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4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45화(24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45화
앞쪽에 사람들의 통제를 맡아 준 센터 직원들 덕분에 마트에 수월하게 들어온 주혁과 이태서였다. 무언가를 찾는 듯 눈을 감고 집중하던 이태서가 피식 미소 짓고는 말했다.
“확실하네.”
화장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마나의 파동을 포착해 낸 이태서의 손끝에서 다른 색의 마나가 실의 형태로 끌려 들어왔다.
“여기에서 누군가 마나를 사용했어. 공교롭게도 지은 씨가 화장실로 들어간 직후에.”
“증언도 이미 확보했어.”
CCTV에 찍혔던 여자의 신원은 이미 확보한 지 오래였다. 얼마 전 센터에 새롭게 각성했다고 신고한 여자는 자신이 이 날 마트에 온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 과학의 위대함까지는 시스템께서 미처 생각하시지 못했나보군.”
피식 미소 지은 이태서가 시스템이 사용했을 마나를 자신의 손안에 가두며 말했다.
“자, 그럼 다음은 어디로 숨었나 한번 찾으러 가 볼까. 너는 가서 지은 씨나 지키고 있어. 따로 연락할 테니.”
가위바위보에서 이겼던 주혁이 이번 주 내내 지은의 곁에 붙어 있을 예정이었다. 어차피 이 마나의 흐름을 찾는 것은 이태서가 할 일이었다.
마법사의 앞에서 이런 흔적을 남겨 놓고도 은폐할 시도조차 하지 않다니. 절대로 뒤를 허용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시스템의 도발처럼 느껴졌기에 재미있기까지 했다.
전의를 불태우는 표정을 하고 있는 이태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혁이 고개를 돌리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심해.”
“뭐?”
자신이 지금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어 고개를 홱 돌린 이태서가 주혁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라 그랬어, 지금?”
“조심하라고. 그래도 시스템은 우리완 다른 존재잖아.”
“허?”
설마 주혁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기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 보인 이태서가 이내 진저리 치며 자신의 팔을 쓸어내렸다.
“도발이냐?”
“…….”
“네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해 줄 리가 없는데. 날 얕보는 건가?”
“그런 게 아니란 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뭐 그렇게 받아들일 거면 좋을 대로 생각해.”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댔어.”
“너보단 오래 살 거 같은데.”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결국 평소와 다름없이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며 마무리된 둘의 합동 작전이었다.
각자 갈 길을 가며 ‘내가 뭐 하러 저런 놈을…….’, ‘기분 나쁘게 갑자기 뭐야?’라며 중얼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중년의 센터 직원들이 중얼거렸다.
“딸아이가 말하는 자강두천이 바로 이런 건가.”
“뭘…… 그냥 젊은 날의 치기들이지. 솔직하지 못한 친구들 같으니.”
* * *
주혁과 이태서가 한편의 청춘 스포츠물을 찍고 있는 그 시각, 병실에 혼자 남은 지은은 일생일대의 무료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진짜 심심하다…….”
시스템의 경고대로 창조의 권능을 사용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지은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감히 사용해선 안 될 신의 권능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듯했다.
“거기에 내 예상보다 더 큰 힘을 쓴 거 같은데.”
처음엔 그저 균열의 통제권을 빼앗아 봉인된 정령왕이 보스로 나오는 던전이 나올 때까지 뽑기 창구로 사용할 예정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전 세계의 던전을 통합해 버리다니.
거기에 관문이라는 존재로 던전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새로운 통로도 만들어 내고, 그 관문을 통해 전 세계의 헌터들이 교류하게 될 줄이야.
“아직까지 시스템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도 이상해.”
까망이에게조차 비밀로 한 시스템과의 접촉이었다. 분명 까망이는 시스템이 자신에게 한 제안을 듣자마자 들을 가치도 없다고 일축할 것이 뻔했지만 그럼에도 지금 그 사실을 말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것은 시스템의 말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나 혼자 이 거래를 결정할 자격이 정말 있을까?”
지은 본인만의 감정으로는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봉인된 남은 정령왕들을 정화해 완전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이 할 일은 딱 하나였다.
막연하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만들어 낸 기적을 생각해 보면 절대로 불가능하다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고민하게 된다. 지금이라도 시스템의 제안을 받아들여 일단 신을 인간계에서 추방시키는 게 맞지 않을까. 가장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그 이후에 새로운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미래는 불확실하다. 자신에게 미래를 엿보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때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법이었다.
거기에 능력을 한 번 사용한 지금 이 정도로 꼼짝 못 하고 병실 신세를 져야 할 정도인데, 그 변수에 맞춰 바로바로 능력을 사용하다간 자신의 몸이 정말로 버티지 못할 거란 사실 정도는 지은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만 있을 수는 없지.”
이를 악물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장비를 갖춰 입었다. 관문이라는 것을 통해 던전으로 들어가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아직 봉인된 정령왕이 보스로 있는 던전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전 세계에 등장하는 관문을 통해 수많은 토벌대가 던전에 들락날락하고 있음에도 봉인된 정령왕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미치겠네.”
신도 바보가 아닌 이상 두 번이나 당했으니 이제는 함정을 파고 자신을 기다릴 것이 분명했다. 전쟁의 양상이 영토 쟁탈전이라면 승리 공식은 두 가지밖에 없으니까.
하나는 모든 영토를 정복당하는 것. 상황이 계속해서 이런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영토를 먼저 정복당하는 것은 신일 것이다.
