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4화(2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4화
집으로 복귀한 지은은 까망이에게 오늘 있었던 사실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그렇게 해서, 나 청명 길드에 가입하기로 했어.”
<좋은 조건이긴 한데, 5층 던전의 위치에 대해 말을 한 건 실수다냥!>
“그래도 꼭 말을 해 주고 싶었어. 던전을 바로 옆에 두고 또 다른 구역을 찾아 헤매면 어떡해?”
<그거야 헌터들의 사정 아니겠냥?>
“아니야, 까망아. 난 지금까지 새로운 층을 토벌하거나, 미개척 구역을 개척하는 게 이해가 안 됐거든?”
<흠…….>
“왜 목숨을 걸고 위험한 일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그게 다 균열 던전을 막기 위한 의무였다고 그러잖아.”
토벌전이나 미개척 구역 확보 간에 희생된 헌터들의 명복을 비는 글은 종종 헌터 게시판 공지 사항에 올라오곤 했다.
그 글을 보고 있으면, 지은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부모님이 떠오르곤 했다.
“청명 정도 되는 길드면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그동안 헌터들을 위해서 던전 지도를 쭉 제작해 왔대. 사명감 있는 사람이었어.”
<그렇다 해도 계약에 묶여서 길드가 부르면 가야 하는데 그게 좋은 거냥!>
‘이 세상 물정 모르는 답답아!’라고 덧붙이는 까망이의 질책에도 그게 어때서?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 지은이 담담하게 내뱉었다.
“너는 나랑 종신 계약이잖아.”
<어??>
“너도 내가 죽을 때까지 나랑 종신 계약한 거 아니었어?”
<어…… 그렇다냥.>
“그럼 계약 안 좋아??”
<아니, 그거랑 이거랑은 말이 다르지 않냥!>
“다를 거 없어. 어찌 됐든 난 길드의 보호가 필요해.”
당연히 길드에 묶이지 않으면 자율성이 높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비전투 계열 각성자인 자신이 던전 안에서도, 밖에서도 죽을 때까지 길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지은이였다.
“헌터들이 아닌 일반인들도 얼마나 진상을 부리는데, 던전 안에는 다 헌터들밖에 없잖아?”
<그…… 그렇다냥?>
“그 헌터들이 가게에서 돈 못 내겠다고 진상 부리면 내가 막을 수 있어?”
<어?>
“트럭 발로 차고, 테이블을 뒤엎고 하면 내가 그 사람들을 말릴 수 있겠냐고.”
맞는 말이었다. 세상에 좋은 손님만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게 진상 손님은 언제나 골머리를 앓게 하는 문제였다.
하물며 던전에서는?
레벨이 높은 헌터가 진상 짓을 한다면, 지은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 생각해서 받아들인 거야. 그리고 그건 송주혁 씨도 알고 있었을 걸?”
<전혀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문제였다냥. 그래도 재계약은 1년 단위로 바꾼 건 좋은 선택이었다냥.>
“그래, 나도 무슨 일이 생겨서 다신 장사를 하기 싫어질지 모르잖아.”
물론 내가 요리를 그만두는 일은 없겠지만! 하고 덧붙인 지은이 끄응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켰다.
<주인, 아직 저녁도 안 됐는데 왜 벌써 자려는 것처럼 침대에 눕는 거냥?>
“내일 10시에 길드 입단식이 있을 거랬어.”
<그런데?>
“10시가 입단식이니, 그전에 서류 확인도 해야 하니까 9시에는 가야겠지? 그리고 내일은 좀 꾸미고 가야지. 공식 첫 출근이나 다름없는데.”
<…….>
“그러니까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해서 잘 거야. 말리지 마.”
까망이가 뭐라고 항변하기도 전에 그대로 눈을 감은 지은이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로 잠이 든 듯 색색 숨을 쉬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주인. 내 저녁밥은 어떡하라고…….>
차마 지은을 깨우지는 못하고 망연자실한 채 중얼거리는 까망이의 목소리만 조용한 방에 울려 퍼졌다.
* * *
일부러 일찍 잠을 청했지만 도통 잠이 오질 않았던 탓에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내일 입단식 이후에 토벌전 최종 회의도 곧바로 참석한다고 했는데, 토벌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인 지은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될 것이 분명했다.
