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5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55화(25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55화
여차하면 지은에게 협상 카드로 넘기기 위해 신에게 빌다시피 자신을 한번 믿어 달라 말한 뒤 탈취해 온 어둠의 정령왕.
이미 인과율로 묶여 있어 시스템이 스스로 신을 배신하는 건 불가능하다. 어둠의 정령왕을 지은에게 오롯이 넘기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신도 역시 알고 있기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넘겨준 것이었다.
‘[어차피 나는 인간계를 잃는 것뿐이겠지만, 너는 존재가 사라지겠지. 그러니 나를 절대 배신할 수 없을 테고.]’
이번 싸움에 패배한다고 해도 신은 분명 창조의 권능을 어떤 식으로든 뺏으려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지만 시스템 본인은 이미 금기를 깨고 판에 뛰어들지 않았나. 창조의 정령 또한 이 싸움이 끝나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시스템의 배신을 알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신의 끝에 웃는 것은 반드시 시스템 자신이어야 했다. 스스로 원해서 창조된 것이 아닌, 누군가의 쓸모에 의해 의무에 묶인 중도자로 창조당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가 바로 절망에 빠진 창조주를 보며 웃어 주는 것 아니겠는가.
싸움이 끝난 후 그대로 잊힌 채로 방치되어 세상에 나온 이유도 잊은 채, 쓸모없게 남을 바에는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증명하는 삶을 살고 말겠다.
타인의 창조물에 불과한 운명을 벗어던지기 위해서 모든 것을 이용해야 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어둠의 정령왕.”
<…….>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정령왕들이야말로 시스템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똑같이 창조의 정령의 필요에 의해 창조된 존재라는 본질은 같았으나, 스스로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이 그저 인간들의 곁에 머무는 존재들.
인간을 도와 살아가라는 창조의 정령의 의지에 절대 반할 수 없었기에 자신들을 만들어 낸 창조의 정령이 신에게 모든 것을 넘기려 했을 때에도 반항할 수 없었던 존재들 아닌가.
그 결과 이렇게 타락해 유일한 존재 의의이던 인간을 도와 살아가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존재가 되어 버린 실패작들이다.
“난 너희처럼은 절대 되지 않을 거다.”
대답 없는 어둠의 정령왕 니케를 가만히 바라보던 시스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움직일 시간이었다.
“부디 창조의 대리자가 나를 가엾게 여겨 주기를 빌어야겠군.”
* * *
“어둠의 정령왕을 어떻게 정화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미 성아현과 계약을 마친 어둠의 정령왕을 강제로 공격한다면 계약자도 필연적으로 다칠 수밖에 없다. 시스템이 성아현의 몸을 차지해 버렸으니 자발적인 항복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성아현을 확보할지 고민하던 주혁과 이태서는 편안한 지은의 얼굴을 보며 더욱더 고민에 빠졌다.
“이미 지은 씨의 작전이 전달되었을 텐데…….”
지은이 성지훈에게 시킨 것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저 결정적인 순간에 시스템에게 지은의 이름을 대며 ‘거래를 하자’라고 전달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곧바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스템의 말대로 일을 진행하는 척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터트리는 것이었다.
‘이미 다 알고 있었으니까 순순히 포기해라.’라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일단 처음에는 이능 감옥을 통해 혼란을 야기하려던 시스템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척 성지훈은 협조할 것이다.
“분명히 시스템은 성지훈의 마나 구속구를 풀어 줬을 거예요.”
비각성자를 각성자로 만드는 강제 각성도 가능한 시스템에게 고작 마나 구속구 하나 푸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
틀림없이 성지훈부터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마나 구속구의 효과를 없앴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계획대로 따르면 잃었던 권능을 복구시켜 줄 수 있다는 것처럼 선전하기 위해서.
성지훈은 반드시 시스템의 바람대로 바람잡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했다. 이능 감옥 안에는 성지훈을 기억하고 있을 1세대의 강경파 범죄자들이 가득했으니, 그들에게 그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보여 준다면 포섭하기엔 아주 쉬울 것이 분명했다.
“성지훈을 믿으십니까?”
“그럴 리가요.”
원래 화장실 갔다 오기 전과 후는 마음이 다른 법. 이미 마나 구속구가 풀려 있을 성지훈이 다른 마음을 먹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지만, 지은은 애초에 성지훈을 온전히 믿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딸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말은 실수로라도 절대 내뱉지 않는 쓰레기.”
성지훈은 딸을 걱정하긴 했지만 이능 감옥에 갇힌 처지가 된 지금도 자신의 몸보다 딸을 더 아끼진 않았다. 딸이 위험에 처했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그로 인한 위험을 대신 감수할 생각은 전혀 없는 비겁한 놈이었다.
성아현 대신 시스템에게 몸을 빌려준다면 더욱 편하게 끝낼 수 있었기에 혹시나 해서 했던 제안을 말도 안 된다는 듯 거절했던 성지훈의 모습을 떠올린 지은이 쓰게 웃었다.
“시간을 최대한 끌어야 해요. 그러려고 성지훈을 이용하는 거니까요.”
이번 작전의 핵심은 시간이었다. 지은이 시스템을 빠르게 제압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혁과 이태서는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성아현 씨가 위험에 빠지면…….”
타락의 기운이 가득한 어둠의 정령왕과 강제로 계약을 맺은 성아현의 정신은 분명 타락할 것이다. 그건 신의 대리자로 정신 잠식까지 당했던 이태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성격상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작전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는 것을 느긋하게 보고 있을 린 없었기에 물론 다른 생각이 있을 거라곤 예상하고 있었지만, 지금 지은은 아주 여유로워 보였다.
