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4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39화(24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39화
“오늘도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지은의 표현대로 자글자글 국물이 있게 만든 갈치조림의 맛은 최고였다. 매콤 칼칼한 양념이 골고루 잘 밴 갈치는 물론이고 포슬포슬하게 잘 익은 감자까지 갓 지은 밥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맛있게 잘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사실 조림 종류는 오랜만이라 걱정됐었거든요.”
“오늘은 그리고 신기한 스킬도 배워서 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스킬이랄 것까지는…….”
“저는 그렇게 빠르고 완벽하게 가시를 발라내는 스킬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맛있는 갈치조림을 만든 것뿐만 아니라 지은은 갈치의 가시를 발라내는 것까지 전문가 급이였다. 능숙하게 숟가락을 이용해 가시를 발라내 준 지은 덕분에 주혁은 온전한 갈치조림의 맛을 넘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지은에게 가시를 발라내는 설명을 듣고 직접 해 보겠다며 눈을 빛낸 주혁이 남은 모든 갈치의 살을 발라내 준 덕분에 지은도 편하게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
“나중에 유라랑 성진이한테 자랑해야겠습니다. 제가 지은 씨의 가시 발라내기 스킬의 최초 전수자니까요.”
“어휴, 진짜.”
너스레를 떠는 주혁의 말에 지은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후식으로 마트에서 사 온 통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저녁 8시를 훌쩍 넘긴 상태였다.
“이제 가 봐야겠어요.”
“아, 벌써 가십니까?”
“유라 언니랑 맥주 한잔 하기로 했긴 한데…….”
지은이 주혁의 집에 있다는 사실은 유라도 이미 알고 있었다. 식사를 할 때부터 계속 ‘언제 올 거야?’, ‘빨리 와 심심해.’라며 귀엽게 재촉하는 유라였다.
방금 도착한 ‘언니 맥주 딴다? 못 기다린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확인한 지은이 피식 미소 지었다. 그런 지은의 미소를 보며 주혁은 속으로 혀를 차야 했다.
‘한유라…….’
지은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유라가 지은이 주혁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은 다름 아닌 SNS를 통해서였다.
[실시간 LIVE! 송주혁 민지은 데이트 현장!]사진은 물론이고 동영상까지. 별스타는 물론이고 이미 너튜브에까지 지은과 주혁의 데이트 현장이 생중계되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어떤 스캔들도 없었던 주혁이 처음으로 여자와 디저트 카페에서 줄까지 서 가며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밝게 웃고 있는 믿을 수 없는 상황. 이 좋은 기회를 기자들이 놓칠 리 없었다.
[송주혁-민지은, 둘 사이에 감도는 핑크빛 기류?] [송주혁-민지은, 이미 동거하는 사이? 집 앞에 마실 나온 듯한 민지은 양의 데이트룩]온갖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당연히 주혁의 핸드폰은 쏟아지는 연락에 불이 났다.
‘너 지은이랑 사귀어? 언제부터? 진짜 죽고 싶어?’
‘진짜 죽여 버리고 싶다. 생각이 있어?’
그중에서 가장 살벌한 내용의 연락의 주인은 기쁜 마음으로 퇴근했다가 다시 길드에 출근했던 성진과 유라였다.
길드로 쏟아지는 기자들의 무수한 전화에 졸지에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성진은 ‘미리 말이라도 해주던가.’라는 식의 연락이었지만 유라는 아니었다.
‘바로 정정 기사 냈어.’
기사가 올라온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유라가 길드를 통해 올린 정식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지은이랑 동거는 내가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였다.
그저 평범한 직장 동료 사이라며 일축하긴 했지만, 그래도 워낙 스캔들의 대상이 대상이니만큼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지은에게는 절대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서 주혁에게는 10분에 한 번씩 협박 문자를 보내는 유라였다.
“반찬 많이 사 놨는데 아까우니까 꼭 잘 챙겨 먹어야 해요? 알겠죠?”
마지막까지 냉장고 점검을 하면서 자신의 식사를 챙기는 지은과 살벌한 유라의 문자를 번갈아 확인하던 주혁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더 지은과 있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이대로라면 유라에게 멱살을 잡힐 것 같았다.
“토벌대엔 또 언제 방문하실 예정입니까?”
“음…… 일단 급한 문제가 해결되었으니까요. 내일 바로 갈까 했는데, 같이 갈래요?”
“저야 언제든 환영이긴 하지만 내일은 저도 노아와 스케줄이 있습니다.”
