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4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40화(24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40화
“지은 씨! 뭐 하러 이런 곳까지…….”
“이건…….”
유라는 물론이고, 주혁과 남운이 이미 도착한 현장. 현장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지은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지은의 모습을 보며 이미 도착해 있던 주혁이 말했다.
“이 산 전체에 수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강한 타락의 기운이 느껴져요. 하지만…… 어떻게?”
당연히 이 정도의 기운이 존재했다면 키드가 심어 놓았을 균열을 수색할 때에 먼저 발견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북한산에서 아무런 기운을 느끼지 못했던 지은이었다.
“시체들은 이미 치워 뒀습니다. 너무 끔찍한 모습들이라 보시기엔 역하실 것 같아서.”
시체라는 말에 지은이 흠칫 몸을 떨었다.
“……발견 당시 어떤 모습이었길래요?”
“썩 듣기 좋은 건 아닐 테니 다른 것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최초 발견자였던 남운의 설명에 의하면, 데이비슨과 제임스는 물론이고 실종되었던 모든 펜타곤 길드원들이 한자리에서 발견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것이 남아 있었죠.”
이미 완성된 결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훅 하고 끼치는 혈향에 지은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건…… 제단?”
피에 가득 물든 제단이 그곳에 있었다.
제물을 바쳐 무언가를 소환한 것 같은 불길한 모습의 제단에서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언가를 소환하려 했던 것 같은데. 뭐가 느껴지십니까?”
“타락의 기운은 맞는 것 같은데…….”
[집행자의 심판]을 꺼내 들자마자 주변이 일그러지며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중요한 정화가 이루어지진 않았다.‘처음 느껴 보는 기운이야. 마치 신의 능력을 누군가가 복제한 듯한…….’
지은은 지금 이 장소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신의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보다는 얕고 인위적인 기운이었다.
“일단 이 주변 일대는 다 봉쇄한 상태입니다.”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면서요. 정확히 어떤 이상 현상이었나요?”
지은의 질문에 주혁이 남운과 눈빛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1회 차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남운이었다.
“1회 차에 가장 저희를 괴롭혔던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가장 괴롭혔던 것이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던 던전일까, 아니면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생하던 균열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신의 편에 현혹된 인간들일까.
“강제 각성입니다.”
“네? 강제 각성이요? 그게 뭐예요?”
강제 각성이라니, 처음 듣는 소리였다. 당황한 지은의 모습에 남운이 아차 싶은 얼굴로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이미 강제 각성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지은은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신의 정신 지배에 완전히 당해 괴로워하며 결국 대리자의 공간에 갇힌 상태였으니까.
그때의 지은을 떠올린 남운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지은의 파우치에서 빼꼼 얼굴을 내민 까망이가 그런 남운을 힐긋 째려보고는 말했다.
<인간들을 지켜 줄 힘을 내려 주겠다며 현혹해 강제로 각성시켰던 신과 시스템의 합작품이었다.>
“……시스템이!”
‘내 제안을 수락해 준다면 앞으론 내가 대신 싸워 줄 테니까. 잘 생각해 봐.’
“대신 싸워 주겠다던 게 바로 이런 의미였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주인?>
“시스템이 나에게 제안을 했거든.”
<시스템…… 그 녀석이!>
지은에게서 시스템이 제안한 것이 무엇이고, 그 대가로 무얼 원하는지 자초지종을 들은 까망이가 분노에 몸을 떨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시스템이 개입한 건 아닌 거 같아. 지금 이건 키드의 소행인 것 같은데.”
“그래, 맞아. 이건 키드의 소행이 분명하군.”
결계 안으로 들어오면서 그렇게 말한 사람은 이태서였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놀란 지은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병원에 있던 거 아니었어요?”
“지은 씨가 걱정해 주신 덕분에 다 나았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이태서를 보며 ‘저 뻔뻔한 놈.’이라고 중얼거린 주혁이 말했다.
“키드의 소행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근거는?”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지은 씨 덕분에 기억을 떠올린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하지.”
그동안 모두가 쉬쉬하고 있었지만 다른 현장 통제를 하고 있는 유라를 제외하고 남운, 주혁, 이태서 모두 1회 차의 기억을 떠올린 사람들이었다.
1회 차의 주혁은 까망이와 함께 지은을 지켜 가며 끝까지 싸우려던 입장이었고, 남운은 괴로워하는 지은을 해방시켜 주려던 입장이었으며, 이태서는 그런 지은의 적이었다.
“이 강제 각성은…… 다름 아닌 내가 만들어 낸 거니까.”
“뭐?”
“키드는 강제 각성을 통해 신에게 처음으로 충성을 맹세한 놈이었어. 그 녀석을 강제로 각성시키고, 타락의 기운으로 타락시킨 게 바로 나였다.”
이태서의 폭탄 선언에 충격을 받은 모두가 말을 잃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던 이태서가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기에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노력하며 지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키드를 각성시키고…… 타락까지 시켰다고요?”
“저는 신의 대리자였으니까요. 그래서 신의 편에 붙었던 시스템의 권한을 제 능력과 함께 다룰 수 있었습니다.”
