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3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33화(23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33화
“신이 직접 개입한 거야. 실피드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위험해.”
인간들의 영역인 지상에 인간을 내세워야 한다는 조약은 이미 깨졌다.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를 정화했으니 다음 대리자가 선정될 때까진 시간이 어느 정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신 역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금제를 깨는 과격한 방법으로 나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정령왕들이었다.
불안해하는 정령왕들을 보며 생각을 정리한 지은이 씨익 웃어 보였다. 계산이 끝나고 나니 이렇게 속이 후련할 수가 없었다. 시스템이 힌트를 준 대로 생각해 본다면 지금 절대적으로 유리한 쪽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걱정 마세요. 아직 실피드가 완전히 소멸된 건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냐? 실피드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지은의 말에 놀란 세 정령왕들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씨익 웃고 있는 지은을 확인한 정령왕들의 얼굴이 ‘설마?’ 하고 기대를 품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신이 원하는 건 토벌된 정령왕들을 타락시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었어요. 지상을 재창조하기 위한 자신의 군대로 이용하기 위해서요.”
소멸당한 정령왕은 곧바로 무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실리아와 드루이얼 때와 마찬가지로, 틀림없이 신은 실피드를 소멸시킨 것이 아니라 타락시켜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소멸당한 게 아니라면…….”
“분명 그 던전에 실피드가 아직 봉인된 채 있을 거예요. 드루이얼 님, 실피드 님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고 하셨죠.”
“그래, 맞다. 지금은 그 기운이 느껴지지 않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이미 거기까지 가는 길 역시 다 파악해 뒀지.”
하루빨리 유희를 즐기고 싶어 했던 드루이얼의 방랑벽이 도움이 되었다. 최대한 빨리 길을 뚫어 놓겠다고 했던 말도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했던 거짓말이라는 것쯤은 이미 진작에 알고 있었다. 던전 내에 어느 곳이든 길을 만들 수 있는 그가 다른 정령왕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길을 미리 파악하지 않고 있었을 리 없었다.
‘아무리 유희에 미쳐 있다고 하지만, 분명 다른 정령왕들에 대한 감정은 남달랐지.’
정령왕들은 태초부터 지상에 함께 태어난 존재들. 까망이의 손에 의해 태어나 형제자매나 다름없었을 테니 그 사이가 각별할 것은 분명했다. 실피드가 소멸되었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다 같이 달려온 것만 봐도 이미 그 정도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지은이 드루이얼에게 손을 건네며 말했다.
“그럼 가죠.”
“뭐?”
“저를 거기로 데려다주세요.”
“위험하다. 대리자, 네 말대로라면 신이 그곳에 있을 게 분명하지 않느냐.”
아실리아가 지은을 막아서며 말했다. 이그니스 역시 고개를 저으며 지금은 위험하다고 덧붙였지만, 지은의 표정은 완강했다.
“지금 가장 조급한 건 신이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급하게 실피드의 기운을 회수하려고 했을 테고요.”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창조의 정령도 의식을 잃은 지금, 너를 신과 싸우게 보낼 순 없다!”
이그니스까지 단호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아무리 실피드를 신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고 하지만, 지은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것은 뻔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 반대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지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사실 오기 전에 시스템을 만나서 힌트를 얻었거든요. 지금 멍청한 실수를 한 건 바로 신이에요.”
“시스템에게 힌트를 얻었다고?”
“제가 정화한 정령왕은 여기 계신 세 분뿐이고, 던전엔 아직 세 분의 정령왕이 남아 있어요. 그런데 지금 실피드 님이 소멸당하고 봉인당한 상태라면요?”
“물과 어둠의 정령왕만이 남았…… 아! 그렇군!”
그제야 자신만만해진 지은의 태도를 이해한 세 정령왕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3대 3으로 팽팽하던 균형이 아이러니하게도 신에 의해 3대 2로 무너진 상황.
