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3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32화(23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32화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나 역시 그저 중재자일 뿐이거늘.”
“아…….”
“그런 질문은 의미가 없어. 그래 봬도 신이거든.”
시스템의 말에 지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대리자를 내세우지 않고 지상에 직접 개입할 예정인 신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분명 까망이와 신이 계약을 했을 땐, 룰을 위반했을 때의 페널티가 있을 텐데요?”
“있었지. 그런데 따지고 보면 룰 위반은 창조의 정령께서 먼저 했거든.”
“뭐라고요?”
“너를 다시 세상에 나타나게 한 것 자체가 중대한 룰 위반이었다는 말이다.”
“그게 무슨!”
시스템의 말에 뭐라 항변하려던 지은이 멈칫 말을 멈췄다. 시스템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제야 이해가 된 것이었다.
애초에 1회 차의 자신이 원했던 것은 다시 대리자의 권능을 갖지 않게 되는 것.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기를 원했다.
“이해가 되었나보군.”
“그래서…… 그래서였어.”
1회 차의 자신의 소원을 들었을 때부터 항상 마음속으로 품고 있었던 의문이었다.
분명 대리자의 권능을 다시 받아들이기 싫어했던 자신이, 어떻게 지금 다시 까망이와 계약을 할 수 있었을까.
시스템 덕분에 그동안의 일을 깨달은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시스템이 주저하다 말을 꺼냈다.
“창조의 권능의 사용법은 제대로 익혔나?”
“……아니요, 힌트라도 주실래요?”
온전한 대리자의 권능을 각성했지만, 아직 지은은 이 권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는 상태였다. 전용 무기의 액티브 옵션 하나조차 해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고개를 푹 숙인 지은을 보며 시스템이 말했다.
“너희 인간들은 쉬운 길을 놔두고 고민하다가 돌아가는 경향이 있지.”
“네?”
“뭐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조의 권능이다. 쉽게 생각해.”
지은이 고개를 갸웃했다. 쉽게 생각하라는 시스템의 말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탓이었다.
“숨 쉬듯 자연스러운 건데? 뭐 다음 힌트로 넘어가지. 대리자를 내세우지 않을 계획인 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뭐라고 생각하지?”
시스템의 당연한 질문에 지은은 더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정령왕들을 뺏기지 않으려 하겠죠.”
“그래 바로 그거다. 그런데…….”
그렇게 말한 시스템이 굳은 얼굴로 허공에 손을 내저었다. 바로 다음 순간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지은의 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시스템 알림 :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가 소멸되었습니다!]“!!”
[시스템 알림 : 계약 관계인 창조의 정령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창조의 정령의 극심한 절망으로 인해 정령계가 불안정해집니다!]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가 큰 좌절에 빠졌습니다.]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가 분노에 휩싸입니다.] [대지의 정령왕 드루이얼이 무력감에 빠졌습니다.]갑작스러운 실피드의 소멸 알림에 지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멍청하게도 실수를 했구나.”
자신을 향한 비판인 것 같아 지은이 몸을 움찔하며 시스템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듯 손가락을 펴 보이며 시스템이 말했다.
“두 번째 힌트다. 멍청하게 실수를 한 쪽은 과연 어디일까. 첫 번째 힌트와 함께 잘 생각해 보도록.”
“두 번째 힌트라고요?”
“그래, 나도 잘못한 게 없진 않으니 힌트를 주러 온 거야. 잘 생각해 봐.”
* * *
“민까망!”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신발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집 안에 들어온 지은은 소파에 엎드려 펑펑 울고 있는 까망이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그를 덥석 안아 올렸다.
“이게…… 이게 무슨……!”
<실피드가…… 실피드가! 아아, 내 아이야!>
충격을 받은 탓에 울면서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까망이는 텅 비어 버린 눈을 하고 ‘미안하다. 미안해.’라는 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직접 만들어 낸 정령왕들. 그들의 존재가 까망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일지는 감히 짐작할 수 없었기에, 지은은 그저 오열을 넘어 절규하는 까망이의 몸을 꽈악 끌어안을 뿐이었다.