다만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었다. 정확한 던전의 크기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번 토벌된 던전이 다시 등장하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각성 초기 [바퀴가 가는 대로] 스킬을 통해 이미 수많은 중복 던전의 늪을 경험했었다. 거기에 관문을 통해 던전에 들어가는 것은 이미 기존의 던전 통로로 들어가는 것보다 수많은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설로 굳어져 있었다.
통합된 던전. 그 던전에서 평소엔 각자의 레벨에 맞춰 토벌대가 구성되었지만 관문으로 들어간 헌터들 중 자신의 역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던전 난도에 막혀 목숨을 잃은 헌터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렇기에 한 달이 넘은 지금, 무분별하게 관문을 통해 던전으로 향하는 헌터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확실한 길드 단위의 토벌대가 아닌 이상 자신의 목숨을 걸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럼 남은 하나의 방법은…….’
영역 쟁탈전의 가장 확실한 승리 공식. 바로 영역의 주인인 왕을 잡는 것. 그러나 원하는 것이 던전에 있는 입장인 지은이 압도적으로 위험했다.
입을 벌리고 있는 호랑이에게 목을 들이미는 꼴이나 다름없었지만, 분명 던전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고 지은은 확신할 수 있었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 장비 확인은 필수였다. 착용한 장비들을 둘러보던 지은의 눈에 언젠가부터 인벤토리에 방치된 프라이팬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까 이게 휘두르는 맛은 최고였는데.”
프라이팬의 손잡이를 잡으니 손끝에 착 감기는 익숙한 그립감이 되살아났다. 타격감도 좋고 경쾌한 소리까지 보너스인 완벽한 무기.
한 손에 프라이팬을 든 채 다른 손으로 [집행자의 심판]을 소환한 지은이 전용 무기의 형상을 검으로 바꾸었다. 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던 지은이 중얼거렸다.
“두 개를 합칠 순 없을까?”
비전투 계열 최초로 공격력 스탯을 선물해 준 것도 모자라 최대 기력의 10%에 해당하는 고정 대미지까지 있는 성장형 장비인 프라이팬을 이대로 방치하기는 뭔가 아쉬웠다.
사실상 집행자의 심판의 부가 옵션으로 직접 몬스터를 가격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프라이팬에 붙어 있는 성장형 옵션이라는 것에 계속 마음이 끌렸다.
“집행자의 심판까지 성장형이 된다면…….”
사기적인 패시브 옵션들은 물론이고 지난번에 해방시킨 액티브 옵션 [어둠을 밝히는 빛]까지 성장형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어떤 던전도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순 없을 텐데.
몸에 부담이 심한 창조의 권능보다는 순수하게 전용 장비로만 싸워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 무기를 번갈아 바라보던 지은은 문을 노크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들어가겠습니다, 지은 씨.”
노크를 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에 당연히 아직 지은이 잠을 자고 있다고 생각한 주혁은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다른 한 손에는 검을 들고 눈을 빛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흠칫 몸을 굳혔다.
“지은 씨……?”
“아, 주혁 씨! 마침 잘 오셨어요.”
두 손에 전용 무기를 든 채로 환하게 웃으며 돌아보는 지은의 모습에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뒷걸음질 쳤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지은이 들고 있는 검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저 검과 자신의 창이 맞부딪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순간적으로 상상할 정도로 지은이 뿜어내고 있는 기운은 매서웠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일어났는데 안 보이길래…….”
지은은 별 의미 없이 순수한 질문을 한 것이지만, 사실상 방금까지 시스템을 추적하고 왔던 주혁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시스템이 지은 씨와 접촉해서 지은 씨의 행적을 추적하고 오는 길입니다.’
틀림없는 사실 그대로의 설명이었지만 뭔가 뒤를 캤다고 고백하는 것 같으니 이 대답은 패스.
분명 자신에게도, 까망이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텐데 여기서 지은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진 않은 주혁이었다.
무슨 선택을 하든 자신은 그저 곁에 있어 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말해 놓고 뒤에서는 행적을 조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의 꼴도 무척 우스워질 것 같았다.
‘그건 안 돼.’
잠깐 길드에 다녀왔다고 말하면 되었을 것을 생각이 많아진 탓에 대답할 타이밍을 한참이나 놓쳤고, 그건 당연히 지은의 의심을 사기 충분한 결과를 낳았다.
눈을 또르륵 굴리며 시선을 피하는 주혁의 모습에 웃고 있던 지은의 얼굴이 점점 차갑게 식어 가기 시작했다.
“어디 갔다 왔냐는 제 질문이 그렇게 답하기 어려웠나 봐요?”
“길드에! 길드에 다녀왔습니다.”
“무슨 이유로 다녀왔어요? 하나, 둘, 셋!”
“…….”
“그러고 보니까 까망이도 안 보이고…….”
“토벌대의 보상 분배에 대한 회의를…….”
“이미 기차 떠났어요.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거예요. 저 지금 무기 두 개나 들었어요.”
결국 자신을 서슬 퍼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지은의 모습에 주혁이 선택한 것은 도망이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병실 문을 열고 도망치는 주혁이었다.
어찌나 빠르게 도망갔는지 마치 잔상이 남은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퍼뜩 정신을 차린 지은이 그제야 복도에 고개를 내밀어 봤지만 이미 주혁의 모습은 진작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도망을 쳤어……?”
저 거짓말 못 하는 남자가 대답을 회피하고 도망칠 정도로 숨기는 것이 생겼다니. 처음 보는 주혁의 모습에 당황한 지은이 텅 빈 복도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난 그냥 연금술 공방에 의뢰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