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5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53화(25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53화
철저한 방음이 유지되는 수사실. 면회 장소가 수사실인 것은 이 교도소의 특징 때문이었다. 워낙 악질 헌터들이 들어오는 곳이기에 초범인 헌터들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저지른 죄를 수사하는 공간이 따로 있는 것이었다. 자신을 찾아온 지은과 주혁, 이태서를 바라보며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인 성지훈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날 찾아온 사람이 있다고 하더니, 그게 너희였나.”
그중에서도 지은을 죽일 듯 노려보는 성지훈이었다. 자신의 계획을 망쳐 버린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지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도 죄를 인정하지 않는 눈빛이네요.”
“하, 어차피 망한 인생. 증오할 대상이라도 있어야 살아가지 않겠어?”
자신의 목에 걸린 마력 구속구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한 성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나 해서 나와 봤는데, 기대한 내가 잘못이었군.”
“누굴 기다리고 있었나 보네요?”
“……그런 것까지 알려 줄 의무는 없지 않나? 난 내 죗값을 치르고 살 테니, 이만 꺼져들.”
“내일 당신의 딸이 찾아올 거예요.”
“……뭐?”
방음은 확실하다. 미리 이태서와 주혁이 손을 써 놨기에 성지훈을 감시하고 있을 카메라도, 간수도 없을 터였다.
“성아현, 22살. 대한대학교 재학 중. 맞죠?”
딸을 언급하는 지은의 말에 수사실을 나가려 했던 성지훈이 걸음을 멈추고 지은을 돌아보았다.
“네가 어떻게 그걸…….”
딸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그녀를 죽일 듯이 바라보며 주먹을 쥐는 성지훈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오해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렇게 째려보지 마세요. 제가 당신 같은 범죄자도 아니고.”
“갑자기 내 딸을 들먹거리는 이유가 뭐지? 그리고 내 딸이 왜 날 찾아와?”
가족이라 할지라도 면회가 불가능한 이능 감옥이다. 거기에 미리 알아본 바로는 성지훈은 그리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다.
전형적인 출세에 눈이 멀어 가정을 내팽개친, 실패한 아버지이자 가장이었다. 딸에게 한 번도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본 적 없이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못난 아버지.
물질적으론 풍요했을지 몰라도 어린 나이에 어머니마저 잃어 아버지에게 기대고 싶어 했던 성아현은 성지훈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고, 그 결과 성지훈이 구속된 이후에 연을 끊었다.
“그리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자식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나 보네요?”
“…….”
“아무튼, 내일 당신 딸이 찾아올 거예요. 각성을 했거든요.”
“뭐라고?”
갑작스런 지은의 통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성지훈의 눈가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딸이 갑자기 각성을 했고, 내일 자신을 보러 찾아온다니.
“그걸 네가 어떻게 장담하지?”
“안타깝게도 누군가에게 세뇌된 상태인 것 같아서요. 각성한 클래스는 정령사.”
“…….”
“그것도 어둠의 정령사일 확률이 아주 높아요.”
“뭐라고?”
지금껏 그 누구도 각성한 적 없었던 어둠의 정령을 다루는 정령사. 물론 성아현이 센터에 각성자 신고를 한 것은 아니었다.
이태서가 추적한 시스템의 마지막 흔적이 닿은 사람이 바로 성아현이었다. 민간인이었던 성아현에게서 마나가 느껴지는 것을 확인한 이태서가 의문을 품었던 것이었다.
‘조사해 보니 평범한 대학생이었어. 절연까지 했다고 할 정도로 평소에 불법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높았고.’
‘그런 사람이 각성을 했음에도 센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요?’
‘그것도 그런데, 수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보통 갑자기 각성을 하게 되면 마나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거든.’
‘그래요?’
‘비전투 계열 각성자와 헌터의 각성은 그 궤가 엄연히 달라. 그 정도로 마나가 불안정한 것을 보면 분명 전투 계열 헌터로 각성한 게 분명한데…… 그것도 꽤 강한 헌터로 말야.’
‘마나가 많이 불안정하던가요?’
‘어, 엄청. 자신의 그릇보다 한참 큰 권능을 얻은 것 같아. 남의 마나를 느끼는 게 흔한 일이 아니거든.’
‘아, 소연 언니도 그랬다고 했는데…….’
이미 하급 정령사로 각성을 했던 하소연은 이그니스와 계약을 하고 난 뒤 갑자기 늘어난 마나를 통제하지 못해 수많은 가로등을 깨부쉈다고 했다.
가만히 있어도 발산되는 불의 마나 때문에 던전에서 꽤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고 했었다. 하물며 이미 각성을 겪었던 하소연조차 그 정도였는데, 아무런 권능도 없었던 일반인이 이태서가 마나를 감지할 정도의 강한 헌터로 각성했으니 오죽할까.
‘하소연 헌터를 말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하소연을 언급한 지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생각을 정리하던 이태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마법사가 아닌데 마나에 특화된 종류의 헌터라면…… 그래, 정령사일수도 있겠군.’
‘정령사요?’
‘날 봐봐. 슬프지만 마법사의 가장 큰 약점은 근접전이라고 할 만큼 우린 능력치가 마나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
‘그래서요?’
‘마법사 말고도 마나에 모든 능력치가 몰려 있는 클래스가 정령사야. 하소연 헌터의 이름을 들으니 기억이 나는군. 분명 비슷한 느낌의 마나였어.’
