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5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56화(25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56화
마치 지금 상황은 한 끼도 못 먹어서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은데 눈앞에 두툼한 목살이 가득 들어간 김치찌개와 갓 지은 쌀밥은 물론이고, 젓가락으로 톡 건드리면 주르륵 노른자가 흘러나오는 반숙 프라이와 김까지 있는 한상이 눈앞에 차려진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먹음직스러운 한상을 차려 준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시스템이라면?
그것만으로도 푸짐한 음식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한 계란을 썼다거나 국물에 독을 탄 것은 아닐까?’ 자연스럽게 의심이 들 정도로, 마치 대놓고 ‘맛있게 드세요.’라고 상을 차려 놓은 시스템의 의도를 좀처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일단 지켜봐야겠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늘종을 다듬는 손을 바쁘게 움직이는 지은의 모습을 보던 주혁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지 믿겨지지 않네요.”
“네? 뭐가요?”
“저랑 처음 4층에서 만났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주혁의 말에 지은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각성하자마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튜토리얼. 그곳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손님.
“샌드위치 가격을 깎아 가면서라도 저를 잡으려 했던 게 바로 얼마 전의 일인데…….”
“아, 갑자기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요?”
“제가 지은 씨의 첫 손님 아닙니까? 튜토리얼을 깨는 것도 도와줬고요.”
“어휴, 그때 게이트석을 줬던 게 다 길드로 영입하려 했던 계략인 걸 알았다면 받지 않는 건데…….”
“그 덕분에 청명 길드가 지은 씨를 선점할 수 있었죠.”
“뭐야. 또 왜 나만 모르는 이야기로 신났어?”
갑자기 둘만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주혁과 지은의 모습을 보며 이태서가 까던 마늘을 내려놓고 불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 이태서 씨가 찾아왔던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어?”
“갑자기 집에 쳐들어와서 갑자기 울었잖아요.”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기억 안 나는 척하는 거 다 티 나거든요?”
눈을 데굴 굴리며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는 이태서를 놀리는 것에 재미를 붙였는지 지은이 커다란 고무 대야를 가운데 두고 두 남자 앞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그것도 엄청 오래전 일 같은데 생각보다 얼마 안 지났네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죠.”
“정말 그러네.”
고작해야 지은이 각성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던전의 비밀을 알게 되고 어떻게 정령왕들을 정화해야 할지 막막했었는데, 이제는 딱 하나의 정령왕만을 남겨 두고 있다니.
“가장 놀라운 건 역시 지은 씨의 성장 속도죠.”
“에이, 다 대리자의 권능 덕분이죠.”
“아니? 좋은 능력을 가지고도 활용하는 방법을 깨우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헌터로 남는 경우가 대다수야. 그런데 넌 아니야.”
<그럼! 누구 주인인데. 당연한 말이다.>
갑자기 시작된 자신의 칭찬 퍼레이드에 지은이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지 마요. 정말 쑥스럽게.”
“그러면서도 부정은 안 하는 거 보니까 어느 정도 본인도 인정하고 있는 거 아냐?”
“역시…… 혜성같이 등장한 영웅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군요.”
“아, 진짜! 알았어요! 배고픈가 보죠? 뭘 해 드리면 될까요?”
시계를 보고서야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는 걸 깨달은 지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 말에 두 남자와 한 정령의 얼굴이 금세 환하게 변했다.
“지은 씨표 목살 김치찌개가 먹고 싶습니다.”
<난! 고등어구이도 좋다.>
“난 부들부들한 계란찜.”
* * *
“남운 씨!”
달려드는 몬스터를 향해서 검을 휘두르던 남운이 자신을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세상에, 지은 씨!”
[방문 판매] 스킬로 남운을 찾아 던전에 오자마자 곧바로 푸드 트럭을 소환한 지은이 운전석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곧바로 생성된 안전 영역에 의해 몬스터들이 우르르 튕겨져 나가는 모습은 이미 여러 번 봤음에도 적응이 좀처럼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자신들이 상대하던 몬스터들이 무언가에 끌려가듯 날아가 벽에 처박히는 모습을 관람하던 청명 길드원들이 저마다 무기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소리쳤다.
“밥시간이다!”
“우어어어어어!”
남운이 가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열리는 크고 작은 균열들을 처리하는 임무를 맡은 길드원들은 요즘 유례없는 복지를 누리고 있었다.
“다른 길드원들이 우릴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몰라. 제발 바꿔 달라고 한다니까?”
“자리가 날 일이 있겠어?”
남운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이동하며 균열을 처리하고 있는 길드원들은 만족도가 매우 높은 상태였다.
거기에 그동안 상대해 왔던 균열들보다 확연히 낮아진 난도. 몬스터들을 상대하기가 훨씬 더 편해졌기에 사실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었다.
거기에 그들의 사기를 가장 올려 주는 요인은, 바로 매일 하루 한 끼는 반드시 지은이 찾아와 직접 차려 주는 맛있는 식사였다.
“복지부 부장님! 오늘의 밥은 뭡니까!”
“오늘 식사는 뜨끈한 수육 국밥이에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역시 식당에서 사 먹을 때에는 느끼지 못할, 뚝배기가 넘칠 정도로 건더기가 가득한 국밥 종류였다.
“역시 힘쓰고 난 뒤에 든든한 국밥만한 게 없죠!”
1등급의 고기를 직접 하나하나 잡내를 제거하고 푹 삶아 탱글탱글하면서도 야들야들한 수육을 두툼하게 썰어 넣은 수육 국밥이라니.
