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3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36화(23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36화
“푸흡! 콜록 콜록!”
갑작스럽게 훅 들어온 지은의 말에 주혁이 기침을 했다. 그런 주혁의 모습에 당황한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어머! 어머!”
자연스럽게 주혁을 챙기는 모습에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멀끔한 정장 차림에 단정하게 머리까지 올려 정리한 주혁이 기침을 하자 살뜰하게 챙기는 지은의 모습이 범상치 않은 사이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대박. 슬리퍼 디테일 좀 봐.”
그중에서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지은의 슬리퍼에 주목했다. 로컬 랭킹 1위에 빛나는 주혁은 그 압도적인 랭킹뿐만 아니라 잘생긴 외모로도 인기가 많았는데, 당연히 그런 주혁이 사는 집이 이 근처라는 사실과 함께 지은이 신고 있는 슬리퍼는 본인의 것이라고 하기엔 사이즈가 너무나 컸기에 누가 봐도 저 슬리퍼가 주혁의 것이라고 짐작하기엔 충분했다.
집에서 가까운 별스타 인기 카페에 지은과 함께 줄을 서 있는 주혁의 희귀한 모습은 금방 각종 SNS를 통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진짜 일찍 퇴근했네요? 저는 당연히 주혁 씨가 길드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은 씨가 일찍 퇴근하라고 했지 않습니까?”
“네?”
“물론 바쁘긴 하지만 지은 씨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나요.”
“제가 일찍 퇴근 시켜달라고 했던 건 유라 언니인데요?”
“유라나 성진이가 사실상 길드장이죠. 저는 바지 사장에 불과합니다.”
“그게 뭐예요.”
“정말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고 싶기도 했고요. 이렇게 된 거 지은 씨와 식사도 하고요.”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주혁의 모습에 지은이 피식 미소 지었다. 얼마 전부터 가뜩이나 바쁜데 정치권 인사들과 토론회까지 있다며 정말로 내켜하지 않던 주혁이었기에, 이렇게 시간이 맞은 이상 오늘 제대로 근사한 식사를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지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럼 제가 오늘 힘을 좀 내봐야 겠네요!”
“정말 기대됩니다. 지은 씨가 해 주시는 요리는 언제나 절 행복하게 하니까요.”
그 말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지은과 주혁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주혁에게 ‘제가 진짜 맛있는 거 해 줄게요.’라고 말하며 웃는 지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이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행동에 들어갔다.
“여보세요? 어, 엄마? 일찍 들어오라고?”
“아, 카드를 놓고 왔다!”
“아, 다음에 와야겠다. 버스 시간이 됐네.”
저마다 마치 들으라는 듯 어색하게 각자의 사정을 큰 목소리로 말한 사람들이 대기 줄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줄을 섰을 때만 해도 30분은 대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텅 비어 버린 대기 줄을 보며 지은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환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금방 들어갈 수 있겠어요!”
“어…… 네, 정말 그렇군요. 운이 좋았나 봅니다.”
곧바로 입장이 가능하다는 카페 직원의 안내에 따라 지은과 함께 카페로 들어갔다.
“아, 행복하다.”
주혁이 추천했던 꾸덕한 생초콜릿이 듬뿍 들어간 쇼콜라 케이크를 입에 넣은 지은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입 안에 넣자마자 가득 퍼지는 달콤한 행복.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을 사용했다는 직원의 설명처럼 시중에 파는 초콜릿이 아니기에 더 특별한 맛이었다.
“입맛에 맞으신다니 다행이군요.”
달콤한 쇼콜라 케이크와 쌉싸래한 커피의 조화.
디저트는 달게, 커피는 쓰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완벽한 균형을 자랑하는 지은의 최애 조합이었다.
“어휴,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다른 것도 먹고 싶네요.”
작은 조각 케이크 하나까지가 지은이 정한 마지노선이었다. 다른 디저트들까지 더 먹었다간 틀림없이 저녁 시간에는 식사를 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배가 불러서 주혁에게 기껏 저녁을 해 주고 혼자 먹게 할 순 없었기에 아쉬운 듯 진열장의 디저트들을 바라보는 지은을 향해 주혁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저녁엔 뭘 해 주실 겁니까?”
“음…… 드시고 싶은 게 있으세요?”
“역시…… 지은 씨는 변하질 않네요.”
“네?”
“항상 요리를 하시는 건 지은 씨인데, 정작 먹는 사람을 더 생각하니까요.”
“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였으면 제가 편한 요리를 했을 거 같거든요. 어차피 어떤 요리든 다 잘하시니 자신이 있으신 건지.”
“에이, 요리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저는 다른 사람이 제 요리를 맛있게 먹는 걸 더 좋아해서 그래요. 어떤 요리를 해도 자신이 있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저도 못하는 거 많아요.”
“그건 믿기 힘들군요. 지은 씨가 못하는 요리가 있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건 그렇죠? 저도 사실 말하면서 너무 겸손한 건가? 하고 생각하긴 했어요.”
“푸하하!”
너스레를 떠는 지은의 모습에 주혁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반응이 신기했는지 사람들이 힐끔힐끔 지은과 주혁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SNS상에서 한참 유명세를 달리고 있던 이 카페가 랭킹 1위의 데이트 장소라는 소문이 나며 더욱 번창하게 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 * *
“갈치조림 좋아해요?”
“좋아합니다.”
“갈치조림 할 건데 손질해 주시겠어요?”
“네, 물론이죠!”