“토벌 기간 동안 제공할 식단표라도 작성을 해서 가면 좋겠지?”
학교를 다닐 때에도 잠깐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도 하루에 몇 번씩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나오던 질문.
‘오늘 식사 메뉴가 뭐였지?’
그날그날 제공되는 식사 메뉴에 따라 학교를 다닐 때에는 급식실을 갈지, 매점에서 끼니를 때울지, 그것도 아니라면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할지 정해야 할 중요한 일과였다.
길게는 50일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토벌전 기간 동안 매일 매일 제공해야 할 식사 메뉴를 미리 알 수 있도록 알려 주면 좋을 것 같았다.
50일이나 되는 식단표를 짜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웬만한 요리는 감당이 가능한 푸드 트럭이었지만, 아무래도 50인분의 식사를 매끼 준비하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거창한 요리들은 제외하는 게 맞았다.
그렇다 해도 절대 부실하지는 않아야 했기에 메뉴를 최대한 선정했지만, 어쩔 수 없이 겹치는 주메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니 식단표를 작성하는데 꼬박 밤을 새워버린 지은이었다.
“뭘 입고 가야 하지…….”
뭐라도 준비해 가야지, 하고 작성하기 시작했던 식단표는 간신히 완성하긴 했지만, 새롭게 닥친 문제는 입단식에 입고 갈 옷을 고르는 일이었다.
지은이 간단하게 차려 준 토스트를 허겁지겁 먹은 까망이가 오랜만에 거울 앞에서 이것저것 옷을 비교해 보는 지은을 째려보았다. 그런 까망이의 시선에 부지런히 옷을 고르던 지은이 멋쩍게 웃어보이곤 말했다.
“미안, 내가 저녁밥도 생각을 못 했었네.”
<종신 계약한 정령의 밥을 굶기다니!>
“아니, 그런데 원래 음식 안 먹어도 되는 거 아니야?”
<…….>
“너, 원래 안 먹어도 되는데 그냥 맛있어서 먹는 거지?”
생각해 보니 독감에 걸려 앓아 누웠을 때에는 물론이고, 어제도 점심을 차려 주지 않았는데 배고프다는 소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까망이었다.
이야기가 자신에게 불리해지자 금세 시선을 돌리고는 작게 잘라진 토스트를 소중하게 앞발로 끌어안은 까망이가 귀여워 지은이 크게 웃었다.
“바빠서 빵만 구워 줘서 미안해.”
<빵에 잼만 발라 먹어도 맛있다냥.>
버터로 코팅한 프라이팬에 구워 낸 식빵은, 잼과 우유만 추가해도 바쁜 아침에 충분한 식사였다.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맛이 부족한 것도 아니니 혼자 사는 지은이 자주 아침 겸 점심으로 해 먹었던 것이었다.
“자! 어때!”
단정하게 보이기 위해 재킷도 입고 셔츠도 입었다. 물론 정식 정장은 아니고 캐주얼한 사복이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직장인처럼 보이고 싶었다.
<회사 견학 간다고 최대한 정장처럼 꾸며 입은 고등학생 같다냥.>
물론 그렇다고 지은이 회사원처럼 보이는 건 절대 아니었지만, 뭐 어떤가. 옷은 자기만족인데.
까망이의 신랄한 평가를 듣고서도 나름 만족한 지은이 기분 좋은 얼굴로 신발장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신발장에 몇 켤레 없는 신발을 하나하나 들어서 하더니,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나, 구두가 하나도 없어…….”
몇 없는 신발은 슬리퍼, 운동화, 캔버스화가 전부였다.
자격증 학원-집-마트 등 이동 동선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
“하…… 그냥 편하게 입고 가야겠다.”
결국 지은이 선택한 건 청바지에 흰색 티, 그리고 간단하게 걸칠 재킷과 새하얀 운동화였다.
* * *
청명 길드의 본청 앞.
“송주혁이다…….”
“김성진도 있네? 저기 쭉 서 있는 사람들 다 청명 길드 간판 랭커들 아니야?”
길을 걷던 사람들이 건물 앞에 누군가를 의전하듯이 나와 있는 길드 간부들을 보고 속삭이며 걸어갔다.
높은 사람이라도 맞이하는 듯 지금 던전에 들어가 있는 랭커들을 제외하고 이름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풍경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건 꽃다발을 들고 있는 성진이었다.
