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3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35화(23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35화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지은의 모습에 주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이태서의 병문안을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던전에서 신을 상대하고 왔다니? 진도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아, 그게요.”
실피드가 신에 의해 소멸당했고, 타락해 신의 군대로 만들어질 뻔했던 아찔한 상황을 혼자서 해결하고 왔다는 자초지종을 들은 주혁의 얼굴이 더욱 경악으로 물들었다.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은 씨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하하…….”
해 볼만 하다는 확신이 있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주혁의 표정에 지은은 그저 웃음을 흘리는 것으로 이 상황을 모면해야 했다. 비록 웃음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진 잔소리는 피하지 못했지만 이게 다 자신을 걱정하는 주혁의 진심임을 느꼈기에 지은은 얌전히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래도 일이 잘 풀렸다니 다행입니다. 벌써 네 번째 정령왕을 정화했군요.”
“네, 그래서 자랑하려고 왔어요!”
“자랑이요?”
“제일 먼저 주혁 씨에게 알려 주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지은의 모습에 주혁은 그제야 많은 사람들 중 지은이 자신을 콕 찍어 방문 판매 스킬의 대상자로 정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뭔가…… 기쁜데.’
제일 먼저 자신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는 지은의 말에 헤실헤실 풀어지려는 얼굴을 애써 굳히며 주혁이 말했다.
“안 그래도 이태서 씨 병문안을 간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던전에 들어갔다 오셨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아, 병문안! 그러고 보니까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듯 지은이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역시나 언제 오냐는 둥, 기다리고 있다는 둥의 연락이 이태서에게 와 있었다.
“저녁에 한번 들려야겠네요.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이태서와의 약속도 미루고 저에게 먼저…….”
물론 지은이 의도한 것은 절대 아니겠지만, 주혁은 가슴속에서 벅찬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은에게 있어서 이런 중요한 사실을 알려 줄 1순위가 된 게 아닐까 하는 기쁨이었다.
입을 가리고 애써 웃음을 참는 주혁을 빤히 바라보던 지은이 성큼 그의 앞에 다가오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 막 퇴근한 거예요? 아니면 출근하기 싫어서 누워 있던 거예요?”
“네?”
“넥타이가…….”
그제야 주혁은 자신이 넥타이를 아무렇게나 풀어 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완전히 벗은 것도 아니었던 넥타이가 대롱대롱 목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혁이 다급히 손을 들어 올리던 찰나였다.
“제가 매 봐도 돼요?”
“네?”
가까이에 다가온 지은이 손을 뻗어 자신의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주혁은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했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며 넥타이를 만지작거리곤 ‘이렇게 하는 건가? 매듭을 어떻게 짓는 거지?’ 중얼거리는 지은의 모습이 낯설었다.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엉거주춤하게 무릎을 살짝 굽혀야 했다. 팔을 위로 쭉 뻗은 지은이 불편해할 거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머리 하나는 차이가 나는 둘 사이의 높이가 그제야 어느 정도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음…… 드라마에서 봤을 땐 쉬워 보였는데?”
생각만큼 모양이 나오지 않는 매듭을 아쉬워하며 지은이 다시 넥타이의 매듭을 푸르는 순간.
“제가! 제가 하겠습니다.”
그제야 화들짝 정신을 차린 주혁이 뒤로 성큼 물러나는 바람에 넥타이를 놓친 지은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다음에는 연습해 올게요.”
“다음에도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 부탁드리겠습니다.”
다급히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횡설수설하는 주혁이었다. 거실 테라스 거울로 비치는 자신의 얼굴이 꽤 볼품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은에게 등을 돌린 주혁이 빠르게 넥타이를 정돈했다.
퇴근을 했었지만 어느새 다시 멀끔한 모습으로 바뀐 주혁이 뒤를 돌았을 때 마주친 것은 흥미가 가득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집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 지은이었다. 그제야 주혁은 자신의 집에 지은이 처음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언젠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매번 이렇게 집에 올 때마다 식사를 대접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네?’
‘그럼 다음엔 주혁 씨가 초대해 줘요. 저, 주혁 씨의 집엔 한 번도 안 가 봤잖아요.’
그땐 그저 그럴 일은 없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기에 웃어넘겼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지은을 본의 아니게 집에 초대(?)한 상황이 되어 버린 지금. 어느새 냉장고를 활짝 연 지은이 심각한 표정으로 주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바쁜 직장인의 표본 같은 집이네요. 주혁 씨, 집에선 진짜 아무것도 안 해 먹는구나.”
지은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냉장고였다. 큰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게 물밖에 없다는 사실에 짐짓 꾸짖는 얼굴이 되어 주혁을 빤히 바라본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니까 매일 밥을 두 공기씩 먹지. 진짜 못 살아. 돈 많이 벌어서 다 어디에 써요?”
“그게…….”
“세상에…….”
주혁을 혼내던 지은의 시선이 향한 곳은 부엌 수납장 안에 수북이 쌓여 있는 컵라면들이었다. 미처 분리수거 하지 못한 쓰레기봉투에 가득 담겨 있는 것이 다 빈 컵라면 용기라는 것을 확인한 지은이 홱 고개를 돌려 주혁을 째려보았다.
“매일 라면만 먹어요?”
“…….”
