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4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41화(24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41화
“…….”
절규와도 같은 까망이의 부탁에 지은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까망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더욱더 그랬다.
<적어도 아직은 안 된다. 내가 온전히 힘을 되찾고 너에게 모든 권한을 양도하기 전까지는 안 돼…….>
“…….”
<약속해다오. 제발 다른 그 무엇보다 너를 우선시하겠다고 제발 약속해다오!>
까망이의 눈에 차올랐던 눈물이 결국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며 지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가장 앞서 싸워야 할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민까망, 네가 원하는 건 잘 알겠어…….”
<주인!>
알겠다는 말에 반색하며 고개를 들었던 까망이의 얼굴이 지은이 고개를 돌린 채 시선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절망감에 물들어 갔다.
“하지만, 그건 모순이야.”
<…….>
“어차피 일어나야 할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 건 너야.”
<아아…….>
“그리고 그 결과가 바뀐 건 바로 내가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네가 네 입으로 그랬잖아.”
주먹을 쥔 채 그렇게 말하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까망이는 무슨 말로 설득해도 그녀의 마음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고는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너도 알고 있었잖아.”
1회 차의 자신은 능력을 온전히 개화할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과 다르게 온전한 힘을 얻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더 부족한 기운을 끌어 쓰기 위해 자신을 혹사했겠지.
그럼에도 1회 차의 지은을 막지 못했던 까망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막아 보고 싶었겠지. 까망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버렸음에도 결국엔 자신을 다시 찾아와 준 까망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울음을 참아 내고 있는 까망이를 번쩍 들어 올려 품에 끌어안은 지은이 부드럽게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고마워. 변함없이 나를 생각해 주고, 아껴 줘서.”
<주인…….>
“네 부탁을 온전히 들어줄 순 없겠지만, 노력할게.”
<…….>
“절대 멋대로 다신 네 곁을 떠나지 않을게.”
<약속…… 약속해 다오. 다시는 날 버리지 말아다오.>
애처로운 목소리로 흐느끼는 까망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은도 결국 참아 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 내며 젖은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약속…… 약속할게.”
그리고 그런 지은의 대답을 들은 것으로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들어 보인 까망이가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난 그 약속만으로도 충분하다, 주인.>
* * *
“일이 귀찮게 되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각성자 센터에 임시로 마련된 합동 조사 본부실에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들어오던 주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눈가에 얼음주머니를 올린 채 까망이를 안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었다.
지은의 품에 안긴 까망이도 똑같이 얼음 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며 둘 사이가 어느 정도 잘 풀렸다는 것을 예감한 주혁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 주혁 씨.”
찜질을 했음에도 아직 빨갛게 부어 있는 지은의 눈가를 애써 모른 척하며 주혁이 말했다.
“제단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건 그 자료들이고요.”
“다른 이상 현상의 전조 증상이 느껴진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 점이라면 남운 씨에게…….”
자신이 가져온 자료들을 보면서도 지은이 남운을 언급하자 주혁의 미간에 얕은 주름이 파였다가 사라졌다.
“남운이 없어도 그 정도는 이미 기존의 데이터로 충분한 분석을 마친…….”
“대균열입니다.”
뒤이어 들어온 남운이 주혁의 말을 냉큼 자르고 핵심을 말했다. 방해를 받은 주혁의 날카로운 시선을 미소를 지으며 흘려보낸 남운이 말을 이어 가려던 찰나였다.
“확실하지도 않은 가정을 앞다투어 보고하려고 하다니 꼴이 우스워, 아주.”
공간 이동으로 등장한 이태서가 지은의 옆에 앉으며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런 이태서의 도발에 주혁과 남운의 차가운 시선이 한데로 모였다.
왠지 모르게 서늘해진 방 안의 공기를 느끼며 주혁이 가져온 서류를 확인하던 지은이 고개를 들었다. 지은이 고개를 들자마자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세 남자가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미소 지었다.
“……주혁 씨가 가져온 자료에 따르면, 대균열 때 감지되었던 이상 기류와 지금 제단에서 나오는 기류가 똑같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남운 씨는…… ‘그거’에 기반한 경험일 테고요.”
“네, 맞습니다.”
“이태서 씨는 지금의 판세와 제단에서 흘러나오는 마나의 양을 분석했을 거고요?”
“바로 맞췄어.”
주혁과 이태서의 분석은 그렇다고 쳐도 무엇보다 남운이 저렇게 확신하고 있다면, 틀림없이 과거에서도 일어난 일이 분명했다. 그게 바로 제 4차 대균열일 줄은 몰랐지만.
‘그러고 보니 인과율은 괜찮은 건가?’
그동안 인과율에 묶여 회귀 전에 일어났던 일을 말하지 못하던 남운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인과율이 허용하는 선에서 줄타기를 하던 그였는데, 지금은 대놓고 대균열이 일어날 거라고 말을 했음에도 남운의 표정은 평온했다.