<내가, 내가 또 지키지 못했다.>
“까망아…….”
<미련한 내가 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또 지키지 못했다!>
“제발…….”
<차라리 처음처럼 내가 직접 거뒀어야 했다! 적어도 그 아이들의 원망을 직접 들었을 때조차 이렇게 괴롭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는데…….>
남운에게 내린 형벌인 10번의 회귀. 그 형벌을 만들어 낼 창조의 기운이 부족했던 까망이는 타락한 정령왕들의 힘을 직접 회수했다고 했다.
인간들의 곁에서 함께 살아가며 인간들을 도우라고 말했던 정령왕들은 끝까지 까망이의 명령을 지키며 신에게 대항했고, 결국 감히 신에게 대항했다는 이유로 신의 계략에 갇혀 던전에 봉인되었다.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인간들과 싸우게 된 정령왕들의 모습을 보며 까망이가 느꼈을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창조의 기운을 신에게 넘길 순 없다고 다시 마음을 바꾸었을 땐,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어 버린 후였으니.
그래서 정령왕들이 끝까지 사랑한 인간들의 편에 서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미 주도권이 빼앗긴 자신의 불안정한 창조의 기운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대리자였던 지은조차 지키지 못했고, 정신 공격에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지은은 결국 신이 가장 원하던 대로 스스로 무대에서 퇴장하는 선택을 해 버렸으니까.
인간의 편에 서서 정령왕들을 해방시키겠다는 까망이의 계획은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다시 모든 것을 시작하기 위해 직접 정령왕들의 기운을 회수하며 까망이는 타락한 정령왕들의 절규를 온몸으로 받아 내야 했다.
‘당신이 명한대로 인간의 편에 섰을 뿐인 우리였다!’
이건 강제로 소멸되면서도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자신의 결정에 대한 긍지를 저버리지 않은 이그니스가 했던 말.
‘이제 와 모든 것을 다시 돌려놓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이미 흘러가 버린 바람입니다.’
이건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던 실피드가 작은 미풍이 되어 사라져 가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했던 말.
‘당신이 그리는 미래에 제 존재가 없었으면 합니다. 이미 저는 타락한 물. 한 번 더러워진 물은 절대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건 깨끗한 물처럼 고결했던 아이리스가 타락해 새카맣게 변해 버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후련하다는 듯 내뱉었던 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인간을 아끼고 사랑하라했던 것은 바로 당신이었는데.’
인간에게 편안한 휴식을 주고 그들을 가장 사랑했던 어둠의 정령왕 니케가 원망스럽게 남겼던 말까지.
그 모든 정령왕들의 기운을 모아 회귀의 시동이 될 아이템 세계수의 가지를 만들어 내며, 까망이는 마지막에 남은 힘을 쥐어짜며 자신이 직접 힘을 거뒀던 정령왕들에게 속죄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자신의 아이들에게 평온한 일상을 안겨 주리라. 그들이 가장 사랑하던 인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을 다시 만들어 주리라 그렇게 다짐했건만. 갑작스러운 실피드의 소멸에 과거의 편린이 깨어난 까망이는 극심한 불안과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결국 지은의 품에서 정신을 잃었다.
“까망아!”
[시스템 알림 : 창조의 정령의 정신계가 불안정합니다. 회복을 위해 정령계로 정신이 강제 이동됩니다. 회복을 마칠 때까지 대리자와의 교감이 일시적으로 강제로 차단됩니다.]축 늘어진 까망이의 몸을 다급하게 흔들던 지은의 머리 위에 시스템창이 들어왔다. 회복을 위한 강제 교감 차단이라는 설명에 지은이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순간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거실 바닥에 일어나는 거대한 불길. 그 불길에서 등장한 것은 분노한 이그니스였다.
