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5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51화(25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51화
해결되지 않는 의문을 혼자서 끙끙 앓아 봤자 해결될 리 없기에, 지은은 인과율에서 가장 자유로운 존재인 까망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결정했다.
중립을 지켜야 할 시스템조차 그 의무를 저버린 지금, 인과율은 사실상 망가질 대로 망가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까망이는 지은의 계약 정령. 다섯 번째 정령왕까지 정화해 창조의 기운을 대부분 회복한 까망이에게 이 정도는 충분히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지은이 말했다.
“민까망.”
<왜 그러냐, 주인.>
“1회 차에서 신의 힘은 어땠어?’
지은이 기억하는 신의 권능은 이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비록 네 속성의 정령왕을 정정화하여 힘의 균형을 깨트렸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의 정령왕인 엘라임을 정화하는 것을 이렇게 쉽게 성공하기엔 무언가 찜찜했다.
그런 지은의 의문을 이해한 까망이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영상으로 확인했을 때도, 그리고 지은과 함께 있었던 일행들에게 직접 들은 바로도 뭔가 꺼림칙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1회 차와의 힘의 차이는 확실했다. 주인은 온전한 대리자의 권능을 사용하지 못했고, 신에게 속아 인간들도 저마다의 세력을 놓고 싸우기 바빴으니.”
“그런 것치고는 너무…….”
그렇게까지 현격한 차이가 났는데 이 정도로 일이 쉽게 풀린다는 게 너무 꺼림칙했다. 고민에 빠진 지은의 모습을 보며 까망이가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사실 주인이 그렇게 사라지고 난 뒤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
“민까망…….”
<강제로 계약이 끊어졌을 때 받았던 충격이 너무 컸거든.>
“…….”
<그때 나는 눈에 보이는 게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내 손으로 정령왕들을 죽이고 창조의 권능을 회수했지.>”
그제야 까망이가 실피드가 소멸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혼절까지 했던 이유를 알게 된 지은이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을 잃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와중에 까망이가 선택한 것은 바로 지은을 다시 되찾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 직접 창조해 낸 정령왕들을 자신의 손으로 거둬야 했을 까망이의 심정은 지은으로선 헤아리기조차 힘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이내 눈물을 보이는 지은의 어깨를 토닥이며 까망이가 말했다.
<울지 마라, 주인. 그래도 이렇게 다시 내 곁에 와 주지 않았느냐.>
“미안해…….”
<미안해할 것 없다. 나도 주인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강제로 구속해 두지 않았나.>
서로가 서로에게 실수를 했던 1회 차. 그 1회 차는 이제 없다. 지금 둘에게 남은 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마지막 기회뿐이었다.
<주인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면 1회 차에 비하면 나머지 회차는 신의 힘이 미묘하게 약해진 것 같기도 하구나.>
“어?”
<회귀자가 거의 종말을 막을 뻔했었던 적도 있으니까. 그게 아마 5회 차였던가.>
“그게 가능했다고?”
<물론 실패했으니 지금까지 온 것이겠지만.>
까망이의 말대로 실패했다곤 하지만, 창조의 대리자가 없는 세계에서 신이 그 정도까지 밀렸던 과거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지은이었다.
“시스템!”
<응?>
“그때 시스템은 누구의 편이었어?”
<누구의 편이라니? 애초에 시스템이 지금처럼 중립을 유지하지 않았던 회차는…….>
거기까지 말을 이어 가던 까망이가 눈을 크게 뜨고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지은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편에 서서 신을 몰아내자고 제안해 왔던 시스템은 분명 1회차에는 신의 편을 들었던 것이 분명했다.
강제 각성을 통해 신의 하수인을 만들고, 인간계에 분란을 일으키고, 던전 공략을 방해하던 고레벨의 몬스터와 지성을 갖춘 보스들.
‘1회 차의 시스템이 중립을 유지한다는 척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신의 편에 완전히 붙어 있었던 게 분명하다면.’
시스템이 원하는 것은 이 세계의 온전한 유지.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시스템은 이미 1회 차에 그 소원을 거의 이룰 뻔했다.
변수가 없이 계속해서 신의 편에 서 있었던 시스템이 자신에게 그런 제안을 했던 이유가 그제야 확신이 섰다.
“시스템은 나하고도 거래를 하려고 했어. 분명 신과도 1회 차부터 지금까지 거래를 계속하고 있었을 거야.”
<거래의 내용은…….>
고개를 돌린 까망이는 어느새 제집처럼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이태서를 발견했다. 까치발을 하고 슬금슬금 들어오던 이태서가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제발! 모른 척해 주시길!’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거야 당신도 지은 씨의 뒤를 캐는 데 동의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언제?>’
지은과 접촉했을 시스템을 잡기 위해 필연적으로 지은의 뒤를 캘 수밖에 없었던 이태서였다. 이미 이 작전을 시행하기로 했을 때 주혁과 ‘지은은 절대 모르게 해야 한다.’를 전제로 하기로 했다.
지은의 뒤를 몰래 캐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기도 했고, 지은 본인이 숨기고 있다면 그건 분명 문제가 생겼을 때 오롯이 직접 감당하겠다는 생각일 것이 분명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지은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피해가 생기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런 지은의 성향을 미루어 보았을 때, 시스템과의 접촉이 한 번이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유추가 가능했다.
이태서와 주혁의 주장대로 시스템이 지은과 접촉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까망이 역시 결국 지은에게 비밀로 그녀의 뒤를 캐서 시스템의 꼬리를 잡는 것을 묵인하고 있었다.
‘혼자 죽진 않을 겁니다.’