오죽 여유로우면 작전 회의를 하기 위해 자신들을 부른 줄 알고 모였던 주혁과 이태서는 앞치마를 한 채로 넓은 거실에 앉아서 열심히 마늘을 까는 중이었다.
이태서가 계속 지은에게 말을 걸며 집중하지 않는 걸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주혁이 결국 한마디를 했다.
“그거 그렇게 다지는 용도 아니라고 했잖아.”
“…….”
“다른 생각하지 말고 마늘이나 제대로 까. 마늘장아찌를 담근다고 하셨으니까 한눈팔지 말고 집중해.”
“넌 안 조급하냐? 던전 안에 있어야 할 타락한 어둠의 정령왕이 버젓이 지상에 돌아다니고 있는데?”
“왜 조급해해야 하지?”
“뭐?”
“지은 씨가 다 뜻이 있으시겠지. 넌 그렇게 생각 안 해?”
“…….”
“고기도 구워 본 사람이 잘 굽는다고, 타락도 당해 본 사람이 잘 이해하는 건가.”
“야 이…….”
이미 한두 번이 아닌 듯 기계처럼 능숙하게 마늘 껍질을 벗겨 내며 무심한 표정으로 던진 주혁의 말에 이태서의 눈이 돌아갔다.
“너 말을 왜 그렇게 해?”
“아까부터 네가 계속 지은 씨를 추궁하듯 몰아붙이고 있잖아. 아직 타락이 다 사라지지 않은 건가?”
“이 개…….”
“타락한 어둠의 정령왕은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주실 거라고 했고, 그걸 앞당기기 위해서 아실리아 님도 도움을 주기로 했잖아. 뭐가 그렇게 조급해?”
“야, 너 따라 나와. 한판 제대로 붙자.”
“바라던 바다.”
벌떡 일어나며 소리친 이태서를 따라서 주혁이 칼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쩡히 마늘을 잘 까고 있는 줄 알았던 두 남자가 갑자기 으르렁대며 싸우기 시작한 모습에 마늘종을 다듬던 지은이 도마에 칼을 탁! 내리치며 말했다.
“싸우지들 말아요.”
“넵.”
“……네.”
금방이라도 싸우러 나갈 것처럼 씩씩대던 두 남자가 금세 다시 자리에 앉아 마늘을 까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인 지은이 말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란 말은 정말이에요.”
“네?”
“애초에 신이 정령왕들의 힘을 봉인하고 타락시킬 수 있었던 건, 봉인된 장소가 바로 신의 공간인 ‘던전’이었기 때문이에요.”
“던전…….”
“그런데 지금 어둠의 정령왕은 던전이 아니라 지상으로 나왔잖아요.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아……!”
“거기에 강제로 각성시킨 성아현 씨와 계약까지 했다면 우리 입장에선 그보다 좋은 수가 없죠. 계약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어둠의 정령왕의 정령계가 스스로 복구를 시작할 텐데.”
<그래, 주인의 말이 맞다.>
옆에 있던 까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신이 정령왕들의 힘을 봉인한 공간은 던전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물론 1회 차를 비롯한 지난 회차라면 지상에 타락한 정령왕이 나온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을 터였다. 그때엔 이미 지상에도 타락의 기운이 가득했을 테니까.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균열은 생기는 족족 언제 어디서 발생하는지 알려 주는 경보 덕분에 채 던전화를 마치기도 전에 빠르게 토벌되고 있었다.
비단 한국만이 그런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였다. 그런 실정이니 지난 회차까진 지상을 뒤덮었던 타락의 기운은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찾기 힘들었다.
완전히 던전과 지상이 분리되어 있는 지금. 시스템에 의해 강제로 지상으로 꺼내진 어둠의 정령왕은 사실상 자가 치유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지나면 아마 어둠의 정령왕님 스스로 타락의 기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거기에 던전에 봉인되어 있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인간과의 계약. 정령사와 계약한 순간, 마나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 정령들은 저마다 정령계에서 발휘하던 힘을 지상에 끌어올 수 있게 된다.
힘이 봉인되어 던전에 묶여 있던 어둠의 정령왕이 조금만 정신을 차리면 무엇을 제일 먼저 시도할진 자명한 일이었다.
스스로 완전히 닫혀 버린 어둠의 정령계를 복구하는 과정을 도와줄 정령은 바로 믿음직한 까망이 패밀리의 장녀 아실리아였다.
“살짝 걱정되는 게 있긴 한데요.”
그 정도로 상황을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으면서도 걱정이 있다는 지은의 말에 열심히 마늘을 까던 주혁도, 모든 의문이 풀린 이태서도, 지은을 도와 일정한 크기로 자른 마늘종을 간장 통에 넣던 까망이도 고개를 들었다.
“어떤 점이 걱정되십니까, 지은 씨?”
“우리가 해결 가능한 겁니까?”
<말해 봐라, 주인.>
말만 하면 모든 고민을 없애 주겠다는 듯한 모두의 눈빛을 받은 지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시스템이 정말 이걸 몰랐을까요?”
“그 말씀은…….”
“시스템이 마치 어둠의 정령왕을 저에게 그대로 넘겨주려고 하는 느낌이라 수상해서요. 정말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분명 모든 각성자의 각성에 관여하고 있는 시스템이, 정말로 정령사가 각성하게 되면 정령에게 미치는 영향을 몰랐을까.
“진수성찬을 차려 놓았는데 주는 대로 넙죽 받아먹다가 탈 날까 봐, 그게 걱정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