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3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34화(23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34화
번쩍!
똑똑히 보여 주겠다는 지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봉인석에서 엄청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봉인석에 날아가 꽂힌 집행자의 심판에서 시작된 균열이 이내 전체로 번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쩌저저적!
처음 아실리아의 봉인을 정화했을 때처럼 봉인석이 깨져 나가고 그 안에서 등장한 것은 검은 사슬에 묶여 있는 실피드의 모습이었다.
너무나 쉽게 자신이 쳐 놓은 결계를 뚫어 낸 지은의 모습에 신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고작 인간 따위가 어떻게!]그런 신의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은이 피식 웃으며 실피드의 봉인석 앞으로 걸어갔다. 아직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신에게 시선을 돌린 지은이 말했다.
“네가 직접 움직였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릴 수 있을까 궁금해?”
[…….]“누구의 표현대로라면, 네가 멍청한 실수를 했기 때문이야.”
[뭐라?]“넌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처절하게 싸워 왔는지 알면서도 지켜보기만 했어. 오만하고 나태하게도 계속된 승리에 취해서 네가 지금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고 말이야.”
[대리자!]“멍청하게도, 이미 세 속성의 정령왕이 우리 손에 떨어지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서. 그러니까 이제야 직접 움직였겠지. 왜? 그동안은 항상 우리가 졌거든. 넌 이런 상황이 되었음에도 네가 이길 수 있을 거란 자만심에 빠져 있었던 거야.”
[!!]“내가 가진 게 창조의 권능임을 잊었나 봐. 널 상대할 수 있는 방법쯤은 언제든지 내가 새롭게 창조해 낼 수 있어.”
시스템이 주었던 첫 번째 힌트.
‘너희 인간들은 쉬운 길을 놔두고 고민하다가 돌아가는 경향이 있지.’
‘뭐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조의 권능이다. 쉽게 생각해.’
그 힌트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쉬운 방법으로 창조의 기운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정화 대상 지목.”
[정화의 대상을 지목합니다. 지목된 대상의 상태를 확인합니다.]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시스템이 반응했다. 그 이질적인 감각에 지은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떠오르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강렬한 성취감이 터져 나왔다.
[대상으로 지목한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의 정화가 가능한 상태입니다.]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시스템이 반응했다. 마치 다음 명령을 기다린다는 듯 반짝이는 시스템 알림창을 확인한 지은이 말했다.
“정화.”
순식간에 실피드의 온몸에 휘감겨 있던 검은 사슬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타락의 기운을 정화하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신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된다!]신이 기억하는 대리자의 권능은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을 압도하는 지은의 힘을 목격하고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그런 신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피식 미소 짓는 순간이었다.
온몸을 옥죄이고 있던 타락의 기운이 모두 정화되고 마침내 실피드가 서서히 눈을 떴다. 실피드의 몸을 휘감고 있는 정화의 기운이 사그라들자 이내 거센 바람이 던전 안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나를 구하러 왔구나.>
거센 폭풍이 된 바람에 신이 다급히 결계를 쳤다.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기 충분한 풍압으로 신을 공격하던 바람이 지은에게 닿자 마치 따스한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변했다.
“미안해요, 너무 늦게 왔어요.”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겠느냐.>
머리를 쓰다듬듯 따스한 바람이 지은의 곁에 기분 좋게 맴돌기 시작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지은이 실피드에게 손을 건네며 말했다.
“돌아가죠, 우리. 지상으로.”
<…….>
“가서 다시 우리 인간들을 돌봐 주셔야죠.”
<그거참, 듣기 좋은 말이구나.>
바람이 한 번 일렁이고 이내 지은은 자신의 손을 잡아 오는 실피드의 손을 마주 잡았다. 곧바로 [방문 판매] 스킬을 사용해 돌아가려던 지은의 시선이 실피드의 바람을 막기에 급급한 신에게 닿았다.
‘공격이 통하지 않다니.’
시스템의 표현대로 멍청하게도 유지되던 균형을 스스로 무너트린 신에게 한 방을 먹인 것은 좋았지만, 지은은 자신의 능력으로 신을 직접 공격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상태였다.
시스템이 이곳에서 정화가 가능한 유일한 대상을 실피드로만 지정했다는 것은, 이 던전 자체를 지금으로선 정화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려 주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나마 실피드에겐 까망이의 기운이 있으니까 가능했던 일이겠지.’
애초 정령왕들을 만들어 낸 것이 까망이었고, 정령왕들에게는 해당 속성의 하급 정령부터 상급 정령을 태어나게 할 창조의 기운이 있기에 신의 영역인 던전에서 정화가 가능했던 것이었다.
‘아쉽지만 지금 굳이 많은 패를 보여 줄 이유가 없지.’
물론 힘을 쏟아붓는다면 신을 몰아넣을 수도 있겠지만, 단지 그뿐. 아직 두 속성의 정령왕들이 타락한 채로 남아 있기에 던전 안에서 신과의 싸움을 결착 짓긴 무리가 있었다.
오히려 신의 당당한 엄포로 인해 깨달은 것이 있으니 이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 다음에 시도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앞으로의 양상은 이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느꼈지만, 지은은 그래도 분하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신에게 한마디를 남기기 위해 돌아섰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실피드 님을 정화할 수 있었어요.”
