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5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54화(25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54화
다음 날.
엘라임을 정화했으니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라는 지은의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이태서의 도움으로 미리 장악한 이능 감옥. 공간의 지배자인 그의 특기를 살려 모든 상황을 집에서 보고 있던 지은이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어둠의 정령왕을 강제로 계약시킬 줄은…….”
한 방 제대로 당했다. 타락한 어둠의 정령왕을 강제 각성을 통해 인간과 강제로 계약을 맺게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민까망.”
<왜 그러나, 주인.>
“정령왕과의 계약을 파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그건…….>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 물었던 질문이었다. 그런 지은의 의도를 이미 알고 있던 까망이는 대답을 회피했다.
그런 까망이의 반응에서 계약자와 계약 정령 간의 상호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없다면, 정령왕과의 계약을 파기할 방법은 결국 계약자의 죽음뿐이라는 것을 눈치챈 지은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시스템…… 이 개자식…….”
그동안 까망이를 속이고 있었던 것도 모자라서 자신까지 속이려 했던 시스템. 대리자로서의 권능을 각성하는 것이 조금만 늦었다거나, 지난 회차들처럼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지은은 분명 시스템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지은 씨의 예상대로 시스템이 움직이긴 했는데, 과연 계획대로 놀아나 줄까요?”
“지금 시간에 쫓기고 있는 건 신과 시스템 쪽이에요. 우리가 그동안 지난 회차에 일어났던 사건들만 뒤쫓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고요.”
“그래서 남운을…….”
그래서 차마 회귀자인 남운을 그동안 쉴 틈 없이 굴리고 있었느냐는 말을 내뱉지 못한 주혁이었다.
엘라임을 정화한 이후로 지은과 짧은 대화를 나눈 남운은 그날부터 쉬지 않고 가용한 길드 연합의 헌터들을 데리고 그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균열들을 토벌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제 몸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선전해 놓기도 했고요.”
엘라임의 정화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하며 관문을 열고 닫는 걸 반복했던 지은이었다.
엘라임을 직접 통제하던 신조차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지은은 힘을 많이 빼놓은 상태였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신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 1회 차의 지은과 지금의 지은 사이에 현격한 레벨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1회 차의 지은의 레벨은 고작 20 언저리였다. 하지만 지금 지은의 레벨은 이미 50을 돌파한 지 한참 지난 뒤였다. 솔로 플레이를 하던 1회 차와는 달리 바로 든든한 길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 대리자의 권능도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다른 스킬과 똑같이 마나와 기력을 소모하는 능력이니까요.”
레벨이 많이 올랐기에 지난 회차보다 더 많이, 더 오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까망이 역시 정화된 정령왕들이 온전히 정령계를 복구한 것에 힘입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을 가진 상태였다.
“그러니까 시스템도 신도 안일했던 거죠. 우리는 지난 회차와는 다르게 이렇게 많이 발전했는데, 그 둘은 아직도 지난 회차에 사고가 머물러 있으니까.”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신도 시스템도 인간이 처한 상황과 배경에 따라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를 몰랐다는 점이 컸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꺾이지 않을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인간들이 그보다 한결 나아진 상황에서는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를 무시한 대가였다.
“성지훈이 연기를 잘해 내야 할 텐데.”
사실 이능 감옥을 이용하려는 시스템을 함정에 빠트리는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범죄자인 성지훈이었다.
지은이 성지훈에게 설명한 계획. 그건 바로 이능 감옥에 수감되어 있을 헌터들을 강제 각성하려 할 시스템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성지훈 씨가 바람잡이 역할을 해 주셔야 해요.’
‘바람잡이?’
‘이곳을 탈옥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게 만들어야 해요. 이 면회가 끝날 때부터 바로 조치를 취할 거예요.’
이미 센터장과 교도소장의 협조를 받아 그동안 철저히 독방 체제로 관리해 수감자들의 교류를 차단해 놨던 기존의 통제를 풀어 달라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바로 어제부터 독방에 갇혀 있던 수감자들이 처음으로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바늘 하나 찌르는 것도 어려웠을 경계를 대폭 약화했다.
‘마치 마음만 먹으면 감옥을 탈출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게끔 말이죠.’
분명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능 감옥의 모든 수감자들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직계 가족조차 면회하기에 까다로웠던 이능 감옥은 바깥의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그들만의 공간이었다.
이태서가 이능 감옥 안에 걸어 둔 마법은 바로 왜곡된 바깥세상의 모습이었다. 마법으로 설치한 영상구를 통해 마치 간수들의 실수인 것처럼 완전히 균열에 뒤덮인 바깥세상의 모습을 보여 주는 일.
그것도 모자라서 수감자들을 통제하던 간수들이 마치 바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다른 곳으로 차출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마치 대균열이 일어났을 때처럼 싸울 수 있는 모든 헌터들이 소집되어 가는 모습을 본다면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1세대의 강경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탈옥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것은 분명했다.
그 과정에서 이능 감옥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성지훈이 바람잡이 역할을 해내야 했다. 성지훈 또한 1세대를 대표하는 랭커였다.
딸과 면회를 했다고, 지금 바깥에 1세대 때의 대균열보다 더욱 큰 균열이 일어나 이곳을 통제하고 있는 헌터들조차 차출되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라고, 탈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수감자들에게 살살 바람을 넣는 것이다.
