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4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46화(24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46화
주혁이 그렇게 도망치듯 자리를 피할 줄은 몰랐던 지은은 침대에 걸터앉아 한참을 고민에 빠졌다.
‘창조의 권능을 사용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집행자의 심판]에 프라이팬의 성장형 옵션이 적용된다면 좋을 것 같았다. 온갖 함정이 파져 있을 호랑이굴이나 다름없는 던전에 들어가서 보물을 찾아와야 하는 지금.
거기에 지금 몸 상태까지 엉망인 탓에 권능을 사용하는 것도 제약이 걸려 있다면?
답은 역시 템빨이었다.
이왕 창조의 기운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상태니 빨리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든 지은이 결연한 목소리로 외쳤다.
“좋아, 한번 해 보자!”
곧바로 침대에 집행자의 심판과 프라이팬을 겹쳐 올려놓은 지은이 후, 하고 심호흡을 내뱉고는 말했다.
“어…… 음, [옵션 합체]?”
뭐라고 명령을 해야 창조의 권능이 발동할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옵션 합체] 라는 말에 반응을 한 듯 곧바로 시스템 알림창이 떠올랐다.
[옵션을 전송할 전용 장비를 지정하시기 바랍니다.]“전승 대상, 프라이팬에서 집행자의 심판.”
한 번 명령어가 입력되자 그다음부터는 고민 없이 말이 술술 터져 나왔다.
창조의 기운을 발현할 수 있는 대리자의 권능이 손을 잡고 이끄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 지은이 막힘없이 말했다.
“전용 장비 프라이팬의 옵션을 집행자의 심판에 이식.”
[옵션 합체를 진행합니다!]번쩍하고 빛이 나더니 곧바로 프라이팬이 마치 집행자의 심판에 흡수되듯 사라지고, 이내 더욱 선명해진 빛을 자아내는 집행자의 심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함께 몸에서 힘이 살짝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약한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의 권능이 사용된 것 같았다.
[집행자의 심판에 성장형 옵션과 함께 최대 기력 10%의 고정 대미지 옵션이 추가되었습니다.]“대박…….”
[현재 성장형 옵션의 조건을 만족한 상태입니다. 자동으로 옵션을 적용 중입니다.]거기에 그동안 레벨을 올리며 쌓아 왔던 프라이팬의 성장형 옵션까지 자동으로 적용된다는 시스템 알림에 지은은 미약한 어지럼증이 싹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옵션 합체 완료! 전용 장비 업그레이드를 스스로 깨우쳤습니다.] [시스템 긴급 알림! 온전한 대리자의 새로운 창조에 시스템이 경의를 표합니다.]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집행자의 심판을 집어 든 지은은 참던 숨을 뱉어 내고는 곧바로 옵션을 확인해 보았다.
[전용 무기 : 집행자의 심판]– 등급 : 신화 (성장형)
– 내구도 : 무한
– 계승 불가 아이템입니다.
– 특수 옵션 Lv.10 (성장형 옵션이 적용된 상태입니다. 기존의 패시브 및 액티브 옵션에 모두 적용됩니다.)
– 사용자의 최대 기력의 10% 고정 대미지가 추가됩니다.
– 성장형 옵션으로 추가된 액티브 옵션 +1
“어?”
익숙한 장비 설명을 읽어 내려가던 지은의 눈에 들어온 생소한 액티브 옵션.
프라이팬으로 쌓아 둔 성장 경험치가 그대로 합쳐지며 또 다른 옵션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 특수 옵션
패시브 : 정화의 폭풍, 무기 변형, 기운 감지
액티브 : 어둠을 밝히는 빛 (Lv.10 MAX).
– New! 생명 연장 (Lv.1)
“생명 연장이라니…….”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한 이름이었지만 일단 내용 확인이 먼저였다.
액티브 옵션 : 생명 연장
– 권능을 사용하는 대가로 바치는 생명력의 수치를 감소시킵니다. 사용자의 기력과 마나 중 어느 한쪽이라도 0이 되지 않는 한, 권능의 사용으로 생명력이 한 번에 소진되지 않습니다.
– On/Off 모드로 상시 적용할 수 있습니다.
“……!!”
창조의 권능을 사용하다가 저번처럼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옵션이었다.
지금 상태에선 몸이 버티지 못할 정도의 권능의 사용도 이 옵션이 있는 한 한 번은 버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여분의 목숨 하나를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옵션 내용을 확인한 지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움켜쥐었다.
“적어도 힘을 다 써서 한 번에 죽진 않겠구나!”
반복된 회귀 속에서 어차피 일어났던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인과율조차 박살 내고 전쟁의 양상을 새로운 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과거는 없어. 지금부터는 완전 새로운 싸움이야. 너도 알고 있겠지, 시스템.”
그러기 위한 준비도 이제 끝났다. 과거엔 신의 편에 섰었던 시스템조차 마치 자신의 눈치를 보듯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옵션을 만들어 진상하고 있다.
손을 대지 않아도 이기게 해 주겠다던 시스템의 말에 휘둘릴 생각은 애초에 전혀 없었다. 원치 않은 협상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을 지은은 절대로 원하지 않았다.
“네가 선물해 준 이 옵션으로 네가 없어도 이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해 줄게.”
나지막이 각오를 밝히며 검 손잡이를 움켜쥔 지은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ON 옵션을 눌러 생명 연장 옵션을 상시 발동으로 적용시켰으니 이제 남은 것은 관문을 통해 던전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같이 가요, 주혁 씨.”
“대체 이게 무슨…….”
이미 병실 밖에서 돌아온 주혁이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지은은 망설임 없이 주혁에게 손을 건넸다.
