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4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48화(24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48화
정령왕들이 봉인되어 있는 던전은 모두 해당 정령왕의 속성을 따라간다. 물 속성의 던전이니 만큼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늪지대인 땅바닥에 거대한 불길이 일어났다.
“설마 타락한 물의 정령왕도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죠?”
<나를 뭘로 보고!>”
“물기만 싹 날려 주세요.”
이그니스의 자존심을 살살 자극해 던전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는 물기를 다 증발시키겠다는 지은의 계획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흐읍!>
이그니스의 기합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증발되는 물들이 자욱한 수증기를 만들어 냈다. 마치 한증막에 들어와 있는 듯 주변 일대에 촉촉한 습기가 가득 찼다.
“수증기도 물이에요. 다 날려 주셔야 해요.”
<감당할 수 있겠나?>
지은의 요청에 이그니스가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수증기까지 모두 날릴 강렬한 불길을 만들어 낸다면 버틸 수 있냐는 듯한 그 질문에 지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저희를 뭘로 보시는 거예요.”
<아.>
애초에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파티원을 꾸려서 온 것이었다. 로컬 랭킹 1위에 빛나는 주혁은 말할 것도 없고 이그니스의 계약자인 하소연에게 이그니스의 불길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거기에 남운은 지은이 미리 준비해 온 화염 저항 옵션이 줄줄이 달린 장비들과 액세서리로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저에겐 정화의 바람이 있으니까요.”
[집행자의 심판] 패시브인 정화의 바람은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타락의 기운을 감지하고 이미 지은의 몸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마음껏 저질러요. 물이랑 별로 안 친하잖아요.”
<……그것참, 마음에 드는 소리구나.>
보통의 경우 물이 불을 뒤덮는다면 당연히 불이 사그라들기 마련이지만, 힘을 모두 되찾은 이그니스가 일으키는 불은 충분히 타락한 물의 정령왕 엘라임의 물 정도는 흔적도 남지 않게 기화시킬 화력이었다.
거기에 지은의 패시브인 정화의 바람이 사용자의 의지에 맞춰 타락의 기운이 담긴 물을 밀어냈다. 거센 불길에 대항해 몰려들던 물들이 강렬한 바람에 막히는 것과 달리 불은 바람을 타고 더욱더 거세게 일어났다.
“지은아,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언니가 바로 이 계획의 핵심이었죠.”
이그니스가 일으킨 불들이 자신의 마나를 쑥쑥 잡아먹어 금방 얼굴이 핼쑥해진 하소연은 마나 포션을 열심히 비워 내는 중이었다.
“포션 맛이 너무 끔찍해…….”
마나 포션의 끔찍한 맛에 진저리를 치는 하소연이었다.
“이그니스 님, 힘을 내요! 이러다가 포션 중독에 걸리겠어요.”
오직 마나 회복률을 올려주는 장비와 액세서리들을 지은이 자신에게 건넬 때 알아봤어야 했다. 사실상 지은의 철저한 준비가 없었으면 시행하기 힘든 계획이었다.
“저희는 그럼 이제 뭘 하면 좋겠습니까……?”
어딘지 모르게 축 처진 목소리로 말하는 주혁이었다. 던전에 들어온 이후로 꽤나 시간이 지났는데 호기롭게 앞에 서겠다며 성창을 꺼내 든 이후로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으로 물을 베는 게 의미가 있나……?”
그리고 그건 남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할 일이 없어진 두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며 쓰게 웃음을 지었다. 졸지에 실직자가 되어 버린 두 남자의 푸념 아닌 푸념에 지은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이제 슬슬 몰려올 거예요.”
“네?”
두두두두두!
지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굉음과 함께 바짝 마른 던전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정신없이 흔들리는 땅 위에서 모두가 당황에 빠진 사이, 오직 지은만이 정면을 응시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
“불이 났으니, 불을 끄러 몰려오겠죠.”
이윽고 소리와 함께 몰려온 것의 정체를 확인한 모두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마치 댐이 터진 것처럼 여러 방향에서 몰려든 새까만 물줄기가 거대한 강이 되어 이곳을 덮치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저 거센 물살에 모두가 휩쓸리게 생긴 상황에서 오직 지은만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은 씨, 위험합니다! 어서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성공이에요!”
다급한 주혁의 외침에도 지은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다.
함정을 파고 기다렸을 타락한 엘라임을 이곳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건방진 인간, 감히 내 아이들을 불을 이용해 없애려 하다니.]정화의 바람과 합세한 이그니스의 불길이 지은을 비롯한 일행의 사방으로 치솟아 거센 물줄기를 막아냈다.
설마 가로막힐 줄은 몰랐는지 기세등등하게 등장한 타락한 엘라임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
물 속성의 던전에서 자신의 물이 바람과 불에 막힌 것뿐만아니라 심지어 닿는 족족 증발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이그니스! 감히 신의 뜻에 대항하는 것도 모자라서 고작 인간 따위와 계약을 맺어 시키는 대로 불이나 내뿜고 있다니, 네 꼴이 참으로 우습구나!]악에 받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엘라임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그니스가 담담하게 말했다.
<……뭐라는 거야. 시커먼 구정물이나 쏟아내고 있는 멍청이가.>
[……지금 감히 구정물이라고!]<맞잖아. 구정물.>
까망이에게조차 대들던 이그니스의 신랄한 혀가 엘라임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물이 이렇게 변해서야, 이곳에 물의 하급 정령조차 태어나지 못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군.>
[…….]<난 너랑 다르게 봉인되었어도 내 권속들은 부릴 수 있었건만.>
계속되는 이그니스의 비아냥에 엘라임의 눈이 붉게 변했다. 분노에 몸을 떠는 엘라임을 보며 하소연이 지은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무 자극하는 거 아닐까?”
