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3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30화(23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30화
“진짜 언제 봐도 신기하다니까.”
[열려라 신비의 문!] 스킬을 통해 나타난 문을 요리조리 바라보며 나운이 감탄을 내뱉었다. 비단 나운만이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는지, 지은과 주혁을 배웅하러 몰려든 토벌대원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러니까 이 문을 통해서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거잖아?”
“던전에서 던전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대.”
마치 불을 처음 발견한 인류처럼 경외심을 가지고 문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 덕분에 지은의 귀가 금방 불탈 듯 새빨개졌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내일 봐요, 모두!”
부끄러움을 이겨 내고 지은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내일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아무도 다치지 않고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마음속으로 빌며, 지은은 토벌대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문을 벌컥 열었다.
* * *
<왔는가, 주인.>
집 현관으로 곧장 나온 지은은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임시 계약 정령인 드루이얼을 마주했다.
얼굴에 ‘나 불만 있다.’라고 쓰여진 그를 보고 있자니 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는 것이 느껴진 그녀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안 떼어먹어요.”
<임시 주인 나쁘다.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안 떼어먹는다니까요? 애초에 가져가라고 식탁 위에 떡하니 놨었는데…….”
지금 드루이얼이 이렇게 잔뜩 화가 난 이유는 단 하나. 성공적으로 길잡이 역할을 완수한다면 50억 원 한도의 체크 카드를 넘긴다고 했는데, 그동안 지은이 너무 바빠서 자신과의 약속을 뒤로 미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줘라, 주인.>
돈맛을 한번 봐 버린 타락한(?) 대지의 정령왕이 손을 까딱이며 재촉했다. 그 모습에 지은이 곧장 식탁에 떡하니 올려놓은 체크 카드를 집어 드루이얼의 손에 건넸다.
“자요.”
<주인, 거짓말한다. 이건 카드가 아니다.>
“……네?”
<내가 저 인간에게 받았던 카드는 이런 색이 아니었다.>
짐짓 화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바라보는 드루이얼의 모습에 지은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사실 이런 대화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원래 카드에는 여러 가지 색이 있다고 몇 번을 말씀드려요?”
<그리고 색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제는 하다 하다 카드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퇴짜를 놓는 제멋대로인 을의 요구에 갑의 위치였던 지은은 뒷골이 심하게 당기는 것을 느꼈다.
<전의 카드는 검은색이 고급스러웠다. 마치 비옥한 땅을 연상시키는 듯했지.>
“……삐졌어요?”
<나 안 삐졌다. 이 카드는 빨갛다. 나, 불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키워 낸 모든 것을 삼키는 색이다. 건방진 이그니스를 닮았다.>
나름대로 자신의 취향이 확실한 드루이얼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나름 꽤 설득력이 있는 변명이라는 것이 또 지은을 귀찮게 했다.
지식이 아무리 많이 쳐 줘도 조선 시대에 머물고 있는 듯한 정령왕에게 ‘사실 카드 색이 다른 이유는요, 주혁 씨와 제가 사용하는 주거래 은행이 달라서 그래요.’라고 설명하기도 매우 귀찮은 상황.
[이런 멍청이 같으니라고!]이 답답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결국 나선 것은 까망이었다.
느긋하게 소파에 누워 귤을 까먹고 있던 까망이가 펄쩍 뛰어올라 드루이얼의 뒤통수를 앞발로 강하게 내리친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일격에 드루이얼이 얼얼한 뒤통수를 감싸 쥐며 소리쳤다.
<가정 폭력 반대!>
까망이의 살벌한 눈빛에 ‘색이 진짜 마음에 안 드는데.’라고 중얼거리던 드루이얼은 결국 한 대를 더 얻어맞고 나서야 주머니에 카드를 챙겼다.
<주인을 믿어 보겠다.>
[내 생각 같아선 당장 너를 정령계에 처박고 싶은데, 주인과의 계약이 있으니 이번은 그냥 넘어가겠다.]강한 어조로 으름장을 놓는 까망이와 시선을 피하는 드루이얼에게 주혁이 핸드폰을 건넸다.
