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4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43화(24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43화
“대형을 갖춰!”
파죽지세로 5층의 던전들을 개척하고 있던 길드 연합의 토벌대의 기세는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으아아아아!”
쏟아지는 상위 몬스터들 사이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헌터들의 얼굴에 두려움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포효하는 몬스터들의 틈에서 어지러이 엉켜 싸우며 오직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어?”
그 혼전 속에서 방패를 들고 몰려들던 몬스터들을 막아 내던 나운은, 순간 온몸에 몰려드는 전율에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방금 전까지 파도가 몰아치듯 거센 포효와 함께 몰려들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영역 전쟁 선포.] [던전이 공략되고 있습니다.] [온전한 던전의 영역이 줄어듭니다. 던전 전역에 신의 영향력이 감소합니다.]이어서 모두에게 떠오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시스템 알림.
“던전의 영역이 줄어든다고?”
방금 전까지 자신들의 앞에서 군림하던 던전의 보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보스는 물론이고 수많은 몬스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공간에 번쩍하고 거센 빛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문……?”
빛이 사그라들고 텅 비어 버린 공터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문이었다.
문의 생김새가 마치 지은이 평소에 토벌대에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열고 들어오던 문과 똑같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던전에 균열이 생성됩니다.] [영역 쟁탈전의 시대가 열립니다.]여전히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시스템 알림과 함께 마치 전쟁을 알리는 듯한 거센 나팔 소리가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외침이 이어졌다.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 문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사람이었다.
“What the…… fuck.”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들을 바라보며 선두에 선 금발의 외국인 헌터들이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공략되지 않았던 던전에 난데없이 등장한 외국의 헌터들의 모습에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왓더 퍽은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인데……?”
* * *
“아으으…… 죽을 것 같아.”
온 몸이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고통에 침대에 누워 있던 지은이 앓는 소리를 하며 몸을 뒤척였다.
<정신이 드나, 주인!>
“죽을 것 같아…….”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배배 꼬는 지은의 모습에 놀란 까망이가 펄쩍 뛰어올랐다. 그날 이후 쓰러진 지은은 꼬박 한달 동안 깨어났다가 정신을 잃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깨어났을 때조차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 횡설수설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듯했던 지은이 드디어 온전히 정신을 차린 것이었다.
<고맙다, 주인.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마워…….>
일어나자마자 온몸이 아프다며 끙끙 앓는 지은의 모습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까망이의 목소리가 울먹거렸다.
잠긴 목소리로 간신히 짜낸 목소리에 슬픔과 함께 기쁨이 가득 묻어 있는 것을 느끼며 지은이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자초한 일인데 뭐.”
<……그래도 멋지게 성공했다, 주인.>
“그럼. 당연히 성공할 줄 알고 한 거야. 그 이후론 어떻게 됐어?”
답지 않은 허세를 부리며 씨익 웃어 보이는 모습에도 까망이가 착잡한 듯 고개를 떨궜다. 일부러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고 있는 지은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까망이었다.
<영역 쟁탈전의 시대가 열렸다. 1회 차의 기억엔 없는 전혀 새로운 사건이지.>
1회 차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겪어 온 모든 회차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었던 새로운 시대, 영역 쟁탈전.
지상을 인간의 영역으로 두고, 지하에 있는 던전을 신의 영역으로 명백히 나눠 서로의 영역을 쟁탈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이미 그 시대가 열린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새로운 시대를 연 그날의 기적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었다. 지상엔 이제 던전에서 올라오는 균열만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은 당연하고 전 세계에 지하로 들어가는 [관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솟을대문처럼 생긴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 세계의 다양한 던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던전이 국가별로 나뉘어져 있었다면, 관문을 통해 들어가는 던전은 제한이 없었다. 심지어 같은 던전으로 통하는 관문으로 여러 토벌대가 한 번에 들어오기도 했다.
거기에 기존과는 다르게 왔던 관문을 통해 자유롭게 지상으로 탈출할 수 있는 대 던전 공략의 시대.
그날, 명백히 지상이 인간의 영역임을 선포하고 신의 영역인 던전에 깃발을 꽂았다. 지상에서 곧바로 지하로 내려가는 관문을 만들어 언제든 지상에서 영역 전쟁을 선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달라진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던전 공략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손꼽히던 보급이 해결되었다. 관문을 통해 들어간 던전에서 모두가 마주친 시스템 알림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던전에서 마음껏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기존의 물과 건량류만 섭취가 가능하던 던전 안에 이제 모든 음식이 취급이 가능해졌다. 이것만은 지은이 가장 바라고 바라던 것 중에 하나였다.
“클래스가 클래스인 만큼 나도 모르게 가장 원하던 게 해결이 된 것 같네.”
1회 차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신의 영향력보다 앞섰던 적이 없었기에 끊임없이 침략만 당했고, 속절없이 당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반대가 되었다.
