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4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42화(24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42화
“결계는요?”
주변을 확인해 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인 노아가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계는 완벽해.”
몇 시간 전, 갑작스러운 지은의 협조 요청을 받은 노아는 별말 없이 이태서와 함께 북한산 주변을 모두 봉쇄하는 결계 마법진을 설치했다.
지금도 제단 주변에서 일렁이는 기분 나쁜 기운이 느껴졌지만, 지은 주변을 철통같이 지키겠다는 듯 저마다의 무기를 꺼내 들고 있는 일행들은 모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엔 어떤 모습으로 날 놀라게 할지 궁금한데.”
노아는 지금 순수한 기대감이 자신의 감정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흥분한 상태였다.
균열 안에서 푸드 트럭을 소환해 음식을 나눠 주는 것도 모자라서, 자신을 꼼짝없이 금제에 걸리게 유도한 지은의 또 다른 모습이 참을 수 없이 기대가 됐다.
“외부 통제도 완벽합니다.”
길드 연합과 센터의 합동으로 이미 북한산 주변 10km 이내의 시민들을 대피시킨 상태였다. 지금껏 돌발적으로 발생하던 균열,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혔던 대균열의 징조를 발견했다는 발표 하나만으로 협조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오히려 균열의 징조를 미리 발견했다는 사실에 정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껏 균열에 대한 어떤 징조도 발견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며 그에 따른 비난을 감당하는 것은 오롯이 정부와 몫이었다.
길드 연합은 직접 균열에 뛰어들어 싸운다는 명목이 있었기에 온갖 찬사를 들었지만, 정부는 대처를 잘해도 본전도 못 찾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나름의 속사정을 앓고 있던 정부에게 지은이 제시한 것은 바로 균열의 징조를 찾아낸 공로를 정부 산하의 센터로 양도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지은의 제안을 처음엔 모두가 만류했다.
‘굳이 좋은 역할을 양보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욱 더 기고만장해질 테고요.’
그렇지만 지은은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밀고 나갔다. 확실하지 않은 도박이나 다름없는 계획을 지속하는 동안 피해를 받는 건 북한산 인근의 주민들이었다.
‘얼마나 오랜 기동안 이어질지 몰라요. 균열의 통제권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렇기에 더더욱 정부의 주도 하에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확실한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했다.
애초에 균열의 통제권을 빼앗아 지상에 남은 정령왕들이 봉인되어 있을 던전을 불러오겠다는 계획 자체가 어찌 보면 무모한 시도일지도 몰랐다.
지금 자신의 힘이 신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확신만으로 생각해 낸 계획이었다. 거기에 지금 신은 자신의 수족인 대리자와 그림자를 모두 잃은 상황이니 이 계획에 방해를 할 요소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거기에 시스템의 제안을 수락할 여지를 남겨 뒀으니 당분간 시스템은 신과 자신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기회를 엿보기만 할 뿐, 자신의 힘을 어느 한쪽에 실어 주진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시작할게요.”
신의 영역인 던전과 균열을 처음으로 침범하는 이 계획에 대해 이미 많은 고민을 했다.
처음으로 균열에 개입했던 능력이 ‘대리자의 공간’을 활용한 균열의 봉인이었다는 점에서 발안한 계획이었다.
‘균열을 봉인할 수 있다면, 어쩌면 통제권을 완전히 빼앗아 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처음 떠올렸을 땐 그저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였지만, 지금 지은은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창조의 권능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 자신이 이 능력을 믿지 않는다면 누가 믿을까.
강해지고자 하는 강렬한 바람으로 온전히 각성할 수 있었으니, 이제는 그 바람을 현실로 옮길 차례였다.
“뭘 시작한다는 건지 모르겠군.”
자세한 사항을 알리지 않고, 그저 오늘 균열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만 알고 모여든 헌터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일어났다.
“어떻게 균열이 일어난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
대형을 갖추고 준비하라는 각 길드장들의 지시에 따르곤 있지만, 지금 자신들의 앞에 모여 있는 주혁과 이태서를 비롯한 랭커들이 과연 뭘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던 사람들은 순간 몰아치는 강렬한 기운에 몸을 흠칫 굳혔다.
“이건……”
지금껏 전혀 느껴 보지 못한 강렬한 마나의 움직임이었다. 마치 누군가의 부름을 받고 이 자리로 강한 기운이 몰려드는 듯한 느낌에 모두가 저마다 무기를 꽈악 움켜쥐었다.
꿀꺽.
순식간에 날선 긴장감만이 가득한 정적이 찾아왔다. 감히 누구도 몰려들고 있는 이 강대한 기운 앞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곳에 모인 모든 헌터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의심해 본 적 없는 상위 헌터들이었다. 그중에는 대균열을 경험해 본 노련한 헌터들도 수두룩했다.
사선을 넘나들며 던전을 개척해 왔던 헌터들의 직감과 본능이, 오늘 이 곳에서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모두의 긴장 속에서 후, 하고 거친 숨을 내뱉으며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는 것은 지은이었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온전한 창조의 기운을 과연 자신이 견뎌낼 수 있을까.
지금껏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었던 선제공격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대균열보다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최악의 결과를 일으키진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수많은 고민과 함께 자신의 제안만으로 모두가 몰려든 지금.