인생 처음으로 다른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관광을 즐기고 있는 노아와 내일은 제대로 일을 할 시간이었다.
“아…… 실종됐던 펜타곤 길드원으로 추정되는 시체가 발견됐다고 했었죠.”
실종되었던 펜타곤 길드원들이 발견된 곳은 남운의 도장이 있는 북한산이었다. 산을 수색하던 남운이 발견했다고 하는데, 그가 직접 움직였다는 점에서 지은은 이 사건이 또 다른 일을 불러오게 되리란 것을 직감했다.
그들에게 강령술을 걸었던 키드는 이미 신에게 뭔가를 당했을 확률이 높았다. 실피드를 타락시키려 했던 신이 다름 아닌 키드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죽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아도 일단 정상적인 상태는 아닐 터.
강령술을 걸은 술사가 죽었다면 지속적으로 마나를 공급받지 못하는 강령술의 피해자는 다시 시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지은 씨의 예상대로 키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라도 까망이를 찾아가야 하긴 했지만, 까망이를 떠올리자마자 지은은 가슴속에 울컥하고 화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온전한 권능을 사용하는 방법을 나에게 숨기고 있었다는 거잖아?’
물론 까망이의 입장에선 당연히 온전한 권능을 사용하게 된다면 지은의 몸에 무리가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숨기려 했을 것이란 걸 이해는 했지만, 지은은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까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야기 정돈 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1회차 와 모든 것이 달라진 상황이었다. 비열한 신의 정신 지배도 진작에 깨부순 지 오래였고 훨씬 더 강해진 힘으로 진작에 다른 정령왕들을 찾아낼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내일은 까망이랑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던 와중에 주혁이 까망이를 언급하자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냉장고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았다.
갑작스럽게 변한 지은의 분위기에 흠칫 놀란 주혁은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는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방금 전까지 웃음이 가득했던 지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지…… 지은 씨?”
불러 봐도 대답 없이 뭔가를 고민하는 듯 한참을 말없이 서 있던 지은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민까망…… 죽었어.”
“지은 씨? 그게 무슨…….”
갑작스러운 지은의 선전 포고(?)에 당황한 주혁의 동공이 지진이 난것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방금 들은 게 정말로 맞는지 주혁은 처음으로 몬스터의 작은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던 자신의 청력을 의심해야 했다.
“민까망 지금 죽이러 갑니다.”
“……”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은의 살벌한 모습을 보며 주혁은 까망이의 무사 생존을 기원하며 침묵하는 것을 선택했다.
* * *
<주인!>
문을 박차고 들어온 지은에게 까망이가 폴짝 점프해 안겨들었다. 평소라면 한참을 끌어안고 얼굴을 맞대며 부비부비했을 지은은 까망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스윽 몸을 피했다.
<……!!>
지은이 자신을 피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듯 바닥에 착지한 까망이의 동공이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인?>
“난 거짓말쟁이 정령과 계약한 기억이 없는데.”
<거짓말쟁이라니…….>
“너, 다 알고 있었잖아.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사용하는 방법.”
<그건……!>
자신이 그동안 숨기던 비밀을 알아챈 듯한 지은의 반응에 까망이는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까망이의 모습에 지은이 차가운 얼굴로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에 가서 벽 보고 반성하고 있어.”
<내가 잘못…….>
“조금 있다가 나랑 얘기 좀 해.”
지금은 방에 들어가 있으라며 손짓하는 지은의 차가운 얼굴을 본 까망이의 귀가 시무룩하게 접혔다. 터벅터벅 방으로 까망이가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유라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언니? 어디 가요?”
맥주 한잔을 하자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사 왔건만, 유라는 이미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출근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다.
“어, 미안 지은아. 지금 급히 나가 봐야 할 것 같아.”
“무슨 일이 있어요?”
“실종된 펜타곤 길드원들의 시체가 발견된 곳을 중심으로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 우리 맥주는 다음에 먹자.”
지은이 뭐라 더 묻기도 전에 바쁘게 뛰어나간 유라였다.
이상한 현상이라니, 도대체 뭘까.
<지금 이야기할 수 있겠냥? 나도 이제 숨기는 것 없이 다 말해 주겠다냥.>
빼꼼 고개를 내밀고 말하는 까망이를 번쩍 들어 올린 지은이 말했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잖아.”
처음 듣는 지은의 차가운 목소리에 까망이가 몸을 흠칫 떨었다. 이미 드루이얼에게 지은이 실피드를 어떻게 구했는지 자초지종을 들었기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는 예상이 되었다.
“그럼…….”
“일단 같이 가자.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