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3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31화(23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31화
일하기 싫어하는 드루이얼에게 다른 비밀이 있을 거라곤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계약을 이행하러 왔다며 카드를 독촉하던 정령왕은 ‘빨리 여기를 떠야지.’라며 습관적으로 말하곤 했다. 지은은 일부러 드루이얼을 피하면서 까망이를 감시역으로 붙여 놨다.
‘드루이얼이 뭘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야 해.’
하루가 멀다 하고 지은의 집에 찾아오는 드루이얼이었다. 만나자마자 ‘카드를 달라!’라고 외치는 사채업자 같은 정령왕의 태도는 어딘가 모르게 다급해 보였다.
“아, 그러면 이미 진작에 바람의 정령왕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는 거네요?”
움찔.
감추고 있던 사실을 들킨 드루이얼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성진보다 더욱 커다란 몸은 거짓말을 하는 데에는 재능이 없었다.
<그야…… 원래 계약 사항이 아니었으니까. 이런 걸 조정해 주는 인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변호사라고 했던가?’라고 중얼거리는 드루이얼의 모습에 지은이 다시 한번 주먹을 들어 올렸다.
처음과 달리 온전한 대리자의 권능을 각성한 지은의 힘이 느껴졌는지 변호사를 찾던 드루이얼은 다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그런 법적 분쟁까지 갈 일이 뭐가 있겠나. 임시 주인, 나만 믿어라.>
“진작에 그렇게 협조적으로 좀 나오셨어야죠.”
<열심히 협조하겠다.>
“저도 물론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에요.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많이 섭섭한데요.”
까망이야 드루이얼을 포함한 다른 정령왕들을 강제로 다룰 생각이 없다곤 했지만, 지은은 아니었다. 키드가 어디로 숨었는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 방해를 받지 않고 바람의 정령왕까지 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전에 없이 강경하게 나가는 지은의 모습에 결국 한숨을 내쉰 드루이얼이 체념한 듯 말했다.
<열심히 길을 뚫어 놓겠다.>
* * *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주혁 씨도 피곤하실 텐데요.”
드루이얼에게 ‘저 인간이 아주 쓸 만하던데.’라며 직접 지목당한 주혁은 지은의 눈빛 한 번에 고민도 없이 자신이 드루이얼과 함께 실피드의 위치를 찾을 토벌대의 지휘를 맡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지은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건 주혁 역시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한 처지는 아니었다.
전례 없는 대대적인 5층 토벌의 진행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하는 것은 길드 연합의 대표를 맡고 있는 주혁의 일이었다. 5층이라는 미지의 영역에서 무려 짧은 시간에 3개의 던전을 개척하고, 그것도 모자라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장기전을 지속하고 있는 토벌대에 대한 기대감은 엄청났다.
그리고 그런 높아진 기대감을 폭발하게 한 것은 이태백의 마법이었다. 헌터가 아닌 민간인들이 던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지금껏 전무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저 다른 세계라고만 생각했던 던전. 그곳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광경들을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처음으로 열렸다.
대현자 이태백이 만들어 낸 마법 영상구는 그동안 던전 안에서 사용이 불가능했던 기존의 영상구와는 다르게 던전 안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스승님도 참 대단하시지.”
주혁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 영상구였다. 이번 던전의 보스였던 스켈레톤 왕과의 싸움 영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영상구는 이제 길드의 홍보부를 통해 편집되어 너튜브에 올라갈 예정이었다. 이전 던전의 보스 토벌전 영상의 조회 수는 업로드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벌써 5천만을 돌파한 상태였다.
집에서, 회사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지금껏 헌터들의 세계라고만 생각했던 던전 토벌의 생생한 과정과 영상을 감상하는 사람들. 화려한 능력으로 몬스터들을 차례대로 쓰러트려 나가는 영상은 지금껏 균열을 어찌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지쳐 있던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각종 방송사도 그런 사람들의 분위기에 맞춰 이때다 싶어 특집 방송들을 기획했다. 연일 시청률 고공 행진을 달리는 특집 방송은 축제 분위기에 맞춰 최초로 국내의 헌터 전력을 길드 연합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집결시킨 이번 토벌대가 가진 상징성과 위용에 대해 연신 찬양을 쏟아 냈다.
그렇게 바쁜 주혁이었기에 토벌대에 식사를 제공하러 던전으로 가는 걸 몰래 비밀로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주혁이 자신을 돕겠다고 나설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헌터들의 휴식이라는 테마로 영상을 편집하던 홍보부에서 지은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 소식은 당연히 주혁에게 들어왔다.
‘어떻게 저를 빼놓고 가실 수 있습니까!’
지은은 득달같이 달려온 주혁과 유라, 성진, 남운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못 이겨 결국 하루에 한 명과 같이 던전 방문을 하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이제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십니까? 별다른 일정이 없으시다면 저랑…….”
“아! 늦었다!”
저녁이던 던전과는 다르게 지상은 이제 아침 해가 막 떠오른 참이었다. 시간을 확인한 지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모습에 뭐라 더 말을 이으려던 주혁은 벌떡 일어난 지은을 가만히 올려다봐야 했다.
“오늘 병문안 가기로 했는데!”
병문안이라는 지은의 말에 주혁의 미간이 살짝 꿈틀댔다.
바쁜 와중에도 지은이 꼬박꼬박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병문안의 대상은 다름 아닌 이태서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긴 했지만, 아직도 일주일이 넘게 병원에서 누워 있는 이태서의 몸 상태는 멀쩡했다.
“오므라이스 해 주기로 했었는데, 내 정신 좀 봐.”
