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5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52화(25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52화
“그러니까 시스템의 뒤를 캐려고 제 뒤를 밟았다는 거네요?”
주혁 역시 결국 자신의 뒤를 캐는데 동조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 지은이 팔짱을 낀 채로 자신의 앞에 꿇어앉은 두 남자와 한 정령을 내려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하다, 주인…….>
눈 둘 곳이 없는지 시선을 나란히 피하고 있는 일행들을 바라보던 지은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네요.”
“네?”
“어?”
<뭐라고?>
뜻밖의 반응에 놀란 모두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흥신소나 스토커가 할 법한 일들을 했음에도 지은의 반응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CCTV는 예상하지 못했을 거란 발상이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단서는 잡았어요?”
“아, 그게…….”
딱 마트까지만 이태서를 안내했었던 주혁은 할 말이 없었다. 그 뒤로부터는 이태서가 일을 도맡았으니까. 곤란해하는 주혁의 시선을 느낀 이태서가 자신감 있게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시스템의 뒤를 쫓는데 성공했고, 지금 시스템에게 몸을 빼앗긴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앉아요.”
“넵.”
이태서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곧바로 자리에 앉고는 말했다.
“다 여기 있는 민까망 씨 덕분입니다.”
<나는 왜!>
“지은 씨가 다닌 곳곳마다 민까망 씨의 흔적이 남아 있더군요. 그걸 알려 주신 분이 민까망 씨 아니었습니까?”
<……그건 비밀이었는데.>
그동안 정령계를 복구하는데 힘을 쓰고 있었던 줄만 알았던 민까망이 사실은 자신의 행적을 감시하고 있었을 줄이야.
대번에 비밀을 들켜 버린 까망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까망이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지은이 말했다.
“고마워.”
<어? 뭐라고?>
“고맙다고. 내 안전을 지켜 주려고 했던 거잖아.”
<주인…….>
자신의 진심을 알아준 지은에게 감동한 듯 까망이가 신이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인이 알아 줄 줄 알았다!>
“물론 나한테 미리 말을 해 줬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
다시 눈치를 보며 자리에 조용히 앉는 까망이었다.
램지 고든에게 요리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하더니 화법까지 전수받았을 줄이야.
갑자기 시무룩해진 까망이를 보며 웃음을 참은 지은이 되물었다.
“그래서, 지금 시스템은 어디에 있는데요?”
* * *
“방문 목적을 알려 주시길.”
갑작스러운 천상계 랭커들의 등장에 잔뜩 긴장한 면회 업무 담당관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면회 신청을 했습니다.”
각성자 전문 교도소. 이능 감옥이라고도 불리며, 범죄를 저지른 자들 중에서도 그 범죄가 가장 악질적인 헌터들이 수감되는 곳이었다.
“면회하고자 하시는 수감자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성지훈입니다.”
미리 이태서가 면회 신청까지 끝내 놓은 상태였다. 원칙적으로 면회가 불가능한 교도소였지만 주혁과 이태서, 거기에 지은까지 찾아왔다면 원칙은 잠시 미뤄 둘 수 있는 융통성이 교도소를 관리하고 있는 센터장에겐 있었다.
“임규성 센터장님이 힘을 좀 써 주셨기도 했고…… 이 이능 감옥을 만든 게 저희 아버지라서요.”
“아하.”
성지훈.
1세대 랭커로서 한때 3선 국회 의원이자 대한민국 각성자 센터 초대 센터장. 마나 폭주를 일으킬 수 있는 마나 진정제를 뒷돈을 받고 묵인한 것도 모자라서 그걸로 자신의 지지율을 높여 대선까지 노리던 부패 정치인.
사실상 지은의 손에 의해 처단되어 이제는 이곳에 능력이 봉인된 채 수감되어 죽을 때까지 바깥을 보지 못할 무기 징역자에 불과했다.
시스템의 뒤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이태서가 이곳 각성자 전문 교도소를 언급하자마자 지은은 왜 시스템이 이곳에 흔적을 남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민간인을 각성자로 만드는 강제 각성. 혼란한 시기에 자신의 몸을 지키고 싶어 하던 사람들을 각성으로 유혹하고, 그렇게 각성시킨 사람들을 세뇌해 신은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어쩐지 이상했어.’
강제 각성한 사람들이 모두 신의 편을 들어 이 세계를 멸망시키는데 동조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다.
조금만 생각을 해 봐도 적으로 삼아야 할 존재가 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텐데, 균열과 던전에 목숨을 바쳐 싸우던 기존 헌터들과 대립한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것이 1회 차뿐만 아니라 바로 전 회차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고 했다. 회귀한 남운은 당연히 1회 차에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에 의심을 단 한 번도 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회차에선 이곳에서 발생한 사건은 없었는데…….”
시스템이 자신에게 접촉한 것도 당연히 없었던 일이지 않겠냐는 말에 아무도 반박할 수 없었다. 이곳이야말로 지난 회차들과 구분되는 분기점이라고 확신하며 주장한 지은과는 달리 주혁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처음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귀니까. 당연히 인과율에 영향을 받고 있을 거라 생각을 했을 테고 어색하다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1회 차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주혁과 이태서, 그리고 까망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직 1회 차에서 퇴장했다가 지금에서야 다시 등장한 지은만이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시스템은 지금 신과 계약으로 묶여 있는 상태일 거예요. 아니라고 하기엔 지금까지의 모든 회차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는 게 그 증거죠.”
