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5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49화(25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49화
지하철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얼굴은 평온했다. 예전과 다르게 균열의 징조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된 지금.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벌써 여러 번의 균열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 없이 넘긴 사람들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다.
처음에야 동시에 여러 군데에서 일어나는 균열에 혼란스러웠지만, 미리 예보되고 대처할 시간까지 충분한 균열에 길드 연합과 센터는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거기에 모든 헌터들이 입을 모아 몬스터들의 힘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상에 나타난 균열에서 희생되는 헌터의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 모든 게 모두 한 사람이 일으킨 기적 덕분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지은이 기적을 일으키고 본인은 너무 많은 능력을 사용한 탓에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귀환을 바라 왔던가.
얼마 전 드디어 병원 침대에서 일어나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지은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은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기적을 일으킨 지은이 다시 일어섰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 믿었다.
“어?”
조용하던 지하철 객실 내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지은 씨 개인 별스타가 생겼어요!”
“어! 정말이다!”
“라이브 방송이다!”
아무런 영상도 업로드되지 않은 텅 빈 계정에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준비 중이라는 알림과 함께 검은 화면이 나타났다.
지은의 개인 별스타. 그것도 모자라서 첫 라이브 방송이라니.
모두가 지금도 병실에 있을 지은이 안부 인사를 전하기 위해 깜짝 기획한 것이라 생각했는지, 채팅창에는 지은의 건강을 기원하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어?”
“송주혁에, 남운, 하소연까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처음으로 등장한 화면에 등장한 사람들은 전부 장비를 장착하고 있었다. 거기에 지금 화면에 보이는 랭커들의 앞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관문이었다.
“가죠! 인디언식 기우제를 지내러!”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간 던전 안에서 앞장서 몬스터들을 새하얀 검으로 베어 넘기는 지은의 모습이 이어졌다.
“다음!”
몰려든 몬스터를 순식간에 처리하고 다시 관문 밖으로 나오자 관문은 사라졌다. 누가 봐도 건강을 온전히 회복한 듯 보이는 지은의 모습에 모두가 감동했다며 채팅을 올렸다.
거기에 비전투 계열로 알려진 지은이 직접 성스러워 보이는 무기를 휘둘러 몬스터를 처리하는 모습에 모두가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지은이 보여 준 행동에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던 댓글창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다음 관문!”
곧바로 사라졌던 관문이 다시 지은의 일행 앞에 나타났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돌발적으로 발생하던 관문을 지은이 직접 불러냈다는 사실을 깨달은 댓글창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저게 뭐야!] [아니 관문은 랜덤 생성 아니었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봐도 지은 님이 관문을 만드신 것 같은데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지?] [미쳤다…….] [인디언식 기우제 특 : 비가 내릴 때까지 지낸다. 민지은식 관문 특 : 계속해서 소환한다.]한 번이 아니라 그 뒤로도 지은은 관문을 계속해서 소환했다. 들어간 던전에서 무언가를 확인한 뒤 곧바로 몬스터를 정리하고 나온다.
심지어 중간중간 떠오르는 던전을 정화해 안전 영역이 생성되었다는 시스템 알림까지. 놀라움의 연속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그니스가 등장해 거센 불을 일으키는 놀라운 광경을 보며 모두가 전율했다. 검은 강물이 바로 옆에 흐르고 물기를 가득 머금은 늪 지형이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물 속성 던전을 이런 식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숨을 죽이고 핸드폰으로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밀려드는 검은 강물 속에서 솟아오른 타락한 물의 정령왕의 모습에 입을 틀어막았다.
<고작 인간들 따위에게!>
불과 물이 충돌한다.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사람들은 침묵했다.
그 어떤 랭커들의 전투보다 치열한 정령왕들의 전투도 모자라서, 정화의 바람이 인챈트된 무기로 검은 강물을 베어 넘기는 주혁과 남운의 모습도 담겼다.
“물이 정화된다!”
“세상에…….”
칠흑 같은 어두운 물은 정화되자마자 순식간에 증발하기 시작했다. 주혁과 남운의 스킬이 닿는 곳마다 빠르게 원래의 색을 찾아갔다. 증발되는 물들을 담아내던 영상석이 비춘 것은 성스러운 빛을 뿜어내는 바람의 화살이었다.
“지금부터는 몬스터를 정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보여 드릴게요, 여러분.”
그 말과 함께 천천히 활시위를 당기는 지은의 얼굴이 영상에 나타났다. 바람의 화살이 조준하고 있는 것은 거센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는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었다.
“내 의지가 모든 것을 꿰뚫는 바람이 되어, 삿된 것을 몰아내고 정화할지어다.”
지은의 나지막한 영창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에서 바람의 화살이 빠르게 목표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인간에게 빌붙어 기생하면 좋더냐, 이그니스! 고결한 정령왕이 인간과 계약하다니!]<진짜 이런 곳에 처박혀 있더니 정신 줄을 놓았구나, 엘라임! 우리의 존재 의미가 지상의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기 위함임조차 잊다니!>
타락할 대로 타락한 엘라임의 모습에 이그니스는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거센 불길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몰아치는 검은 물을 잡아먹으며 꺼지지 않고 타올랐다.
엘라임에게 분노한 것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을 도와 풍요로운 지상을 꾸려 가던 물의 정령왕 엘라임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신에 대한 분노였다.
<내 불로 바짝 말려서 정신을 차리게 해 주마, 엘라임! 그리고 네가 했던 말을 그대로 들려주겠다. 그러고도 네가 내 앞에서 고개를 당당히 들고 다닐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구나.>
[감히 신에게 반기를 드는 네놈에게 질 리는 없다. 애초에 우리의 상성은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내가 유리하다는 걸 모르진 않겠지?]엘라임의 기세등등한 말에 이그니스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리한 것은 이그니스가 맞았다. 그럼에도 여유로워 보이는 이그니스의 표정에 엘라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넌 나를 이길 수 없어, 이그니스.]<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자존심은 여전하구나.]<그런데 내가 언제 나 혼자만 너를 상대한다고 했던가?>
[뭣……!]쇄애애액!