“아뇨, 계속 자극하는 게 좋아요.”
분노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신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타락한 엘라임의 이성을 먼저 마비시켜야 다음 작전을 시작할 수 있기에, 지은은 이그니스에게 미리 엘라임을 자극하라고 언질해 둔 상태였다.
‘엘라임 님과 평소 사이가 안 좋았죠?’
‘<내 불 정도는 언제든 꺼트릴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던 건방진 녀석이라…… 그래도 우리끼린 싸우는 게 금지되어 있다.>’
‘제대로 싸울 기회를 드릴게요. 그동안 참았던 말 다 하셔도 돼요.’
지은의 말을 들은 이그니스는 한 건 제대로 잡았다는 표정이었다. 지금도 작전대로 엘라임을 자극하는 동안 환하게 짓고 있는 미소는 작전 수행이 원활히 되고 있어서 기쁜 건지, 아니면 평소에 쌓아 뒀던 말들을 쏟아내서 속이 시원한 건지 모를 정도였다.
“자, 그럼 두 번째 작전으로 넘어가죠.”
지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혁의 성창과 남운의 사인검에 새하얀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이건……!”
“정화의 바람?”
자신들의 무기에 정화의 기운이 인챈트된 것을 보며 주혁과 남운은 지은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엘라임 님은 이그니스 님한테 맡기고 우린 이 물을 정화하죠.”
지은이 가리킨 것은 먹물처럼 검은 물들이었다. 곧바로 이그니스와 전투를 시작한 엘라임이 신경을 쓰지 못할 때 주변의 물들을 모두 정화해야 했다.
“타락한 물의 정령왕이 정화된 물속에서 얼마나 힘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아직도 원래 엘라임이 있었던 방향에서 거센 물소리가 들려왔다. 틀림없이 저쪽에는 커다란 폭포가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형 자체가 계속해서 물을 공급받기 좋은 폭포에서 싸우는 것은 너무나 불리했다. 그렇기에 엘라임을 자극해 이쪽으로 끌어들여 지형의 불리함을 상쇄하려 했는데 보기 좋게 걸려들 줄이야.
역시 사이가 평소에 좋지 않은 이그니스를 데려온 것이 최고의 한 수였다.
지금 엘라임의 움직임에 맞춰 딸려 온 물들만 정화시키고, 나머지 물을 일제히 하소연의 불을 이용해 증발시켜 버린다면?
동시에 불의 장벽을 만들어 이곳에 가두는 것이 지은이 생각한 엘라임 정화법이었다.
<이렇게 더럽혀진 물로는 내 불을 꺼트리지 못해.>
[으아아아아! 이그니스! 이 건방진 녀석이!]<멍청한 녀석.>
치열하게 서로의 능력으로 싸우고 있는 두 정령왕이었다. 시선을 끌어 달라는 부탁을 너무나 성실하게 수행해 주고 있는 이그니스였다.
“물을 어떻게 정화합니까?”
“간단해요. 창을 물에 찌르면서 마구 휘둘러 주세요. 그러면 나머진 제 정화의 기운이 알아서 해 줄 거예요.”
지은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불의 장벽을 뚫고 나아간 주혁과 남운이 넘실거리는 검은 물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이건!”
창과 검이 베고 지나간 물의 색이 돌아오는 것을 확인한 주혁과 남운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두 사람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해 물을 베어 나가기 시작했다.
“언니는 물이 모두 정화되고 나면 곧바로 불을 일으켜 주세요.”
“더 이상 물이 넘어오지 않도록 막아 내면 되는 거지?”
“네, 불 사이에 엘라임 님을 가둘 거예요.”
이그니스가 엘라임과 싸우고 있었기에 마나를 유지하기 위해 하소연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해 정령 회복에 들어갔다.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 채로 정신을 집중해 기력과 마나를 회복하는데 전념하는 하소연을 잠시 바라보던 지은이 두르고 있던 망토에 장식되어 있던 수정 구슬을 눌렀다.
‘으음…… 잠시 끊어 가야겠네.’
수정 구슬은 다름 아닌 영상석이었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라면 타락한 정령왕인 엘라임을 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스템이 남겼던 제안에 대한 해답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걸 대신 결정할 수 없어.’
이 세계를 유지해 주는 조건을 내건 시스템의 말을 처음부터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서 그걸 결정할 생각 역시 마찬가지로 없었다.
‘결정은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하는 거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결정은 반드시 분란을 불러온다. 극과 극이 아닌 중간을 찾는 타협을 통해 인간은 지금까지 존재해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건 찍혀서 좋을 게 없겠지.’
영상석을 눌러서 끈 지은이 다급히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울컥하고 속에서 올라오는 비릿한 피 냄새.
손바닥 가득 검붉은 피가 묻어나와 있었지만 지은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바람으로 피를 날려 보냈다.
전용 무기 합성은 물론이고 관문 소환, 거기에 몬스터를 상대로 직접 싸우는 등 절대로 아픈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던 지은이었다.
입 안에 남아 있는 피까지 몰래 뱉어낸 지은이 다시 영상석을 켰다. 기적을 일으킨 여파로 병원에 장기 요양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문은 이 영상이 모두 잠재워 줄 터였다.
그러니 지금은 한없이 타올라야 했다. 물을 앞에 두고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강렬한 불처럼,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했다.
집행자의 심판이 지은의 의지에 맞게 활로 모습을 바꾸었다. 강렬한 정화의 바람이 일렁이는 무형의 화살이 곧바로 시위에 매겨졌다.
“지금부터 몬스터를 정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보여드릴게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