그 말을 듣고 이미 이곳에 오기 전 성아현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치고 온 지은이었다. 성아현의 정체가 어둠의 정령사라는 사실 또한 다른 정령왕들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드루이얼도, 아실리아도, 실피드도, 엘라임도, 이그니스도 다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저 인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우리 아이들의 기운이 아니다.’
정화된 정령왕들의 공증까지 받았으니 만약 성아현의 클래스가 정령사가 맞다면, 지금 그녀는 정말로 어둠의 정령사로 각성했을 확률이 높았다.
어둠의 정령왕이 타락한 채로 던전에 봉인되어 있는 지금, 어둠의 정령사로 각성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강제 각성을 통해 시스템이 개입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한숨을 내쉰 지은이 의자에 앉은 채로 성지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잘 들어요, 성지훈 씨. 당신의 죄는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무겁지만.”
“…….”
“적어도 당신이 딸을 사랑하지 않은 아버지까지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에요.”
“나는…….”
“딸을 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지금 다시 의자에 앉아요. 내가 도와줄 테니까.”
지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의자에 앉은 성지훈이 고개를 숙였다. 마음속으로 딸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내가 뭘 하면 되지?”
“……그냥 제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요.”
지은에게서 내일 성아현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설명을 모두 들은 성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해요. 내일 당신을 찾아올 성아현은 당신의 딸이 아니라는 거.”
“……내 딸을 구해 준다고 약속해.”
“물론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러니 당신도 모든 일을 제 말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요.”
“그래, 그렇게 하겠다.”
“연락은 교도소장을 통해서 전해요. 미리 이야기를 해 뒀으니 수월할 거예요.”
“알겠다. 제발…… 내 딸을 구해 다오.”
“…….”
“지금까지 내 욕심에 취해 딸을 돌보지 못했어. 한 번 멀어진 거리감을 메울 시도조차 해 보지 못한 못난 아버지였다. 그러니 나와의 연을 끊은 것도 받아들일 수 있었고.”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어요.”
“…….”
“이미 하나뿐인 딸과 되돌릴 수 없는 관계가 되도록 만든 건 당신이니까요.”
“하…….”
“당신은 여기서 이렇게 후회할 자격도 없어요. 자신의 딸도 챙기지 못했을 뿐더러, 당신의 추악한 욕심으로 만들어 낸 마나 진정제는 수많은 사람들을 기만한 것도 모자라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으니까요.”
마나 진정제가 사실은 마나 폭주를 유발하는 매개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무너져 내렸을까.
거기에 마나 폭주를 일으킨 사람들은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을 휘말리게 했고, 그만큼의 또 다른 슬픔을 안겼다.
“그래, 내가 어리석었지.”
“이번 일을 제대로 돕는다고 해도 이곳을 나갈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
고개를 푹 숙인 성지훈을 바라보던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운 독설을 거침없이 뱉는 지은의 모습을 처음 본 주혁과 이태서가 흠칫하며 조사실의 문을 열었다.
“그래도.”
방을 나서려던 지은이 걸음을 멈추고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성지훈을 돌아보며 말했다.
“앞으로도 당신 딸과의 면회를 선처해 줄 순 있어요.”
“……!!”
“계획대로 잘 풀린다면 성아현 씨를 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성아현 씨에게 당신이 협조했다는 사실을 전달할 거고요. 면회를 특별히 허용한다는 사실도 알려 줄 거예요.”
지은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챈 성지훈이 얼굴을 감싸 쥐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미 완전히 무너진 관계에 자신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지은에게 허용된 간섭은 딱 거기까지.
만약 자신의 말을 듣고 성아현이 성지훈을 면회하러 가는 날이 온다면.
“그런 행운이 당신에게 찾아오길 빌어 주는 것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겠죠. 그러니 허튼 생각은 하지 말아요.”
“고맙…… 고맙다.”
끼익 소리와 함께 철문이 닫혔다. 온전히 방 안에 혼자 남은 성지훈의 울음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교도소를 나서며 아무런 말이 없는 지은의 눈치를 보던 이태서가 말을 꺼냈다.
“매몰차게 대할 거였으면 끝까지 매몰차게 대했어야지.”
“……딸을 가지고 협박한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게 어떻게 협박이지? 네 말대로라면 시스템이 성아현의 몸에 들어가 있는 게 확실한데, 그런 범죄자에게 매몰찬 척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너야.”
“금세 말 짧아진 거 봐…… 본인의 잘못을 그새 잊었나 봐요?”
“……그래도 내 덕분에 단서를 잡았잖아. 이 정도는 봐주는 게 어때?”
집에서는 주혁과 나란히 무릎을 꿇고 꼬박꼬박 존댓말을 했으면서, 지은의 계획을 듣고 난 뒤 자신이 꽤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금세 기가 살아서 다시 능글맞은 원래의 말투로 돌아온 이태서였다.
“그런데 정말로 시스템이 이 함정에 걸릴까 걱정입니다. 자칫 성아현 씨가 위험해지지 않을까 싶고요. 시스템이 눈치라도 챈다면…….”
타당한 주혁의 걱정에 지은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 점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어둠의 정령왕 니케를 꼼짝 못 하게 할 히든카드가 저희한텐 있잖아요.”
[그래, 우리 막내는 내가 전력을 다해 막아 볼 테니 걱정하지 마려무나.]바로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였다.
까망이 패밀리의 장녀인 아실리아는 속성의 상성으로도, 패밀리 내의 서열로도 니케를 압도하는 존재였다.
“아실리아 님만 믿을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