방금 지은이 어떤 연금술사나 장인들조차 할 수 없었던 장비의 융합을 해낸 장면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혁이 바라보았다. 주혁은 홀린 듯 걸어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건네는 지은의 손을 자신도 모르게 덥석 잡고 말했다.
“몸도 성치 않은 분이 어딜……!”
“정령왕 한 분을 더 구하러요. 같이 가 줄 거죠?”
“…….”
주혁은 순간 온갖 고민에 빠졌다. 당장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병실 안을 돌아다니는 것조차 힘에 겨워하던 지은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창조의 권능을 또 사용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던전으로 가서 새로운 정령왕을 구하러 가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말려야…….’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주혁의 눈에 환하게 웃고 있는 지은의 얼굴이 들어왔다.
아무런 걱정 없이 마치 자신을 믿으라는 듯한 지은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주혁은 깨달았다.
‘내가 실수했구나.’
마치 안개라도 낀 것처럼 답답하던 머릿속에 환한 빛이 터져 나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1회 차의 자신과 까망이가 저질렀던 실수가 무엇인지 그제야 깨달았다.
더 구할 수 있다. 더 싸울 수 있다. 그렇게 말하며 얼마 남지 않은 권능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지은이었다.
‘그때도 분명…….’
맑아진 머릿속에 선연히 떠오른 기억. 쓰러져 가는 몸을 온전히 가누지도 못하면서 지은은 자신의 권능으로 균열을 봉인해 사람들을 구하며 이렇게 웃었다.
‘저는 버틸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예요.’
그렇게 말했던 지은을 자신은 어떻게 했던가. 최후의 희망인 지은을 보호하겠다는 명목 하에 그녀가 가장 원하던 것을 하지 못하게 가두었다.
사람들이 구해 달라는 소리가 들린다며 괴로워하며 제발 꺼내달라는 지은의 간절한 요청을 애써 보호라는 명목 하에 외면한 건 자신이었다.
바로 지금 주혁은 그 잘못된 선택을 되돌릴 기회가 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은이 건넨 이 손을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을 마친 주혁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 * *
“너도 올 줄은 몰랐는데.”
방문 판매 스킬로 지은이 지정한 사람이 다름 아닌 남운이었다. 주혁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애초에 지은 씨가 먼저 부른 건 나인 거 같은데.”
그리고 대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티를 팍팍 내는 주혁의 모습에 발끈한 남운도 지지 않겠다는 듯 아니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난 지은 씨가 직접 같이 가자고 손까지 건네주셨는데.”
“난 너랑은 다르게 지은 씨의 유일한 파티원인데.”
“유일한 파티원은 아니죠. 소연 언니도 있잖아요.”
관문을 통해 던전에 들어간다고 해도 곧바로 정령왕이 봉인된 던전이 나올 거란 보장은 없었기에, 레벨 업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파티원 전원을 불러 모은 상태였다.
“지은아!”
“소연 언니! 엄청 유명해 졌던데요!”
오랜만에 뭉친 파티원인 소연이었다. 지난번 마력 폭주 사건에서 한그루의 위치를 찾아내는데 큰 도움을 줬던 하소연은 토벌대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린 헌터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아이,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칭찬에 쑥스럽다는 듯 웃어 보인 하소연이 이내 지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야 발목 잡지 않을 정도로 조금 성장했을 뿐이지.”
“유일한 대정령술사께서 겸손하시기까지 하셔라.”
남운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의 결석 없는 파티가 이루어졌기에 파티원인 세 명 사이에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금이야 이그니스와 계약한 유일한 대정령술사가 되었지만 지은과 처음 파티를 맺었을 땐 하급 정령사로 자신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하소연이었다.
그런 하소연은 헌터도 아닌 지은이 자신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서 몸을 던져 가며 노력하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다 좋은 파티원들을 둔 덕이지.”
빈말이 아니라 하소연은 이 모든 기적이 다 지은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강해지고 싶었고, 적어도 파티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급 정령사에 불과했던 자신을 품어 준 파티. 그렇기에 ‘오랜만에 파티 사냥 어때요?’라는 지은의 요청에 만사를 제치고 헐레벌떡 달려왔던 하소연이 지은을 와락 껴안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그리고 그런 세 명 사이에서 어느새 자연스럽게 밀려나듯 소외된 주혁은 애꿎은 돌멩이를 차며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직 50레벨이 안 되는 저렙 파티에 120레벨이 넘는 주혁은 참가할 수 없었다.
“눈치 없기는.”
남운의 비아냥이 비수가 되어 주혁의 심장에 꽂혔다.
왜 자신은 50레벨이 아니란 말인가. 레벨 차이로 인해 지은의 파티에 들어갈 수 없다는 현실에 주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관문을 통해서 던전으로 들어갈 계획이십니까?”
“네, 관문이 [바퀴가 가는 대로] 스킬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들어서요.”
“지금 가장 빨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관문은 2시간 뒤입니다.”
균열 조기 경보는 물론이고 관문 역시 등장 시간과 장소를 미리 시스템 알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무분별하게 관문에 들어갔다가 위험에 처하는 헌터들이 많았기에 길드 연합에서 담당 섹터를 나누어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관문이 열리기까지 시간이 꽤 남아 있기에 그동안 작전 회의라도 할 겸해서 말을 꺼냈지만, 지은의 표정은 ‘그걸 왜 기다려야 하죠?’였다.
“[관문 개방].”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들어가자는 듯 지은이 손을 내저은 것만으로도 곧바로 관문이 형성됐다. 주혁과 남운, 그리고 하소연이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지…….”
“역시 지은이 너는 최고야…….”
“사기적인 능력입니다, 정말.”
강제로 관문을 개방한 지은이 그런 일행들의 반응에 피식 미소 짓고는 커다란 대문을 힘주어 열며 말했다.
“가죠! 인디언식 기우제를 지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