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3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37화(23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37화
“오, 벌써 알아챈 거야?”
물로 헹궈 냈음에도 아직 남아 있는 비릿한 피 냄새에 지은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지은의 모습을 보며 의외라는 듯 여자가 말했다.
“이러려고 힌트를 줬던 거군요, 시스템.”
“바로 알아보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인 여자가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태도에 기가 막힌다는 듯 지은이 뒤를 돌아 여자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는 당신이 저에게 힌트를 줬을 때부터 뭔가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예전부터 제가 패배하던 1회 차의 기억만 보여 줬다고 해서 제가 순순히 당신이 원하는 걸 줄 것 같았어요?”
여자의 정체는 바로 시스템이었다.
지하철에서 힌트를 주었던 남자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여자의 모습을 하고 지은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본인들이 금기를 정해 놓고 다들 앞장서서 어기는데, 나라고 멍청하게 계속 지키고 있을 이유는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너에게 남은 미래를 보여 줬을 뿐이다.”
“그 말은 마치 새롭게 저에게 베팅을 해 보겠다는 뜻인 것처럼 들리는데요.”
“뭐 마음대로 생각해.”
“비아냥대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나 해 봐요. 일부러 주혁 씨랑 떨어져 줬으니까.”
“일부러 떨어져 줬다니 배려심도 깊군.”
“당신이 저를 계속 쫓아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알아봐 달라고 티를 내는데, 못 알아보면 서운할까 봐요.”
“우리 대리자님께선 자비롭기도 하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만 알아 둬요.”
자신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듯했기에 일부러 화장실을 간다면서 시간을 만들어 준 지은이었다.
이미 이 화장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지하철 때와 마찬가지로 시스템의 공간 안에 있었기에, 다른 사람의 개입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당장 주혁 씨의 창에 꿰뚫리고 싶다면, 뭐 말리진 않겠어요. 여기가 당신의 공간이어도 주혁 씨라면 충분히 뚫고 들어올 수 있을걸요?”
“정말로 그게 가능할 것 같으니 빠르게 본론을 이야기하지. 네 말대로 나도 이제 베팅을 다시 해 보려 해.”
“당신이 원하는 게 뭐죠?”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난 그저 내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싫을 뿐이야.”
지은이 눈을 흘겼다. 까망이와 신의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던 시스템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지금의 세계를 유지하고, 자신이 이 세계를 주관하는 신의 경지에 오르는 것.
시스템은 자신이 그저 까망이에 의해 창조된 하나의 존재에서 머무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직접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 주는 건 명백한 부정행위 아닌가요?”
“그러니 승리가 확실한 쪽에 붙어 있으려 했던 건데,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선 신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 주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것 같아서.”
시스템의 존재 의의는 바로 까망이와 신의 싸움이 지속되는 동안, 바로 그뿐이었다.
그렇기에 지은은 그의 처지가 꽤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터였다.
“어느 쪽이 이기든 간에 당신은 결국 쓸모를 다하고 없어질 존재였죠.”
“……그래, 맞아. 이 싸움이 끝나면 내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겠지.”
애초에 둘 사이의 중재를 위해 존재하던 시스템이었다. 이 싸움의 끝에 결국 누군가는 승리할 것이고, 누군가는 패배해 퇴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게 된다면 어느 한쪽만 남은 상황에서 시스템은 존재의 의의를 잃어버린다.
자신의 끝을 알고 있기에 ‘지금의 세계가 마음에 든다.’고 그렇게 알아달라는 듯 말했던 거였다.
“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게 뭐예요? 이 싸움은 어떻게든 반드시 끝나야 해요. 남은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고요.”
“그래, 그래서 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원하는 것을 마치 말해 보라는 듯 한숨을 내쉬는 지은을 보며 시스템이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창조의 정령과 신의 싸움의 승패와 관련 없이 내가 이 세계에 계속해서 남아 있는 것.”
“제가 거절한다면요?”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 내 제안을 받아들여 준다면 난 지금부터 내 의무를 떠나서 완전히 너의 편에 설 테고, 그러면 당연히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어? 난 너희 인간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권한이 있는데.”
헌터계에 시스템이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그를 통해서 퀘스트를 받고 경험치를 수령해 레벨 업을 하거나 막대한 보상을 받아 헌터들은 강해져 왔다.
그런 시스템이 자신의 편에 서겠다는 말은, 앞으로 신과의 전쟁에 대비해 헌터들이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부탁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구도자를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게 만들어 주는 것도 가능하다. 비단 구도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들이 너희가 말하는 헌터가 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지.”
“그럼 지금까지는 신이 이기고 있어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뜻이군요.”
“……네가 9회 차까지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창조의 정령도 네가 없는 인간계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지.”
“이번에는 신과 대화가 잘 안 됐나 봐요?”
“그래, 누군가가 신의 자존심을 아주 짓밟다 못해 뭉개 놓은 탓에 완전히 이 세계를 없애 버리겠다고 마음먹은 상태라서 나와의 약속 따위는 이미 팽개친 지 오래거든.”