“신에게 한 방 먹일 기회는 바로 지금뿐이에요.”
지은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인간인 자신이 인간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그저 타락의 기운하고만 상대할 수 있는 순간을 그토록 바라 왔는데, 이렇게 판을 직접 만들어 줄 줄이야.
지은이 [집행자의 심판]을 꺼내 들어 보였다.
모든 타락의 기운을 정화하는 대리자의 온전한 힘을 담은 전용 무기. 신은 두고두고 인간을 대리자로 내세우지 않은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되리라.
거기에 일시적이긴 하지만 완벽한 기회를 직접 만들어 준 멍청한 신에게, 그가 그렇게 탐내는 창조의 권능은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직접 보여 줄 생각에 지은이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다.
두 번째 힌트로 한 문제를 풀었으니, 이제는 쉽게 생각하라던 첫 번째 힌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차례였다.
그리고 지은은 지금, 그 해답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상태였다.
설마 이렇게 쉽게 온전한 권능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기에 오히려 예전부터 뒤로 한참을 미뤄 둔 답이었다.
“가죠. 실피드 님을 되찾으러.”
피식 미소 지은 드루이얼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은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지은은 자신의 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이런 것도 가능했어요?”
사방이 어두컴컴한 던전 안. 기분 나쁜 타락의 기운이 가득 찬 공간 안에서 지은은 오히려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가 너를 임시 주인이 아니라,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했으니까.”
“아…….”
던전으로 이동하기 전 드루이얼이 자신을 임시 주인이 아니라 ‘주인’으로 불렀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드루이얼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까망이가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쩔 건데. 그렇게 소중한 주인이었다면 애초에 이중 계약을 하게 놔두지 말았어야지.”
실피드가 신에게 공격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까망이에 대한 정령왕들의 태도가 까칠해졌다. 신이 잘못한 것이지만, 결국 이런 사태를 만들어 낸 원흉은 까망이에게 있었으니.
그 태도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은은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래도 까망이 덕분에 제가 다시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요.”
“…….”
“그러니까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때 까망이도 힘들었을 거예요.”
지은의 말에 드루이얼이 그래도 ‘대리자라고 챙기는구나.’라고 중얼거렸다.
던전은 이미 지은을 적으로 간주하고 기운을 쏟아 내고 있었다. 마치 의지를 가진 채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 속에서, 지은은 모든 해답을 찾은 것처럼 편안한 얼굴로 미소 짓고는 [집행자의 심판]을 꺼내 들었다.
지은의 주위로 강한 바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리자의 가장 온전한 권능인 정화. 신의 기운인 타락의 기운을 정화하는 것이야말로 창조의 대리자로서 가장 올바른 역할이었다.
“뭔가 개운해 보이는 얼굴인데, 주인?”
드루이얼의 말대로였다. 절대로 실패할 리 없다는 자신감이 샘솟는 것을 느끼며 지은은 쥐고 있는 검 손잡이를 꽈악 움켜쥐었다. 검에 기운을 불어넣을 때마다 몸을 옥죄어 오던 타락의 기운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왜 신이 멍청한지 알 것 같거든요.”
신의 대리자라고 할지라도 그 본체는 인간. 같은 인간끼리 싸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던 지은에게 지금의 상황은 가장 바라던 바였다.
던전은 신의 힘이 그대로 옮겨진 공간이다. 그렇기에 이 던전 내부 전체가 바로 정화의 대상.
눈앞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봉인의 제단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존재와 눈을 피하지 않으며 지은이 검을 겨누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작 그만.”
키드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저건 키드가 아니었다.
구도자인 주혁이 키드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을 때부터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미 이태서 이후로 신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렸다. 끊임없는 세뇌로도 인간의 정신력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그만큼 지은이 이태서에게 심어 둔 안전장치가 잘 작동한 것도 있지만, 이태서 본인이 끝까지 신의 의지에 반대했기 때문에 온전한 잠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피드 님에게서 물러나.”
