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3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38화(23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38화
“정말로 그런 제안을 제가 받아들일 거라 생각한 거예요?”
“뭐?”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지은을 보며 시스템은 크게 당황했다.
분명 자신의 말대로 능력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지은의 몸은 버티지 못한다. 그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지은을 대신해 신과 싸워 주는 것도 모자라 그 과정에서 명예와 부를 모두 안겨 주겠다고도 했는데, 돌아온 것은 기대하던 대답이 아니었다.
“지금 내 제안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차 물어 오는 시스템의 말에 지은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왜지? 어차피 신과의 싸움이 끝난다면 사실상 던전의 위험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당신은 우리 인간들에게 던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몰라요. 그러니까 그런 제안을 했던 거겠죠.”
차갑게 일갈하는 지은의 말투에선 절대 타협은 없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던전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존재였다.
“지금까지의 던전과는 다를 거다. 관리할 존재가 없으니 균열도 없을 거고, 그저 헌터들의 존재 가치를 계속 이어 줄 매개체에 불과할 텐데.”
“헌터들의 존재 가치라니, 그걸 누가 정했죠?”
“뭐?”
“헌터들 중엔 자신들이 원해서 헌터가 된 사람들도 분명 많겠죠. 당신의 말대로 많은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으니까!”
던전이 사라진다면 헌터들의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는 시스템의 말은 마냥 틀린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간 세계에서 권능이라 불리는 능력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저는 던전을 남길 순 없어요. 던전뿐만이 아니라 ‘각성’이라는 비현실적인 현상도 마찬가지예요.”
“네가 아무리 창조의 대리자라고 하지만, 과연 그것들을 마음대로 정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해?”
“…….”
“네 말대로 인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바로 부와 명예다. 이 땅에 인간들이 존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인간들은 그것들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워 왔지.”
고작해야 100년 언저리로 짧은 삶을 살다 가는 인간들이 그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지금까지 지켜본 시스템은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게 바로 인간의 본성이야. 더 많은 돈, 최고의 명예! 아득바득 본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바로 지금의 인간계이고.”
“그래서, 그런 욕심을 던전이 채워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물론이지. 난 인간들의 욕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헌터라는 것뿐만이 아니라, 던전과 균열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사람들마저 헌터로 각성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응답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균열이 터졌을 때 적어도 내 한 몸 건사는 하고 싶습니다.]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를 잡아서 나오는 부산물들이 엄청 돈이 된다고 하던데, 솔직히 직장 생활 하는 거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그만큼 이미 30년이 지난 지금. 던전과 균열은 더 이상 막연한 공포만 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지긋지긋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을 거란 환상을 심어 주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니 잘 생각해 봐. 일단 네 앞에 있는 큰 산을 처리하는 건 내 도움이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쉬울 테니까. 그리고 너, 그렇게 계속 힘을 남발한다면 틀림없이 죽어.”
“……그렇겠죠.”
“인간의 몸으로 신격의 권능을 감당할 순 없어. 그러니 빠른 시일 내로 선택해야 할 거야.”
“그 사이에 신의 편에 붙는 건 아니겠죠?”
“물론. 신의 계획을 나는 반대하는 입장이거든. 이 세계를 모두 없애고 신의 입맛에 맞게 재창조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그렇게 말하며 시스템이 지은에게 성큼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놀라거나 물러서는 기색 없이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지은을 향해 씨익 웃음 지은 시스템이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매만지고는 말했다.
“아픈데 이렇게 참지 말고 잘 생각해 봐.”
주혁의 앞에서 창조의 권능을 사용한 부작용으로 피를 쏟을 순 없었기에 고통을 참느라 입술 안쪽에도 피가 맺혀 있었다.
“나랑 손을 잡자, 대리자.”
“…….”
“넌 아프지 않을 거고, 죽지도 않아. 예전의 네가 원했던 것처럼 이 세상에 간섭하지 않아도 되게 해 주겠다.”
“하.”
“제안을 수락해 준다면 앞으론 내가 대신 싸워 줄 테니까, 잘 생각해 봐. 이건 잘 봐 달라는 내 나름대로의 성의.”
상처가 나 있던 입술이 깔끔하게 고쳐지자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고통이 사라진 것을 느낀 지은이 피식 미소 지었다.
“잘 생각해 볼게요.”
“좋아, 지금은 그 대답과 미소로 만족하지.”
그렇게 말한 시스템이 손을 떼는 것과 동시에 모습을 감췄다. 시스템의 결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느낀 지은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누구 좋자고 그 제안을 수락하겠어요, 시스템 씨.”
* * *
“주혁 씨!”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지체되었기에 헐레벌떡 달려온 지은은 이미 계산을 끝내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상자에 요리 재료들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주혁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 오셨습니까. 지은 씨의 말대로 집에 너무 뭐가 없는 것 같아서 여러 가지를 사 봤습니다.”
주혁의 텅 빈 냉장고를 채우겠다는 욕심에 여러 반찬들을 산 것도 모자라서 ‘어떻게 집에 밥통도 없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던 것을 신경 쓰고 있었는지 그 사이에 밥솥까지 잊지 않고 구매한 모양이었다.