수많은 목숨들이 이 땅 위에 서 있다는 엄청난 중압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은 씨.”
그런 지은의 곁에 창을 들고 선 주혁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제서야 지은은 자신의 곁을 든든히 지키고 선 모두의 얼굴을 돌아볼 수 있었다.
모두가 자신을 보며 걱정 말라는 듯 웃고 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모두 감당할 수 있다는 듯 든든히 자신의 곁을 지키고 서 있는 모두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그제서야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젠 할 수 있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순간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왔을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지은 본인의 목소리였다.
‘모두와 함께잖아.’
‘……’
‘모두가 너를 믿고 있잖아.’
‘나를 믿고 있다고…….’
‘그리고, 그 모두가 믿고 있는 너를 믿어.’
그 말과 함께 지은은 모든 상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맑아지며 찾아온 벅찬 감동과 함께 절대로 실패할 리 없다는 자신감을 담아 말에 힘을 실었다.
“영역 전개.”
나지막이 읊조린 명령에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으로 내뱉은 말이라곤 믿을 수 없는 기운이 순식간에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아아…….>
지은이 온전한 권능을 전개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한 까망이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애초에 처음부터 이렇게 될 일이었고,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늦춰졌다는 사실이 덧없이 느껴졌다.
“이게 무슨…….”
그리고 그건 오늘 대규모의 균열이 발생할 것이라 미리 언질을 듣고 모여든 길드 연합 소속의 수많은 헌터들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감정이었다.
그저 한마디였을 뿐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강렬한 기운은 지금껏 어떤 순간에도 맛보지 못했던 전율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지은의 발밑에서 강렬한 마나가 마치 자신의 영토를 넓히듯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선연히 일어나는 검은 기운을 막힘없이 뚫으며 뻗어 나간 새하얀 정화의 기운이 신의 제단을 빈틈없이 감쌌다.
‘저항이…… 강렬해.’
눈을 감은 채 모든 기운을 집중하고 있는 지은의 볼을 타고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신의 권능으로 가득한 공간을 자신의 영역 하에 복속시키는 것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크윽…… 바람이!”
강렬한 두 신의 권능이 충돌하며 순식간에 엄청난 바람이 일어나 모두를 덮쳤다.
바람이 폭풍이 되고, 폭풍 속에서 충돌하는 마나에 의해 모두가 두 발로 견디기 힘들 정도의 파장이 일어났다.
그 가운데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굳건히 선 채로 지은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 정도 반발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
먼저 영역을 침범한 강력한 침략자에 대항하는 것이 쉬운 일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물러날 순 없었다.
처음으로 온전한 권능을 사용해 침략자인 신의 영역에 오늘에야말로 발을 디딜 것이다.
지금이 바로 허락하지 않은 침략에 속절없이 당하기만 했던 과거를 넘어, 처음으로 30년 만에 반격을 가하는 시도였다.
그러니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온전한 권능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이 아니면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언제나 침략하는 쪽이었던 신의 영역인 던전이 마치 절대로 반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거센 방벽을 세우는 것이 느껴졌다.
“크아아아아!”
침략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제단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보며 대균열을 떠올린 헌터들의 몸이 흠칫 굳기 시작했다.
“전열을 갖춰!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된다!”
“지은 씨를 보호해!”
미리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이 주혁의 외침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향해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크흡…….”
거친 기침과 함께 지은의 입가에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들어 입가를 훔친 지은이 눈을 번쩍 뜨며 두 번째 명령을 내렸다.
“영역 선포.”
되찾은 우리의 영역에 깃발을 세우고 선포하라.
이곳은 우리의 땅이며, 우리의 공간이다.
삿된 기운이여 물러갈지어다. 진정한 이 공간의 주인이 정당한 자격과 힘을 갖추고 빼앗긴 것을 되찾으러 왔도다.
“으아아아아!”
절대로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지은의 외침이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몬스터를 소환하고 있는 제단을 향해 울려 퍼졌다.
그 단발마의 외침 속에 실린 것은 결연한 의지였고, 앞으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선전 포고나 다름없었다.
사아아아-
그리고 그런 의지가 마침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신의 권능을 마침내 밀어냈다. 검은 기운이 거센 정화의 바람에 밀려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거세게 일렁이던 바람이 거짓말처럼 잔잔해지기 시작했다. 살을 베어 내고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갑던 바람이 나풀거리는 봄바람이 되어 기분 좋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꽃잎…….”
균열에서 나올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위해 제단 밖에 모여 있던 길드연합의 헌터들 중 누군가가 하늘에 나풀거리던 꽃잎을 손에 쥐고 중얼거렸다.
“봄…… 봄이 왔다.”
끝나가는 겨울이라 하지만, 아직 황량하기 그지없던 산에 가득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거센 추위와 모진 바람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새 생명이 순식간에 일제히 피어오르는 모습이 마치 찬란한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듯 지은이 천천히 눈을 뜨고 말했다.
“이젠 우리 차례야.”
영역의 주인이 된 지은이 자신의 영역을 빼앗긴 패배자들에게 나지막이 명령했다.
“여긴 우리의 영역이다, 패배자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