수산물 코너에서 싱싱한 갈치를 보자마자 감자와 무를 넣고 매콤칼칼하게 만든 갈치조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망설임 없이 갈치를 구매하는 지은을 보며 주혁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미 밀고 있는 카트에 고기는 물론이고 각종 요리 재료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한 번에 그렇게 많이 못 먹습니다, 지은 씨.”
“에이, 해 주는 대로 다 드실 수 있으면서.”
“그건…… 그렇지만요.”
음식을 하는 데에 있어서 지은은 참 손이 컸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해 준 음식을 먹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말답게 아낌없이 요리를 하는 지은이었고, 그건 손이 큰 지은만큼이나 지은이 해 준 요리를 남김없이 비울 수 있는 큰 위장을 가진 일행들과 아주 궁합이 좋았다.
주혁 본인을 비롯해 지은과 식사를 자주 하는 유라도 마찬가지였고, 토벌대의 헌터들 대부분이 대식가들이었다. 목숨을 걸고 몬스터에 맞서 몸과 마나를 사용하는 헌터들인 만큼 고된 토벌을 이어 나가기 위해선 연료가 필요했다. 그야말로 수요와 공급이 딱 맞게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바빠서 요리를 할 시간이 없었는데. 그거 아세요? 요리도 안 하다 보면 실력이 줄어요.”
“……요리를 할 시간이 없다는 분이 토벌대에 600인분의 식사를 꼬박꼬박 공급해 주셨던 겁니까?”
“그건 그냥 식사 대용의 메뉴잖아요. 제가 말하는 건 푸짐한 한 상 차림이라고요.”
토벌대에 제공하는 식사도 지은의 성에 안 차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식판의 반찬 칸이 적어서 반찬을 다양하게 해 줄 수 없다는 게 바로 그 이유였다. 지은이 연금술 공방에 반찬 칸을 늘린 대형 식판을 알아보는 것을 간신히 뜯어말렸던 전적이 있는 주혁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후로는 당분간 식사를 제대로 대접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네?”
“갈치 나왔습니다!”
지은의 작은 중얼거림은 큰 목소리로 손질된 갈치를 넘겨주는 가게 주인의 목소리에 가려져 들리지 않았다. 무슨 말을 했는지 다시 물으려던 주혁은 지은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 오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
“있잖아요, 주혁 씨.”
“네, 말씀하시죠.”
“만약에 신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하게 되어서요. 던전이 사라지면 무슨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정말 그렇게 된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주혁 씨가 가진 능력이 모두 사라지게 되더라도요? 더 이상 랭킹 1위라거나, 특별한 권능을 가진 특별한 사람이라는 대우가 사라진다면요?”
“저는 제가 한 번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주혁 씨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랭커가 쉽게 위험에 처할 것 같지도 않아서 하는 말이에요. 던전을 통해서 얻은 막대한 부와 명예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어도요?”
진지한 표정을 하고 질문하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주혁은 그녀가 자신에게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를 깨달았다.
던전과 균열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가고 두려움의 대상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 이면에는 그것을 통해서 명예와 부를 쌓는 헌터들이 존재했다.
“사실상 실직자가 되는 건데요?”
“새로운 일을 찾으면 되겠죠. 벌어 둔 돈도 많고요.”
“확 달라진 일상을 받아들이기 쉬울까요? 능력을 사용하면 당연하게 가능했던 일들이 불가능해지는 걸 쉽게 받아들일 거 같아요, 주혁 씨는? 특히 랭커들은 더욱 특별한 사람이잖아요. 주혁 씨가 본인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요.”
“지은 씨.”
던전과 균열이 있기에 오히려 더욱 발전한 나라도 있었다. 지금의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고, 세상엔 아직도 던전과 균열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헌터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넘쳐 났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목숨에 대한 위협 같은 문제들은 화려한 겉모습에 가려져 있었으니까. 사람들은 랭커들을 비롯한 여러 헌터들의 능력을 부러워하고 동경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헌터들 중에서도 가장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자신에게 굳이 지은이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를 짐작할 순 없지만, 주혁은 지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지은 씨가 그런 세상을 만든다고 해서 아무도 지은 씨를 비판할 순 없을 겁니다.”
“…….”
“이 정신 나간 세계에서 살아가는 저 같은 헌터들이 누군가에겐 동경이고 우상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주혁 씨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로?”
“네, 저는 이 세상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정상이라고 계속 알고 살아가다간, 정말로 저까지 이상해질 것 같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고 해도요?”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희생 없는 평화는 지금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죠.”
“역시 그렇겠죠? 대가 없는 전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질문에 이상함을 느낀 주혁이 심각한 표정이 된 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은의 안색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순간, 지은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아, 네. 더 사실 게 없으시면 미리 계산하고 있겠습니다.”
“금방…… 올게요!”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지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혁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것을 느껴야 했다.
갑작스럽게 이런 질문을 한 지은의 의도가 무엇일까.
“우읍……!”
주혁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코너로 몸을 꺾자마자 다급하게 화장실로 달려온 지은이 세면대에 쏟아 낸 것은 검붉은 피였다.
수도꼭지를 올려 콸콸 쏟아지는 물에 피가 희석되어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지은은 입가에 가득한 피를 물로 씻어 냈다.
“기억이…….”
온전한 대리자의 권능을 처음으로 사용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창조의 권능에 대한 해답이 바로 대리자인 자신의 의지와 생각이었다니.
마치 자신이 명령한대로 반응하던 시스템을 떠올린 지은이 어느새 자신의 뒤에 다가온 여자를 거울을 통해 바라보며 말했다.
“저에게 이런 기억을 보여 줘서 원하는 게 뭐예요,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