거기에 전자레인지와 여러 요리 도구들, 냄비와 그릇들까지 눈에 보이는 대로 모두 구매한 듯한 모습에 지은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 지은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박스에 가득 담긴 반찬들과 요리 재료, 거기에 무거운 쌀 한 가마까지 거뜬하게 들어 올린 주혁이 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이 샀는데, 이제는 매일 저희 집에 오셔서 요리해 주시는 겁니까?”
“네에? 매일이요? 매일은 조금 힘든데…….”
그냥 장난 반 진심 반으로 해 본 말이었지만 진지하게 고민하는 지은의 모습에 주혁에게서 ‘어? 어쩌면?’이란 기대감이 가슴속에 피어올랐다.
“매일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날 때라면요.”
빈말로라도 입에 발린 말이나 현실에 맞지 않는 말은 하지 않는 지은의 성격대로 예상했던 대답이지만, 그만큼 지은의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환하게 미소 지은 주혁이 일반인이라면 엄두도 못 낼 양의 물건들을 짊어진 채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시죠, 지은 씨! 저 지금 너무 기대됩니다! 오늘은 지은 씨가 해 주시는 갈치조림 아닙니까?”
“갈치조림 좋아해요?”
“물론입니다.”
기대된다는 말대로 앞장서서 걸어가는 주혁의 뒷모습을 보며 지은이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모처럼의 편안한 하루였다.
* * *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도저히 주방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텅 비었던 주방에 냄비와 그릇들이 차곡차곡 채워지고, 집을 산 이후로 처음으로 밥이 지어졌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냉장고에 지은이 지시한 대로 사 온 반찬들을 밀폐 용기에 담아 차곡차곡 넣어 두던 주혁이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지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국물 없이 자박자박한 게 좋아요? 아니면 국물이 좀 있게 자글자글한 게 좋아요?”
맛 표현까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사실 주혁은 뭐가 되었든 상관없었다. 신기하게도 지은이 해 주는 음식은 계란프라이만 되어도 자신의 입맛에 꼭 맞았다.
“지은 씨는 어떤 스타일이 좋으십니까?”
“저는 아무래도 국물이 좀 자글자글 있는 게 좋더라고요. 밥이랑 같이 국물을 비벼 먹어도 좋고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전 다 좋습니다.”
“아, 정말! 또 제가 원하는 대로 그대로 가려고!”
항상 지은이 요리를 할 때마다 의견을 물어보는 이유가 자신의 음식 성향을 파악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주혁 역시 알고 있었다.
“음…… 이런 말씀드리긴 뭐 하지만, 지은 씨의 요리 전부가 저에겐 취향인 것 같습니다.”
“그게 뭐예요…….”
결국 자신의 취향대로 국물이 있는 갈치조림을 만들기로 결정한 지은이 주혁의 진지한 말에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허탈하게 웃음을 지었다.
언제나 자신을 배려하는 주혁의 취향을 알아내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해 주면 해 주는 대로 항상 밥을 두 공기 이상 비워 내는 주혁이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원하는 메뉴를 말해 주면 좋을 텐데.
싱싱한 갈치와 감자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익어 가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펴졌다. 고춧가루를 넉넉하게 뿌려 매콤한 냄새까지 함께 풍기니, 따끈한 쌀밥 위에 포슬포슬하게 잘 익은 감자와 잘 발라낸 탱글한 갈치살을 올려 한 입 가득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음에는 직접 반찬도 해서 올게요.”
“반찬은 사서 먹으면 되는걸요.”
“그래도 직접 해 드리고 싶어서요.”
지은의 말에 감동한 주혁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물론 지은은 그런 주혁의 모습을 갈치조림에 양념이 잘 배기도록 국물을 계속 뿌리느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아까 저에게 하셨던 질문은 무슨 의미입니까?”
“네?”
“던전이 사라지는 걸 전제로 하셨던 질문이요.”
“아…… 그거요.”
“신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면 던전이 사라지는 겁니까?”
“으음…… 글쎄요. 사실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것뿐이에요. 그걸 제가 결정할 능력도 없고요.”
그렇게 말하며 가스레인지의 불을 약하게 줄이는 지은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는 것이 주혁의 눈에 들어왔다. 대놓고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나 떨리는 목소리만 봐도 지은이 그 정도의 힘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할 정도라면 아직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했다는 뜻일 터.
분명 많은 고민을 혼자서 하고 있을 게 분명했지만 주혁은 지은의 결정에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했다.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지은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녀는 본인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사로운 욕심에 흔들릴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반대로 너무나 이타적이다. 그렇기에 본인이 감수하기 충분하다고 생각이 된다면 분명 모든 것을 떠안을 우려도 있었다.
‘그렇게 되지 않게 내가…….’
생각을 마친 주혁이 지은의 곁에 가까이 다가서며 말했다.
“물론 그렇겠죠. 어떤 미래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속 모를 표정을 한 지은을 향해 천천히 미소 지은 주혁이 입을 열어 덧붙였다.
“그래도 이건 확실하게 약속할 수 있습니다.”
“네? 어떤 걸요?”
“앞으로 마주할 그 어떤 미래에서도 전 지은 씨의 편에 있겠다는 약속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