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3화(2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3화
“그런데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지은이 생각을 가다듬은 후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제안은 지은의 입장에서 말이 안 됐다.
“제가 5층까지 어떻게 가죠?”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레벨을 올리지 않은 이유는 랜덤으로 최대한 많은 던전에 가기 위함이었기 때문이었다.
목표했던 1층과 2층 정도는 적어도 개방된 모든 던전을 다 돌아보는 게 목표였던 지은이였기에 당분간 레벨을 올릴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상태창에 요란스럽게 반짝이는 클래스 전용 퀘스트들도 한껏 미뤄 놓은 상태였다.
퀘스트 내용들은 클래스 전용답게 감자 200개 깎기, 손님 100명 맞이하기 등등 푸트 트럭 사장님이라는 지은의 클래스에 맞는 테마들이었다.
이 퀘스트들을 깨면 경험치가 들어와서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테지만 아직 1층은 고사하고 2층도 가 보지 못한 상태였다.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이야 굳이 던전 밖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이 없었으니 분명히 던전 안에서 사용하면 푸드 트럭이 소환될 터였지만, 문제는 다음 토벌 대상인 5층 던전이었다.“전 제 스킬 [바퀴가 가는 대로]라는 스킬을 이용해서 던전 안에 랜덤으로 이동할 수 있어요.”
“스킬 명이 굉장히 지은 씨답네요.”
“지금 그걸 지적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요. 그리고 저답다는 게 무슨 의미죠?”
“좋은 의미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흠…… 아무튼 제가 5층의 던전에 들어간 건 딱 한 번이었어요.”
그동안 3층과 4층만 주구장창 돌았다. 각 층의 던전 중심부로 갈수록 다음 층의 던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은 반복된 던전 워프로 어느 정도 깨달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던전은 너무나 넓고 지역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이상 다음 던전으로 진행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어느 던전이 이번 층의 마지막이 될지는 예상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사실상 이번에 들어갔다 온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가 4층의 중심부인 아리아드네의 천칭의 오른쪽 구역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까망이의 설명 덕분에 알게 된 것이었다.
던전의 구조를 훤하게 꿰고 있는 듯한 까망이 덕분에 지금 지은의 메모장에는 밝혀지지 않은 여러 미개척 던전들의 위치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지만, 벌써부터 위치를 밝히기에는 아직 이르다.
잠깐의 고민을 마친 지은이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리아드네의 천칭 바로 오른쪽 구역이 5층이라곤 생각도 못 해 봤어요. 저는 던전의 층이 확실히 나누어져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각 층의 던전 영역이 모두 확보된 게 아닌데 다음 층이 열려 있을 수 있는 겁니다. 어느 층이든 분명히 다음 층과 연결된 던전은 존재합니다.”
“그래서 3층도 아직 미발견 지역이 많은 거군요.”
“네, 3층은 운이 좋아서 4층으로 이어지는 던전을 빨리 발견한 경우입니다.”
그렇게 말한 주혁이 잠시 기다리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류가 많이 쌓여 있는 책상 서랍에서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이건 길드 연합 회의 때 사용하는 자료인데, 방금 지은 씨의 질문도 있었으니 설명이 조금 필요하겠네요.”
리모컨을 누르자 빔 프로젝터의 전원이 켜지고 천장에서 슬라이드가 내려왔다.
이어서 나온 창에 주혁이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슬라이드에 커다란 지도가 나타났다.
“와, 이건…….”
“각 층별 최단 이동 경로가 그려진 던전 내부 지도죠. 저희 청명 길드에서 만들었습니다.”
“길드에서 직접 이런 지도를 만들었다고요?”
“그게 선발대인 저희 길드의 임무니까요.”
위에서부터 이미 전 구역이 확보된 1층과 2층의 순서대로 지도가 붙어 있었다.
다른 층의 지도들과 달리 검게 칠해진 부분이 없는 것은 이미 1층과 2층의 전 영역은 확보가 된 지 오래였기 때문이었다.
“던전은 매우 넓어요. 어디가 끝일지 모른다는 소리입니다. 그래도 모든 영역을 확보하고 나면 확실히 전 구역이 열렸다는 증거가 나타나죠.”
