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5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50화(25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50화
‘이런……!’
다급히 영상석의 버튼을 눌러 종료하려 했지만 그보다 신의 외침이 더욱 빨랐다.
[네가 죽으면 대리자의 권능은 사라지겠지!]신의 마지막 발악인지 검은 기운이 솟구쳐 지은의 손을 얽매여 왔다. 그 탓에 영상석 버튼을 누르려던 지은의 몸이 휘청이며 케이프에 매달아 뒀던 영상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리자의 직위는 계승 직위니까. 그렇지 않나? 최초의 대리자여. 너를 죽이면…….]거기까지였다. 검은 기운을 풀어낸 지은이 다급히 엘라임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자 곧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타락한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 정화되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달성!] [물의 정령왕의 영향으로 정령계에 활기가 감돕니다!] [이제 물의 정령과 계약이 가능해집니다!]붉게 빛나던 엘라임의 눈이 원래의 찬란한 에메랄드 빛으로 돌아왔다. 눈의 색이 돌아오며 완전히 신의 사념에서 벗어난 엘라임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겠지?]<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멍청한 자식.>
[재수 없는 불덩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확실히 꿈이 아닌 것 같군.]”깨끗하게 정화되어 맑은 물로 가득 찬 자신의 몸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물의 하급 정령 나이아스를 감격스럽게 바라보던 엘라임이 고개를 돌려 지은을 바라보았다.
[날 구하러 와줘서 고맙다, 대리자여.]“저와 함께 마지막까지 싸워 주세요.”
지은의 말을 들은 엘라임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 신에게 봉인당한 것은 오직 어둠의 정령인 녹스뿐이었다.
무려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물의 정령왕을 토벌한 것이 아니라 정화했다는 사실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거기에 이 던전이 다름 아닌 신이라는 존재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고, 정령왕을 정화하는 것이 던전을 공략하는 핵심이라는 것까지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대화 내용은 물론, 신의 최종 목적까지 모두가 알게 되었다.
적어도 지난 회차들처럼 신이나 시스템의 농간으로 인해 인간들끼리 균열을 만들고 적대하는 것은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신의 최종 목적이 바로 모든 인간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헌터들은 하나로 뭉칠 것이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잘 흘러갔음에도 지은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기껏해야 독설이나 내뱉을 줄 알았던 신이 마지막에 내뱉은 말까지 라이브 방송을 통해 흘러나갔을 것이다.
‘내 몸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좋지 않아. 그리고…….’
대리자의 직위가 계승 직위라는 것을 밝힌 것도 모자라서 거기에 마치 자신을 죽이면 대리자의 직책을 계승할 수 있을 거란 여지까지 남겼다.
‘비열하고 음흉한 신 같으니…….’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직위와 권능에 대해서 밝히고 해명하기도 애매했다. 스스로 지은이 나서서 해당 사실에 대해 해명한다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연스레 지은이 자신의 약점을 숨기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 누구도 할 수 없었던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권능의 유일한 계승자가 될 수 있다는 음습한 생각에 빠진 사람들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인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바로 부와 명예다. 이 땅에 인간들이 존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인간들은 그것들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워 왔지.’
‘그게 바로 인간의 본성이야. 더 많은 돈, 최고의 명예! 아득바득 본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바로 지금의 인간계이고.’
시스템이 남겼던 말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떠다닌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차마 부정할 수 없었던 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순 없었다. 수많은 생각들로 가득 찬 머리를 잠시 식히고 지금은 이뤄 낸 성과에 대해 홍보할 시간이었다.
“던전은 인간계를 노리는 신이 만들어 낸 공간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린 속수무책으로 던전과 균열에 당해 왔죠.”
“지은 씨?”
바닥에 떨어진 영상구를 주워 든 지은이 마치 연설을 하듯 말하는 것을 보며 그제야 이 모든 일들이 다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두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그렇지만 우리 인간계엔 우리와 함께 존재해 오던 정령들이 있습니다. 신의 함정에 빠져 타락했던 정령왕들은 총 여섯. 그리고 지금 우리는 마지막 어둠의 정령왕의 정화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미리 준비해 온 연설을 이어 나가던 지은이 잠시 숨을 골랐다.
“타락한 정령왕들을 모두 정화한다고 해서 이 전쟁이 끝나는 건 아닐 겁니다. 우린 영역 쟁탈전의 시대로 들어섰고, 쟁탈전의 끝은 왕을 죽이거나, 영역을 모두 차지하는 것이니까요.”
영상구를 손에 들고 결연한 표정으로 말하는 지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당연히 우리가 함께해야 할 일이라고 모두에게 부탁하듯 절절했다.
“그러니 우리는 단합해야 합니다. 이 방송을 보고 계실 전 세계의 여러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저는 무의미한 균열을 막고 단합해 영역 쟁탈전을 승리로 이끌어, 모두가 평범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다시 누리는 기적을 만들고 싶습니다.”
* * *
지은의 라이브 방송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전 세계에 기적을 선물한 지은이 직접 밝힌 던전의 비밀과 공공의 적의 존재.
신이라 불리는 존재가 인간계를 노리고 엘라임의 몸을 통해 스스로 모든 인간을 죽이겠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껏 오직 몬스터를 토벌하는 것밖에 답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도 지은이 엘라임을 정화하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
무엇보다 담담한 말투로 절절하게 모든 인간들의 단합을 부탁한 지은의 진심 어린 호소는 모두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울림이 있었다.
“전 세계의 던전 공략 참가율이 급증했다지?”