“……그럼 설마 키드가 이태서 씨의 능력을 흡수했던 건가요?”
“흡수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건 그저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신에게 자신의 쓰임을 증명하려던 최후의 발악이죠.”
“그 말은…….”
“키드가 자신의 몸을 신에게 바쳐 가면서 만들어 낸 것이 지금의 첫 강제 각성 제단입니다. 지독한 사념이죠.”
그렇게 말한 이태서가 손을 내젓자 제단에서 검은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기운이 마치 하늘에 이정표가 된 듯 선연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이미 강제 각성은 시작된 것 같으니.”
* * *
검은 기운이 뻗어 나간 쪽으로 대대적인 수색이 이뤄졌다. 소란을 막기 위해 키드의 사념에 의해 만들어진 강제 각성 제단에 대한 이야기는 함구했다.
대신 내세운 것은 ‘새롭게 발견된 균열의 징조로 불안정해진 마나 흐름에 휘말린 사람들이 각성했을 가능성이 있다.’였다.
그리고 수색 결과, 강제 각성 제단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100명이 훌쩍 넘었다. 그들 모두가 이상 현상이 발생했을 당시 등산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각성과 동시에 각성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마치 무언가에 씌인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이 각성했다는 사실을 끝까지 숨기며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강제로 각성자 확인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그들이 전부 전투 계열 헌터로 각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모두가 사건 처리에 바쁜 지금. 까망이와 단둘이 남은 지은이 무거운 눈꺼풀을 누르며 중얼거렸다.
“다행히 저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타락의 기운은 미미해.”
<당연한 결과다. 지금은 신의 위세가 1회 차처럼 강하지 않으니까.>
강제 각성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들 사이의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권능을 사용해 던전이 아닌 지상에서 서로 전쟁을 벌인다. 던전 안의 몬스터에게 향하던 각기 다른 권능이 인간에게 향하게 되자, 지상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걸 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였고…….”
인간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레벨이 빨리 오른다며 남운을 해방의 날개 토벌전에 필수로 참석시켰던 주혁의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이미 주혁도, 남운도, 이태서도 지옥과 다름없던 인간들끼리의 전쟁을 경험해 봤던 거였다.
“강제로 각성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주인이 실피드를 구해 오면서 완전히 힘의 균형을 무너뜨린 덕분에 그 정도의 세뇌는 걸리지 않았을 거다.>
“내가 정화를 시킨다면…….”
<그건 절대 안 된다.>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까망이가 곧바로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까망이의 눈을 피하지 않고 대면한 지은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린 아직 해야할 이야기가 남아 있었지?”
<애초에 주인은 무의식적으로 창조의 권능을 그동안 남발해 왔다. 더 이상 주인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권능을 사용하는 걸 보고만 있지 않겠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권능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가장 처음 사용했던 건 이그니스를 정화했을 때였다. 고작 수건으로 타락의 기운을 어떻게 정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럼 그때부터 나한테 숨기고 있었던 거야?”
<어차피 인과율 때문에 신과의 전쟁의 큰 사건들은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남운이 어떻게 강제 각성의 제단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주인!>
“그게 무슨 소리야?”
<주인이 다시 이 세계에 등장해서 모든 인과 관계가 뒤틀리긴 했지만, 애초에 회귀자에게 내가 내렸던 형벌은 주인이 없는 세상에서 끝이 정해진 회귀였다!>
회귀.
그제야 지은은 남운이 회귀자라는 사실을 밝혔던 상위 균열 때를 떠올렸다.
분명 그때 남운은 1회 차에도 같은 날짜와 같은 장소에서 상위 균열이 발생했다고 했고, 그 균열에서의 유일한 생존자가 바로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기에 정체를 밝혔다고 했었다.
“설마…….”
<그 설마가 맞다. 어차피 일어날 사건들은 다 일어나게 되어 있었어!>
“그 사건들의 결과가 나로 인해서 달라졌을 뿐인 거고?”
<그래, 주인이 창조의 권능으로 이그니스를 정화한 바로 그 순간부터, 회귀의 기반이 되는 사건들의 ‘결과’만이 바뀐 거다.>
“…….”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주인의 권능 발현 덕분에! 상황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주인!>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 것 같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소리친 까망이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주인이 온전한 권능을 그렇게 간단하게 사용할 줄 정말 몰랐다. 그럼에도 내가 왜 주인을 말리지 않은 줄 알아?>
“……그게 내 의지를 통해 발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그래서 아실리아도! 드루이얼도! 그것도 모자라서 실피드까지 정화해 낸 지금까지도! 난 최대한 모른 척하려 했다! 그게 주인의 의지니까!>
“…….”
<그건 적어도 주인의 힘을 강해지게 하기 위한 방법이니까 그냥 나만 비밀로 하고 넘어가려 했던 거다. 온전한 힘을 되찾으면 주인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끝없이 고민하면서!>
“……민까망.”
<주인만을 위해서 권능을 써라, 제발…… 다른 인간들이 어찌 되든 난 솔직히 상관없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