[네가 어떻게 여기에…….]지은이 곧바로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신의 얼굴에 당혹감이 피어올랐다. 그런 신을 빤히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씩 지은이 걸어갈 때마다 정화의 바람이 불같이 일어났다.
키드의 몸을 빼앗은 신에게서 지지 않겠다는 듯 타락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지만 지은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강한 두 기운이 부딪치며 거대한 파장을 만들어 내고, 던전 안의 몬스터들은 두 거대한 기운이 부딪혀 만들어 낸 강한 풍압에 휩쓸려 힘도 쓰지 못한 채 쓰러져 갔다.
“고작해야 인간의 몸을 빼앗아 기생하는 주제에.”
[……!!]“네가 우리 인간들을 너무 얕잡아 본 거겠지.”
[건방진 녀석!]신의 거센 외침과 함께 폭발하듯 쏘아지는 검은 기운이 곧장 정화의 바람을 뚫고 지은에게 쇄도했다.
그것에 맞서 새하얀 검의 형태로 변해 있던 [집행자의 심판]을 휘두른 지은에 의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기운이 그 순간 일제히 사라졌다.
마치 정화의 기운이 타락의 기운에 의해 소멸된 것처럼 보이는 한 번의 충돌.
[여기는 나의 공간이다!]“주인!”
던전 안이 신의 공간이라는 말은 틀림없었다. 힘겨루기 끝에 정화의 바람이 사라지자마자 지은의 발밑에서 일어난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드루이얼이 다급하게 지은을 빼내기 위해 달려오던 순간이었다.
“아니, 이젠 여긴 내 공간이야.”
[뭐라?]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내놓는 지은의 패기에 신이 뭐라 반응을 하려던 것도 잠시.
소멸한 줄 알았던 정화의 기운이 실피드가 봉인되어 있는 봉인석을 중심으로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피어나기 시작했다.
“네가 왜 그렇게 창조의 기운을 탐내고.”
[…….]“얻어 낸 창조의 기운으로 인간계를 모두 재창조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아.”
[…….]“너는 가지지 못했지만, 우리 인간들은 가진 창조의 기운이 부러웠던 거잖아.”
[감히 나에게 그딴 망발을 지껄이다니! 절대 쉽게 죽이진 않겠다, 대리자!!]“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되는 건데.”
나지막한 지은의 목소리가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힘 있게 울린 그 목소리에 공명하듯 집행자의 심판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신의 진노를 담은 기운을 모두 벗겨 낸 지은이 가소롭다는 듯 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피어날 가장 밝은 빛으로 모든 어둠을 물리쳐라.”
지은이 집행자의 심판을 들어 올렸다.
목표는 실피드가 봉인된 봉인석.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창조의 권능의 온전한 발현이었지만, 지은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으리란 알 수 없는 고양감을 느꼈다.
조금의 망설임 없이 지은의 손을 떠난 집행자의 심판이 어둠을 가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액티브 옵션 발동.”
[시스템 알림 : 대리자의 온전한 권능으로 잠겨 있던 전용 무기, ‘집행자의 심판’의 액티브 옵션이 활성화됩니다.] [새롭게 설정할 액티브 옵션의 시동어를 정하십시오.]“어둠을 밝히는 빛.”
새롭게 설정한 시동어를 지은이 내뱉는 것과 동시에 봉인석에 날아가 박힌 집행자의 심판에서 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어둠이 내려앉은 던전 내부를 일제히 밝히고도 남을 정도의 눈부신 빛이 타락의 기운을 일제히 뒤덮으며 강렬하게 빛났다.
자신의 기운이 속절없이 빛에 휘감기며 정화되어 가는 모습에 당황한 신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직접 인간계에 강림했음에도 고작 인간인 대리자의 기운에 밀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신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네가 고작 인간 따위라고 부르는 그 인간들이 가진 힘을.”
[……너!]“지금부터 내가 똑똑히 보여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