[대리자, 이 건방진 것!]혓바닥을 쏙 내밀어 메롱까지 선보이는 지은의 모습에 잔뜩 약이 오른 신이 길길이 날뛰었지만, 신은 지금 당장 정화된 실피드의 기운을 막아 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모습이었다.
[두고 보자! 지금까지의 행동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두고 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워해야 할 사람 없다고 하던데.”
[이이이익!]“아, 사람이 아니라서 더 무서워할 필요는 없겠네요?”
마지막까지 신을 말로 후드려 패는 지은의 모습에 드루이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대단한 인간…… 왜 창조의 정령이 선택했는지 알 것도 같군.>
“정령계로 알아서들 돌아가실 수 있죠? 먼저들 출발하세요.”
지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드루이얼과 실피드가 던전 안에서 곧바로 모습을 감췄다. 어떤 방해도 하지 못하고 눈앞에서 두 정령왕을 그대로 놓아 준 신이 분하다는 듯 소리치는 것을 들으며 지은도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텅 비어 버린 던전 안에서 지은까지 유유히 빠져나가고 나서야 자신을 옥죄어 오던 정화의 기운에서 벗어난 신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다. 대리자, 절망에 몸부림치는 너의 모습을 그때는 놓치지 않고 지켜봐 주겠다.]* * *
오랜만에 퇴근해 집 안에 들어서며 답답하게 목을 조여 오던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친 주혁이 곧바로 향한 곳은 거실의 소파였다.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드네.”
항상 지은의 앞에선 부드러운 목소리를 유지하던 주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집 안에 낮게 울려 퍼졌다.
길드 연합의 깃발 아래 모인 토벌대의 연속된 엄청난 성과는 이제 모두가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도 스켈레톤 왕국 던전을 토벌한 영상이 너튜브에 올라간 상태였다.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방송사에선 토벌대의 용맹함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송했다.
“길드들이 모이면 안 된다고 그렇게 훼방을 놓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토벌대의 계속된 승전보에 고무된 것은 비단 민간인들뿐만이 아니었다. 미국과 자존심 싸움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있는 정부에서조차, 이번 길드 연합의 토벌전 성과를 홍보하며 대외적으로 국위 선양의 선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길드와 헌터들의 힘과 영향력이 강해지지 않도록 강압적으로 온갖 제도와 법으로 규정하며 힘겨루기에서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그렇게 길드 연합의 성과를 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주혁은 속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정부 인사들과의 토론회에 참석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웃어 주는 것은 정말로 못 할 짓이었다. 언제나 국민을 위한다는 빼도 박도 못 할 명분을 앞세웠기에 길드와 헌터들을 쥐고 흔들겠다는 뻔한 의도에도 장단을 맞춰 줘야 했다.
그러나 지금 주혁에게 있어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바로 지은이 이태서의 병문안을 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한그루가 직접 상태를 봐줬기에 이미 이태서의 몸 상태는 정상을 넘어 최고의 상태였다. 그런 그가 계속해서 병원에 누워 칩거하고 있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미 길드 운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태백을 대신해 국내 1위 길드의 수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이태서가 이런 귀찮고 하찮은 정치 놀음엔 참가하지 않겠다는 듯 그대로 드러누워 있는 꼴을 생각하면 위가 쓰려왔다.
“그런 놈이 뭐가 걱정이라고 지은 씨는…….”
자신보다 바쁜 지은이 시간을 내서 멀쩡한 나이롱 환자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가져다주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화가 났다.
“하아…… 미치겠군.”
그나마 지은에게 자신이 도움이 되는 것은 키드의 기운을 감지하는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지금은 제대로 감지되지 않고 있었다.
뭐라도 지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데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용지물이 되자 답답했다. 거기에 룸메이트인 유라를 제발 퇴근시켜 달라는 지은의 당부까지 듣게 된 주혁은, 그녀의 우선순위에서 자신이 한참 뒤로 밀려난 것 같은 기분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주혁이 허탈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관심이 고팠나?”
“고파요? 뭐가요?”
별안간 들려오는 지은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주혁이 마치 물에 닿은 고양이처럼 펄쩍 뛰어올랐다.
“놀랬어요? 미안해요.”
그런 주혁의 반응에 지은이 미안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뒷걸음질 쳤다. 거리를 두며 떨어지려는 그녀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지은에게 성큼 다가선 주혁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은 씨? 여기엔 어떻게…….”
“던전에 들어갔다 오는 길이거든요. 방문 판매 스킬로 돌아왔고요.”
“아…… 던전에는 무슨 일로?”
“실피드 님을 소멸시켜서 타락시키려 했던 신과 한판 붙고 오는 길이에요!”
“네?”
“그리고 제대로 이기고 왔어요. 잘했죠?”
엄청난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마치 칭찬해 달라는 듯 환하게 웃어 보이는 지은의 모습에 주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혼자 던전에 다녀오신 겁니까?”
“혼자는 아니고 드루이얼 님과 갔다 왔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에게라도 연락을 하셨으면…….”
“시스템에게 힌트를 받아서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거든요. 그러고 보니 아쉽긴 하네요. 저한테 꼼짝도 못하던 신의 모습을 보여 줬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