<이건 또 뭐냐? 인간.>
“핸드폰입니다. 제 번호를 저장해 놨습니다. 지은 씨는 매우 바쁘시니 필요하신 게 있다면 저에게 전화를 주시면 됩니다.”
<전화?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
“주혁 씨가 자초한 일이에요.”
“지은 씨? 지은 씨!”
새로운 문물에 또다시 눈을 뜬 드루이얼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것을 애써 외면하며 지은이 후다닥 방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자신이 이 귀찮은 정령왕을 떠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혁이 다급하게 지은을 불렀지만 이미 방문은 매정하게 닫힌 상태였다.
<전화는 어떻게 하는 거냐니까?>
“…….”
까망이까지 슬그머니 자신이 누워 있던 소파로 돌아가 고개를 돌린 채 눕고 말았다. 그 모습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주혁은 자신의 앞에 바짝 다가와 핸드폰을 가리키는 드루이얼을 애써 외면한 채 생각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린다는 게 이런 뜻이었군…….’
결국 호기심 왕성한 정령왕에게 전화를 걸고 받는 법은 물론이고, 영상 통화와 메시지 등 다양한 연락 수단에 대해서 강의를 마친 주혁은 급격하게 피로감에 푹 젖은 얼굴이었다.
“아직도 가르치고 있어요?”
그런 주혁과 다르게 안방에 딸린 욕실에서 개운하게 씻고 나온 지은의 얼굴을 뽀송뽀송했다. 머리 수건을 돌돌 말아 올린 채 냉장고에 넣어 둔 바나나 우유까지 착실하게 챙겨 먹는 지은의 모습이 주혁은 처음으로 얄밉다는 생각을 했다.
<으음! 완전히 이해했다!>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드루이얼의 표정은 주혁과는 달리 매우 밝았다. 이 정도면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라고 하며 떨어져 나갈 줄 알았는데, 오랜만의 유희를 즐길 생각에 가득인 이 열정적인 정령왕은 오히려 강의가 끝나고 교수를 찾아와 ‘말씀하신 이 부분에 대해 제 견해는 다릅니다.’라고 말하는 대학원 지망생 같았다.
[배움의 속도가 느린 게 누굴 닮아서 저러는지 원.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저러고 놀 생각밖에 없을까.]이미 뒹굴대며 TV에 너튜브를 연결까지 해 보고 있던 까망이가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요즘 지은이 너무 바쁜 것과는 다르게 까망이는 편안한 집에서 최선을 다해 휴가를 만끽하고 있는 중이었다.
첫째답게 열심히 정령계를 복구하고 있는 아실리아도 있었고, 토벌대에 참가해 계속해서 상급 정령과 중급 정령들을 소환해 싸우고 있는 이그니스도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껏 혼자서만 일하던 까망이는 3교대 근무의 장점을 여실히 즐기고 있었다. 잔뜩 늘어진 채로 예능 프로그램 클립을 보던 까망이의 머리맡에 그림자가 진 것은 그때였다.
“민까망?”
[……주인? 얼굴이 무섭다.]“내가 시킨 일은 다 하고 놀고 있는 거겠지?”
[…….]“내가 노아한테 붙어서 같이 타락의 기운을 찾아보라 했잖아. 지금 벌써 다 마치고 왔다는 변명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파직!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은 지은의 눈빛에 까망이는 조용히 돌아눕는 것을 택했다. 그런 까망이를 그대로 들어 올린 지은이 까망이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너, 또 노아가 그만 가서 놀아도 된다고 해서 뽀르르 기어 온 거지?”
[말을 그렇게 하면 섭섭하다냥. 나는 충실히 내 역할을 다했다냥.]“충실히 역할을 수행한 것치고 왜 이렇게 내 눈을 피하고 계실까?”
[노아 그놈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한다고 나보고 돌아가라고 했다!]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는 까망이의 말에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노아는 이 상황을 매우 즐기고 있었다.
‘남에게 명령을 받는 건 처음이라.’
‘……’
‘그런데 나한테 명령을 하는 게 그 누구도 아닌 너인 것이 꽤 나쁘지 않아.’
‘날 이렇게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의 월드 랭킹 1위 버전을 듣자마자 온몸에 닭살이 오소소 돋아나는 것을 느꼈던 지은이었다.
