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4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44화(24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44화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지은과 달리 곁에서 사과를 깎고 있는 주혁의 얼굴은 평온했다. 영혼의 가위바위보에서 승리를 거둔 승리자로 지은의 곁에 남아 있을 기회를 잡은 주혁이었다.
‘힘든 승부였지.’
본인을 비롯해 성진, 유라, 나운, 새봄, 이태서, 남운은 물론이고 제발 이제 귀국 좀 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가뿐히 무시하고 있는 노아까지.
그 8명 사이에서 단번에 주먹 한 번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던 주혁이었다.
“균열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네, 저희도 관문을 통해 던전에 들어가고 있지만 반대로 균열도 자주 생성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랭킹 1위가 여기서 사과나 깎고 있어도 돼요?”
사과는 또 왜 이렇게 잘 깎는지, 포크로 찍어 건네준 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문 지은의 눈이 크게 뜨였다. 꿀사과라고 하더니 정말 맛있었다.
“균열의 기세가 예전만하지 못하거든요.”
“네? 그게 무슨…….”
“지금 우리 세대의 실력에 비해서 균열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대균열 당시 1세대 헌터들이 고전했던 이유는 레벨이 낮아서였다. 능력의 차이는 없을지라도 스킬 숙련도부터 달랐고 레벨이 낮았다.
그렇기에 균열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몬스터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렸고, 그건 대균열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
“물론 정령왕들을 정화해 신보다 지은 씨의 영향력이 더 강해진 덕분이겠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나아진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길드연합은 전력을 둘로 나누는 것을 택했다.
지상에 상주하며 균열을 대처하는 팀과 관문을 통해 던전으로 들어가는 팀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다고 균열이 어디서 등장할지 모르는데 그렇게 전력을 나눠 놔도 되는 건가요?”
“아, 그건 말이죠.”
지은의 당연한 질문에 주혁이 대답을 할 필요는 없었다. 마치 대신 대답해 주겠다는 듯 병원 건물에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안내 방송 드립니다. 현재 시각 10시 28분, 잠시 후 10시 38분 08초를 기점으로 본 병원에서 15km 떨어진 D구역에 2급 균열이 발생할 예정이오니 대비하시기 바랍니다.]“어어?”
그와 동시에 핸드폰 재난 알림을 통해서도 같은 내용의 문자가 온 것을 확인한 지은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푸흡!”
“……이게 뭐예요?”
“지은 씨…… 죄송합니다. 표정이 너무 웃겨서.”
정말로 당황한 듯한 지은의 표정이 참을 수 없이 웃겼는지 주혁이 웃음이 가득한 얼굴을 애써 바로잡고는 말했다.
“이것도 다 그날 지은 씨가 이뤄 낸 성과 중 하나죠.”
“제가 이뤄 낸 성과요?”
<왜 주인을 놀리고 그러냐, 건방진 구도자 같으니.>
애써 웃음을 참느라 씰룩이는 볼에 발도장을 찍으며 튀어나온 까망이가 아직도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지은에게 말했다.
<주인이 이 땅을 주인의 영역으로 선포하지 않았냥.>
“그렇다고 해서 균열을 미리 감지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명백한 영역 공격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동안 신의 영역인 던전과 달리 이 지상은 영역의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까망이의 설명에 따르면 주인이 없는 땅이었던 인간계를 지은이 자신의 영역으로 선포했기에, 이제 신과의 전쟁은 영역 쟁탈전으로 변모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영역에 대한 침범이나 다름없는 균열을 막아 내기 위한 방어 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이라 말하는 까망이의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인 주혁이 말했다.
“영역의 주인께서 여기 계시니까요.”
“……말도 안 돼!”
그제야 지은은 자신이 꼼짝없이 한 달이나 의식 불명에 빠진 이유가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신에게 던전에 대한 통제권을 뺏어 오려 했었던 자신의 의도보다 창조의 권능은 더 많은 것을 이끌어 낸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주인은 일단 아무런 걱정 말고 몸조리만 신경 쓰는 게 좋겠다.>
“어?…… 응.”
까망이의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느낀 지은이 작게 하품을 하며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쌕쌕 숨을 쉬며 빠르게 잠에 빠진 지은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까망이가 주혁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넌 나랑 이야기 좀 하지, 구도자.>
행여나 지은이 잠에서 깰까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닫은 주혁이 자신의 눈앞에 둥둥 떠 있는 까망이에게 말했다.
“아직 물의 정령왕이나 어둠의 정령왕이 나타났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하아…… 큰일이네. 힘을 빨리 보충해야 할 텐데.>
“지은 씨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말도 마라. 이정도의 권능을 사용했는데, 인간의 몸으로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한 달 만에 의식을 되찾긴 했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지은은 툭하면 잠에 빠지기 일쑤였다. 식사를 하다가도, 대화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정신을 놓고 잠에 빠져들었다.
지금도 곧바로 잠에 빠져든 지은이었다. 창조의 권능은 신조차 갖지 못한 태초의 권능. 그 권능을 아직 온전한 힘을 갖지 못한 지은이 사용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절대 안정이 필요해. 지금 상태에서 주인이 또 힘을 사용한다면, 그땐…….>
까망이가 채 끝맺지 못한 말의 뒤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주혁이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다.
<시스템이 접촉한 적은 없고?>
“아직 저를 포함해 지은 씨 주변 사람들에겐 없습니다.”
까드득.