“오늘도 넉넉하게 해 왔으니까 다들 마음껏 드세요!”
거기에 워낙 많이 먹는 길드원들을 위해 재료를 아끼지 않고 가져온 것도 모자라서 그릇도 시중보다 더 큰 용량을 자랑하는 길드 구내식당용 뚝배기였다.
자연스럽게 배식조를 정하고 가지런히 줄을 서서 저마다 뚝배기에 고기와 푹 우려낸 육수를 담는 모두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
“부추도 가져가시고! 아! 오늘 마늘종이랑 마늘장아찌도 담았어요! 방금 만들어서 새콤달콤할 거예요!”
국밥과 먹기 딱 좋은 새콤달콤한 간장 소스와 양파 절임은 물론이고 김치 장인으로 불리는 지은의 깍두기와 갓 담은 마늘종, 마늘장아찌까지.
익숙하게 푸드 트럭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뺀 뒤 자연스럽게 식사를 시작하는 길드원들을 흐뭇한 얼굴을 하고 바라보는 지은을 향해 남운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고는 말했다.
“지은 씨 말대로 일단 제 기억에 있는 균열들을 모두 처리하고는 있는데, 이게 의미가 있는 일인지…….”
얼마 전부터 시선을 끌어 달라는 지은의 요청을 충실히 수행하고는 있었지만, 사실 남운은 속으로 주혁과 이태서를 상당히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지은 씨와 같이 행동하는데…….’
물론 지은이 자신에게 제일 먼저 역할을 정해 준 것은 좋았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작 중요한 그녀의 얼굴을 볼 일이 너무 줄어들었다는 걸 깨달은 남운이었다.
그런 남운의 속뜻을 알 리 없는 지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잘하고 있다는 듯 엄지를 척! 하고 치켜올리곤 말했다.
“저랑 실험도 해 봤잖아요. 아, 지금 또 하려곤 하지 말아요.”
그녀가 남운을 데리고 했던 실험은 바로 ‘지은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지난 회차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였다.
그 과정에서 인과율의 제약을 강하게 받을 남운을 걱정했던 지은의 의도를 먼저 알아챈 그는 곧바로 옆에 있던 주혁에게 말을 꺼내자마자 피를 한가득 쏟아 낸 탓에 크게 혼나야 했다.
“지은 씨에게는 지난 회차에 대해 말을 해도 그렇게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피를 흘리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하려는 것보다는 충분히 참아 낼 수 있을 정도였다.
애초에 목이 꽉 막힌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는 지난 회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 시도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지만, 지은에게는 자신이 회귀자라는 걸 밝히는 것도 가능했으니까.
“지은 씨가 제 회귀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게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운의 말에 지은이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남운은 지은이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을 굳혔다.
‘거짓말을 워낙 못하시니 얼굴에 그대로 티가 나는데…….’
다만 이걸 알아챈 지 꽤 됐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밝히지 않는 것은 지은의 생각을 존중해 주기 위함이었다.
거기에 자신마저 눈치를 챘는데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은 주혁과 이태서가 모를 리도 없는데 그냥 말없이 지은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는 걸 보면 다들 같은 생각일 터였다.
‘신격 존재들과 얽혀 있는 이야기겠지…….’
굳이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인과율을 적용받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해 본 것도, 지난 회차에 일어났던 모든 균열들을 상대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다 신을 감쪽같이 속이고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는 일환일 터였다.
“어떤 걸 준비하고 계신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
그럼에도 이번에는 말하고 싶었다.
지난 1회 차에서 정신이 피폐해진 탓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던 것을 신호를 눈치채지 못하고 곧이곧대로 지은이 하는 말을 들어 주는 것이 바로 그녀를 위한 일이라고 굳게 믿었던 실수를 이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려고 하진 마십시오.”
“그런 거 아니…….”
“그런 거 아니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요.”
“…….”
“별거 아닌 일이라도 누군가와 나누면 훨씬 편해지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큰일이라면 꼭 나눠야죠. 지은 씨의 곁엔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지 않습니까?”
“와…… 남운 씨, 이런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일부러 놀리며 웃어 보이는 지은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남운이 결국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저도 길드원분들이 제 몫까지 다 싹 먹어 치우기 전에 제 밥을 사수하러 가겠습니다.”
“맛있게 먹어요. 커피도 가져왔으니까 꼭 드시고요!”
후식까지 챙기는 지은의 말에 남운이 환하게 웃으며 곧바로 길게 늘어선 줄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남운의 모습을 턱을 괴고 바라보던 지은이 중얼거렸다.
“아쉽다…….”
이 싸움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지만, 분명 순탄하게 마무리될 거라곤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최후의 반격을 하려고 하겠지.’
시스템이 되었든, 신이 되었든 어둠의 정령왕을 정화하고 난다고 해서 바로 이 싸움이 끝나길 바라는 것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마지막의 마지막을 남겨 두고 모든 것을 빼앗긴 신이 과연 어떤 발악을 하게 될지는 지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니 그 발악이 시작되기 전에 인과율의 제한을 받지 않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해 보려고 노력하는 지은이었다.
다만 그 방법이 성공하기 위해선 분명 다시 인과율이 정해 놓은 선에 발을 들여야 할 테다. 퇴장했던 자신이 다시 이 시간선에 개입하는 것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자신도 모르게 툭 하고 내뱉어진 본심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주워 담은 지은이 환하게 웃으며 식사를 하고 있는 길드원들을 향해 걸어가며 소리쳤다.
“많이 드세요! 내일은 뭘 해 드릴까요?”