몇 번 지은에게 밥을 얻어먹고 난 뒤로 한식에 눈을 뜬 덕분인지 꼬박꼬박 지역 맛집을 다 찾아다니며 늦장을 부리는 노아를 닦달해 봤지만 노아는 ‘난 지금이 너무 좋아.’라며 합법적인 해외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노아가 이렇게 느긋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지은이 정부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도록 자기 쪽에서 먼저 깽판을 놓으면서도, 지은이 시키는 일은 꼬박꼬박하는 노아였다.
그렇기에 유일하게 노아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된 지은에게 정부도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수 없게 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정부를 속여넘겼던 것처럼 유희에 미친 드루이얼을 속일 차례였다.
까망이와 눈빛을 교환하며 신호를 주고받은 지은이 말했다.
“민까망,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다 방법이 있지.”
[뭐? 주인! 설마 그것만은 안 된다!]까망이를 소파에 올려놓은 지은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곧바로 너튜브를 켠 지은이 선택한 것은 프리미엄 결제 해지와 함께 어플 로그아웃이었다.
“열심히 일하게 해 줄게.”
[안 돼! 내가 잘못했다!]최선을 다해 유흥을 즐기고 있던 까망이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앞발을 싹싹 비벼 가며 사정을 하기 시작했지만, 지은은 그런 까망이를 말끔히 무시하고 TV까지 꺼 버렸다. 까맣게 암전되는 TV 패널이 마치 자신의 앞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에 까망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일하지 않은 자, 놀지도 말라고 했어.”
[…….]“분명 다음 정령왕에 대한 단서를 찾아야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한가롭게 지낼때야? 진짜로 대리자의 공간에 가둬 버리는 수가 있어.”
[내가 정말 잘못했다! 일하지 않은자 놀지도 말라고 했다 주인!]지은에게 혼이잔뜩나 위축된 표정을 지어보이던 까망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음 정령왕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주인!]“뭐?”
[드루이얼이 말해 줬다! 안 그래도 주인한테 말할 참이었는데, 주인이 너무 무서워서 깜빡 잊을 뻔했다.]“그걸 왜 이제 말해?”
정말 놀라 소리를 친 지은이 아직도 핸드폰을 가지고 이것저것 시험해 보고 있는 드루이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언제?>
유희를 위한 카드와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있던 드루이얼이 억울하다는 듯 지은을 돌아보았다. 마치 지금껏 꾹꾹 참아 왔던 화가 폭발한 것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다가오는 지은을 보며 드루이얼이 뭐라 변명을 하려던 찰나였다.
“이 철없는 정령왕 같으니!”
짜아아악!
대리자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 내리친 불의의 일격이 드루이얼의 등짝에 내리꽂혔다. 그 짜릿한 손맛에 드루이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털썩 쓰러졌다.
“대리자의 공간에 가둬 버리기 전에 당장 일어나서 4번째 정령왕에 대한 단서를 이야기하시죠.”
처음 듣는 지은의 살벌한 목소리에 드루이얼은 ‘아! 대리자가 정말 화가 났구나!’라고 절실하게 느끼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물론 까망이에게 다음 정령왕의 단서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았던 드루이얼이었지만, 흉흉한 지은의 기운을 느끼고는 자신도 모르게 절대 알려 주지 않으려 했던 정보를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의 바람이 느껴지긴 했다. 원한다면 내가 거기까지 안내해 주겠다, 임시 주인.>
“……유희나 즐기러 가셔야죠? 왜 갑자기 말을 바꾸실까요?”
<유희가 중요한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나 철들었다. 우리 실피드 구해 줘라.>
서슬 퍼런 지은의 기운을 차마 견뎌 내지 못한 드루이얼이 말했다. 말만이 아니라 정말로 대리자의 공간에 가둬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스스로 추가 근무를 하겠다고 하는 드루이얼의 모습을 보며 지은과 까망이가 눈을 마주쳤다.
‘<어땠냐, 주인. 내 연기가?>’
‘나쁘지 않았어.’
‘<그래, 저 녀석이 던전에서 실피드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지. 그런데 너튜브는 다시 살려 줄 거지?>’
‘…….’
‘<살려…… 줄 꺼지?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