야구 배트나 쇠 파이프를 들고 있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외모에 답지 않게 꽃다발이라니.
“꽃을 왜 내가 들고 있어야 하는데?”
“그거라도 들고 있으면 덜 무서워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네가 직접 사 와 놓고 왜 투덜대?”
“하, 거참…….”
어색하다는 듯 혀를 차면서도 품 안에 고이 꽃다발을 모셔 놓고 있는 성진을 보던 주혁이 한마디 덧붙였다.
“진짜 안 어울리긴 하네.”
“너 진짜!”
어제 지은이 돌아가고 길드원 전원에게 내부망으로 앞으로 던전에서 식사를 책임질 특급 인사를 영입했다고 알렸다.
당연히 길드 내부 채팅창은 뒤집어졌다.
던전에서 식사를 어떻게 책임진다는 건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고 ‘육포를 맛있게 끓여서 고깃국으로 바꿔 주는 건가요?’라는 질문들로 길드 채팅창이 폭파될 것처럼 울렸다.
자세한 건 밝힐 수 없었던 터라, 이번 5층 토벌전부터 함께할 예정이고 요리 실력은 보증한다고만 남겨 뒀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비밀리에 치르려던 지은의 길드 입단식에 길드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들었다.
“역시 한국인들이다. 다들 밥에 관련된 건 진심이야.”
“던전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한다는데 나라도 보고 싶어 하겠다.”
성진 딴에는 작은 목소리라고 생각했지만 ‘푸드 트럭도 하나?’라고 물었던 목소리를 들었던 길드원들의 입을 타고 소문이 퍼져 나갔다.
주혁의 외부 발설 금지령으로 길드 밖으로 새어 나가지는 않았지만, 소문의 푸드 트럭 사장님을 보기 위해 건물 밖은 물론이고 1층 로비에까지 길드원들이 가득 차 있는 상황.
아무것도 모르고 택시를 타고 들어오던 지은은 눈앞에 모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는 경악했다.
“아가씨, 높으신 분이셨수?”
“아니요, 절대 아닌데요?”
“아따, TV로만 보던 높으신 헌터들을 직접 눈으로 보네그려.”
지은의 처음 요청 그대로 길드 정문에 택시를 멈춘 기사 아저씨가 택시비를 받으면서 신기하다는 듯 창문 밖을 연신 바라보았다.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문을 열려던 지은은 밖에서 저절로 문이 열리자 당황했다.
“환영합니다, 지은 씨.”
그리고 직접 문을 열어 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주혁을 본 지은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입단식이 이렇게 대규모라곤 말씀 안 하셨잖아요!”
“지은 씨를 궁금해하는 길드원이 이렇게 많을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주혁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지은이 택시에서 내리자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헌터들이 만들어 내는 웅장하고 열정적인 박수갈채를 받으며 지은은 어디 조용한 구석에 숨고 싶은 마음을 애써 숨겼다. 어색하게 이곳저곳에 머리를 꾸벅꾸벅 숙이고는 거의 뛰다시피 해서 누구보다 먼저 길드 본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밖에만 있을 줄 알았던 환영 인파가 안에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에게까지 앞뒤로 둘러싸인 지은이 빨개진 얼굴을 감쌌다.
거기에 한 번 기절해서 내성이 생긴 줄 알았던 성진이 ‘거 푸드 트럭 아가씨, 축하해요.’ 하며 건넨 꽃다발까지 받아들자 지은의 얼굴은 한계치까지 달아올랐다.
“저…… 오늘 그냥 집에 가면 안 될까요?”
입단식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게 계약서에 서명을 완료한 지은이 모든 기력을 소진했다는 듯 행사장 의자에 힘없이 기대 앉아 중얼거렸다.
“5층 토벌전 진행 일자도 설명해야 하고, 지은 씨 담당 경호팀도 소개해야 하는데, 피곤하십니까?”
“아뇨, 그건 아닌데…….”
“이제 같은 길드원인데 저희 직원 식당에서 식사도 같이하고 가시죠. 다들 지은 씨를 좋아하실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주혁의 말에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 식당에서 쏟아지는 질문 폭탄을 받으며 정신이 한 번 더 쏙 빠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이 사람들, 밥에 다들 진심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