두터운 물의 장벽을 뚫고 바람의 화살이 날아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제야 이그니스의 말뜻을 알아차린 엘라임이 다급히 물속으로 몸을 숨기려 했지만, 그보다 바람의 화살이 엘라임의 몸을 꿰뚫는 것이 빨랐다.
퍼억!
선명한 소리와 함께 엘라임의 몸을 꿰뚫고 지나간 바람이 그를 순식간에 정화시키기 시작했다.
[으으으윽! 인간 따위가!]화살에 꿰뚫린 곳을 중심으로 검게 변해 있던 몸이 빠르게 원래의 투명한 색으로 변해 가는 것을 보며 엘라임이 소리를 질렀다.
다급히 자신의 몸을 퍼트려 주변에 가득한 물로 바꿔치기하려던 엘라임은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게 무슨…….]<말했잖아. 나 혼자 너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고.>
주변에 가득한 물이 더 이상 자신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다. 어느새 물의 정령왕인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깨끗한 물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돌아가야…….’
그제야 엘라임은 자신이 지형의 유리함을 버리고 적진 한가운데에 뛰어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의 강으로 이어지는 길은 이미 상급 불의 정령인 피닉스들이 일으킨 거대한 불의 장벽에 막힌 상태.
어느새 사방이 거대한 불의 장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그 안에 가둬진 정화된 물들이 빠르게 증발되기 시작했다.
<흐으으으읍!>
순식간에 힘을 일제히 개방시켜 정화된 물들을 모두 증발시킨 이그니스가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엘라임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봐, 내가 바짝 말려 준댔지.>
[…….]<물이 다 말라 버렸네?>
꿰뚫린 몸이 정화되어 간다. 그것을 막기 위해 물을 끌어와야 했지만, 자신의 부름에 응답한 검은 강물은 불의 장벽에 막혀 넘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우우우웅!
거센 불길을 통과해 모습을 드러낸 지은이 허망한 표정을 짓는 엘라임의 앞에 다가가 섰다. 정화가 지속되는 몸을 건사하기도 힘든 엘라임은 지은이 다가와 섰음에도 아무런 제지를 할 수 없었다.
“왕관에 검은 게 잔뜩 묻으셨네. 제가 닦아 드릴게요.”
지은이 손을 뻗어 자신의 머리에 씌워진 물의 정령왕의 왕관을 가져가는 것을 보면서도, 이그니스는 물론이고 주혁과 남운의 기세에 압도당한 엘라임이 힘겹게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엘라임의 목소리가 아닌 신의 목소리.
신의 권능이 담긴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흠칫 떨었다. 아무리 힘을 많이 잃었다고는 하나 신은 신이었다.
“엘라임 님을 이렇게 숨겨 놓는다고 제가 못 찾을 줄 알았나요?”
물론 지은은 그런 신의 목소리에도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인벤토리에서 무적 수건을 꺼내 검게 변한 엘라임의 왕관을 정성스럽게 닦으며 편안한 목소리로 대꾸한 지은이 왕관에 후! 하고 입김을 불어 넣었다.
그 순간 모두를 압박하고 있던 신의 기세가 거짓말처럼 탁하고 풀리며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신의 권능에 굳어 있던 이그니스가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역시 신이 직접 들어가 있었군. 엘라임이 너희 인간들을 고작 인간들 따위라고 지칭할 리가 없지.>
정령왕들 모두 인간들을 포함한 지상의 모든 존재들을 사랑하는 초월적 존재였다. 아무리 타락했다곤 하나,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정도로 자아를 잃어버릴 존재는 더더욱 아니었다.
“신, 당신은 지금 혼자에요.”
[……건방진 것.]“혼자서 우리 모두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만만할지 두고 보겠다 대리자. 모든 인간들을 죽이더라도 너만은 절대로 편하게 죽이지 않겠다!]“모든 인간을 죽이겠다고?”
[차라리 죽여 달라고 무릎 꿇고 빌 정도로 괴로움을 선사해 줄…….]“뭐라는 거야. 난 자신이 없는데.”
[뭐라!]“너에게 질 자신이 없어.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해서 던전을 만들어 놓고도 여기까지 나에게 밀린 무능한 신이잖아, 너.”
[이이익!]“그러니까 계속 의미 없는 반항하지 말고 이쯤 되었으면 다 포기하고 다시 돌아가지그래?”
그렇게 말하며 왕관에 남아 있는 마지막 타락을 닦아 낸 지은이 엘라임의 머리에 다시 왕관을 가져가며 덧붙였다.
“이제 하나 남았어. 마지막 어둠의 정령왕님까지 정화한다면 넌 정말로 혼자가 될 거야.”
이미 엘라임의 정화는 끝났다. 왕관을 씌우기만 하면 정화 의식은 완료될 것이지만 지은은 일부러 느릿하게 시간을 끌고 있었다.
이미 신은 자신의 입으로 인간들을 모두 죽일 거라 선언했다. 던전이 어떤 공간이고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다.
의도치 않게 자신이 인간들을 모두 규합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는 것을 신은 모를 것이다. 영상석을 통해 이 모든 대화가 라이브 방송으로 이미 퍼져 나가고 있을 지금, 여기서 자신의 도발에 발끈해 더 반응한다면 지상은 더 단합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지은의 얼굴이 이어지는 신의 말에 와락 일그러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모습이 역겹구나. 네가 말한 그때까지 과연 너의 몸이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