한 지은은 노아에게 직접적으로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을 모두 뒤져서 노아가 원하는 대로 강령술의 피해자들을 수색할 권한을 준 것도 지은이었다.
아무리 찾는다고 해도 타락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이상 헛수고에 불과하겠지만.
지은에게서 ‘직접 발로 뛰세요.’라고 들었던 노아의 표정을 떠올린 주혁이 피식 미소 짓고는 말했다.
“강령술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시체에 마나를 주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강령술사는 강령된 시체에 대한 통제권을 잃죠.”
“이미 그 통제권은 진작에 잃었을 확률이 크고요. 확실히 정화되는 것을 느꼈으니까요.”
데이비슨의 능력을 흡수한 키드가 어느 정도까지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은은 강령술에 걸린 대상의 능력을 100퍼센트 이끌어 내진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 상태에서 그림자 분신이 공격을 당해 많은 기운을 잃었다면 진작에 강령술의 통제를 잃었을 확률이 컸다.
“강령술사가 강령된 대상에 대해 통제를 잃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셨어요?”
본질적인 문제였다. 키드가 능력을 통제할 수 없다면 ‘과연 강령된 대상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해답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 포럼에 참가한 학자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던 것은 성진이었다.
“원하는 대로 아무런 문제도 없으면 좋을 텐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주혁이 지은과 눈을 마주치며 말끝을 흐렸다. 강령술에 타락의 기운까지 뒤집어쓴 그들이 불러올 문제가 틀림없이 작진 않으리라는 것을 지은도 주혁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한숨을 쉰 지은이 중얼거렸다.
“같이 돌아가죠. 지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