곧바로 주방으로 달려가 앞치마를 매는 지은의 뒷모습을 보며 주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몸이 아프다는 둥, 아리아 길드의 병원에서 제공되는 밥이 별로 맛이 없다는 둥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던 이태서의 표정이 떠올랐다.
“아리아 길드의 VIP실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수준급입니다. 굳이 지은 씨가 힘들게 그놈…… 이태서의 밥을 챙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휴, 그냥 간단한 오므라이스일 뿐인데요. 그런데 주혁 씨도 병원 신세를 져 본 적이 있어요?”
“저도, 예전에는 이리저리 많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누구와는 다르게 금방 털고 일어났죠.”
자랑스럽다는 듯 ‘원래 부상을 치료하는 덴 힐러들의 역량도 있지만, 환자 본인의 정신력도 크게 작용하는 법입니다.’라고 이어 말하는 주혁을 보며 지은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병원에 누워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데.”
“…….”
“그런 와중에 식사까지 입맛에 안 맞으면 얼마나 고역이겠어요. 원래 아픈 사람은 정성껏 간호해야 금방 낫는 법이라구요.”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아프면 얼마나 서러운데. 밥이라도 먹고 싶은 거 먹어야죠.”
할 말이 없어진 주혁이 머리를 긁적였다. 가뜩이나 다른 사람 챙기는 것을 좋아하는 지은인데, 그것이 밥에 얽혀 있다면 이미 그 순간부터 더 이상 말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아뇨, 주혁 씨는 가서 일하셔야죠?”
편하게 누워 책이나 보고 있는 이태서의 모습을 보는 건 내키지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지은과 조금이라도 오래 있고 싶었던 주혁의 바람은 단호한 지은의 말에 산산조각 났다.
“유라 언니 퇴근 좀 시켜 주세요.”
“…….”
“직장인의 행복은 퇴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 못 들어 봤어요? 회사라는 감옥에 갇혀 퇴근이라는 석방만을 기다린다.”
“그만큼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건 유라입니다.”
“돈을 많이 받으면 뭐 해요. 쓸 시간이 없는데?”
“…….”
“오늘도 유라 언니 야근시키기만 해 봐요.”
마치 남편을 부려 먹는 직장 상사를 대하듯 엄포를 놓는 지은의 말에 주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유라가 얽혀 있는 한, 자신이 뭐라 변명을 하든 간에 지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실제로 유라는 거의 일주일째 길드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그럼 다음 순번 때 뵙겠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남은 것은 토벌대에 함께 갈 수 있는 다음 순번뿐. 이미 많은 대기열이 있는 그 치열한 경쟁에 그나마 끼어들 수라도 있는 것이 어디인가. 금방 요리에 집중하기 시작한 지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혁이 쓸쓸하게 퇴장했다.
* * *
출근 시간이 지나 그다지 붐비지 않는 지하철을 타고 아리아 길드로 가는 길. 지은은 문득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핸드폰으로 길드 연합의 토벌전 영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뿌듯해졌다.
얼마 만에 타 보는 지하철일까. 각성한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 풍경이 새삼 새롭게 느껴졌다.
마음속에 여유가 없던 시절엔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일상들.
“빨리 다 해결됐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지은이 기도하듯 작게 중얼거렸다.
“근심이 많아 보이는 표정인데. 일이 잘 안 풀리나?”
그렇기에 지은은 자신에게 불쑥 말을 거는 남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할머니는 어디 가고 어느새 멀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자신을 보며 빙긋 웃고 있었다.
“……누구세요?”
“나를 몰라보겠어? 섭섭한데.”
처음 보는 남자의 목소리가 낯이 익다고 생각한 순간, 지은은 자신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정말로 섭섭하다는 듯 손을 내저은 남자가 말했다.
“그렇게 볼 필요 없어. 내가 너한테 무슨 위협을 가하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
“오, 눈치는 역시 빠르군.”
피식 웃으며 의자에 등을 기대고 여유롭게 다리까지 꼬은 채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지은에게 박수를 쳐 보인 시스템이 말을 이었다.
“싸우자고 온 게 아니야. 애초에 너, 완전한 각성을 한 상태잖아? 그러면 싸워도 못 이겨.”
“……갑자기 저를 찾아온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이유라…… 당연히 있지. 너를 도와주러 왔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지은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흘겨 뜬 지은에게 시스템은 문득 억울한 심정이 들었는지 말했다.
“진짜야, 한쪽이 엄청난 룰 위반을 해서 그 사실을 알려 주러 온 거야.”
“엄청난 룰 위반이요?”
“그래, 이제 걸릴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절대로 어겨선 안 될 금제를 깨 버렸지.”
시스템의 말에 지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느 한쪽이 어긴 중대한 룰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떠오르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신이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군요.”
“맞아. 누구 씨가 대리자를 완전히 정화시켜 버린 덕분이지. 정말이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드디어 일어나고 말았어.”
그 누구 씨가 지은 본인임을 모를 리 없었지만, 손을 들어 자신을 콕 지목하며 말하는 시스템의 시선을 지은이 피했다.
대리자는 틀림없는 계승 직위. 대리자의 권능을 온전히 잃은 이태서는 이제 더 이상 신의 뜻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그것뿐만 아니라 신은 반드시 다른 대리자를 내세워야 했으니, 그 시간 동안 4번째 정령왕인 실피드를 찾아 정화하면 승기가 완전히 넘어올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덕분에 지금 시간을 벌 수 있었는데…… 아, 설마.”
말을 이어 가던 지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지은을 보며 시스템이 박수를 쳤다.
“역시 눈치가 빠르네.”
“설마…… 아니죠?”
“그 설마가 맞아. 신은 대리자를 내세우지 않을 속셈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