3선 국회 의원에 대선까지 노리던 경력이 있으니 그 안에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쯤은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터. 본인도 자신의 딸인 성아현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선동을 해서 진짜로 이능 감옥에 있는 수감자들을 탈옥시킬 생각이십니까?”
“아뇨? 절대 그럴 생각은 없는데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지은이 씨익 웃었다. 이능 감옥 안에 있는 수감자들은 다시는 바깥을 밟아선 안 될 범죄자들이다.
단호한 말투로 ‘그럴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되죠.’라고 덧붙인 지은이 말했다.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죠.”
그건 당연히 이번 계획을 도와줄 성지훈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럼 우리는 시스템이 우리의 작전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함정을 계속 파 볼까요? 잘만하면 어둠의 정령왕님까지 구해 낼 수 있을 거예요.”
* * *
성아현. 그녀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시스템은 이 인간이 정말로 하등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 오래였다.
‘기껏 각성자로 만들어 놨는데, 이 정도로 쓸모가 없는 인간일 줄이야.’
고집스러운 신께서는 자신의 패배를 쉽게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창조의 권능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인간들의 능력을 무시하고 있었다.
“인간들보다 못 한 버러지 같으니.”
진작에 창조의 정령의 편을 들었어야 했다. 인간들의 집념과 가능성을 무시했던 건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사태가 이지경까지 온 지금 시스템은 1회 차에서의 자신의 실수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 대리자로 삼으려 했던 인간의 몸이었다면…….”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창조의 힘이 발현된 각성자들. 그들 중에서도 꽤 쓸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한그루의 몸을 빼앗긴 것이 그렇게 분할 수 없었다.
“창조의 대리자에게 연줄을 대려고 포기했던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
신과 1회 차에 맺었던 계약으로 묶여 있는 지금. 지은에게 한그루의 몸을 넘겨주고 물러났던 것은 다 그녀에게 연줄을 대기 위함이었다.
애초에 창조의 정령이 먼저 지은을 다시 이 세계에 소환하기 위해 신과의 계약을 먼저 위반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로 인해 균형의 무게추가 신 쪽에 기울어져 있다고 믿게끔 하려 했는데.
거기에 1회 차에 봉인시켜 뒀던 한그루를 풀어 줌으로서 자신은 창조의 정령의 편이라 믿을 수 있게끔 설계를 해 놨다.
이토록 신이 무력하게 지은에게 밀려서 정신을 못 차릴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애초에 지금 회차 역시 회귀자인 남운을 축으로 다시 돌아온 세계 아니던가.
회귀자인 남운에게 인과율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이 확인했는데, 이번 회차에선 처음부터 뭔가가 꼬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과율은 모든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선] 그 자체였다. 일어나야 할 일은 반드시 일어나야 했고 그걸 피해갈 순 없었다.
그래서 창조의 정령이 자신의 계약자인 지은을 잃고 분노하며 남운에게 회귀의 형벌을 내렸을 때, 시스템은 별일 아니라며 안주할 수 있었다.
인과율을, 그러니까 시간을 기반으로 한 회귀라면 절대로 결과를 뒤집을 순 없다. 창조의 권능으로 시간을 돌릴 순 있어도 결국 같은 시간선 위에서 반복될 일을 뒤집을 순 없을 테니까.
“분명 그래야 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과율이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작용하던 인과율이 왜 갑자기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이러는 것일까.
이미 지상에 개입한 신. 중립의 의무를 저버린 자신. 그 중에 오직 인과율에 적용을 받지 않는 신격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창조의 정령뿐이었다.
그런 창조의 정령을 속여 끝내 금기를 위반하도록 유도한 것은 자신이었다. 창조의 정령은 모르고 있겠지만 대리자인 지은을 다시 이 세계에 불러 달라는 요구를 애초에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미 금제를 먼저 신과 자신이 깨트린 대가였기 때문이다.
공정하게 1:1:1이 된 지금. 인과율의 선상에 신은 물론이고 창조의 정령, 그리고 자신까지 올라탔다. 모든 것을 건 싸움이니만큼 신도, 창조의 정령도 그리고 자신도 이 인과율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거기에 시스템 본인은 자신의 존재 유무를 걸고 신과 창조의 정령의 싸움에 이권을 챙기기 위해 개입했다. 이 전쟁에서 패하는 쪽과 함께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 이러다간 정말로 지은의 손에 의해 신은 인간계에서 다신 간섭할 수 없도록 추방되고, 자신의 존재가 소멸되게 생겼다.
“달라진 것이라곤…… 대리자가 돌아온 것, 딱 그거 하나뿐인데.”
돌아왔다고 해도 1회 차의 시간선에 이미 올라와 있던 존재. 인과율은 예외를 두지 않는다. 분명 그래야 했는데 왜인지 모르게 그 예외가 있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시스템이었다.
“정말 창조의 대리자가 인과율에서 벗어난 규격 외의 존재라면, 더더욱 창조의 대리자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멍청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신과 빠르게 갈라서야 했다. 아직도 인과율이 정해 놓은 대로 자신이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는 꼴을 더 이상 가만히 보고만 있을 이유가 없었다.
“온전한 창조의 힘을 돌려주는 거야. 그리고 대리자와 계약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