[뭘 걱정하고 계시는지 압니다. 얼마 전부터 저를 묶고 있던 인과율이 사라진 것을 느꼈습니다.]그런 걱정을 눈치챘는지 곧바로 파티 채팅으로 전달한 남운의 말에 지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스템이 자신의 편을 들겠다고 한 것에 이런 것도 포함이 되어 있는 듯했다.
‘그렇다고 시스템의 제안을 받아들일 순 없어.’
강제 각성을 통해 수많은 인간을 신의 군대로 내몰았던 시스템의 만행을 알게 된 이상, 더더욱 시스템의 뜻대로 따라 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지은이 원하는 세상은 시스템이 원하는 것과 정반대의 세상이었다.
“대균열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겁니다. 그 위세가 예상만큼 강하진 않더라도요.”
“그래서 우린 뭘 하면 좋을까.”
신이 대리자를 내세우지 않고 직접 지상에 개입하려는 사실은 이미 이태서를 통해 모두가 알게 되었다. 지난 회차에는 신의 편에 서 있던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증명된 사실이었다.
“일단 제가 가진 능력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모두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 창조의 대리자인 지은이 능력을 사용한다면 분명 자신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기적이 일어날 것은 분명했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얼마큼의 능력을 사용하실 예정이죠?”
지은이 능력을 사용하면 할수록 약해지던 모습을 기억하던 주혁과 남운이 곧바로 반응했다. 특히 주혁은 까망이가 그것을 허락할 리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까망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저어 보이는 까망이의 모습에 주혁은 시선을 돌려 지은을 바라보았다.
‘아……!’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지은의 눈을 본 순간, 주혁은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저 눈에 담긴 의지를 꺾을 순 없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1회 차에서도 다 쓰러져 가는 몸을 하고서도 눈만은 의지에 불타고 있던 지은이었다.
“흩어져 있던 정령왕들을 불러 모을 거예요.”
“좋은 생각입니다. 정령왕들의 힘은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승승장구하고 있는 5층 토벌대를 통해 정령왕들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입증된 상태였다. 이그니스라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엄청난데 다른 세 속성의 정령왕들이 한데 뭉친다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지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네?”
“정화된 정령왕들을 모은다는 소리가 아닌데요?”
그제야 지은의 말의 의미를 깨달은 모두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아직 위치를 알지도 못하는 남은 정령왕들을 어떻게 한데 모을 수 있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들을 보며 지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1회 차의 저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정령왕들을 한국의 던전으로 모아 놨어요.”
“……그 말씀은.”
전 세계 각지에서 각개 격파되었을 운명이었던 정령왕들을 한데 모은 것도 모자라 층을 나눠 곳곳에 숨겨 놓음으로서 최대한 토벌되는 것을 늦췄다.
온전한 힘을 가지지 못했던 1회 차의 자신이 그 정도로 판을 만들어 줬다면,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금은 그 판을 다시 합치는 것 정도는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전, 남은 정령왕들을 대균열에 불러낼 계획이에요.”
균열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것들은 틀림없이 던전의 몬스터들이었다. 던전화가 완료된 균열 안의 필드는 지하에 있던 던전을 지상으로 옮겨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균열의 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높은 등급의 던전과 동기화가 되었다. 지금은 5층을 한참 토벌하고 있는 중이니 이번 균열에서 동기화될 던전은 최소 5층, 혹은 그 이상의 던전이 될 것은 분명했다.
“여기에도 나와 있잖아요?”
30년 전, 1차 대균열 당시 지금의 3층 던전에 해당하는 난도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자료를 흔들어 보이며 지은이 덧붙여 말했다.
“정말 고맙게도 다른 대균열 때와 달리, 발현 장소가 북한산이라면 적어도 민간인의 피해는 아예 없는 것으로 줄일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까망이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전력으로 대비하고, 한 번에 남은 정령왕 둘을 불러내 정화하겠다는 생각이냐, 주인?>
“바로 그거야.”
<위치도 모르는 나머지 정령왕들을 어떻게 알고 주인이 소환하겠다는 건지 난 이해가 가지 않는데?>
“인디언식 기우제라는 거 들어 봤어?”
<뭐? 그게 무슨…….>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낸다는 인디언들의 기우제 방식이 갑자기 여기서 왜 등장하는 걸까.
까망이가 ‘설마 아니지?’라는 표정으로 지은을 바라보았다.
“내가 말을 안 했구나. 이번 4차 대균열을 소환하는 건 신이 아니라 바로 나야.”
<……??>
“그게 도대체 무슨…….”
까망이는 물론 모두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그런 모두의 시선을 받은 지은이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정령왕들이 나오는 던전과 동기화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돌려 보자고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