이미 수차례 신을 물 먹인 지은이었다. 거기에 이번에는 대놓고 신과 힘겨루기를 한 끝에 이겨서 돌아왔고, 실피드까지 신이 보는 앞에서 정화해 빼내는데 성공했다. 전지전능은 무슨, 하찮은 신이라고 도발까지 아끼지 않았던 지은이었다.
“박쥐 같은 존재네요.”
“그렇게 표현해도 어쩔 수 없지, 나도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야. 어때, 나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신의 군대에 절대 밀리지 않을 헌터들을 만들어 주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렇게 말하며 손을 건네는 시스템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지은이 고개를 저었다.
설마 거절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시스템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금 내 제안을 거절한 거냐?”
“그런 식의 제안은 거절할게요. 결국 당신이 인간들의 힘을 손에 쥐고 흔들겠다는 거랑 뭐가 달라요?”
“…….”
“물론 제가 지금 제안을 거절한다면 당신이 신에게 붙어서 싸울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이번엔 절대로 지지 않을 거니까요.”
“온전한 대리자의 권능으로 신을 막을 생각인가?”
“네, 물론이에요.”
시스템이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걸 과연 창조의 정령이 허락할까? 네가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역시, 대리자의 권능을 계속 사용한다면 제 몸이 버티지 못한다는 걸 까망이가 숨겼던 거군요.”
자신의 말을 끊은 지은을 시스템이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빤히 바라보았다.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게 뭐 대수냐는 듯 말하는 지은의 태도에 놀란 탓이었다.
“너…… 이미 권능을 사용하면 네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완전히 확신하진 않았는데,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어요.”
“언제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던 거지?”
“1회 차의 저와 대화를 했을 때부터요. 분명 창조의 권능을 온전히 발현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했거든요.”
1회 차의 자신은 물론이고, 까망이조차 온전한 대리자의 권능을 발현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신의 군대와 맞서 싸울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모인 지금. 그 모든 것이 가능하게끔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게 판을 짜 놓은 현재 상황이 너무나 이상했다.
“이 정도로 전력을 모을 수 있게끔 안배를 해 놨는데, 온전한 권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안 되니까요.”
“……짐작만으로 창조의 정령의 안배를 꿰뚫어 봤다니.”
“까망이의 안배라는 사실은 몰랐어요. 그냥 다만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기를 바라는 1회 차 저의 당부라고만 생각했죠.”
“너를 끔찍이 아끼는 창조의 정령의 안배다. 네가 능력을 사용해 신에게 대항하면 할수록 병들어 가는 건 바로 너였으니까.”
그제야 온전한 각성을 마쳤음에도 권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단 한 번도 알려 준 적 없었던 까망이의 태도가 이해가 됐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였어.’라고 중얼거리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시스템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앞으로 많이 아플 텐데,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미 시스템의 말대로 피를 한가득 쏟아 냈던 지은은 신과 정면으로 맞붙어 끝내 실피드를 구해 왔을 때부터 자신의 몸에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
“제가 온전한 권능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까망이가 모르면 돼요. 1회 차의 저는 더 아팠을 테니까요. 그때도 버티고 버텼는데, 지금이라고 버티지 못할 이유는 없죠.”
“허어…… 또다시 1회 차의 전철을 밟겠다고?”
“그때랑은 다르죠. 지금은 까망이가 점차 힘을 회복하고 있고, 덕분에 저도 그때보다 강해졌으니까요.”
1회 차의 자신은 그저 균열을 막아 내는 것도 힘에 부쳤다. 정령왕들을 정화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상황에서, 인간의 손에 의해 토벌당한 정령왕들이 고스란히 타락해 신의 군대가 되는 것조차 막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랐다. 두 속성의 정령왕의 정화만이 남은 지금. 어떻게 해서든 남은 두 정령왕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신은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다.
이미 과반수의 정령왕이 정화된 지금, 결국 신은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손에 넣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상황이 너에게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네 몸은 겨우 인간이다.”
“겨우 인간의 몸에 신의 힘이 깃들어서 무리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신조차 갖지 못한 창조의 권능을 고작 인간의 몸으로 발현하는 것은 결국 목숨을 담보로 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였다. 1회 차의 자신이 몸도 마음도 병든 상태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은의 얼굴이 어둡게 굳어 있었다.
“그렇다. 네가 최대한 힘을 많이 쓰도록 신이 소모전을 반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거다. 네 몸은 결국 버티지 못할 테니까.”
“그걸 알면서도 저에게 온전한 권능의 사용법에 대한 힌트를 줬던 건가요?”
뭐라 변명할 말이 없었는지 시선을 애써 피하며 시스템이 헛기침을 했다. 시스템이 까망이가 1회 차의 기억까지 건들면서 그렇게 비밀로 하려 했던 사실을 알려 주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편하도록 유도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음, 일단 미안해. 의도한 건 아니었고 그냥 지금의 너도 반드시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뿐이야. 그러니까…….”
“그래도 고마워요. 덕분에 잊고 있었던 능력의 사용법을 깨달았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왜 내 제안을 거절하는 거지? 그저 이 세계가 지금의 상태로 유지되게 해 달라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너 또한 모든 인간들이 원하는 명예와 부를 가득 안고 평생을 살 수 있을 거다.”
“……정말 모르겠어요?”
정말로 의아한 듯한 시스템을 향해 지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