“증거요?”
“바깥의 시간과 동일하게 낮밤의 구분이 생깁니다. 신기하게도 지하로 내려가서 그런지 던전의 시간은 지상의 시간과 반대지만요.”
“아, 그래서…….”
분명 2층에 처음 갔을 때 늦은 밤에 이동했는데 던전 내부는 매우 밝았다.
그게 던전의 특성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던전 시간으로는 낮이었기 때문이었다니.
새삼 주혁이 천상계 랭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은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도를 쭉 살펴보았다.
“이 붉은 선이 다음 층으로 바로 이어지는 가장 짧은 코스를 나타내는 길입니다.”
1층과 2층을 선명히 가로지르는 중간 굵기의 붉은 선은 3층과 4층의 중심부인 ‘아리아드네의 천칭’ 던전까지 밑으로 쭉 이어져 있었다.
“이번에 제가 혼자 4층에 다녀온 것도 이 길을 이용한 겁니다.”
“그래서 1층에서 4층, 그러니까 저희가 만난 던전까지는 얼마나 걸리는데요?”
“1주일입니다.”
“1주일이요?”
“왕복으로 계산하면 2주일이겠네요. 토벌대의 인원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왕복 2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잠…… 잠깐만요.”
여기서 지은은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져야 했다.
제한 사항 첫 번째.
5층을 토벌하기 위해선 당연히 5층으로 가야 했고, 가는 데만 열흘이 걸린다.
제한 사항 두 번째.
던전 입구를 빠르게 찾아 5층 던전의 초입인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에 입장한다고 쳐도, 보스인 타락한 불의 정령왕을 잡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제한 사항 세 번째.
그리고 밖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던전에 들어갔던 것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마지막 네 번째.
지은은 운동을 1시간 이상 해 본 기억이 없다.
“안 되겠는데요.”
생각을 모두 정리하자 이건 절대 안 될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애초에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던전 토벌에 폐점 시간을 설정하기도 매우 애매했다.
“몬스터는 저희 길드원들이 알아서 처리할 거고 24시간 지은 씨를 경호하는 실력 좋은 랭커들을 배치해 드릴 겁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요…….”
“원하신다면 제가 직접 경호도 해 드릴 수 있고요.”
“진짜 그러면 너무 안심이 되겠지만, 제가 자신이 없어요.”
“네? 무슨 자신이요?”
“걸어서 10일이나 이동할 자신이 없단 말이에요……. 제 힘 스탯이 몇인 줄 아세요?”
“몇이시길래…….”
“5에요…… 5라고요!”
“맙소사.”
각성하지 않은 민간인보다 한참을 밑도는 수치나 다름없는 형편없는 기본 스탯을 들은 주혁이 이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10도 안 되는…… 하하. 죄송합니다. 웃으면 안 되는데 이건 진짜…….”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이상하게 각성하니까…… ”
“흠, 흠…… 웃어서 죄송합니다. 그 점은 지은 씨에게 여러 버프를 걸어 드리는 걸로 해결하도록 하죠.”
“아, 그런 방법이.”
“그럼 제한 사항 있으신가요?”
주혁의 말에 지은이 또 제한 사항이 있는지 고민해 봤지만 당장 떠오르는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이제 남은 문제라면 각성자로서의 문제가 아닌 지은의 요리 관련 영업 문제만 남아있었다.
“혹시 토벌대의 인원은 어떻게 돼요?”
“저희 길드가 대형 길드로 분류가 되어 있는 이유는 개개인의 랭킹이 높은 길드원이 많아서 그런 겁니다. 순수 헌터 길드원은 채 200명도 안 되니 사실상 다른 길드들에 비하면 소규모죠.”
“그 200명이 다 토벌대에 가나요?”
“아니요, 보통 토벌대에는 보스전이 아닌 이상 30명에서 50명 정도만 갑니다.”
“그럼 저는 매일 세끼씩 50인분을 준비해야 한다는 거네요.”
짧게 잡아서 한 달 동안 매 끼니 50인분.