분노로 점철된 이그니스의 강한 불길이 까망이의 몸을 휘감으려는 듯 터져 나왔다. 곧바로 일어난 수호 결계에 이그니스의 불길이 부딪치며 강한 충격파를 만들어 냈다.
쩡!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수호 결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중 삼중으로 쳐진 수호 결계에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가고 있었지만 지은은 까망이를 끌어안은 채 이그니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장 멈춰요, 이그니스.”
“네가 아무리 대리자라고 하지만 그 말은 들을 수 없다. 창조의 정령을 이리 내.”
싸늘한 지은의 말에 이그니스가 더욱 분노하며 기운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계약자를 찾아 온전한 힘을 가지게 된 이그니스의 불길이 사그라들지 않고 모든 것을 태워 버릴 것처럼 더욱 기세를 키웠다.
“분노할 대상이 잘못됐어요.”
“애초에 저놈이 우리를 배신하지만 않았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였다!”
“알아요.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싸워서 이득인 게 뭐가 있을까요? 정신 차려요 이그니스!”
“그래. 대리자의 말이 맞아, 이그니스.”
강한 불길을 따스한 빛이 휘감는다. 밝은 빛과 함께 나타난 아실리아가 이그니스의 불과 정면으로 맞서며 지은과 이그니스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아실리아! 너는 실피드가 소멸되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
“슬퍼.”
“뭐?”
“슬프다고. 그것도 아주 많이. 너만 감정을 가진 건 아니야.”
“아버지의 잘못이 없지 않지만, 지금은 분노의 대상을 잘못짚었어. 분노에 빠져서 대리자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셈이냐.”
거실에 놓인 화분의 흙을 타고 솟아오른 드루이얼이 그런 아실리아의 곁에 서며 마찬가지로 까망이와 지은을 보호하려는 듯 합류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두 정령왕의 눈을 응시하던 이그니스가 불을 회수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너희는 몰라. 내가, 실피드가, 아이리스가, 니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
“너희는 그래도 인간의 손에 소멸되었지만, 우린 아니었다. 자신의 긍지를 저버린 저 창조의 정령에게 마지막까지 이용되었을 뿐이야.”
이그니스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듣고 있던 아실리아와 드루이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울컥한 드루이얼이 소리쳤다.
“인간의 손에 소멸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알고 있어?”
“…….”
“곱게 소멸되었다면 괴롭지라도 않았겠지. 내 의지라는 것이 없이 그저 인간들에게 몬스터 취급 받으며 인간들을 죽였다.”
“하, 그래서 지금 너희가 더 불행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그만. 드루이얼, 이그니스. 둘 다 이미 지나간 과거로 이제 와서 싸우자는 건 아니겠지.”
일촉즉발의 상황을 중재하고 나선 건 아실리아였다. 그렇게 말하며 이그니스를 노려보는 아실리아의 표정 역시 좋지 못했다. 이그니스가 기세를 거두자마자 드루이얼과 아실리아도 기세를 거뒀다. 종잇장처럼 찢어진 수호 결계와 그 영향으로 쑥대밭이 되어 버린 집안을 바라보던 지은이 한숨을 내쉬며 까망이를 보호하듯 끌어안고는 말했다.
“일단 감정들을 조금 추스르시길. 안 그래도 머리가 깨질 것 같으니까요.”
“그래, 대리자의 앞에서 큰 추태를 보였구나.”
지은은 얌전히 기운을 거두는 정령왕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첫 번째 힌트와 두 번째 힌트를 잘 생각해 보라는 시스템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쉽게 생각하라고…… 쉽게. 과연 멍청하게 실수를 한 쪽은 어디일까.’
손가락을 접어 보며 생각을 거듭하던 지은의 손이 뚝 멈췄다.
정화된 정령왕은 셋, 소멸 상태에 빠진 정령왕이 하나, 남은 정령왕은 둘.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