“지은 씨의 말대로라면 그럼 이능 감옥을 시스템이 이용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회귀의 기본인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전제 조건에서 크게 어긋나는 일이니까요.”
“애초에 그 전제 조건은 제가 다시 등장한 것으로 모조리 깨졌어요. 그러니 당연히 결과들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 거고요.”
“그렇다면 이미 지금 시간대에 인과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입니까?”
“바로 그거죠. 남운 씨에게만 걸려 있는 인과율을 바깥의 제가 통째로 뜯어낸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인과율은 애초에 지은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맞았다. 그동안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근거가 남운에게 있었다.
남운이 처음 S호텔에서 발생한 상위 균열에서 자신이 회귀자임을 밝혔을 때였다. 회귀자인 남운이 지은을 찾기 위해서 계속해서 회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엔 인과율에 의한 페널티를 받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회귀자임을 밝혀 본 적이 없었던 남운이 직접 정체를 드러냈음에도 페널티를 받지 않았다는 건 지은이 인과율이 지정한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걸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물론 그걸 확신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신에게조차 지난 회차의 이야기를 하던 도중 인과율의 페널티를 받아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시스템이 자신에게 거래를 제안했을 때 지은은 확신할 수 있었다. 지은 본인은 1회 차에서 이미 ‘퇴장’한 사람이었다.
다시는 본인의 의지로 이 세계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소원 덕분에 이 세계에 존재해선 안 되는 존재가 된 것이었다.
일종의 이상 현상이나 다름없는 재등장. 그로 인해 인과율대로 흘러가던 세계가 뒤바뀌었고, 남운으로 고정되어 있던 회귀의 축이 사라져 버렸다.
지은 본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인과율에 묶인 존재다. 그건 시스템도, 신도, 까망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1회 차에 맺은 신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는 거겠지.
신과 계약했을 시스템의 조건은 완전한 신의 승리. 즉 까망이의 퇴장이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 조건은 완수된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계약은 끝나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던 거였다.
그 과정에서 계약자인 지은과 종속 계약을 선언한 까망이의 의지가 변수를 만들어 냈고, 중립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던 시스템은 까망이에게 자신이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을 속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까망이 몰래 이미 시스템도 규정을 한 번 위반했고, 신도 이미 규정을 한 번 위반했다.
공정하지 않은 저울에서 단 한 번도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던 까망이가 규정을 위반해 지은을 다시 이 세계에 소환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회차였던 거죠.”
까망이에겐 규정을 한 번 위반했다는 페널티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까망이는 규정을 먼저 위반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시스템은 저에게 접근한 거예요. 자신조차 인과율에 묶여 있으니까.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지금 인과율에 제약을 받지 않는 저를 상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러면 지금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제…….”
“지금까지 겪지 않았던 새로운 미래가 되는 거죠. 지긋지긋한 회귀는 이제 끝이 났어요.”
완전히 무너진 인과율. 그로 인해 완전히 뒤바뀐 결과. 그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것은 다름 아닌 지은이었다.
“이걸 먼저 깨달은 건 시스템일거예요. 그러지 않고서야 저에게 그런 거래를 제안했을 리가 없어요.”
만약 지은이 시스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그 순간 시스템에게 묶여 있던 인과율이 지은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터였다.
유일하게 인과율을 적용받지 않는 ‘퇴장했다가 다시 돌아온 진정한 회귀자.’가 바로 지은이었으니까. 시스템의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은 그 순간부터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악명 높은 1세대의 강경파들을 포함한 악성 범죄자들이 갇혀 있는 이능 감옥. 이곳에서 시스템은 무엇을 건드려 지은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을까.
“뻔하겠군요. 이 이능 감옥에 있는 범죄자들을 이용해 인간계에 다시 혼란을 불러오려 했겠군요.”
시스템의 마나 반응을 쫓아온 이곳에서 지은과 접점이 있으면서, 가장 지은에게 앙심을 품고 있을 사람이라면?
“대선을 노리고 있던 성지훈이겠군요.”
“바로 그거예요.”
이곳의 다른 범죄자들은 지은과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성지훈은 지은에게 앙심을 품고 있을 것이 분명한 범죄자였다.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던 지지율을 단박에 떨어트린 것도 모자라서, 평생 바깥과 차단된 이능 감옥에 자신을 처박은 것이 다름 아닌 지은이었으니까.
“강제 각성이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될 거예요.”
이미 정면으로 맞붙는 것보다 인간들 내부에서 분란을 꾀하는 것이 훨씬 더 상대하기 편하다는 사실을 지난 회차들을 진행하면서 학습했을 신과 시스템이었다. 이들이 인간들을 이용하지 않을 리 없었다.
때맞춰 대기실의 문이 열리며 교도소장이 직접 들어와 말했다.
“면회 준비가 끝났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원칙적으로 면회가 전혀 허락되지 않는 이능 감옥에서 처음으로 범죄자를 면회하는 특혜를 누린 지은이 말했다.
“저를 증오하다 못 해 죽이고 싶어 하고 계실, 시스템의 비장의 한 수를 보러 가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