까망이가 이를 가는 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자신의 의무를 버리고 신의 편에 붙었다가, 지은의 편에 붙으려 하기까지. 자신의 목표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하는 시스템의 꼴을 보고 있기란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감히…….>
자신의 눈을 피해 지은과 접촉한 것도 모자라서 감히 지은과 거래를 하려하다니.
아직 지은에게 시스템이 제안한 거래 내용에 대해선 듣지 못했지만, 당분간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에 침묵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스템이 신과 지은 씨의 사이에서 간을 보며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하셨죠.”
<그래, 맞다. 그놈은 어느 쪽이든 이 세계를, 아니, 자신의 존재를 유지해 주는 쪽에게 붙을 것이 뻔해.>
“지은 씨가 그저 ‘접촉했다’라고 표현하셨다면 일단 시스템의 제안을 거절하진 않았다는 뜻일 테고요.”
<주인이 아직 완전한 거절을 하지 않았으니, 지금까지 등장하지 않고 기회만 엿보고 있는 거겠지.>
까망이의 말에 주혁이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벽에 기대 눈을 감았다.
시스템은 과연 어떤 형태로 자신의 존재가 유지되길 바라고 있을까.
“아, 설마.”
주혁의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른 기억.
딱 한 번, 지은이 신과의 전쟁 이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만약에 신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하게 되어서요. 던전이 사라지면 무슨 기분이 들 것 같아요?’
‘확 달라진 일상을 과연 받아들이기 쉬울까요?’
갑작스런 질문이었지만, 분명 그렇게 말하는 지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제발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대답을 듣길 바랐던 것처럼.
그런 지은에게 자신은 뭐라고 대답했었더라.
‘네, 저는 정말로 이 세상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했고, 그 뒤로 몇 마디를 더 나누다가 분명…….”
무언가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주혁의 모습에 까망이도 숨을 죽이고 그를 바라보았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생각을 모두 마친 주혁이 핸드폰을 꺼내 들며 말했다.
“아무래도 지은 씨가 시스템과 접촉했던 게 언제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뭐?>
“제 예상이 맞다면, 마트의 CCTV를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록이 지워지지 않았기를 빌어 봐야죠.”
<갑자기 CCTV는 왜 확인하려 하는 거냐?>
“당신이 말하는 시스템이 뭔가 능력을 사용했다면, 그 능력을 역추적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주혁이 무엇을 확인하려하는지를 그제야 깨달은 까망이가 손뼉을 쳤다.
분명 시스템은 각성자들이 발현한 능력을 관리하는 역할로 지상에 존재하고 있는 존재다.
그렇다하더라도 시스템에게 버젓이 지상에 활개치고 다닐 만한 능력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지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그의 역할로 유추해 봤을 때, 분명 지은과 몰래 접촉하기 위해 인간의 몸을 빌려 그때그때 필요한 능력을 각성시켜 써먹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제 감이 맞다면, 그날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날, 화장실을 간다며 급하게 자리를 벗어났던 지은이 다시 돌아온 것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때 마치 자신에게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했던 행동이 사실 자신 몰래 시스템과 접촉을 하기 위해서였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주혁이 전화를 건 곳은 다름 아닌 센터였다.
“네, 접니다. 한 가지 협조를 구할 게 있어서요. 마트 CCTV를 확보해야 하는데 정확한 날짜가…….”
* * *
“시스템의 꼬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주혁의 호출로 불려 온 것은 다름 아닌 이태서였다. 그 역시 시스템의 존재에 대해서 기억을 떠올린 상태였다. 신의 대리자인 자신의 편에 붙을 인간들을 강제로 각성시키는 것을 도왔던 그 존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런 시스템이 뭔가를 꾸미고 있을 거란 생각은 당연히 이태서도, 남운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지은과 시스템이 접촉했을 거란 사실까지 알게 된 지금 남운은 1회 차에 시스템이 벌렸던 일들을 추적하겠다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시스템이 어떤 능력을 사용했든 간에 능력을 사용한 정황만 있으면 추적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이냐?”
“던전이나 균열 발생지같이 많은 능력의 흔적이 혼재되어 있으면 불가능하겠지만, 결국 모든 각성자의 능력은 마나에 의존하니까. 그런데 마트 CCTV는 뭐 하러 돌려 보고 있는 거야?”
“지은 씨와 시스템이 아무래도 여기에서 접촉을 했던 것 같아서.”
“뭐?”
“그냥 내 감이야.”
그렇게 말하며 화면을 돌려 보고 있는 주혁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이태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성소 시절부터 인정하기는 싫지만 특출난 재능을 보였던 주혁의 감이라면 일단 믿어 볼 만했다.
“어, 지은이네.”
마트 화장실로 입가를 가린 채 뛰어 들어가고 있는 지은의 모습을 확인한 이태서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곧 확대한 화면에 지은이 지나간 바닥을 확인하고는 차갑게 얼굴이 굳어 가기 시작했다.
“저거…… 피 아니야?”
곧바로 손을 내저어 선명한 화질로 바뀐 화면 속에서 지은이 입을 가린 손 틈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붉은 피를 확인한 이태서와 주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때가 무슨 날인지 기억합니까?”
<실피드를 구했던 날이었다…… 이미 저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거였구나.>
별 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기에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미 저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까망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상으로 변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CCTV 영상을 확인하던 주혁과 이태서가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틀림없군.”
“틀림없네. 최근 이 마트에 능력을 사용한 사람이 있을 리는 없고. 지금 바로 분석하러 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