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4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47화(24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47화
“으음.”
“와우.”
“허어.”
인디언식 기우제를 지내자는 말이 바로 이런 뜻이었구나, 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 삼인방의 입에서 저마다 다른 의미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모든 정령왕의 던전이 [타락한]으로 시작했다는 것과 해당 정령왕의 속성 던전이었음을 감안해, 관문으로 들어간 첫 던전에서 기다렸다는 듯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모두 정리해 경험치만을 챙긴 지은이 말했다.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죠.”
열고 들어왔던 문을 통해 망설임 없이 나가고 다시 관문을 소환한다. 지은의 부름에 곧바로 열린 다음 관문에 들어가서 던전 명을 확인하고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처리한 뒤 다시 나가는 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그야말로 인디언식 기우제의 정석!
“혼자 왔어야 했나…….”
던전에 발을 디디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 줄 알았던 신이 몸을 사리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지은이 아쉽다는 듯 쭉쭉 오르는 경험치를 확인하며 입맛을 다셨다.
사실 영역의 주인답게 관문을 자유자재로 여닫는 지은의 사기적인 능력보다 삼인방이 더 감탄한 것은 그녀의 전용 무기인 [집행자의 심판]이었다.
꺼내는 것만으로 거센 바람이 일어나 몬스터들을 갈가리 찢어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바람을 뚫고 살아남을 정도로 강한 몬스터들은 직접 검을 휘둘러 처리하는 지은의 모습이 너무나 눈부셨다.
“역시 몸으로 구른 보람이 있다니까요.”
비전투계열 각성자였음에도 다른 헌터들과 동일하게 훈련해야 한다는 유라의 강한 주장대로 진행했었던 훈련.
거기에 스스로 슬라임과 온몸을 부딪혀 가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투 센스가 길러진 지은이었다.
키드의 그림자 공격까지 프라이팬으로 쳐내며 반격할 정도로 몸에 자연스럽게 익은 움직임.
푸드 트럭의 안전 영역이라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돌발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훈련해 온 그동안의 성과가 사기적인 옵션의 전용 무기를 만나 그 덕을 톡톡히 보는 중이었다.
거기에 지은의 곁에는 한국에서 가장 강한 전력들인 천상계 랭커들이 가득했다.
그들이 전투를 통해 보여 줬던 모든 움직임들을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검을 어디로 뻗어야 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시청각 자료 또한 훌륭했다.
그렇기에 처음엔 지은을 보호하려고 움직였던 삼인방은 자연스럽게 지은을 동료로 인정하고 대형을 갖춰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으랴아아!”
무기 변형을 통해 검에서 커다란 밥주걱의 형태로 달려드는 미노타우르스를 날려 보낸 지은이 후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왔는지, 오늘 아침만 해도 병실 내부만을 돌아다니며 재활 훈련을 하던 지은이 던전에서 펄펄 나는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혁이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너무 무리는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지금 너무 상쾌한데요?”
지은 역시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아팠던 몸이 싹 나은 듯한 기분에 한껏 고양된 상태였다. 집행자의 심판으로 몬스터를 쓰러트릴 때마다 경쾌한 시스템 알림이 울려 퍼졌다.
[몬스터를 정화했습니다. 기력이 회복됩니다.] [몬스터를 정화했습니다. 마나가 회복됩니다.] [전용 무기 집행자의 심판의 성장 경험치가 오릅니다.]신의 영역에 직접 쳐들어온 지상의 주인. 그 주인이 직접 신의 영역을 지키는 군대나 다름없는 몬스터를 때려잡고 있는 상황은 분명 지은의 쪽에 유리하게 적용되는 것이 틀림없었다.
[해당 영역이 정화되었습니다!] [던전 안에 정화된 공간이 발생합니다. 몬스터가 재생되지 않는 안전지대가 형성됩니다!]가뜩이나 신보다 영향력이 더 강한 지은이었다. 그런 와중에 던전까지 착실히 정화한 덕분에 그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는 중이었다.
“지치질 않아요! 완전 다 나은 것 같아요. 역시 답은 던전에 있었어요!”
벌써 10번째로 들어갔던 던전에서 나오며 상쾌해진 몸 상태에 기분이 좋아진 지은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남은 정령왕이 있는 던전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군요.”
지은의 컨디션이 최상인 지금, 인디언식 기우제에 타락한 던전이 얻어걸린다면 그야말로 최고일 텐데.
이 4명이서 던전의 보스인 타락한 정령왕이 있는 던전 중심부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도 씻은 듯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나올 거예요.”
“네?”
“다들 준비해요. 이제 슬슬 조바심이 났는지 반응하는 것 같거든요.”
지은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이그니스를 소환하지 않고 마나를 아끼던 하소연까지 마나 포션을 쭉 들이켜고는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관문 개방.]”
열한 번째 관문을 개방한 지은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관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강력한 타락의 기운.
마치 ‘이제 본격적으로 상대해 주겠다.’라고 말하는 듯 넘쳐흐르는 기운이 지은의 몸을 감쌌다.
그 진득한 타락의 기운이 마치 자신을 초대하는 것 같은 기분에 지은이 대리자의 심판을 꺼내 들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다들 싸우는 건 자신 있죠?”
“물론입니다.”
“물론이지!”
“바라던 바입니다.”
든든한 모두의 대답을 들은 지은이 망설임 없이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관문의 문을 열어젖혔다.
[시스템 알림 : 타락한 물의 신전 던전에 입장했습니다!]환한 빛과 함께 들어선 던전 안.