투명 마법을 써서 침입해 놓고 자신을 협박하는 이태서의 말에 결국 까망이는 침묵을 택했다. 정령인 자신의 눈에만 보이지, 지은의 눈에 이태서가 보일 리는 없었으니까.
“거래를 진행하는 진영과 반대인 진영의 완전한 축출이겠지.”
<어…… 어, 맞다 분명 그렇겠지.>
까망이 대신 답을 말한 지은은 까망이가 부자연스럽게 말을 잇는 것에 잠깐 의아해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자신에게 걸려 있던 제약까지 풀어내고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할 능력을 가진 시스템이다. 1회 차에 멸망 직전까지 몰렸던 틈을 타서 신과 계약하고, 시스템은 그때 신에게서 인과율을 풀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 분명했다.
“신과의 거래도 지금 유지되고 있는 게 분명해.”
<신과도 거래를 하고 있으면서 주인에게 거래를 제안했단 말이냐?>
“분명 그럴 거야. 거래는 했지만 아직 거래의 대가를 받지 못했잖아.”
갑작스러운 회귀가 시작되면서 시스템은 자신이 원했던 것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고 거래를 일방적으로 파기할 순 없었을 터.
그렇기에 시스템은 지금까지 9번의 회귀까지 진행되는 동안 신과 계약으로 묶여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신과의 계약은 1회 차부터 유지되어 있고, 지금 지은과 거래를 한다면 시스템은 누가 이기든 상관없는 온전한 승리의 패만을 가질 존재가 될 수 있다.
“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굴리고 있었구나, 시스템.”
애초에 시스템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던 지은이었지만, 여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나니 더더욱 그 생각이 확고해졌다.
<신도, 나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인간계를 담당하는 유일한 신격 존재가 되고 싶어 했던 거군.>
“바로 그거야.”
인간계를 집어삼키기 위해 신이 만들어 놓은 던전과 균열, 그리고 그런 인간계를 지켜 내기 위해 인간들이 창조의 권능으로 탄생시킨 권능과 각성.
그 둘의 공정한 전쟁을 조율하기 위해 존재하던 시스템은 사실 가장 공정하지 못했다. 다 만들어 놓은 판을 꿀꺽 집어삼킬 기회만을 엿보면서 조용히 어느 한쪽을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 내려 하다니.
<애초에 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시스템이 내가 걸어 둔 제약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없었겠지.>
“신도 계산을 한 거야. 시스템을 풀어줘도 자신이 힘을 어느 정도 잃어도 절대로 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지은이 다시 등장해 까망이와 계약을 맺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겠지. 그러니 지금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는 것일 테고.
“상도덕도 없는 이중 계약 사기꾼 같으니.”
자신의 뒤통수를 치려고 판을 깔아 놨던 시스템이 괘씸해 빠드득 이를 가는 지은을 바라보며 까망이가 말했다.
<신과 계약 상태인 시스템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 주인?>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찾아서 족쳐야지.”
<……어떻게 찾을 건데?>
살벌한 기운을 내뿜는 지은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킨 까망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까망이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눈을 흘겨 떴다.
“너, 뭐 숨기는 거 있지.”
<내가? 내가 숨기는 게 또 뭐가 있단 말이냐, 주인!>
“숨기는 거 있을 텐데. 똑바로 이야기 안 해?”
<정말이다! 나는 숨기는 게 없다!>
누워 있던 쇼파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오며 압박하는 지은을 피해 까망이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숨기는 게 없어?”
<정말이다! 나는 억울하다!>
“정말이지? 자신 있어?”
자신을 마치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지은의 시선을 애써 피하던 까망이의 시선이 이 모든 사태를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관망하고 있는 이태서에게 머물렀다.
“여기구나!”
그리고 그런 까망이의 시선을 눈치챈 지은이 곧바로 몸을 날려 투명 마법으로 숨어 있던 이태서를 들이받았다.
“크헉!”
본래 마법사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근접전. 아무리 레벨이 차이가 많이 나는 지은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찰나 기습당한 이태서가 비명을 지르며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의 투명 마법이 이미 지은에게 간파되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이태서가 지은의 몸통 박치기가 안겨 준 고통에 당황하며 말을 꺼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까망이랑 저랑은 계약 관계잖아요. 까망이가 듣는 걸 제가 못 들을 리가 있겠어요?”
<……아! 맞다!>
직접 교감을 통해 모든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계약 관계인 둘이었다. 까망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 모든 것을 지은 역시 알 수 있었다.
“자, 이제 왜 숨어 들어와서 제 이야기를 몰래 듣고 있었는지 말해 보시죠.”
“하하하…….”
“그리고, 언제부터 둘이서 저 몰래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지 지금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주셔야 할 거예요.”
시스템이 숨기고 있는 비밀에 대해서 상의를 하기 위해 자신이 부른 것은 까망이뿐. 그런데 거기에 이태서가 몰래 들어왔다는 것은 분명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증거였다.
서슬 퍼런 지은의 시선에 이태서와 까망이가 시선을 피하던 찰나, 현관문이 열리며 들어온 것은 주혁이었다.
“지은 씨, 혹시 식사하셨습니까? 안 하셨다면 저랑…….”
까망이에게 연락을 받고 곧바로 찾아온 주혁이었다. 대놓고 찾아오면 수상하게 생각할 것이 뻔했기에 손에는 커피까지 들고 편한 복장으로 식사를 같이하러 찾아왔다는 명목을 만들려고 노력한 듯한 주혁을 보며 지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둘이 아니라 셋이었구나?”
거실에 배를 감싸 쥐고 엎드려 있는 이태서, 그리고 흔들리는 눈으로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듯한 까망이, 팔짱을 끼고 자신을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지은까지.
모든 사태를 기민하게 파악한 로컬 랭킹 1위인 주혁이 지은과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