페널티를 받아 기본 스탯이 초기화된 지금, 과연 자신이 하루도 안 빼먹고 제대로 요리를 할 수 있을 체력이 될까.
재료 손질이나 요리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설거지를 매일 150인분이나 해야 한다니.
거기까지 생각했던 지은은 아까 전 주혁이 내뱉었던 계약금을 떠올렸다.
‘내가 푸드 트럭을 운영해서 150억을 벌 수 있을까?’
빠르게 계산을 마친 지은이 고개를 저었다. 선사 시대부터 푸드 트럭을 운영해도 150억을 버는 것은 무리였다.
진짜로 150억의 계약금을 받는다면 몸을 갈아서라도 해내야 했다. 갑자기 반드시 해내고 싶어졌다.
“그럼 여기서 바로 제가 원하는 조항을 작성해도 될까요?”
“집에 가져가셔서 천천히 생각하셔도 되는데.”
“아니요, 권유해 주신 김에 바로 가입하고 싶어서요.”
“길드장으로서 이보다 듣기 좋은 말이 없군요. 새로운 인재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주혁에게서 만년필을 건네받은 지은이 계약서의 다음 장에 지금까지 생각했던 내용들을 막힘없이 적어 가기 시작했다.
저 민지은은 청명 길드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조항을 지켜 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1. 공식 사항의 1번 사항을 제외하고는 던전 내에서 지금까지처럼의 자율 판매를 허가한다.
2. 모든 수익의 권한은 공식 사항을 제외하고는 본인(민지은)에게 있다.
3. 계약 기간 도중이라도, 본인(민지은)이 원할 때 언제든 계약을 파기하고 길드를 탈퇴할 수 있도록 한다.
4. 공식 사항에 명시한대로, 재계약의 권한은 본인(민지은)에게 있으며 재계약은 기본 1년 단위로 명시한다.
5. 잘 부탁드립니다.
지은이 작성한 요청서를 받아 든 주혁이 3번 사항을 확인하고는 마치 상처받았다는 듯 슬픈 눈으로 지은을 바라보았다.
“왜 1년밖에 안 되죠?”
“솔직히 1년 이상이어도 상관은 없는데요, 원래 저는 그냥 제 가게를 차리고 열심히 가게를 키워서 나중에 프랜차이즈를 내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렇게 말한 지은이 이내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이고는 이어서 말했다.
“근데 본의 아니게 각성을 해 버려서, 던전 안에서만 장사를 할 수 있게 돼서 꿈을 접어야 했어요.”
“아하…… 그런 제약이 있었군요.”
“만약에 제가 더 이상 던전 안에 들어가기 싫어질 때가 올 수도 있잖아요. 전 비전투 계열 각성자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요, 재계약은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싶어요. 물론 재계약 우선권은 항상 청명 길드에 드릴게요. 약속하겠습니다.”
약속하겠다며 손을 흔들며 웃는 지은의 모습에서 즐거운 얼굴로 베이컨 계란말이 초밥과 미소 된장국을 요리하던 그녀와의 첫 만남이 겹쳐 보였다.
그때도 이렇게 해맑게 웃는 얼굴이 참 보기 좋았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다시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주혁이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래오래 같이 일했으면 좋겠네요, 지은 씨. 감사합니다. 제대로 된 계약서를 작성해 드릴 테니 내일 다시 와 주실 수 있나요?”
“네, 그렇게 할게요.”
“그럼 저도 이제 슬슬 길드 연합 회의가 있어서…….”
“아, 네. 제가 너무 오래 있었네요.”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벌써 2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랭킹 1위인 길드장과 이렇게 오랫동안 대화를 하다니.
“아, 그리고 이거.”
돌아서 나가려는 지은을 급하게 불러 세우며 주혁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보온병을 지은에게 건넸다.
곧바로 이게 무슨 보온병인지 알아챈 지은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와, 이거!”
“된장국 정말 맛있더군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역시 한국인은 밥에 국을 먹어야 힘이 나나 봅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다행이다.”
요리에 대한 칭찬을 하니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게 웃으며 너무 짜거나 싱겁지는 않았는지 물어보는 지은에게, 최고였다고 대답하며 주혁도 환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