정말 지은의 말대로 [타락한] 던전에 들어섰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남운이 중얼거렸다.
“도대체 완전한 대리자의 능력이 어느 정도 이길래…….”
모든 것이 지은이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으니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비단 남운뿐만 아니라 주혁과 하소연 역시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저쪽에서 큰 물소리가 들려요! 저쪽에 분명 물의 정령왕님이 계실 거예요!”
정작 이런 기적을 행한 지은은 무덤덤했다. 커다란 물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가리키며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지은에게 하소연이 말했다.
“어떻게 안 거야? 너 정말…….”
“딱 하고 느낌이 올 때가 있거든요. 그렇죠, 이그니스 님?”
<음, 엘라임의 기운이 느껴진다.>
어느새 등장한 이그니스가 물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등장한 이그니스의 모습에 하소연이 당황하며 말했다.
“바쁘다고 알아서 레벨 업 좀 하라고 하시더니…….”
“바쁘긴 뭐가 바빠요. 제일 먼저 정화됐지, 언니랑 계약해서 활동하고 있지.”
“뭐라고?”
“거기에 이미 상급 정령들까지 다시 복구했지 않아요? 이미 불의 정령계는 모두 복구된 상황인데 바쁘긴 무슨…….”
이미 토벌전에서 불의 상급 정령인 피닉스의 압도적인 화력을 이용해 몬스터들을 사냥했던 하소연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지은의 말대로라면 이그니스가 자신을 속이고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눈을 흘기는 하소연을 애써 외면하며 이그니스가 혀를 끌끌 차며 불만스럽다는 듯 말했다.
<대리자가 이렇게 입이 가벼울 줄이야.>
“와…… 진짜 이그니스 님!”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자신의 정령왕에게 그동안 속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하소연이 황당하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다 잡아 주면 주인의 능력이 안 오를까 봐 그랬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계약한 정령을 믿지 않는 주인이라니, 나는 정말 슬프다.>
하소연과 이그니스가 투닥거리는 사이 지은은 주변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집행자의 심판을 꺼내 들었다. 곧바로 패시브 [기운 감지]가 발동하며 던전 내의 타락의 기운에 대한 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해요. 저기에 엘라임 님이 있어요.”
거센 물소리가 들려오는 곳에서 가장 커다란 타락의 기운이 느껴졌다. 지은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주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어느새 지은을 가운데에 두고 주혁이 맨 앞에, 하소연이 오른쪽, 남운이 왼쪽에 서서 대형을 갖추고 있었다.
타락한 정령왕을 정화할 수 있는 지은을 최대한 보호하는 대형을 말하지 않아도 갖춘 든든한 일행들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기는 함정이에요.”
“함정이요?”
“이그니스 님을 정화한 건 정말로 운이 좋았던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음…… 내가 너에게 느껴지는 창조의 기운에 이성을 잃었던 덕이지.>
“그래요. 무려 친절하게 먼저 찾아와 주셨으니까요.”
이그니스 같은 경우에는 타락했다곤 하나 본인의 의지로 지은을 직접 찾아왔고, 까망이의 개입으로 ‘대화’를 통해 정화할 수 있었다.
<타락했을 때도 내가 나의 의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존재 자체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발견되었기 때문이지.>
“바로 그렇죠.”
이그니스를 제외한 나머지 속성의 정령왕들은 태초부터 지구에 존재하던 요소들이었다.
땅이 있으니 대지의 정령왕이 소생할 수 있었고, 물이 있으니 물의 정령왕이, 공기가 있으니 바람의 정령왕이, 태양이 있으니 빛의 정령왕과 어둠의 정령왕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 자연계의 정령왕들과는 달리 불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비로소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자연 현상으로 인해 스스로 피어나는 불은 인간에게 있어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재앙이나 다름없는 불을 다스리고, 만들어 낸 것은 오로지 인간의 의지.
그렇기에 이그니스가 인간들에게 가지는 애착은 다른 정령왕들과는 그 궤가 본질적으로 달랐다.
<인간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면, 나는 나의 정령계를 구축하지 못했을 터.>
그런 이그니스와는 달리 지금 상대해야하는 물의 정령왕은 태초의 자연에서 기반하여 창조된 존재다. 이그니스 때와 같은 행운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함정인 것을 뻔히 아는데 곧바로 부딪혀 줄 이유가 전혀 없죠.”
“그러면 어떻게 물의 정령왕을 정화하실 생각이십니까?”
직접 찾아오지도 않을 거고, 그렇다고 함정에 스스로 들어갈 수도 없는 지금.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일행들의 질문에 지은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물의 정령왕이니 당연히 물이 많은 곳에서 힘이 강해지겠죠?”
“아무래도 그러지 않겠습니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럼 그 힘을 줄여 줘야죠. 이러려고 소연 언니를 데려온 거예요.”
갑작스럽게 지목당할 줄은 몰랐는지 하소연이 눈을 끔뻑였다. 그런 소연과 이그니스를 번갈아 바라보던 지은이 말했다.
“물이 많아서 문제라면, 물을 모두 날려 버리면 되죠.”
“어떻게…… 아!”
“가능하죠? 이그니스 님?”
<…….>
물기가 가득해 질척질척한 땅을 가리키는 지은의 모습에 비로소 이그니스는 자신의 역할을 깨달은 듯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동안 푹 쉬셨으니 힘을 쓰실 차례예요. 물기를 모두 날려 주셔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