“어쩐지 길드장실에도 컵라면이 가득하더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죠. 아직 젊다고 방심하다가 조금만 더 나이 들면 훅 갈 수도 있다는 거 몰라요?”
“지은 씨가 저보다 어린데…….”
“그러니까 더 관리해야죠!”
결국 주혁의 집과 부엌 점검을 모두 마친 지은은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인테리어만 번지르르하지 집 안에 있어야 할 것들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그 흔한 전기밥솥 하나 없다는 사실에 경악한 상태였다.
“밥 먹었어요?”
“……아뇨.”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또 밥을 안 먹었어요?”
어째서일까. 항상 지은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 밥을 먹었느냐, 안 먹었다, 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미 점심을 아득히 넘긴 시간.
“또 출근해야 하는 거 아니죠? 오늘 있다고 했던 토론회는 끝나지 않았어요?”
“네…… 지은 씨 말대로 유라도 퇴근시켰습니다.”
“잘했어요. 그럼 집에서 딱 기다리고 있어요. 금방 장 보고 올 테니까.”
현관에 놓인 주혁의 슬리퍼를 신으며 지은이 주혁에게 엄포를 놓았다. 자신의 발보다 한참 큰 주혁의 슬리퍼가 너무나 헐렁하게 느껴졌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지은의 뒤로 다급하게 쫓아온 주혁이 구두를 신으며 소리쳤다.
“같이 가시죠!”
“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쉬고 계세요 금방 갔다 올게요. 언제는 같이 다니면 곤란할 거라고 하시더니.”
그때를 떠올린 주혁이 멋쩍은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처음 토벌전을 마치고 지은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장을 보고 오겠다는 지은을 애써 말리며 혼자서 장을 보러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지은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자신과 얽히면 괜히 지은이 많은 관심을 받을까 걱정됐었다.
“아닙니다. 커피도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집 앞에 커피가 맛있는 카페가 있습니다.”
“커피요?”
“달콤한 쇼콜라 케이크도 인기가 많다고 하더군요. 지은 씨가 좋아하는 조합이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SNS에 올라온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가 가득한 가게를 보며 꼭 가야겠다고 유라와 수다를 떨며 웃던 지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달콤한 디저트를 선호하는 지은인지라 기억하고 있었다. 마침 그 가게가 집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언젠가 지은의 집에 갈 때 꼭 사 가겠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으음…….”
아니나 다를까, 워낙 바쁜 유라였기에 결국 꼭 같이 가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기에 지은은 주혁이 말한 카페 이름을 듣자마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바로 집 근처라고 자신을 유혹하는 주혁의 말에 흥미가 돋기 시작했다.
“식사를 할 시간도 아니라서 애매하기도 하고요. 늦게 점심을 먹으면 늦은 밤에 배가 고플 테고, 그러면 또 야식을 먹어야 할 테고요.”
“그리고 다음 날 몸무게를 재 보고 후회하고…… 으으!”
시간은 이미 오후 3시가 가까워진 상황. 지금 장을 봐 와서 식사를 하면 틀림없이 저녁 때엔 배가 고프지 않을 테고,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배가 고플 게 분명했다.
애초에 식사량이 많지 않은 지은은 제때 끼니를 해결한다면 야식의 유혹쯤은 쉽게 넘길 수 있었지만, 문제는 항상 불규칙한 식사 시간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항상 ‘먹으면 안 되는데.’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밤늦게 냉장고를 기웃거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늦은 점심을 먹게 된다면 오늘 밤에도 결국 야식의 유혹을 참지 못할 것은 분명했다.
거기에 유라까지 퇴근해 있다면?
배가 고프다는 유라의 설득에 못 이긴 척 어쩔 수 없이 또 야식을 먹게 될 것은 분명했다.
“사실 지은 씨가 저에게 뭐라고 훈계를 하실 처지는 아니기도 하죠.”
“윽.”
자신의 불규칙한 식사 습관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주혁의 말에 지은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런 지은의 모습을 보며 푸스스 웃어 보인 주혁이 말했다.
“지금은 간단히 요기만 하고, 저녁을 같이 드시는 건 어떨까요?”
주혁의 타당한 제안에 지은은 결국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매일 컵라면만 먹는다고 주혁을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결국 지은과 함께 집을 나서며 주혁은 자연스럽게 저녁에 이태서를 찾아가야겠다고 말했던 지은의 계획을 막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마음을 당연히 모를 지은은 별스타그램을 보며 주혁이 말한 카페의 디저트를 확인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오랜만의 휴식이었다.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지은 역시 내심 말은 안 했지만, 카페에 가는 것에 많은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빨리 타라며 열린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지은이 주혁을 향해 손짓했다.
“빨리 가요, 우리!”
* * *
“송주혁 아니야?”
“그 옆에는…… 민지은?”
SNS에서 요즘 인기가 많은 카페이다 보니 당연히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을 보여 주며 ‘이게 그렇게 맛있대요!’, ‘이것도요!’ 하며 메뉴를 설명해 주는 지은과 그런 지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주혁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주혁 씨, 인기가 하늘을 찌르네요.”
하나둘씩 모여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주혁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중간중간 자신의 이름도 나오곤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로컬 랭킹 1위의 슈퍼스타 주혁에 비할 수는 없었다.
“이러다가 우리 내일 신문 1면에 실리는 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