멍청하게도 신은 인간을 얕봤고, 스스로 대리자는 물론이고 자신의 충실한 수족으로 부릴 수 있었던 그림자까지 모두 쳐냈다.
그 결과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지 않아도 될 인간들은 한데 뭉칠 수 있었다. 관문을 통해 자유롭게 던전 안을 오고가며 하루에도 수십 개의 던전이 공략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던 던전과 나라별로 발생하던 균열은 그동안 각 국가들이 자신들의 위험 해소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관문을 통해 다른 나라의 헌터들과 합을 맞추고, 국가별로 다른 공략법을 활발히 교류하기 시작했다.
불과 한 달 만에 각 국가의 상위 헌터들과 길드들의 사이에서 기존의 관례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폐쇄적이던 국가별 헌터들이 던전 안에서 교류할 기회가 생기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새로운 던전에 대한 정보가 전 세계를 통해 공유되기 시작했다. 국가와 국가 간의 견제 없이 모두가 이 정보를 앞다퉈 공유하기 시작한 것은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전쟁의 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영역 전쟁의 선포.
어느 한쪽이 모든 영역을 잃으면 당연히 전쟁은 끝난다. 그것이 전쟁이니까.
그리고 이 전쟁이 끝나면 어쩌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앞에서 전 세계가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지은이 이정도의 힘을 이끌어낼 줄은 몰랐던 까망이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직 던전 안에 봉인되어 있는 두 속성의 정령왕 때문에 온전한 힘을 되찾지 못했는데도, 전 세계에 이런 기적을 만들어 내다니.
가뜩이나 인간의 몸으로 감당하기 힘든 신의 권능이다. 행여나 지은이 지난 1회 차처럼 잘못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까망이는 지은의 곁을 꼬박 한 달 동안 지켰다.
권능을 쥐어 짜내어 이른 봄을 불러오는 기적을 일으킨 지은이 정신을 잃기 전 남겼던 말만 믿고 까망이는 지금까지 온전한 정신으로 버틸 수 있었다.
‘걱정 마. 꼭 이기고 돌아올게.’
그리고 지은은 지난 한 달 동안 이겨 내겠다는 그 말을 충실히 지켰다.
어떤 회복 마법도, 엘릭서조차 듣지 않는 온전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결국 지은은 이겨 내고 자신의 곁에 돌아왔다.
“세상에, 지은아!”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유라가 몸을 일으킨 지은의 모습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오랜만이에요.”
환한 미소로 그녀를 향해 말하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유라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건 유라의 뒤를 따라 들어오던 주혁과 성진, 남운, 이태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은 씨!”
어쩜 이렇게 보고 싶었던 얼굴들이 다 같이 왔는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얼굴들이 너무나 반가워서 지은의 눈에 눈물이 금세 차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반가워요, 모두.”
* * *
지은이 온전히 정신을 차린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주혁을 필두로 한 청명 길드는 물론이고, 지은과 친하게 지내던 모든 사람들이 병문안을 와 준 덕에 병실은 계속 북적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별 다른 소통이 없었던 다른 길드 연합의 헌터들이 앞다퉈 지은의 병실에 몰려들었다. 모두 지은의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구매했던 사람들이었다.
거기에는 역사적인 영역 쟁탈전의 서막을 알린 그날, 그 자리에서 지은이 일으킨 기적을 함께 목격한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갔을 무렵, 주혁이 지은을 불렀다.
“창밖을 보시겠습니까, 지은 씨.”
“네? 바깥에 뭐가 있어요?”
아직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한그루의 진찰에 병실 밖을 벗어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건 꼭 봐야 한다며 주혁이 부축해 큰 테라스에 나온 지은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커졌다.
“세상에……!”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의 쾌유를 빕니다!] [사랑해요 민지은!] [기적의 또 다른 이름은 이제부터 민지은입니다.]의식을 잃은 지 꼬박 한 달 동안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가득 몰려들어 있었다. 모두가 지은이 만들어 낸 기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날의 기적은 모두가 이태서의 공간 결계에 저장되어 영상이 되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지은의 발밑에서 시작된 영역의 선포가 몬스터 웨이브를 모두 지워 내고 지상이 인간의 영역임을, 인간의 영역임을 선포하는 그 거룩한 광경을 모두가 확인하고 전율했다.
어느새 따뜻해진 봄바람이 기분 좋게 온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모진 겨울이 가고 봄이 온 지금.
살랑이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지은의 얼굴에 벅찬 감동이 일렁였다.
“우와아아아!”
지은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모두가 함성을 터트리며 자신들의 앞에 당당히 일어난 지은을 열렬히 맞이했다.
그리고 그런 모두의 우레와 같은 환영 속에서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겠다는 약속을 지킨 주혁이 웃으며 말했다.
“지은 씨가 만들어낸 기적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봤습니다.”
“…….”
“새로운 시대의 영웅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지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