던전을 확보하는 영역 쟁탈전. 모든 던전을 클리어하면 이 지긋지긋한 던전과 균열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전 세계 헌터들이 관문과 기존 던전의 통로를 통해 던전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평범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다시 누리는 기적이라는 목표는 당연했던 일상을 알지 못하는 지금 세대들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은퇴했던 1세대의 헌터들까지 무기를 들고 일어나게 만들었다.
“대단하네, 월드 랭킹 1위였던 나조차도 미국의 헌터들을 이렇게 단합시키지 못했는데.”
본국으로의 송환 명령을 받은 노아의 말이었다.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보자며 대뜸 집까지 찾아왔던 노아가 대단하다는 듯 박수를 치며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제안을 했을 때부터, 네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 그래서 널 영입하고 싶었던 건데.”
“다시 말하지만, 전 미국으로는 안 가요. 토종 한국인이라고요.”
“인정하긴 싫지만 이제는 내가 널 영입하는 게 아니라 네가 날 영입해야 할 위치가 된 것 같은데.”
너스레를 떠는 노아의 모습에 지은이 웃음을 터트리곤 말했다.
“이미 제가 당신을 영입했던 거 아닌가요?”
“뭐? 아하하하!”
지은의 말대로 자신의 손을 잡고 같이 가자고 했던 제안을 이미 수락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래…… 맞아, 그랬지. 난 너에게 이미 영입당했었지.”
“미국으로 돌아가도 잊으면 안 돼요.”
“물론이지. 이제 한참 바쁠 거야. 지금이야 너의 연설로 잠시 모두가 단합한 것처럼 보여도, 결국 그 사이에서도 분쟁은 또 발생하게 되어 있어. 그게 우리 인간이니까.”
“그래서 돌아가는 거구요?”
‘네가 이렇게 힘을 내서 전 세계가 단합되게 만들어 줬으니 그걸 계속 유지하는 건 이제 내 역할이지. 그러려고 나와 손을 잡으려 했던 거 아니었어?’
“그건 그렇지만…….”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말한 노아가 시계를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을 따라 일어나는 지은을 바라보며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노아가 말했다.
“그런데, 그 계승된다던 대리자의 직위 말이야.”
“…….”
대리자의 직위에 대해 말을 하자 지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보며 노아가 손을 내저었다.
“난 그런 인류애 넘치고 쓸데없는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할 끔찍한 것에는 관심이 없어. 너희 표현대로 성인군자도 아니고.”
“저도 성인군자는 아닌데요.”
“그래? 내가 보기엔 맞는 것 같은데.”
“갑자기 왜 그런 칭찬을 해요?”
소름돋는다는 듯 팔을 쓸어내리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노아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다가 말했다.
“몸 관리 잘해.”
“…….”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과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너무 짊어지려 하진 말라고.”
“제가 알던 사람이 맞나요? 그런 덕담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네가 말했던 비정상이 아닌 정상적인 세계를 너도 누려야 하지 않겠어?”
“…….”
“같이 가기로 했잖아, 우리. 안 그래?”
그렇게 말하며 손을 건네는 노아의 얼굴을 바라보던 지은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노아가 건넨 손을 마주 잡고는 말했다.
“물론이죠.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고 해 준 말은 아니고, 뭐 잘 지내고 있어. 조만간 또 보자고.”
노아를 배웅해 주고 난 뒤 지은은 털썩 소파에 드러누웠다. 정말로 괜찮다고 바득바득 우겨 병원에서 퇴원한 뒤로 정말 오랜만에 온 집에서 지은은 모처럼의 휴식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까망이도 바쁘고…….”
자신에게 상의도 없이 이런 큰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뒷목을 잡았던 까망이는 복귀한 엘라임이 정령계를 복구하는 것을 도와주러 갔다.
‘당분간 절대로 창조의 권능을 사용하면 안 된다, 주인.’
이번에 엘라임을 정화하면서 창조의 기운을 회수한 덕에 지은의 몸 상태는 한결 나아진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황에서 전용 무기의 옵션 합성은 물론이고 관문을 계속 소환하기 위해 권능을 사용했던 지은은 까망이에게 호되게 등짝 스매싱을 맞아야 했다.
‘어둠의 정령왕님도 빨리 구해내야 하는데…….’
‘절. 대. 안. 정.’
서슬 퍼런 까망이의 당부를 결국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지은은 지금이 너무나도 무료했다. 항상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유라를 보며 ‘어떻게 저렇게 일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지은은 자신 역시 일 중독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TV를 틀어도, 인터넷을 봐도, 너튜브를 봐도 온통 자신의 이야기만이 나오고 있었다.
[새롭게 밝혀진 던전의 비밀], [대리자의 직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등의 내용만 가득한 너튜브에 질린 지은이 핸드폰을 내팽개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시스템을 찾으러 가야 하는데.”
어둠의 정령왕만을 남겨 놓은 지금. 자신의 승리가 거의 유력해졌으니 당연히 접촉해 올 것이라 생각했던 시스템이 잠잠한 게 마음에 계속 걸렸다.
“거기에 엘라임 님을 너무 쉽게 정화한 것도 마음에 걸리고.”
당연히 엄청난 함정을 파고 총력전으로 자신을 막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너무나 쉽게 엘라임을 정화할 수 있었다. 마치 일부러 엘라임을 내어 준 것처럼.
영향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곤 하지만 신은 이미 지난 회차에서 계속 승리해 온 존재다. 거기에 자신을 제외하고 이그니스까지 순간적으로 굳게 만들었던 그 힘은 아직 건재한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